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촤아악!
김치를 볶는 사이 국물이 끓어오르자 강진이 국수를 집어넣었다.
화아악!
국수를 넣자 전분 때문에 국물이 끓어올랐다. 빠르게 찬물을 살짝 부어 끓어오르는 것을 잠재우고는 김치를 다시 볶았다.
그러는 사이 유대성과 유성태가 안으로 들어왔다.
“냄새가 좋습니다.”
“항아리 다 닦으셨어요?”
“그렇지.”
웃으며 유대성이 끓고 있는 국수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마누라가 겨울에는 김치 국수를 참으로 자주 해 줬는데.”
웃으며 국수를 보던 유대성이 강진을 보았다.
“자네 음식을 보면 우리 마누라 생각이 나.”
유대성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맛이라도 보시라고 하고 싶지만, 이건 더 익어야 맛있습니다. 옷 갈아입으세요.”
강진의 말에 유대성이 홀린 듯이 김치 국수를 보다가 서둘러 주방 한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기가 방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김치를 마저 볶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볶아진 듯하자 강진이 맛을 보았다.
아삭! 아삭!
“맛있네.”
시판 김치로 만든 것이라 한끼식당에서 만든 것보다는 못해도 맛은 있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멍하니 김치를 보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김치를 집어서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귀신이 어떻게 음식을 먹냐는 모습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 해 보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의아한 듯 강진을 보다가 입을 벌려 김치볶음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입을 빼낸 할머니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김치가 입에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김치가 입에 남는 것은 아니고, 김치볶음의 영혼을 먹은 것이지만 말이다.
제사상 음식을 귀신이 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강진이 한 것이라 제사상 음식보다 귀신의 입에 더 잘 맞을 것이다.
강진의 손맛은 귀신들에게 더 맛있게 느껴지니 말이다.
김치볶음을 씹은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맛있어.’
말을 하지 못하지만 분명 그녀는 맛있다고 말을 하는 듯했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제가 만든 음식들은 돌아가신 분들도 맛있게 드시더군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자, 강진이 김치볶음을 좀 더 덜어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맛있게 김치볶음을 먹는 할머니를 보던 강진이 국수를 보았다. 국수가 투명해진 것을 보니 다 익은 듯했다.
그에 강진이 다시 할머니를 보았다.
“나가서 같이 드시죠.”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의아한 눈으로 보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문 쪽을 보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유대성과 유성태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말했다.
“유성태 씨, 이거 좀 가지고 나가실래요?”
“알겠습니다.”
유성태가 김치 국수가 담긴 냄비를 들고 나가자 강진이 그릇들과 김치볶음이 담긴 프라이팬을 들고는 그 뒤를 따라 나왔다.
유성태가 평상 위에 올려놓은 밥상에 음식들을 놓자, 유대성이 막걸리를 가지고 나왔다.
“날씨도 추운데 안에서 드시죠?”
임호진의 말에 유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뜨겁고 얼큰한 국수는 쌀쌀해야 더 맛있는 거네.”
“감기 걸리실까 봐 그렇죠.”
“감기는 무슨.”
웃으며 유대성이 국수를 보자 강진이 국자로 국수를 덜어 주었다.
“아직 드시지 마세요.”
“응? 왜?”
“같이 먹어야 맛있죠.”
그러고는 강진이 유성태와 임호진에게도 한 그릇 퍼 주고는 자신도 한 그릇을 퍼서 슬쩍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강진이 옆에 있는 할머니를 보며 말했다.
“드시죠.”
강진이 할머니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사람들은 국수 그릇을 들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다가 유대성이 강진을 보았다.
“이리 가까이 붙지그래.”
강진이 밥상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다.
“불기 전에 어서 드세요.”
강진의 말에 유대성이 국수를 입에 넣자, 할머니가 강진이 앉아야 할 자리에 슬며시 앉고는 젓가락에 손을 가져갔다.
스르륵!
할머니의 손에 불투명한 젓가락이 들리자, 그녀가 강진을 보았다.
“드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다가 슬며시 남편과 아들을 보며 국수를 들었다.
스르륵!
불투명한 젓가락에 불투명한 국수가 들어 올려지자 할머니가 국수를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국수를 먹는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그 옆에 있는 유대성과 유성태를 보았다.
유대성과 유성태도 맛있게 국수를 먹고 있었다.
“이거 정말 우리 마누라가 해 주던 맛이야.”
“어머니가 겨울에 해 주시던 김치 국수하고 맛이 정말 비슷합니다.”
두 사람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그들을 보았다. 그러고는 국수를 크게 집어 입에 넣고는 강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할머니의 시선에 강진 역시 웃었다. 그리고…… 느낌이 왔다.
‘이제 가시겠구나.’
전에도 할머니는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지었었다. 하지만 그때 그 미소에는 조금의 무거움과 걱정이 어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미소는 푸근했고 따스했다.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유대성은 김치 국수 국물을 마시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아들도 많이 먹어라.”
유대성이 국자로 국수를 떠서는 유성태의 그릇에 올려 주었다.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는 유대성의 모습에, 유성태가 조금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도 많이 드세요.”
유성태의 말에 유대성이 웃었다.
“그래. 많이 먹자.”
두 부자가 웃으며 국수를 후루룩 먹는 것을 보던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리고…….
화아악!
국수를 먹던 할머니의 모습이 빛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잘 가세요.”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하늘을 보았다.
스륵!
하늘에서는 종이 한 장이 떨어지고 있었다.
탁!
강진이 종이를 받자 그의 손에는 수표가 들려 있었다.
수표를 받아 든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십자…… 금융?’
JS 금융은 가 봤고 들었지만, 십자 금융은 처음 들어봤다.
게다가 발행인도 어쩐지 서양식 이름이었다.
‘미뉴엘은 동양 신이 아닌 것 같은데? 서양 신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수표를 볼 때, 유대성이 말했다.
“자네도 어서 먹어.”
“아! 먹어야죠.”
수표를 주머니에 넣은 강진이 할머니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 앉으며 국수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귀신이 먹던 것이기는 해도, 양이 줄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일반 음식보다 빨리 변질이 될 뿐이었다. 그러니 바로 먹으면 별 차이는 없다.
‘맛있다.’
12월 중순이라 밖에서 먹으면 추울까 싶었지만, 유대성의 말대로 추운 날씨에 뜨겁고 칼칼한 것을 먹으니 더 맛이 있었다.
게다가…… 할머니가 승천한 것을 봐서 그런지 더 맛이 좋았다.
‘할머니, 맛있네요.’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후루룩 먹을 때 유대성이 주전자를 들었다.
“한 잔 받아.”
유대성이 막걸리를 주자 강진이 그것을 받아 마시고는 국수를 먹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말없이 국수를 먹고 막걸리를 마셨다. 물론 임호진은 운전을 해야 하니 국수만을 맛있게 먹었지만 말이다.
식사를 다 한 강진은 유대성과 함께 막걸리와 김치볶음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유성태가 임호진과 함께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시간이 꽤 걸리는군요.”
“일본 식약청에서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다음 주쯤에 보내려고 합니다.”
“그럼 보내야 할 제품을 준비해야겠네요?”
“지금 있는 것으로 퍼서 담아도 문제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리고 유통기한이 어떻게 되지요?”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둘과 달리 강진은 유대성과 안주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막걸리는 그냥 김치면 돼.”
“그래도 어울리는 안주가 있지 않을까요?”
“농사일 할 때 허기 때우려고 먹는 건데 안주 잘 차려서 먹을 일이 있나? 안주 잘 차려서 먹을 거면 차라리 밥을 먹고 말지.”
“그것도 그렇네요.”
“집에서 먹는 반찬에다 먹으면 그게 최고지. 아! 두부 있어도 좋고.”
유대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께 안주 이야기는 따로 듣기 어렵겠네.’
유대성이 막걸리 장인이기는 하지만 안주를 가리지는 않는 스타일이었다.
‘반찬이라…….’
강진이 막걸리를 먹고는 김치볶음을 먹었다. 확실히 막걸리는 도수가 높지 않아서 어떤 안주와 먹어도 괜찮았다.
‘그럼 일본인들도 반찬으로 먹어도 좋으려나?’
다만 한국 반찬과 일본 반찬은 다르니 그에 대해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일본인들도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것처럼 나라마다 입맛도 다 다르니 말이다.
‘일본인 입맛은 용수가 알려나?’
전에 중국인 손님들이 왔을 때, 배용수는 중국 쪽 입맛에 대해서도 잘 아는 듯했다.
하긴 운암정은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니…… 배용수라면 잘 알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막걸리를 먹던 강진이 문득 항아리를 보았다.
“그런데 저 항아리는 전에 못 본 것 같은데?”
“성태가 항아리에 담가 보자고 해서.”
“항아리에요?”
“옛날에는 항아리에 막걸리를 만들었지. 근데 항아리가 관리하기 어렵고 무겁기도 해서 안 썼는데, 옛날 방식대로 만들어 보자고 해서…… 창고에 있던 것들을 꺼낸 거야.”
“하시던 것을 바꾸시는 거네요?”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지. 저 녀석도 어떻게 잘해 보려고 생각한 거라서 그러자고 했지.”
유대성의 말에 강진이 그의 잔에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잘하셨어요. 으쌰으쌰 할 때 잘한다 해야지, 쓸데없다 하면 자신감만 떨어집니다.”
“그런가?”
“그럼요. 앞으로도 많이 믿고 의지해 주세요.”
“그래야지.”
웃으면서 임호진과 상의를 하고 있는 아들을 쳐다보는 유대성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참, 혹시 기독교 믿으세요?”
“기독교?”
“네.”
하늘에서 떨어진 수표의 지급자가 ‘십자 금융’이라, 교회가 생각이 난 것이다.
“나는 안 믿는데, 우리 마누라가 잘 믿었지.”
“아…… 그러세요?”
“저기 보면 십자가 보이지? 저게 우리 마누라가 다니던 교회야.”
유대성의 말에 강진이 십자가가 걸린 건물을 보았다.
‘기독교를 믿는 귀신은 기독교에서 관리를 하는 건가? 은행도 따로 있고?’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두치 씨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
몰라도 상관없을 것 같기는 한데, 궁금하기는 하니 말이다.
***
디링!
강진은 말통 두 개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왔어?”
자신을 보며 손을 드는 배용수를 본 강진이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최훈과 선주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앉아 있는 탁자에는 음식들 몇 개가 놓여 있었다.
강진이 출근할 때 그들 먹으라고 음식을 몇 개 해 놓고 간 것이다.
물론 저녁에 먹는 것처럼 실제로 먹을 수는 없지만, 제삿밥처럼 먹을 수는 있으니 말이다.
“우리 TV 하나 더 사면 안 되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하루 종일 달리자맨만 보니까 눈이 다 아프다.”
배용수가 힐끗 최훈 쪽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TV를 보았다.
TV에는 예능 ‘달리자맨’이 나오고 있었다.
선주가 보고 싶다고 해서, 이것 역시 아침에 연속 재생으로 틀어 놓고 출근을 했던 것이다.
“왜? 재밌잖아.”
“난 드라마가 좋은데.”
투덜거리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봐 줘라. 차에서만 살다가 나왔는데 좀 즐겨야지.”
그러고는 강진이 말통을 냉장고 옆에 놓고는 그를 보았다.
“너 십자 금융이라고 들은 적 있어?”
“십자 금융?”
“이건데.”
강진이 십자 금융에서 발행된 수표를 꺼내 보여 주자 배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강두치 씨면 알겠지?’
생각과 함께 강진이 강두치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