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08
209화
돈이 없는지 있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뒤에서 밥을 먹는 손님 둘은 불안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손님 둘을 보던 강진이 일단 이상섭에게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돈 안 내고 튀면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기는요. 그냥 배고픈 사람 밥 한 끼 차려 준 거라고 생각하면 되죠.”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눈을 찡그렸다.
“너 그러다 가게 망해.”
“배고픈 사람 밥 한 끼 준다고 망하겠어요?”
그리고…… 저승식당 규칙 중 세 번째가 돈이 없는 자가 와도 쫓아내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조금 수상하기는 하네.’
돈 없고 배고파서 온 사람들 치고는 깨작거리며 먹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게다가 입고 있는 옷도 깨끗하고 멀쩡한 것이 돈 만 원이 없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남자의 모습에 웃으며 말했다.
“뭐 더 드릴까요?”
“김치 좀 더 주십시오.”
남자의 말에 강진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강진이 반찬통에서 김치를 담으려 할 때, 김혜인이 소리쳤다.
“이봐요! 그거 뭐예요!”
이상섭 앞에 앉아 있던 김혜인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더니 손으로 뒤에 있는 손님을 가리켰다.
그 소리에 태광무역 손님들의 시선이 모두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것은 김치를 담고 있던 강진도 마찬가지였다.
“혜인 씨, 왜 그래요?”
강진의 말에 김혜인이 남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주머니에서 뭘 꺼내서 된장국에 넣으려고 했어요! 아저씨, 그 손 쥐고 있는 것 뭐예요?!”
김혜인의 고함에 남자가 급히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내가 뭘 넣으려고 했다는 겁니까?”
“그럼 그 주머니 좀 봐요.”
“이게 무슨…… 내가 왜 당신한테 주머니를 까야 합니까.”
그러고는 남자가 불쾌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 이런 식당이 다 있어!”
고함을 지르며 남자가 지갑을 꺼내려다가 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야, 계산해. 가게.”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으니 지갑을 꺼내기 불편한 것이다. 그 말에 앞에 있던 남자가 급히 지갑을 꺼내서는 만 원을 꺼내 탁자에 놓고는 일어섰다.
“손님.”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선 강진의 모습에 남자가 움찔해서는 그를 보았다.
“뭐요?”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쳐다보는데 그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흔들림을 알아챈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주머니에 있는 게…….”
강진의 말에 남자의 눈동자가 더 흔들렸다.
‘이거 설마?’
뭔가 생각이 미친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사람이 입에 넣으면 안 되는 칼날이나 뭐 그런 겁니까?”
“네?”
깜짝 놀란 눈을 하던 사내가 급히 소리쳤다.
“무슨 이런 가게가 다 있어! 야, 가자!”
고함을 지르며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같이 온 사람을 데리고 가게를 나서자 김혜인이 소리쳤다.
“주머니 보여주고 가요!”
김혜인의 외침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나가는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그들을 쫓듯 가게를 나서며 빠르게 말했다.
“최호철, 최호철, 최호철.”
화아악!
최호철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황급히 걸어가는 사내 둘을 가리켰다.
“저 둘 좀 따라가 주세요.”
“응?”
“가서 누구 만나고 연락하는지 살펴 주세요.”
“알았어.”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더는 묻지 않고 서둘러 사내 둘의 뒤를 쫓아갔다.
강진이 급하게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뭔가 사정이 있다 여긴 것이다.
두 말 하지 않고 사내들을 쫓아가는 최호철의 뒷모습을 보던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상섭과 임호진을 비롯한 남자 직원들이 모두 일어나 가게를 나서려 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뒤를 쫓아가려 한 모양이었다.
“편하게 식사하셔야 하는데 죄송하네요. 식사들 하세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문을 보았다.
“그놈들은?”
“갔어요.”
“잡아서 주머니 봤어야지.”
“제가 경찰도 아니고 어떻게 그래요.”
“그럼 잡아두고 경찰을 불러서라도 까야지. 네 말대로 음식에 칼날이라도 넣으려고 했으면 어떻게 해.”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김혜인을 보았다.
“혜인 씨, 그런데 제대로 본 거지?”
“이상섭 씨가 그 사람들 이상하다고 하는 거 듣고 계속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이상하더라고요. 누가 밥 먹으면서 주머니에 손 넣고 한 손으로 먹어요.”
자신이 이상하다 여긴 것을 김혜인도 이상하게 여긴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강진 씨 눈치를 보다가 강진 씨가 뒤돌아서니까 주머니에서 손을 빼는데 이렇게 빼더라고요.”
김혜인이 주먹을 쥔 상태로 슬며시 앞으로 손을 꺼내고는 된장국 쪽으로 움직였다.
“그거 딱 보는데 예전에 본 유트브가 생각나더라고요.”
“유트브요?”
“‘억울해!’라는 유트버가 하는 채널인데 거기에서 음식점 테러를 다뤘거든요.”
억울해! 유트버는 억울한 뉴스나 사연을 받아 그것을 파헤치는 사람이었다.
“음식점 테러?”
이상섭이 그게 뭐냐는 듯 보자 김혜인이 말했다.
“맛집이나 좀 유명한 식당에서 음식에다가 이상한 것 일부러 넣고 항의해서 돈 뜯어내거나, 사건화해서 가게 평판 떨어뜨리는 걸 말해요.”
“그런 놈들이 있어?”
“음식점 벌점 테러도 어떻게 보면 그런 것에 속하죠.”
“아…….”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혜인이 이어 말했다.
“어쨌든 음식점 테러 당한 가게 CCTV에 테러 당시의 모습이 찍혔는데, 그때 한 남자가 주머니에 손 넣고 있다가 음식에다가 바퀴벌레를 넣더라고요. 아까 그 남자 딱 보니까 그게 떠올라서 바로 소리 질렀어요.”
김혜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 혜인 씨 덕에 위험한 일 안 겪었네요.”
“그런데 우리가 오해한 거면 어떻게 하죠?”
최미나가 걱정스럽게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혜인 씨 말이 맞을 겁니다. 바퀴벌레가 됐든 뭐가 됐든 먹으면 안 될 것을 음식에 넣었을 겁니다.”
“주머니도 안 봤는데 어떻게 확신을 해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두 손님이 간 자리를 가리켰다.
“제 음식이 이렇게 많이 남았잖아요.”
강진의 말에 손님들이 남자들이 간 자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음식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게 왜?”
이상섭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제 음식 맛있죠?”
“어지간한 맛집보다 더 맛있지.”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안 먹어 보고 갔으면 그럴 수 있어요. 맛을 안 봤으니까. 그런데 음식을 조금 먹기는 했어요. 그럼 맛이 있다는 건 알겠죠. 그런데 이렇게 많이 남겼어요. 이건 음식을 먹을 마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남자들이 남기고 간 음식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배고픈 점심시간에 식당에 와서 이 맛있는 음식을 보고 이렇게 안 먹었다면…… 확실히 밥 먹을 생각으로 온 것이 아니겠네.”
“근데 밥 먹을 생각이 없더라도 맛있으면 먹지 않아요?”
최미나의 물음에 이상섭이 생각을 해 보니 그것도 또 일리가 있었다.
먹을 생각이 아니더라도 맛있는 걸 보면 손이 가는 것이 사람 심리이니 말이다.
“큰 시험…… 입사 시험이나 수능 같은 것 볼 때 아침에 어머니가 맛있는 반찬을 해 주면 그게 손이 가나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서로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입사 시험뿐만 아니라 수능을 볼 때도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입맛이 떨어져 한두 숟가락 먹고 놓기 마련이다. 물론 시험에 대한 긴장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맛있게 먹기 마련이겠지만 말이다.
“사람이 긴장을 하면 위도 그렇고 근육도 모두 긴장을 하게 돼요. 그래서 음식을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좋지 않죠. 아까 그놈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긴장이 되니 음식이 맛있어도 손이 안 가는 거죠. 아마 그놈들도 이런 것 처음 하는 초보일 거예요. 여러 번 해 본 놈들이면 음식 잘 먹고 마지막에 뭘 넣었을 겁니다.”
“그렇게 겁이 많은 놈들이 왜 이따위 짓을 하러 온 거지?”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남은 음식들을 보았다.
“한 군데 짐작 가는 곳이 있기는 하네요.”
“짐작?”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테이블을 가리켰다.
“일단 식사들 하세요. 식사부터 하시면 이야기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팀원들을 보았다.
“자네들 먹어. 나는 입맛이 떨어졌네.”
“저도요. 저도 밥보다 강진이 이야길 듣고 싶네요.”
그러고는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다.
“너 무슨 원한 졌어?”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이 일을 사주한 범인일 법한 사람을 떠올렸다.
‘강 사장이었던가?’
강진이 생각하는 이 일을 벌인 사람은 바로 최종훈을 도우며 악연을 쌓은 갈빗집 강 사장이었다.
음식점 장사하는 사람이니, 음식점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이 어떤 건지 알 것이다.
아마도 음식에 이물질을 넣고 소문을 내는 식으로 타격을 주려 했을 것이다.
치졸하기는 해도 가장 효과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음식에 이물질이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생각보다 뒤끝 안 좋은 사람이네.’
자기가 잘못했으면 반성하고 착하게 살면 될 것이지, 어떻게 자신이 음식 장사를 하는 것을 알고 해코지하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얼마 전에 제가 밥 값 내 준 애들 기억나세요?”
“밥 값? 아! 기억 나.”
강진이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자, 임호진과 사람들이 눈을 찡그렸다.
“그럼 그 사람이 시켰다는 거야?”
“요즘 제가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한 건 그쪽밖에 없네요.”
“장사 잘 돼서 주변 식당에서 한 것일 수도 있잖아?”
“에이! 점심 장사만 좀 되는 거지, 저녁 장사는 아직 한참 멀었어요. 그리고 이 근처에 장사 이만큼 안 되는 곳이 있나요. 다 장사 잘 되지.”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강진의 식당이 요즘 잘 되기는 해도 주변 원래 맛집들에 비하면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주변 맛집들은 가게가 꽉꽉 들어차고 줄도 길게 늘어선다. 회사원들도 많고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인 만큼 논현은 손님이 없기도 힘든 곳이었다.
그리고 손님이 없는 곳은 바로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자릿세도 비싼 곳이기도 했다.
즉 살아 남은 곳은 맛집이고, 맛없는 가게는 이미 도태되어 망했다는 말이었다.
거기에 하루에 사람 손님 오십 명도 안 받는 식당에 무슨 테러를 하겠는가.
한끼식당은 주변 식당이 영향을 받을 정도로 상권을 쥐고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전에 선지해장국 집은 같은 메뉴고, 손님들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와서 살피고 갔지만 말이다.
“어쨌든 썩을 놈들이네.”
이상섭의 말에 김혜인이 핸드폰을 꺼냈다.
“SNS에 올릴까요?”
“SNS요?”
“제가 SNS 친구들이 꽤 있어서 돌리고 돌리면 금방 소문 쫘악 날 걸요.”
김혜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심증만 있는데 이런 거 잘못 올리면 경찰서 가요.”
“아…….”
강진의 말에 김혜인이 핸드폰을 슬며시 넣자 이상섭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심증이 확신으로 바뀌면…….”
말을 하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들 하지 마세요. 아! 식사 불편하셨을 텐데 제가 계란 프라이 서비스해 드릴게요. 자! 앉으세요.”
웃으며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직원들이 서로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밥 맛있게 먹다가 입맛 버렸네.”
“그나저나 그 갈빗집 사장, 진짜 쓰레기네.”
“그러게 말이야.”
“아는 사람들한테 가지 말라고 이야기해야겠어요.”
“그러자고.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라 사람들 거기서 회식을 할 수도 있으니까.”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의 말을 들으며 강진이 프라이팬에 계란을 깨서 올렸다.
‘흠…… 그나저나 그 강 사장을 어떻게 한다?’
이번에는 김혜인의 눈썰미로 막았다고 해도, 또 이런 짓을 하려고 하면 막을 방법도 없었다.
손님들 밥 먹을 때마다 일일이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일단 호철 형이 오면 그때 생각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