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0
20화
‘라면…… 라면이 요리 연습장에 있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부장이 말했다.
“혹시 안 됩니까?”
부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다른 분들은?”
“저희도 라면 먹을게요.”
“저도요.”
부장이 라면을 주문하는데 다른 것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에 만장일치로 라면이 선택이 되었다.
하지만 여직원 둘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그에 강진이 부장을 보며 말했다.
“점심부터 여성분들이 라면을 드시기엔 좀 그런 것 같으니, 여직원분들은 오색 찹스테이크와 단호박 찹스테이크를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여직원 둘이 환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정말요?”
“여기 옆 테이블에서 드시는 것이 오색 찹스테이크와 단호박 찹스테이크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여직원 둘이 과장 아내가 있는 테이블을 보았다. 그 시선에 과장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맛있어요.”
과장 아내의 말에 여직원 둘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진이 부장을 보았다.
“라면은 어떻게, 칼칼하게 해 드릴까요?”
“네. 그리고 찬 밥 있습니까?”
“찬밥요?”
“사실 토요일 여기서 먹었을 때 김치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그 김치에 라면을 먹으면 맛이 있을 것 같아 어제부터 그것만 생각이 나더군요. 그리고 라면은 찬밥을 말아 먹어야 맛이 있지 않습니까.”
부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라면에 김치면 끝이기는 하지. 거기에 찬밥 말면…….’
생각을 하던 강진은 자기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였다.
“맛있겠네요.”
강진의 말에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부장의 말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요리 연습장을 꺼내 빠르게 펼쳤다.
‘라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 라면…… 라면…….’
연습장을 빠르게 펼치던 강진은 곧 눈을 찡그렸다.
‘라면이 없다.’
요리 연습장에는 라면이 없었다. 짬뽕이나 짜장면과 같은 면 요리가 있기는 했는데…… 라면은 없었다.
‘하긴 라면이 무슨 요리라고…….’
그에 강진이 밥을 일단 펐다. 그러고는 쟁반에 밥을 넓게 펼쳤다.
찬밥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밥을 식히려는 것이다.
찬밥을 만들 준비를 한 강진이 물을 적당히 받아서는 불에 올리고는 고추를 몇 개 대충 으깨 그 안에 넣었다.
‘남자가 여섯이니 열 개는 끓인다 치고…….’
그러고는 오색 찹스테이크와 단호박 스테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재료는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서 그냥 볶기만 하면 되었다.
촤아악! 촤아악!
프라이팬 두 개로 음식을 볶던 강진이 곧 그것을 그릇에 담았다.
소고기라 많이 익히면 질겨지니 라면 물이 끓기도 전에 음식이 다 된 것이다.
그에 강진이 밑반찬과 요리 그리고 밥을 가지고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여직원들이 맛있겠다는 듯 요리를 보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며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왔다.
‘라면…….’
여직원들 음식은 냈지만 이제 중요한 라면이 남았다. 라면은 쉬운 요리지만, 같은 브랜드의 라면이라도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김치를 넣고, 어떤 사람은 파를 넣고, 또 누구는 계란을 넣는다. 게다가 계란을 넣는 사람 중에도 풀어 넣는 사람이 있고, 젓지 않는 사람도 있는 등 제각기 취향이 다를 터였다.
하지만 강진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음식이라면 몰라도 라면은 강진에게 주식과 같았던 음식이니 말이다.
‘열 개를 한 번에 끓이면…… 퍼지겠지?’
솥에 한 번에 끓이려던 강진이 라면이 퍼질 것 같은 생각에 한쪽에 있는 양은 냄비들을 꺼냈다.
‘확실히 라면은 양은 냄비에 끓여야 맛있지.’
생각과 함께 냄비들을 불 위에 올렸다. 다행이라면 음식점 가스레인지라 화구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었다.
냄비들에 끓이던 물을 부었다. 정량보다 물을 조금 적게 잡은 강진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익어가는 라면을 보던 강진이 파를 썰었다.
툭! 툭!
그리고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아까 요리를 만들 때만 해도 파를 타타탓! 하고 썰었는데, 지금은 툭툭! 끊어내고 있었다.
그래도 첫날처럼 뭉개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못 썰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거 참…… 연습장에 있는 요리가 아니면 실력이 안 나네.’
그러다가 문득 강진이 칼과 연습장을 보다가 머릿속으로 콩나물무침을 떠올렸다.
콩나물무침에도 파는 들어간다.
“콩나물무침 만들어야지.”
짐짓 입 밖으로 말까지 한 강진이 콩나물 요리법을 떠올리며 파에 칼을 가져갔다.
타타탓! 타타탓!
그러자 칼이 빠르게 움직였다.
칼질에 파가 썰리기 시작하자 강진이 웃었다.
‘이런 방법도 있네.’
자기 실력으로는 재료 손질이 어렵지만, 요리 연습장에 있는 음식을 떠올리며 칼질을 하면 칼질이 잘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르는 요리라도 중간 중간 다른 요리 연습장 요리를 떠올리며 만들어도 될 것이다.
빠르게 파를 썬 강진이 그것들을 라면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곧 불을 끄고는 라면들을 상으로 가져다주었다.
“라면 나왔습니다. 밥도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부장이 젓가락을 들고는 라면 냄새를 맡았다.
“어서 먹세.”
말과 함께 부장이 김치를 집어서는 라면에 올리고는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끄윽! 역시 예상대로 너무 맛있군.”
“어제 저도 김치에 밥을 먹고 싶어서 왔었는데 정말 맛이 좋습니다.”
“역시 라면에는 김치야. 사장님 정말 맛있습니다.”
부장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릇에 담아 놓은 밥을 밥그릇에 담아 가져왔다.
“여기 밥 있습니다.”
강진이 찬밥을 가져다주자 부장이 라면을 먹다가 과장 아내를 보았다.
과장 아내와 친구들은 이미 밥을 다 먹고 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안 나가?”
“조금만 있다가.”
아무래도 부장과 남편이 식사를 하고 있으니 먼저 일어서기 그런 모양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부장이 과장 아내를 보았다.
“저희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셨나 봅니다. 제수씨, 어서 가세요.”
“아닙니다. 저희 신경 쓰지 마시고 식사하세요.”
“하하하!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쓰여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기 밥값은 제가 낼 겁니다.”
부장이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 여기 아가씨들 밥값은 제가 내는 겁니다.”
“그렇게 하세요.”
강진의 답에 부장이 장 과장을 보았다. 라면을 열심히 먹고 있는 장 과장을 보며 부장이 말했다.
“장 과장도 다 먹은 것 같으니 제수씨 모시고 근처 커피숍에라도 다녀와.”
“네? 아직 저…….”
몇 젓가락 먹지도 않은 라면을 보는 장 과장의 모습에 부장이 눈치를 주었다.
“제수씨가 친구들하고 같이 왔는데 이렇게 보내면 쓰겠나.”
부장이 눈짓을 주자 장 과장이 아직 남아 있는 면을 보고는 서둘러 입에 밀어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면을 빠르게 밀어 넣고 김치도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은 장 과장이 몸을 일으켰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천천히 들어와.”
“아닙니다. 자리만 잡아주고 들어가겠습니다. 여보, 가.”
장 과장의 말에 과장 아내가 고개를 숙였다.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대성이하고 대식이도 함께 보지요.”
부장의 말에 과장 아내가 환하게 웃었다.
“저희 애들 이름도 기억을 하세요?”
“장 과장하고 저하고 십 년인데 애들 이름을 모르겠습니까.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장 과장이 아내와 여자들을 데리고 나가자 부장이 서둘러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라면을 먹고 거기에 찬밥까지 말아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은 과장 아내들이 먹고 간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자리를 다 치운 강진이 설거지를 할 때 식사를 다 한 부장이 그를 불렀다.
“사장님.”
부장의 부름에 강진이 나왔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계속 같은 말을 하지만…… 역시 라면과 김치는 최고입니다.”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데 라면을 대접해서 죄송하네요.”
“하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면 우리나라 라면 회사들이 다 들고일어나겠습니다. 라면만큼 좋은 음식이 어디에 있습니까. 맛있고 싸고.”
웃으며 부장이 여직원들을 보았다. 여직원들은 기분 좋은 얼굴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세희 씨하고 정은 씨도 아주 잘 먹은 것 같군요.”
“정말 잘 먹었어요.”
여직원들의 인사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까 사진 찍으시던데…… 맛있게 드셨으면 홍보 좀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제가 친구들한테 싹 돌릴게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눈 부장이 지갑을 꺼내다가 물었다.
“혹시 여기 카드도 됩니까?”
“카드요?”
“맛있게 먹었으니 현금으로 드리고 싶은데…… 제가 지금 현금이 없군요.”
“잠시만요.”
부장의 말에 강진이 입구 옆에 있는 카운터로 갔다. 그리고 카운터에 카드기를 보고는 말했다.
“됩니다.”
“그럼…….”
부장이 탁자에 놓인 그릇들을 보고는 물었다.
“얼마입니까?”
“저희 가게는…….”
“압니다. 정해진 가격이 없고 손님이 주는 대로 받는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받으시면 저 같은 사람은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부담요?”
강진이 의아한 듯 부장을 보았다.
“친한 친구가 하는 밥집이 있습니다. 이왕 먹을 것 친구 집 매상이나 올려 줄까 싶어 갑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무슨 돈을 내냐고 성질을 내면서 돈을 안 받는 겁니다. 그럼 제가 그 친구 집에 자주 갈 수 있겠습니까?”
“못 가겠군요.”
친한 친구가 왔으니 주인 입장에서는 돈을 안 받으려 할 수 있다. 하지만 친한 친구인 부장 입장에서는 갈 때마다 돈을 안 받으면 부담이 돼서 오히려 못 간다.
그럴 때는 차라리 돈을 받는 것이 부장을 배려하는 것이 될 수 있었다.
강진이 이해한 것 같자 부장이 말했다.
“직장인들에게 맛있는 점심은 유일한 낙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를 자주 오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도 땅을 파서 장사하시는 건 아니니 이렇게 장사를 하면 안 됩니다. 좋은 음식은 좋은 가격을 받아야 합니다. 대신…….”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싸게 파시면 좋겠군요. 그래야 저희 같은 직장인들이 자주 오지 않겠습니까?”
부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식탁을 보다가 말했다.
“라면과 밥은 삼천 원, 찹스테이크는 만 원, 공깃밥은 천 원?”
강진이 카운터를 보며 하는 말에 부장이 계산을 하고는 말했다.
“너무 적게 받는 것 아닙니까? 분식집만 가도 라면이 사천 원이 넘는데?”
부장의 말에 강진은 여전히 그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 정도면 됩니다.”
가게 규칙은 손님이 주는 돈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주인이 가격을 정하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강진은 부장이 아닌 카운터 쪽을 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귀신들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허공에 늘어놓으며 알아서 들으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면 규칙 위반은 아니겠지?’
강진의 생각과 함께 부장이 말했다.
“사장님이 그렇게 말을 하면…… 알겠습니다. 그럼…… 6만 4천 원이군요.”
부장이 카드를 내밀자 강진이 카드기를 긁었다. 이 가게에 와서는 처음 사용하는 카드기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럿 써 봤기에 사용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카드를 돌려주자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또 오겠습니다.”
부장이 직원들을 데리고 나가자, 강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신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의 말이 맞아. 귀신이나 없는 사람들한테는 돈을 받기 힘들다고 해도…… 있는 사람들한테까지 돈을 안 받거나 싸게 줄 이유가 없잖아.’
생각을 정한 강진은 신수호가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