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이 사장님!]반갑게 전화를 받는 강두치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말했다.
“저,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말씀하십쇼.]“제가 십자 금융에서 발행한 십자 수표라는 것을 받았는데요.”
[십자 수표 받으셨어요?]“네. 근데 전에 제가 받던 JS 금융이 아니라서, 이게 뭔가 싶어서요.”
[그럼 수표 수납도 해야 하니 제가 지금 가겠습니다.]“바쁘신 것 아니세요?”
[아닙니다. 입출금 일도 제가 하는 일인데요. 잠시만…….]디링!
그리고 풍경 소리와 함께 강두치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왔습니다.”
웃으며 다가오는 강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그와 핸드폰을 보다가 말했다.
“바로 오시네요.”
“시간이 금이라는 건 이승이나 저승이나 다 통용되는 말입니다.”
웃으며 강두치가 배용수에게 눈으로 인사를 하자, 배용수가 슬며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한끼식당에서 일하면서 돈도 벌기 시작한 몸이라 빚 때문에 JS 금융 직원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지만,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
다만 선주와 최훈은 저게 누군가 하는 눈으로 강두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 두 귀신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강두치가 강진에게 말했다.
“수표 주시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수표를 꺼내 주자 그가 그것을 받고는 태블릿 PC에 뭔가를 기입했다.
“이 사장님 계좌에 입금됐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제 계좌에 돈…… 나중에 불편하지는 않게 있나요?”
요즘 JS 편의점에서 돈을 좀 써서, 그게 조금 불안한 것이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태블릿 PC를 보며 말했다.
“금액 말해 드릴까요?”
“금액을 알면 더 불안할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지금 죽으셔도 밥을 굶고 다니시지는 않겠네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물었다.
“그런데 십자 금융은 뭡니까?”
“기독교 금융입니다.”
“기독교 금융요?”
“이승에도 은행이 여럿인 것처럼, 저승에도 은행이 여럿입니다. 나라별로 은행이 있고 종교에도 은행이 있지요.”
“나라마다 관리하는 은행이 다르군요.”
“그렇죠. 그래서 은행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JS 금융은…… 한국에서 종교 없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은행이라고 보면 됩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강두치가 수표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기독교에서 발행한 수표입니다.”
“역시 그렇군요.”
“짐작하셨습니까?”
“십자가 하면 기독교라 생각했죠.”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십자 금융에서 직접 귀신을 데려가고 돈까지 지불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좋은 분이셨나 봅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말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은 많은데…… 십자 금융에서 직접 데려가는 경우가 적나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이 사장님, 혹시 어릴 적에 교회 가보신 적 있습니까?”
“몇 번 가 본 적은 있습니다.”
어렸을 때 교회 한두 번 안 가 본 사람도 드물 것이다. 절하고 달리 교회는 동네마다 한두 개씩 있어 접근성도 좋으니 말이다.
강진도 어렸을 때 친구들 따라 한두 번 가 본 적은 있었다.
“그럼 이 사장님은 기독교입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누가 다녀 본 종교가 뭐냐고 하면 기독교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태어나서 가 본 종교 시설은 교회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기독교도 아니다. 예수님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믿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회를 갔다고 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고, 사찰에 갔다고 다 불교 신자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그 종교를 어떻게 믿고, 그 가르침을 어떻게 따랐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잠시 말을 멈춘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생전에 기독교를 믿던 사람들도 죽어서는 저희 JS 금융 관할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럼 진짜 신자들만 십자 금융에서 관리를 받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JS 금융에서 이야기하는 지옥은 불교 쪽인 것 같은데……?”
“그건 한국의 지옥에 대한 사상이 전반적으로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습니다. 지금이야 종교가 다양하지만, 옛날에는 대부분 불교를 믿었으니까요.”
“확실히 저승은 이승을 반영하는군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두치가 말했다.
“그리고 기독교를 믿는 신자라고 해도, 하는 짓은 나쁜 놈이면 저희 쪽으로도 넘어옵니다.”
“기독교에도 지옥이 있잖아요?”
“천국이라는 개념은 그쪽과 저희와 조금 다르기는 한데…… 그쪽도 나쁜 짓을 하면 지옥의 업화에 타들어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지옥의 업화라면 저희 쪽에 이미 잘 만들어 놓은 열화지옥이 있잖습니까.”
“지옥을…… 돌려쓰는 겁니까?”
“돌려쓴다기보다는 잡범들까지 데려갈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리고 그쪽도 지옥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라, 어지간한 잡범들은 이쪽에서 처리해 주기를 바라더군요.”
“지옥에 빈자리가 없다라…… 무섭네요.”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쪽에서 관리해야 할 사람들도 많은 셈이죠. 착한 사람들도 많지만 나쁜 사람도 많은 것이 세상 아니겠습니까.”
“그럼 잡범들은 JS 금융에서 관리하고, 중죄인들은 그쪽에서 직접 관리하나 보네요.”
“정말 나쁜 놈들은 자신들이 직접 처리하기를 원하니까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강진을 보았다.
“더 궁금하신 것 있으십니까?”
“여기 발행인이 미뉴엘인데…… 이게 누구죠?”
“기독교 천사 중 한 명일 겁니다. 아마 그 할머니의 수호천사겠지요.”
“수호천사요?”
“기독교는 특이하게, 선하고 진실한 신자들에게는 한 명씩 수호천사를 붙여 줍니다.”
“그런데 저는 수호천사를 본 적이 없는데……?”
“수호천사는 천사지 귀신이 아니니까요.”
“아…….”
말을 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천사와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쉽게 믿어 버리는 스스로가 황당한 것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강두치가 말했다.
“그럼 더 궁금하신 것 있으십니까?”
“혹시…… 잠시만 이쪽으로 와 보시겠어요?”
강진이 주방으로 강두치를 데리고 가서는 문을 가리켰다.
“혹시 이 문 보이세요?”
“문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무슨 말이냐는 듯 문이 있는 쪽을 보았다.
“문 안 보이십니까?”
“흠…….”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문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고는 말했다.
“제 눈에는 벽만 보이는군요. 하지만 이 사장님의 눈에 문이 보인다면, 문이 있는 걸 겁니다.”
“강두치 씨의 눈에도 안 보이는 문이라는 거군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저승식당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강두치 씨도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태어난 지 이백 년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이백 년이라는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백…… 살이나 되셨다고요?”
“이 바닥에서 이백 살이면 신입 사원 수준입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문을 보았다. 물론 강두치의 눈에는 벽만 보이지만 말이다.
“아마 저승식당 주인만 볼 수 있는 문일 겁니다.”
“그런데 열리지 않던데요?”
“그럼 간단히 생각하세요.”
“간단히요?”
“강진 씨가 아직 이 문을 열 수 없어 못 열거나, 아니면…….”
“아니면?”
“이쪽에서는 못 여는 문일 수도 있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주방을 나서며 말했다.
“제가 이 생활을 하다가 깨달은 건데……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걱정하는 것처럼 바보짓도 없더군요.”
“그건 그렇죠.”
강진의 말에 웃으며 강두치가 식탁에 올려놓은 가방을 챙겼다.
“그럼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오신 김에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그러고 싶지만 오늘 일이 좀 많아서 밥 먹을 시간도 없네요.”
“그러면 일 끝나고 나서라도 오세요.”
“봐서 오든가 하겠습니다. 그럼…….”
강두치가 문을 열고 나서자 강진이 그를 배웅해 주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슬며시 귀신들에게 다가갔다.
“저, 영업을 해야 해서 그런데 잠시 나가 주시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최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 했습니다. 선주야, 가자.”
최훈의 말에 TV를 보던 선주가 일어나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배용수도 밖으로 나가자 강진이 밥을 짓고 영업을 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두 테이블 정도 저녁 장사를 한 강진은 TV를 보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TV를 보던 강진이 힐끗 시간을 보았다.
시간을 본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입구를 보았다.
“오늘 저녁 장사는 이게 끝인가?”
평소 네 테이블 정도는 오는데, 두 테이블이면 오늘은 장사가 잘 안 된 편이었다.
“귀신들 오라고 할까?”
더 이상 손님도 안 올 것 같고, 심심해할 자동차 귀신들을 데리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강진의 귀에 풍경 소리가 들렸다.
디링! 디링!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강진은 하얀 한복에 중절모를 쓴 멋쟁이 할아버지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할아버지가 가게 내부를 스윽 보았다.
그런 할아버지의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편한 곳에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중절모를 벗으며 말했다.
“강아지를 한 마리 데리고 들어와도 되겠습니까?”
“강아지요?”
강진의 물음에 할아버지가 가게 밖을 가리켰다. 할아버지의 말에 슬쩍 가게 밖을 본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문 앞에는 노란 털을 가진 황구 한 마리가 엉덩이를 땅에 붙인 채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헥헥헥!
꼬리를 좌우로 연신 흔들어대고 있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그런데…… 귀신이었다.
‘귀신 강아지?’
강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잠시 당황스러운 눈으로 강아지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볼 때,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겠습니까?”
“……그러세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문밖을 향해 손짓을 했다.
“황구야, 들어와도 된다는구나.”
할아버지의 부름에 강아지가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할아버지와 황구의 모습에 강진이 의아함이 어린 눈으로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저기…… 귀신을 보시네요?”
“그쪽도 보시지 않습니까.”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오셨군요?”
강진의 물음에 할아버지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발밑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전주에서 온 이태문이라 합니다. 전주에서 이가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
이가식당이라고 하는 순간 강진은 감이 왔다. 그가 전주에 있는 저승식당 주인이라는 것이 말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강진이 고개를 넙죽 숙이자, 이태문이 웃으며 말했다.
“복래가 좋은 사람에게 가게를 넘긴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여사님과 친하셨습니까?”
“같은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해마다 한 번은 봤습니다.”
웃으며 가게를 보던 이태문이 자리에 앉았다.
“식사하시겠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이태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하실 말씀이라도?”
강진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던 이태문이 입을 열었다.
“……소희 아가씨가 이곳에 자주 오신다 들었습니다만.”
“소희? 김소희 아가씨요?”
강진의 물음에 이태문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강진의 머리에 예전에 김소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주에도 저승식당이 있나 보군요.
-있지. 그런데 잘 가지는 않네.
-왜요?
-거기 주인이 나는 불편하네.
-왜요?
-그런 것이 있네.
김소희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 강진이 이태문을 보았다.
‘설마…… 좋아하시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