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두 시 무렵, 강진은 임호진을 태우고 주조장으로 향했다. 주조장으로 가는 동안 임호진은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벌써 사업 계획서가 준비된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임호진이 서류를 보며 말했다.
“예전에 미리 기획해 두었던 사업이니…… 지금 상황에 맞게 조금 수정만 했어. 일단 이거 보여 드리고, 자세한 것은 고쳐 나가야지.”
“진행이 정말 빠르시네요.”
“십 년 동안 가지고 있던 서류를 조금만 바꿔서 가져가는 건데, 빠르기는.”
웃으며 서류를 보던 임호진이 강진을 보았다.
“오늘은 네가 막걸리 먹어.”
“그럼 운전은?”
“내가 할 거야.”
“과장님께 어떻게…….”
“이번에 막걸리 먹는 것도 일이야.”
“일요?”
“막걸리 먹어 보고, 어울리는 안주 좀 생각해 봐.”
“안주요?”
강진이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에 임호진이 말했다.
“판매처도 안 정해 놓고 수출을 생각할 수 있나?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막걸리 들고 일본 거래처 좀 돌아야지. 일종의 시음회라고 해야 하나?”
“시음회 때 먹을 안주를 생각해 보라는 거군요.”
“맛있는 안주와 같이 먹으면 술도 더 맛있으니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죠. 술상도 술에 따라 바뀌는 법이고, 반대로 안주에 따라 어울리는 술도 따로 있으니까요.”
“그렇지.”
“근데 저 가게에서 막걸리 먹어 봤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생각하면서 먹어 봐.”
“알겠습니다.”
임호진이 서류를 넘기는 것에 강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운전에 집중을 했다.
부웅!
그렇게 주조장에 도착한 강진이 앞을 보았다. 주조장에서는 노인, 유대성과 그 아들 유성태가 항아리를 씻고 있었다.
두 사람 옆에는 항아리들이 꽤 많이 쌓여 있었다.
항아리를 씻던 두 사람은 임호진의 차가 들어오자 허리를 펴고는 이쪽을 보았다.
그에 강진과 임호진이 차에서 내렸다.
“어르신!”
임호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유대성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 일이야?”
“사업 계획서도 보여 드리고, 성태 씨도 일도 하신다고 해서 겸사겸사 와 봤습니다.”
웃으며 임호진이 유성태를 보았다.
“어떻게, 일은 하실 만합니까?”
임호진의 말에 유성태가 자신의 몸을 보라는 듯 손을 펴 보였다.
“보다시피 조금 힘드네요.”
유성태의 말에 임호진이 웃었다. 항아리를 씻고 있어서 그런지 그의 몸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일이라는 것이 쉬운 것이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런데 그렇게 젖어서는 감기 걸리겠습니다.”
“후딱 하고 옷 갈아입어야죠.”
“그럼 어서 하세요.”
“알겠습니다. 아버지, 이건 제가 할 테니 과장님하고 이야기 나누세요.”
유성태의 말에 유대성이 고개를 저었다.
“저쪽 가서 앉아 있어. 이거 몇 개만 더 씻으면 끝이야.”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임호진이 옷을 벗으려 하자 유대성이 웃었다.
“됐어. 우리야 옷 갈아입으면 되지만 자네는 그게 아니잖아. 가서 앉아 있어.”
유대성의 말에 임호진이 평상으로 가서 앉다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은 유대성 옆을 웃으며 보고 있었다.
“뭐 해?”
임호진의 물음에 강진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유대성 옆을 보았다.
그곳에는 할머니 귀신이 환하게 웃으며 남편과 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부자가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좋은 모양이었다.
두 사람을 보며 미소 짓던 할머니가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것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임호진에게 말했다.
“저는 막걸리와 먹을 안주 좀 만들겠습니다.”
“벌써?”
“저분들 일하시고 나면 뭐라도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건 그렇지. 그럼 부탁해.”
말을 하며 임호진이 서류를 꺼내 다시 한 번 더 살피는 것을 본 강진이 유대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참이라도 좀 만들어 드릴게요.”
“전에도 맛있게 해 줬는데, 또 해 주게?”
“저도 어르신이 주신 막걸리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 통 가져왔어?”
“통요?”
“또 가져가려면 통이 있어야 할 것 아냐.”
“아…… 다음에 제가 가져올게요. 제가 미처 그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와.”
“그럼 음식 좀 만들어 드릴게요.”
“고마워.”
웃는 유대성을 보며 강진이 주조장 안에 있는 주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뒤를 할머니 귀신이 따라 들어왔다. 그런 할머니를 강진이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드님이 같이 일을 하니 좋으시죠?”
끄덕! 끄덕!
웃으며 할머니가 강진의 손을 잡고는 고맙다는 듯 흔들었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웃은 강진이 말했다.
“날씨가 추운데, 저리 일을 하시니 따뜻한 음식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찬장을 가리켰다. 그에 강진이 찬장을 열었다.
양념 통들과 함께 한쪽에 국수가 있었다.
“국수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날씨도 춥고 하니 따뜻한 육수에 국수 말아서 먹으면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국수 봉지를 꺼내다가 문득 봉지를 살폈다.
그러고는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유통기한이 2년이 지났네.’
그에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이거 유통기한이 2년 지났어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당황스러움과 창피함이 어린 눈으로 국수 봉지를 보았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남자들은 이런 것 잘 못 챙겨 먹으니 어쩔 수 없죠. 오는 길에 보니 슈퍼 있던데, 거기서 국수 사 올게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살며시 그 손을 잡고는 뭔가를 가리켰다.
그에 강진이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할머니 손이 향한 곳은 양념통들이었다.
그에 강진이 찬장에서 양념들을 꺼내 유통기한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전에 여기 있는 걸로 음식 만들었던 것 같은데…….’
소금이야 유통기한이 반영구적이라 변질되지만 않으면 먹어도 된다.
하지만 다른 양념들은 다른데, 그때 미처 보지 못한 유통기한을 지금 보니…… 대부분 1년에서 2년 이상 다 지난 것이다.
그에 자기도 모르게 배를 손으로 쓰다듬은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그것들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메모장에 적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진으로 찍는 것이 편했다.
사진을 다 찍은 후, 유통기한이 지난 양념들을 모아서 쓰레기통에 넣으려던 강진이 멈췄다. 그러고는 잠시 양념들을 보던 강진이 그것들을 원래 있던 곳에 놓기 시작했다.
‘썩은 음식도 안 버리시는데 이건 내가 버릴 문제가 아니겠다. 버려도 할아버지가 버리시는 것이 옳아.’
이 양념들은 할아버지에겐 유통기한이 넘은 쓰레기가 아니라 할머니 손이 닿은 물건인 것이다.
“저 슈퍼 좀 다녀오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가서 사 오겠습니다.”
유성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요리하는 제가 가서 사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라도 빠뜨릴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럼 사고 돈은 제가 드리겠습니다.”
“돈 대신 저는 막걸리로 받겠습니다. 그리고 양념들이 유통기한이 많이 지났더군요.”
“아! 제가 버리겠습니다.”
“그 할아버님한테 말씀하셔서 할아버지가 버리겠다고 하시면 그때 버리세요.”
“유통기한 지난 걸 왜 물어보고…….”
유성태의 말에 강진이 냉장고에 있는 썩은 반찬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말에 유성태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 그럼 그렇게 하세요. 가까우니 자전거 타고 가세요.”
유성태가 자전거를 가리키자, 강진이 자전거를 타고는 슈퍼를 향해 출발을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슈퍼에서 강진은 국수와 양념들을 좀 샀다.
국수와 양념을 산 강진이 문득 주류 냉장고 쪽을 보았다. 그 안에는 잣 막걸리가 있었다.
그에 강진이 계산을 하며 주인 할머니에게 물었다.
“저 잣 막걸리 잘 나가나요?”
“우리 동네에 저 막걸리 주조장이 있으니 저거 많이 먹지. 만들고 바로 먹으면 뭐든 맛이 좋으니까.”
“그건 그렇죠.”
“하나 줘?”
“저 주조장에서 오는 길이에요.”
“대성 오라버니 집에서 오는 거야?”
“네.”
“손주는 아닌 것 같은데?”
의아한 듯 보는 주인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자주 놀러 오는, 손주 같은 청년입니다.”
“그런데 이건 왜 사 가?”
주인 할머니가 양념들을 가리키자, 강진이 말했다.
“음식 좀 해 드리려고요.”
“착하네.”
웃으며 말을 한 할머니가 말했다.
“만 칠천 원만 줘. 천 원은 할머니가 깎아줄게.”
“그럴 수 있나요. 여기 만 팔천 원요.”
“깎아 준다니까.”
“괜찮습니다. 그럼 많이 파세요.”
웃으며 고개를 숙인 강진이 봉지를 들고는 자전거에 타고 주조장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항아리를 씻고 있는 두 사람과, 평상에서 서류를 확인하는 임호진을 보던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그럼 뭐로 끓일까요?”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냉장고를 가리켰다. 그에 냉장고를 열자 할머니가 김치 통을 가리켰다.
김치와 국수의 조합이라면…….
“비빔국수 하게요? 날씨 추워서 따뜻한 것이 좋을 텐데?”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김치 통을 가리키고는 큰 냄비를 가리켰다.
그러더니 손을 모았다가 오므렸다가 폈다를 계속 반복하자 강진이 말했다.
“끓이라고요?”
끄덕! 끄덕!
“아! 김치 국수요.”
할머니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강진의 손을 쓰다듬었다.
그에 강진이 물을 받았다.
할머니가 받으라는 양만큼 물을 받은 강진이 김치와 국물을 넣고는 팔팔 끓이기 시작했다.
“멸치가 있으면 좋을 텐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멸치 육수로 하면 좋겠지만, 양념들도 유통기한이 지났는데 멸치가 있다고 해도 무사할 것 같지가 않았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한쪽을 가리키자 강진이 그곳을 열었다. 그 안에는 소주병과 페트병들이 몇 개 있었다.
그에 할머니가 두 개를 손으로 가리키자 강진이 페트병 하나와 소주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는 냄새를 맡았다.
“이건…… 버섯 갈은 건가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먹어도 되는 건가요?”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버섯 갈은 것을 손바닥에 조금 덜어 향을 맡고 맛을 살짝 보았다.
이상한 맛은 나지 않고, 감칠맛이 입에 도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른 버섯을 갈아서 상하지 않았나 보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몇 숟가락이나 넣어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끓는 냄비를 보고는 손가락을 세 번 폈다.
그에 버섯 갈은 것을 세 숟가락 덜어 넣은 강진이 이번에는 소주병을 열었다.
‘매실액이네.’
냄새와 맛을 보니 이것도 상하지 않은 것 같아 강진이 할머니가 넣으라는 대로 다섯 숟가락 정도를 넣었다.
어쨌든 김치 육수가 끓을 동안 강진은 냉장고를 살폈다.
냉장고 안을 두루두루 살펴 반찬들을 본 강진이 그중 전에 왔을 때 본 김치를 꺼냈다.
물론 할머니가 만든 것이 아니라 며느리가 보낸 김치였다. 그것을 꺼낸 강진이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리 맛있는 냄새는 아니었지만, 냉장고에서 오래 있어서 신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것을 맡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치를 꺼내 양념을 씻어냈다.
그 모습에 할머니가 강진을 보자, 강진이 말했다.
“할머니가 해 두신 맛있는 김치가 있으니 이 김치는 안 먹을 텐데…… 그럼 버리게 되고 아깝잖아요. 볶아 놓으면 그나마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이거 먹어도 되는 거예요?”
다른 양념들도 유통기한이 지났으니 이건 괜찮으려나 싶은 것이다.
게다가 시판되는 제품도 아니고 일반 소주병에 담겨 있어서 유통기한도 확인하기 어렵고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프라이팬을 가리켰다.
그에 강진이 냄새를 맡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한 들기름의 냄새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단 향이 고소한 것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에 수저에 들기름을 살짝 따라 손가락으로 살짝 맛을 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고소하네.’
“근데 이건 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밖을 가리켰다가 눈을 찡그렸다.
그거로는 표현이 안 된다 생각한 모양이었다.
“며느님?”
절레절레.
“가족?”
절레절레.
“친구?”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님 친구분이 가져다주셨군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김치에 들기름을 치고는 볶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김치와 들기름이 볶아지자 고소하면서도 맛있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