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선주의 말에 남자 귀신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그때 운전을 잘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아니야. 내가…….”
말을 하던 선주가 고개를 저었다. 화제를 돌리려는 듯 선주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미역국 끓여 주려고 집에 재료 사다 놨는데, 결국 못 해 줬잖아. 그 미역국 지금이라도 먹자.”
선주의 말에 남자 귀신이 웃었다.
“그래, 지금이라도 먹자.”
두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고 보니 짝 있는 귀신은 이 둘이 처음이네.’
이때까지 가족 귀신은 본 적 있지만, 나머지는 다 솔로 귀신들뿐이었다.
최호철이 여자 귀신들과 지금 같이 다니기는 해도 연인 사이라기보다는 보호자 같은 입장이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의 차가 회사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말했다.
“귀신 들린 차 샀다면서?”
강진이 차 등록 절차를 밟는 동안 먼저 회사로 들어온 이상섭이 말을 다 해 놓은 모양이었다.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요?”
“그래도, 귀신 안 무서워?”
“사람이 사람을 해코지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귀신이 사람 해코지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서요.”
“그건 그렇지만…… 찝찝하잖아.”
“찝찝한 값으로 싸게 샀으니 저는 오히려 좋네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임호진이 말했다.
“네가 좋다면야…… 그래도 자동차 센터에 가서 차 검진은 한 번 받아.”
“그렇지 않아도 일 끝나고 가서 검진은 한 번 받으려고요.”
강진이 해 본 아르바이트는 많지만 그중에서 자동차 정비에 관한 것은 없었다.
노가다를 하면서 이런저런 간단한 기계 수리 정도는 해 봤어도, 자동차는 그것과는 다르니 일단 전문가에게 검진은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일도 없는데…… 괜찮아.”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 남지 않을 인턴이라 강진과 최동해는 일을 새로 받지 않고 있었다.
이제 곧 나갈 인턴이 일에 참여를 하면, 그가 나갔을 때 일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저번 주부터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인수인계를 하고 있었다.
물론 강진은 잡일만 하던 수준이라 인수인계라고 할 것도 없고, 여전히 잡일만 할 뿐이지만 말이다.
다만 최동해가 조금 바빴다. 최동해는 일을 배우기 위해 여러 가지로 진행하던 것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카센터 소개해 줄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음식점 아르바이트할 때 알고 지내던 정비소 사장님이 계세요.”
노원 칼국숫집에 자주 오던 정비소 사장님과 직원들하고는 친분이 있었다.
그러니 거기 사장님한테 차 좀 봐 달라고 하면 무료로 봐 주거나, 수고료를 조금만 받고 봐 주실 것이다.
그러고는 강진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이라고 해도 서류들의 오타를 확인하거나 워드 작업을 하는 것 정도가 다지만 말이다.
하루 일과를 마친 강진은 차 시동을 켜다가 문득 배용수를 보았다.
“근데 우리 가게에 주차장이 있나?”
“가게 뒤에 골목 있잖아. 거기다 대면 되지.”
“골목에다?”
“오다가다 보면 다 그쪽에 주차들 하던데.”
“따로 주차장은 없고?”
“건물에 붙어 있는 주차장 말고는, 따로 주차장은 못 봤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신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변호사님.”
[말씀하세요.]“혹시 가게에 주차는 어떻게 하나요?”
[가게 주차요?]“제가 중고차를 한 대 샀거든요.”
[가게 뒤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가게 뒤에 주차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주차 자리가 있어요?”
[어머니께서는 운전을 하지 않으셨지만, 제가 운전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게에 딸린 땅에 주차 자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아! 그런 땅이 있었나요?”
[예전에는 어머니께서 거기에 솥 거시고 국 끓이시던 자리였습니다. 작기는 하지만 저희 땅이니 쓰시면 됩니다.]“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강진이 시동을 켜고는 회사를 빠져나왔다.
부릉!
회사 주차장을 나온 강진이 골목을 통해 가게로 향했다. 그리고 가게 뒤에 도착하자 신수호의 말대로 건물 뒤에 빈 땅이 있는 것이 보였다.
차 두 대까지는 무리고, 작은 트럭까지는 세울 만한 땅을 본 강진이 그곳에 차를 주차했다.
차를 세운 강진이 운전석에서 내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골목으로는 처음 와 보네.”
“처음이야?”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층을 올려다보았다.
이층에 있는 창문을 본 강진이 말했다.
“저기서 보기만 했지, 이쪽으로는 나와 본 적이 없어.”
“그럼 여기 뒷문도 못 봤어?”
배용수가 뒷문을 가리키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가게 시작한 지 몇 달이 됐는데 아직도 가게 구조도 다 파악 못 했냐?”
한심하다는 듯 말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맞는 말이다. 가게에 이런 뒷문이 있는지 이제야 알았다.
“가게 좀 둘러보기는 해야겠네.”
말을 하며 강진이 뒷좌석 문을 열었다.
“내리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 둘이 차에서 내렸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여기가 그 가게인가요?”
“네.”
“그럼 밥을 먹을 수 있는 건가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귀신 영업시간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예요. 그 시간에만 가게에서 식사를 하실 수 있으세요.”
“아…….”
선주가 탄식을 토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남자 귀신을 보았다.
“그런데 성함이?”
“아…… 최훈입니다.”
“이강진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이 손을 내밀자 최훈이 손을 잡았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허공에 손을 대고 위아래로 흔드는 강진의 모습은, 누가 보면 미친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모습이었다.
어쨌든 최훈과 인사를 나눈 강진이 차를 보며 말했다.
“아까 차 좀 아신다고 했는데…… 차 좀 아세요?”
“제가 살아 있을 때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아무래도 중고차라 타고 다니기 전에 점검을 한 번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아…… 하긴 그렇죠.”
그러고는 최훈이 차 앞으로 가다가 말했다.
“보닛 좀 열어 주세요.”
최훈의 말에 강진이 운전석으로 가서 보닛을 열었다. 버튼을 누르고 보닛 레버를 움직여 뚜껑을 열자 최훈이 말했다.
“일반인들도 차 고장 나면 보닛을 열잖아요.”
“그렇죠.”
“근데 일반인들은 보닛을 열어도 알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
“그럼 왜 열어요?”
“일단…… 뭐 남자라면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보닛을 여는 거죠.”
그러고는 최훈이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일반인이 보닛 열고 볼 수 있는 건 여기하고 여기, 그리고 여기까지 해서 세 곳입니다.”
“뭔데요?”
“냉각수, 워셔액, 엔진오일 이 세 곳입니다. 일단 여기 파란색 뚜껑이 워셔액 들어가는 곳인데, 지금 보면 많이 들어 있는 것 보이시죠?”
“네.”
“그리고 여기가 엔진오일. 여기 잡고 과감하게 당기세요.”
최훈의 말에 강진이 엔진오일 레버를 잡고는 당겼다.
촤아악!
길고 얇은 철사가 나오자 최훈이 그 색을 보다가 말했다.
“엔진오일도 이 정도면 아직 안 갈아도 됩니다. 삼천 정도 더 타시고 갈면 될 겁니다. 그리고 냉각수는 사만 달리고 교환해 주면 되니 그것도 신경 쓸 것 없죠.”
“그런가요?”
“그럼요. 그리고 전문가 아니면 보닛 열어서 뭐 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차 더 상해요.”
“네.”
최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럼 점검 받으러 안 가도 될까요?”
“저번에 사간 차주가 정비소에서 점검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굳이 안 받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보닛 뚜껑을 닫자 최훈이 말했다.
“제가 타고 있다가 문제 생기거나 하면 바로 말을 해 드릴게요.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 트렁크에 자동차 공구들 좀 넣고 다니세요.”
“공구요?”
“사람 일이라는 것이 모르는 것이니, 혹시라도 길 가다가 차가 퍼지기라도 하면 제가 알려 드리는 대로 응급처치하세요.”
“알겠습니다.”
최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차 문을 닫고는 가게 뒤에 있는 문에 다가갔다.
덜컥!
문을 열려던 강진이 문이 잠겨 있자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말했다.
“열쇠 없어?”
“없는데?”
“그럼 앞으로 가서 문 열고 와.”
“아…….”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가게 옆으로 돌아 앞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그런데 뒷문이 어디 있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강진이 냉장고를 살폈다. 그러다가 냉장고 옆을 보자 통로가 있었다.
“어? 내가 왜 여기를 못 봤지?”
냉장고 옆에 이런 통로가 있는 것을 이때까지 보지 못한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린 강진이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강진의 눈에 통로 한쪽에 있는 문이 보였다.
“이 문은 뭐지?”
문을 본 강진이 손잡이를 잡고 돌려 보았다.
덜컥! 덜컥!
하지만 돌아가지 않는 손잡이를 보며 강진이 의아해할 때, 배용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진아! 들어갔어?”
배용수의 목소리에 강진이 소리가 들린 곳을 보고는 일단 뒷문으로 향했다.
잠겨 있는 뒷문을 열자 배용수가 귀신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왜 이렇게 늦어?”
“너 여기 통로 봤었어?”
“나야 봤지.”
“근데 나는 왜 못 봤지?”
“너야 주방하고 홀 일로 정신없잖아. 그래서 못 봤겠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했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그렇지, 냉장고 바로 옆에 있는 통로를 못 본다고?
의아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강진이 걸음을 옮겨 열리지 않는 문으로 다가갔다.
“여기 문은 왜 안 열려?”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문을 보았다.
“문?”
“응.”
“문이 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문을 가리켰다.
“여기 문이 있잖아.”
“안 보이는데?”
배용수가 문을 손으로 툭툭 치더니 말했다.
“벽이잖아.”
“벽? 문이 안 보여?”
“벽밖에 없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문을 보았다.
“이거 문인데?”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손잡이를 잡고는 흔들었다.
덜컥! 덜컥!
하지만 여전히 열리지 않는 문을 보며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소리 안 들려?”
“무슨 소리?”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문을 보았다.
‘나한테는 보이는데, 용수한테는 안 보여?’
아주 많이 이상한 현실에 강진이 의아해할 때, 배용수가 말했다.
“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와. 저녁 장사해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단 이층 집으로 올라왔다.
이층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신수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문이 있습니까?]신수호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이건 신기하네.’
신수호는 마치 한끼식당을 손바닥 위에 둔 것처럼, 식당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반문을 하니 놀라운 일인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이층 집에서 생기는 일도 다 아시는 건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는 건 한끼식당 내의 일까지입니다. 그래서…… 문이 있습니까?]신수호의 물음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이거 말하는 걸 보면 신수호 변호사도 진짜 몰랐던 것 같은데?’
문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문이 있습니까?’가 아니라 ‘그 문은…….’이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한끼식당에서 자라고 큰 신수호도 문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니…….
‘그 문, 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