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이태문을 보던 강진의 얼굴에 황당함이 어렸다. 짐작대로라면 이태문은 김소희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불편해서 김소희는 이가식당을 안 가는 것이다.
‘하긴 소희 아가씨가 아담하고 예쁘시기는 하지. 그런데…… 나이 차이가…….’
생각을 하던 강진이 또 고개를 저었다.
생긴 것으로만 따지면 이태문이 할아버지 뻘은 될 듯하지만, 실제 나이로는 이태문이 몇백 살 아래다.
그런 생각을 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는 그를 본 이태문이 얼굴을 살짝 긁으며 말했다.
“소희 아가씨는…… 잘 지내십니까?”
“아! 네, 잘 지내십니다.”
“소희 아가씨가 육개장하고 매운 닭발을 좋아하시는데…….”
“지금도 좋아하십니다.”
김소희가 좋아하는 것이 육개장과 매운 닭발이니 말이다.
“다행이군요.”
말을 하던 이태문이 주방을 힐끗 보며 말했다.
“괜찮으면 주방 좀 써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십시오.”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황구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강진과 함께 주방에 들어왔다.
“식재 좀 쓰겠습니다.”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재료를 쓰시는 건 상관없는데, 말씀은 편하게 하세요.”
“그럼…… 그래도 될까?”
“그럼요. 편하게 대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지.”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제가 만들어 드리면 되는데요.”
“내가 하고 싶군.”
“그럼 그렇게 하세요.”
강진의 허락에 이태문이 냉장고를 열고는 주욱 보다가 필요한 재료들을 꺼냈다.
이태문이 꺼낸 재료들을 본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소희 아가씨가 좋아하는 음식이네.’
닭발과 소고기와 고사리를 꺼내는 것을 보니, 육개장과 매운 닭발을 만들려는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이태문이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양념들을 옆에 놓기 시작했다.
강진이 꺼내는 양념들을 힐끗 본 이태문이 말했다.
“복래의 양념들이군.”
“네.”
강진의 답에 이태문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복래의 요리 방법이라는 말이네.”
“아…… 제가 요리를 할 줄 몰라서요. 여사님이 남기신 요리 연습장 보면서 배웠습니다.”
강진이 한쪽에 있는 요리 연습장을 보자 이태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래가 남긴 요리 방법을 보고 하는군.”
“네.”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말했다.
“매운 고추 좀 가져다주겠나?”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매운 고추들을 꺼내 주었다. 이태문이 고추들을 칼로 자르는 것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사실 저승식당에 대해 알려 주실 분들이 없어서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여쭤봐도 될까요?”
“그렇게 하지.”
그러고는 닭발을 물에 담근 이태문이 솥에 물을 받으며 말했다.
“무엇이 궁금한가?”
“저기 이가식당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희 가게에 제 눈에만 보이는 문이 있는데요. 그 문이 뭔가요?”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웃으며 말했다.
“열리지 않는 문을 말하는군.”
“네?”
강진이 의문 어린 눈으로 보자 이태문이 말했다.
“자네가 본 문은 저승식당이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면 되네.”
“선물요?”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저승식당이 자네에게 주는 선물이 저 문을 통해 나올 것이네.”
그게 무슨 말인가 싶은 강진을 보며 이태문이 미소를 지었다.
“선물이라는 것은 뜯기 전까지 뭔지 몰라야 재밌는 것이 아니겠나?”
“그건 그렇죠.”
“문이 열리면 알게 될 것이니 그때 보게. 저승식당이 주인에게 어떤 선물을 주는지.”
그러고는 이태문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움직임을 보며 강진의 얼굴에는 감탄이 어렸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거침이 없으시네.’
요리를 만들며 이태문이 말했다.
“더 궁금한 건 없나?”
“아! 저희는 쉬는 날이 일요일 하루인데,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인가요?”
“그건 식당마다 다르지.”
“그런가요?”
“저승식당이라고 해도 식당은 식당이니, 주인 마음 아니겠나? 일주일에 하루만 영업하고 싶으면 하루만 해도 되고, 한 달에 한 번 하고 싶으면 한 달에 한 번 하면 되고. 주인 마음대로네.”
“진짜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하면 귀신들이 배고파하니, 그러면 안 되겠지?”
“그건 그렇죠.”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태문이 말을 이었다.
“더 궁금한 건 없나?”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몇 가지, 평소에 궁금하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혹시 가게를 다른 곳에 낼 수는 없습니까?”
“다른 곳에 내고 싶은가?”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살며시 말했다.
“가게가 너무 번화가에 있어서 식사 손님들을 받는 것이 조금 불편합니다. 손님들이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고요.”
틀린 말은 아니다. 가게 근처에 주차할 곳이라고는 인근 빌딩의 지하 주차장이나 유료 주차장밖에 없었다.
도로에 주차했다가 딱지를 끊으면 밥값보다 주차비가 더 많이 나오고, 인근 빌딩 지하 주차장도 유료로 이용하기에는 주차비가 비쌌다.
1시간 동안 밥을 먹으면 주차비가 5천 원 정도 나오니 말이다.
그리고 20억이 넘는 건물을 팔고, 조금 값이 싼 땅에다가 식당을 열면 그것도 나름 수지가 맞을 터였다.
그 차익으로 최소한 10억은 남을 것이니 말이다. 말 그대로 ‘최소한’ 10억이었다.
어쨌든 강진의 물음에 이태문이 홀을 한 번 보고는 말했다.
“확실히 한국에 있는 저승식당 중에 여기만큼 번화가가 없기는 하지.”
“그렇죠. 그리고 귀신들이 번화가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도 아니니 조금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갈까 생각 중입니다.”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지.”
“가능합니까?”
“저승식당이라고 건물이 안 무너지는 것은 아니니까.”
“무너져요?”
“불도 날 수 있고, 사고로 파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네. 게다가 지역이 재개발로 묶여 버리면 저승식당이라도 별수 있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지.”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가게가 부서지거나, 나라에서 지역을 묶어 버리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 가게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사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포장이사 불러야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말하는 이태문의 모습을 멍하니 보던 강진이 물었다.
“저기…… 저승식당도 포장이사를 부르나요?”
“그럼 자네 혼자서 이삿짐을 나를 건가?”
“그건 아닌데요.”
“그럼 당연히 포장이사 불러야지. 요즘 포장이사 잘해. 뒷정리도 깔끔하고, 깨지는 것도 다 보상해 주고.”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저승식당도 포장이사를 불러서 옮긴다고 하니 황당한 거죠.’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말했다.
“그럼 포장이사만 하면 끝입니까?”
“명의 이전도 해야지.”
“그건 물론 해야죠.”
“그럼 끝이네.”
“포장이사하고 명의 이전만 하면…… 되는 거군요.”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파를 썰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파를 큼지막하게 썰며 이태문이 말했다.
“집과 사람은 연결이 되어 있네.”
“그 이야기는 자주 들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건물이 저승식당인 것이 아니라, 자네가 주인인 식당이 저승식당이 되는 것이네. 건물이나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제 명의로 된 식당이면 되는 거군요.”
“그렇지. 하지만 자네는 서울 저승식당의 주인이니, 서울 밖에서는 저승식당을 열 수 없네. 이쪽도 관할이라는 것이 있거든.”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제가 저승식당 일을 한 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하다 보니 이승하고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맞네. 저승식당이라고 다를 것이 없어. 그저 귀신을 손님으로 받는 것 빼고는 일반 식당하고 다를 것이 없지.”
“그럼 이사를 가면 저 문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강진의 말에 이태문이 주방 옆에 있는 복도를 보고는 말했다.
“나도 이사를 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사 간 곳에 새로 생기지 않겠나?”
“새로 생긴다고요?”
“어차피 저 문이야 저승식당 주인에게만 보이는 것이고, 그럼 실물이라기보다는 영물에 속하지 않겠나? 그렇다면 자네가 이사를 가게 되면 알아서 생기겠지.”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강진은 이태문에게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몇 가지 더 물었다.
부글부글!
팔팔 끓어오르는 육개장을 보며 강진이 한 국자를 국그릇에 떠서는 입에 넣었다.
후루룩!
국물을 마신 강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아! 얼큰하고…… 진하네요.”
곰탕을 하루 종일 끓이면 나올 듯한 진한 육수의 맛, 그리고 칼칼한 고추기름의 맛이 속을 확 풀어 주었다.
“맛있나?”
“맛있네요.”
강진이 만드는 육개장은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나는데, 이태문의 육개장은 칼칼하면서 묵직했다.
강진의 육개장이 잽이라면, 이태문의 육개장은 스트레이트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묵직했다. 그리고 그 묵직함이 고소하면서 좋았다.
게다가 파 향이 너무 좋았다.
“파 기름으로 고추기름을 내서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이거 맛이 좋네요.”
“나는 파로 음식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말을 하는 이태문을 보며 강진이 한쪽에 있는 닭발볶음을 보았다.
“저것도 좀…….”
“먹어 보게.”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닭발볶음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맵다.’
그동안 자신이 한 것도 맵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먹는 순간 찌릿하면서 기침이 날 정도로 매운맛이었다.
“콜록! 콜록! 이거 엄청 맵네요.”
“소희 아가씨가 매운 것을 좋아하시지. 앞으로 소희 아가씨가 음식을 시키실 때는 아까 내가 만든 청양고추 기름을 좀 만들어서 더 첨가하게나.”
“알겠습니다.”
강진을 보던 이태문이 슬쩍 시간을 보고는 손을 닦았다.
“소희 아가씨는 가벼운 맛보다 묵직한 맛을 좋아하시네. 그리고…….”
이태문은 김소희의 식성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이태문의 말에 강진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마치 김소희를 자신에게 부탁하는 듯한 말이 아닌가?
“저, 혹시…… 어디 가세요?”
강진의 물음에 이태문이 빙긋 웃으며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혹시 강아지 좋아하나?”
“개요?”
“황구야!”
이태문의 부름에 황구가 주방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주방 안으로 발을 대지 않고는 고개만 돌려 이태문을 보고 있었다.
“소희 아가씨가 귀여워하시던 강아지네. 이 녀석도 아가씨를 잘 따랐는데…… 아가씨가 오지 않으시니 외로워하더군.”
이태문이 황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아이를 좀 부탁해도 되겠나?
“황구를요?”
“부탁하네.”
이태문의 말에 강진이 황구를 보았다. 황구는 이태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듯, 눈망울에 슬픔이 어려 있었다.
강진이 그런 황구를 쳐다볼 때, 이태문이 물을 틀어 손을 씻고는 주방을 나왔다.
그런 이태문의 뒤를 황구가 졸졸 따라오자 그가 식탁에 올려놓았던 중절모를 쓰며 입을 열었다.
“기다려.”
이태문의 말에 황구가 딱 멈춰서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였다.
그런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태문이 그 눈을 지그시 보았다.
“황구야.”
작은 부름에 황구가 혀를 내밀어 그의 손을 핥았다.
할짝! 할짝!
그런 황구를 보던 이태문이 미소를 지으며 강아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댔다.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마. 미안한데…… 아가씨 옆에서 조금만 더 있다가 와 주렴.”
끼잉! 끼잉!
작게 신음을 내는 황구의 얼굴을 쓰다듬은 이태문이 강진을 보았다.
“아가씨께 안부 전해 주게나.”
스윽!
그러고는 이태문이 몸을 돌려 문을 잡자, 황구가 갑자기 짖었다.
멍! 멍!
이때까지 한 번도 짖지 않던 황구가 크게 짖자, 문을 잡은 이태문이 잠시 멈췄다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문을 열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