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엎드린 채 문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황구의 머리를 강진이 쓰다듬었다.
“어르신이 가셔야 할 곳이 있나 보다.”
정정한 모습의 이태문이었지만, 강진은 그가 스스로가 죽을 날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과 가까이 지내는 저승식당 주인이니…… 자신의 죽을 날을 아는 것 정도는 이상한 일이 아닐 터였다.
끼잉…… 끼잉…….
작게 신음을 토하는 황구를 보던 강진이 그 머리며 몸을 손으로 쓰다듬다가 말했다.
“이따 너 좋아하는 소희 아가씨 오실 거야. 너무 실망하지 마.”
김소희라는 말에 황구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너도 아가씨가 보고 싶은 모양이구나.”
하악! 하악!
혀를 내미는 황구를 보던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에서 고추와 마늘을 꺼냈다.
그리고 처녀귀신들이 좋아하는 고추와 마늘을 볶기 시작했다.
처녀귀신들은 고추와 마늘 향에 유혹을 당하니 말이다.
촤아악! 촤아악!
“콜록! 콜록!”
가게 안에 매운 냄새가 차는 것에 강진이 기침을 할 때, 갑자기 황구가 짖었다.
멍멍!
가게 문을 향해 큰 소리로 짖는 황구의 행동에 강진이 힐끗 홀을 보았다.
황구는 연신 문을 발로 긁으며 짖고 있었다. 다만, 황구의 발은 문을 뚫고 허공을 긁고 있었다.
살아 있는 개라면 문을 발로 긁겠지만, 귀신 개라 발이 문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다.
‘나가고 싶은가? 그럼 나가면 될 텐데?’
개인 소유의 집이라면 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귀신은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상가나 식당은 귀신들도 들어오고 나갈 수 있다. 문이 닫혀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황구도 나가고 싶으면 그냥 밖으로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을 긁는 시늉을 하는 것을 보면…… 귀신이라도 황구는 문을 열어줘야 드나들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황구를 보던 강진이 불렀다.
“황구야.”
멍! 멍!
강진의 부름에 황구가 문을 향해 다시 큰 소리로 짖었다. 그런 황구의 모습에 강진이 문을 한 번 보고는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는 홀로 나왔다.
“밖에 혹시 아가씨 왔어?”
멍! 멍!
자신의 말에 다시 문을 향해 크게 짖는 황구의 머리를 쓰다듬은 강진이 문을 살짝 열었다.
멍!
문이 살짝 열리는 그 좁은 틈으로 황구가 번개처럼 머리를 들이밀고는 뛰어나갔다.
멍멍!
그리고 문을 연 강진은 김소희를 볼 수 있었다.
김소희의 옆에 선 황구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녀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그런 황구의 모습에 김소희가 검에서 손을 떼어내고는 황구를 만졌다.
헥헥헥!
김소희의 손길에 황구가 연신 몸을 비비다가 그대로 벌렁 드러누워서는 배를 드러냈다.
그런 황구의 배를 김소희가 앉아 긁었다.
“황구야, 누나 보고 싶었어요? 많이 보고 싶었어? 아고, 예뻐. 아고, 예뻐.”
평소 들어보지 못한 김소희의 상냥한 목소리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아가씨한테 저런 모습이 다 있네.’
강진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김소희는 황구의 배를 긁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힐끗 허공에 떠 있는 검을 보았다.
검은 허공에 두둥실 떠서 김소희의 옆을 떠돌고 있었다.
‘귀신의 검이라니, 저것도 특이하네.’
특이하다는 생각에 강진이 검을 유심히 보았다. 이때까지 김소희가 검을 든 모습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자세히 보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검이 혼자 두둥실 떠 있으니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두둥실! 두둥실!
검을 보던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이거…… 일본도 같은데?’
강진이 검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일본 검 손잡이 특유의 생김새가 있다.
김소희의 검 손잡이도 그처럼 일본식 칼 특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의병이었던 아가씨가 무기는 일본 검을 쓰네? 적을 죽이고 뺏은 건가?’
강진이 의아하게 생각을 할 때, 황구의 배를 긁어 주던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태문이가 여기에 왔었는가?”
“네.”
“그리고 황구를 놓고 갔는가?”
“앞으로 황구를 돌보기 힘드신 듯…… 황구를 두고 가셨습니다. 아가씨가 황구를 귀여워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황구의 배를 긁다가 한숨을 쉬었다.
“태문 그 아이가 벌써 그리되었던가?”
잠시 황구를 쓰다듬던 김소희가 그 머리를 살며시 만지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강진을 보았다.
“태문이가 간 지 오래되었는가?”
“한 십 분 정도 된 듯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황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태문이가 어디에 있는지 안내해 주려무나.”
김소희의 말에 황구가 멍 하고 크게 짖고는 한쪽을 향해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황구를 보던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잠시 다녀오겠네.”
“네.”
강진의 답에 김소희가 슬쩍 발을 움직였다.
스륵!
단숨에 저 멀리 달려가는 황구의 옆에 서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빠르다.’
아니, 빠른 것을 넘어 순간이동이나 무슨 초능력처럼 보였다. 하긴 귀신이 하는 것이니 초능력은 초능력이기는 할 것이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황구와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옆을 보았다.
가게 앞에는 김소희만 온 것이 아니라 다른 처녀귀신들도 모여 있었다.
강진의 시선에 이혜선이 코를 벌렁거리며 가게 쪽을 보았다.
“오빠, 오늘 냄새 죽이네.”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맛의 고장 전주 저승식당 주인께서 직접 하신 거라 냄새뿐만 아니라 맛도 좋을 거야.”
“전주? 전주 저승식당 주인이 오셨었어?”
“응.”
“그럼 아까 그 개 주인이?
“그렇지.”
“아…… 그렇구나.”
이혜선이 황구가 간 방향을 보다가 말했다.
“귀신 개는 처음 보네.”
“너도 처음이야?”
“짐승들은 어지간한 한이 없으면 다 승천해 가니까. 나도 짐승 귀신은 저 황구가 처음이야.”
말을 하던 이혜선이 가게를 보며 웃었다.
“전주 저승식당이 맛있다는 이야기, 소문으로는 들었는데 오늘 맛 좀 보겠네.”
“가 본 적 없어?”
“거기까지는 멀어서 못 가 봤어. 어쨌든 기대된다.”
싱긋 웃는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동안 내 음식 맛없어서 어떻게 참았냐?”
“귀신이 음식을 어떻게 가려요? 그냥 주는 대로 먹는 거지.”
이혜선의 농담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받아쳤다.
“아주 입만 살았네.”
“뭐? 오빠, 지금 나 귀신이라고 놀리는 거야?”
이혜선의 말에 고개를 저은 강진이 가게 문을 열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뭐 먹을 거야?”
“맛의 고향 전주에서 온 셰프가 한 요리 있다면서? 그거 먹을래.”
“그러든가.”
이태문이 음식을 넉넉하게 만들어 놨기에 처녀귀신들이 모두 먹어도 충분했다.
***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이태문은 전주로 가는 심야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을 보며 차를 기다리던 이태문의 손이 옆으로 향했다.
스윽!
그리고 허공을 스치고 지나가는 손길에 이태문이 옆을 보았다. 늘 자신의 옆에 있던 황구의 머리를 습관적으로 쓰다듬으려고 했는데…… 황구는 없었다.
잠시 허공을 보던 이태문이 한숨을 쉬었다.
‘황구야…….’
옛날 어느 추운 겨울, 눈에 섞인 비가 떨어지던 날…….
이태문은 자신을 향해 슬프게 우는 귀신 개를 따라간 곳에서 황구를 만났다.
죽은 어미 개의 몸에 얼굴을 묻고, 힘겹게 젖을 빨고 있던 황구…… 그것이 이태문과 황구의 첫 만남이었다.
추위와 배고픔에 죽은 어미와 형제 개들의 시신 사이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황구, 그리고 자신을 애처롭게 보며 낑낑거리는 어미 개 귀신의 모습에 이태문은 황구를 데려다 키웠다.
그리고 그 후로 황구는 늘 그와 함께했다. 말 그대로…… 살아서도 죽어서도 함께였다.
그런 황구를 두고 왔으니…… 지금 이태문은 가슴 한쪽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쓸쓸했다.
하지만…….
“소희 아가씨를 볼 수 있으니 너에게도 그곳이 좋을 것이다.”
“……황구에게는 나보다 자네의 곁이 더 좋을 것이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이태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싸늘하고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따스한 마음을 아는 이태문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스윽!
고개를 든 이태문이 앞에 차가운 얼굴로 서 있는 김소희를 보았다.
“아가씨.”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어느새 그의 곁에 가서 앉아 있는 황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를 두고 갔더군.”
김소희의 말에 이태문이 황구를 보았다. 황구는 해맑은 얼굴로 그를 보며 학학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태문의 시선에 얼른 그의 손을 핥기 시작했다.
날름날름!
마치 자신을 두고 가지 말라는 듯…… 계속 이태문의 손을 핥았다.
그런 황구의 모습에 이태문이 한숨을 쉬었다.
“아가씨를 보니 좋을 텐데…… 왜 다시 왔어?”
끼잉! 끼잉!
이태문의 손을 핥던 황구가 작게 우는 소리를 내며 그의 다리에 머리를 문대기 시작했다.
말 잘 들을 테니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말이다. 그런 황구를 보던 이태문이 한숨을 쉬었다.
그도 잠시, 황구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며칠만 더 같이 있자꾸나.”
멍! 멍!
같이 있자는 말에 황구가 크게 짖었다. 그러고는 이태문의 어깨에 발을 올리며 마치 안는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이태문이 웃으면서 황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김소희를 보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 오십 년 되었나?”
“그런 듯싶습니다.”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백발이 된 이태문을 보니 젊었을 때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부리부리한 눈에 짧은 머리…… 거기에 벌어진 어깨와 훤칠한 키.
전주 아가씨들이 시장에서 이태문을 보고, 그 뒤를 따라 이가식당에도 찾아오고는 했었다.
그랬던 이태문이 이제는 나이를 먹어 이렇게 백발이 된 것이다.
이태문을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결혼이나 하지 그랬나.”
김소희의 말에 이태문이 살며시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이미 마음을 준 여인이 있습니다.”
“쯧! 또 쓸데없는 소리 하는군.”
김소희가 살짝 눈을 찡그리며 하는 말에 이태문이 웃었다.
‘가게에서 보았다면…… 얼굴이 붉어지셨을까?’
아니, 분명히 붉어졌을 것이다. 김소희도 겉으로는 강한 척을 해도, 속은 여리고 부끄러움이 많은 여인이었다.
“마음에 둔 여인이 아가씨라 한 적은 없습니다.”
이태문의 농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나이를 먹어도 자네의 농은 여전하구만.”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데…… 지금은 아닌 듯합니다.”
미소를 짓는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내 자네 가게를 찾지 않아 서운하였는가?”
“……보고 싶었습니다.”
뜬금없는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보기에는 기분이 나빠 보였지만 이태문은 알고 있었다.
김소희는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김소희를 보며 이태문이 말을 했다.
“아가씨를 처음 보았을 때는 누이 같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제가 아가씨보다 키가 커졌을 때는 사랑을 느꼈고, 수염이 나기 시작했을 때에는 아가씨와 혼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린 채 시선을 돌렸다. 그런 김소희를 보며 이태문이 입을 열었다.
“복래에게 들으니 저쪽 세상도 지낼 만하다더군요.”
“복래를 만났나?”
“만난 것은 아니고, 호가 편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렇군.”
호라면 신수호다. 저승에서 변호사 일도 하는 신수호라면 이승과 저승을 건너 편지를 전하는 것쯤은 할 수 있을 터였다.
“기다리려 합니다.”
이태문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안쓰러움이 담긴 김소희의 시선을 받으며 이태문이 미소를 지었다.
“저승에서는 저도 부자더군요.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복숭아나무, 여럿 심어 놓고 있겠습니다.”
“나는…… 사람을 많이 죽였네. 아마 자네가 있는 곳에는 가지 못할 게야.”
“호가 능력이 좋은 변호사더군요. 그리고…… 이승보다 돈이 더 대접받는 곳이 저승입니다.”
웃는 이태문을 보던 김소희가 한숨을 쉬며 황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만 가게.”
그리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던 김소희가 문득 멈췄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전주에 있게. 내 한 번…… 들를 것이니.”
“기다리겠습니다.”
‘전주 식당에서든…… 저승에서든.’
천천히 멀어지는 김소희의 뒷모습을 보던 이태문이 황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집으로 다시 가자꾸나.”
멍!
이태문의 말에 황구가 크게 짖으며 그 말을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