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87
288화
“착하기만 한 것이 좋은 건 아냐. 너의 착함은 너 자신에게는 악행이다.”
이혜선의 말에 오신혜가 그녀를 보다가 물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
“저는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최선을 다해 살아요?”
“산 사람만 살아가는 것이 아냐. 죽은 자들도 살아간다. 귀신으로서 이승을 떠도는 것이 아무리 구질구질하고, 힘들고, 외롭다 해도…… 귀신들도 살아야 한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단호한 이혜선의 말에 오신혜가 잠시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앞으로 너만 생각하고 너만을 위해 살겠다고 하면 도와줄게.”
이혜선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오신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할게요.”
오신혜의 말에 이혜선이 그녀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미련하기는.”
이혜선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라고 했다면, 오신혜는 자신이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즉……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위해 살겠다는 것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마인드가 깔려 있는 답변이었던 것이다.
이혜선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귀신 생활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즐길 것도 많고 재미도 있어.”
“그런가요?”
“그럼 당연하지. 내가 이 귀신 생활을 몇 년째 하고 있는데. 재미없었으면 할 수 있겠어?”
웃으며 이혜선이 오신혜의 어깨에 팔을 올리다가 커피를 보고는 강진을 보았다.
“나도 커피 줘요.”
“알았어.”
강진이 푸드 트럭에서 JS 커피를 타 와서는 이혜선에게 내밀었다.
이혜선이 커피를 받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아까 오신혜 씨가 이지선 씨에게 안 맞은 것이 다행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귀신들한테 피해 주기 싫어서 여기에만 있다는 거…… 얼마나 답답해요.”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니잖아.”
“그럼 우리 마음은 나빠요?”
이혜선이 도끼눈을 하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람이나 귀신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하면…… 이렇게 만들어 놓은 저기 잘못이지 우리 잘못인가? 우리야 죽어 보니 이렇게 된 것뿐인데.”
이혜선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다가 말했다.
“귀신 된 것도 서러운데 어디 사람 없는 섬 같은 곳에 처박혀 살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럼 당연하지. 가고 싶은 곳도 가고, 보고 싶은 것도 보면서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지.”
강진이 맞장구를 쳐 주자 이혜선이 기분 좋은 듯 웃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 말했다.
“지선 언니 독립군이었던 것 아세요?”
“독립군?”
“지선 언니가 서울에서 작은 서점을 하면서 독립군 아지트 운영과 자금 전달 같은 것을 했대요. 아! 총도 잘 쏘셨대요.”
“총?”
“지선 언니 총에 죽은 일본 악질 순사들이 이십 명도 넘는대요.”
“대단하시네.”
“지선 언니가 순사들한테 쫓기다가 죽었는데…… 눈 떠 보니 JS 직원하고 소희 언니가 같이 있더래요.”
“소희 아가씨가?”
“소희 언니가 처녀귀신이면서 무신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수호령 같은 것처럼 붙어서 지선 언니 살아 있을 때 붙어서 수호해 줬대요.”
“하긴, 소희 아가씨도 임진왜란 때 의병이셨으니…… 비슷한 처지라 아껴 주신 모양이네.”
같은 여자고 나라를 위해 싸운 의병이니 말이다.
“전에 이지선 씨 전주에서 오셨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전주에서 독립운동하려고 서울로 올라오신 거죠.”
“대단한 분이셨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혜선이 말했다.
“그 시대에 여자의 몸으로 고향 떠나서 서울로 독립운동하려 오셨으면 얼마나 자기 주관이 뚜렷하겠어요. 그런 언니가 보기에는 이 애가 너무 착해빠져서 답답하셨던 거겠죠.”
이혜선이 오신혜를 보았다.
“그래도 미워하지는 않으실 거야.”
“그럴까요?”
“착한 애는 답답하지, 미울 것은 없잖아.”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신혜를 보았다.
“밖으로 나가면 뭘 하고 싶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것은 없어요.”
오신혜의 말에 이혜선이 웃으며 말했다.
“하고 싶은 것 없으면 어때, 우리 따라다니면서 명품 매장도 가고 아! 너 연예인 좋아해?”
“좋아해요.”
“방송국 가서 연예인들 구경만 해도 일 년 금방 간다. 아! 드라마 촬영장 가서 구경해도 재밌어.”
이혜선의 말에 오신혜가 살짝 웃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살며시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났어요.”
“뭔데요?”
“제 장기를 받으신 일곱 분……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해요.”
오신혜의 말에 이혜선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근데 어디에 사는 줄은 알아?”
“모르는데요.”
오신혜의 말에 이혜선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그건 뭐 나중에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지.”
“어떻게요?”
“그 병원에도 귀신은 있을 것 아냐? 귀신들한테 물어보면 뭐 알지 않겠어?”
그러고는 이혜선이 강진을 보았다.
“오빠가 가서 알아봐 줄 거야.”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내가?”
“그럼 제가 알아봐요? 병원 가면 귀신들이 바로 도망칠 텐데?”
“아…….”
이혜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혜선과 오신혜가 그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가면 병원 귀신들이 처녀귀신 보고 모두 도망을 칠 것이니 말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말했다.
“거기 귀신들이 알까? 드라마 보면 장기 기증자 가족들도 장기 기증받은 사람에 대해 모르게 하던데.”
“아니면 소희 언니한테 물어봐요.”
“소희 아가씨?”
“소희 언니면 좀 알지 않을까요?”
“일단 제가 한 번 가서 알아보고 방법이 없으면 그때 소희 아가씨한테 부탁하죠.”
그녀의 일도 아닌데 번번이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것도 미안하니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손전등 불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에 보니 손전등을 든 경비 할아버지가 다가오고 있었다.
“날씨 추운데 정리 아직 안 됐나?”
한참이 지나도 강진이 안 들어오니 걱정이 돼서 경비 할아버지가 나와 본 것이다.
“아!”
경비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푸드 트럭을 보았다. 푸드 트럭에서는 귀신들이 정신없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봤던 것보다 더 많은 귀신들이 몰려 있었다. 아마도 음식을 먹던 귀신들이 납골당에 가서 거기 있는 귀신들도 불러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배용수는 경비 할아버지가 오는 것에 급히 비닐장갑을 낀 손을 내려 숨기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같이 올라가시죠.”
강진의 말에 경비 할아버지가 푸드 트럭을 보았다.
“고기…… 구웠나?”
귀신들 먹으라고 삼겹살을 구웠으니 냄새가 나는 것이다.
“제가 밥을 안 먹어서 조금 구웠습니다.”
“그런데 그릇들이 많이 놓여 있네?”
“음식이 좀 남아서…… 귀신들에게 제삿밥을 좀 차렸습니다.”
“제삿밥?”
“납골당이니 귀신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하! 귀신이 세상에 어디 있나?”
웃는 경비 할아버지의 모습에 강진이 마주 웃었다.
“제가 좀 귀신을 믿는 편이라서요.”
“자네 귀신 안 무서워한다고 하지 않았나?”
“귀신은 안 무서운데 귀신이 있다고는 믿는 편이에요.”
“그럼…… 납골당도 무서울 텐데?”
귀신을 믿으면 저녁의 납골당이 무섭지 않냐는 말이었다.
“설마 밥 줬는데 저한테 나쁜 짓 하겠어요?”
강진의 말에 경비 할아버지가 피식 웃었다.
“하긴 밥 주는 사람은 개도 안 문다는데…….”
경비 할아버지의 말에 이혜선이 눈을 찡그렸다.
“개?”
이혜선의 표정을 본 강진이 슬쩍 손을 저어주고는 말했다.
“올라가시죠.”
강진의 말에 경비 할아버지가 슬쩍 푸드 트럭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삼겹살 냄새 좋네.”
“제가 갈 때 포장해 드릴게요. 집에 가서 살짝 프라이팬에 데워서 드세요.”
“고맙구먼.”
고개를 끄덕이는 경비 할아버지를 보며 강진이 납골당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저거 저렇게 놔둬도 되나?”
치우자니 지금 제삿밥이라도 먹겠다고 모인 귀신들이 안쓰러워서 그냥 놔두고 온 것이다.
“음식 차려 놨으니 귀신분들이 드시겠죠.”
“자네는 참 특이해.”
경비 할아버지가 강진을 데리고 납골당 안으로 들어갔다.
‘온 김에 흥수 할아버지나 뵙고 가자.’
납골당 2층으로 올라간 강진이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기 신혜 씨.”
자신을 따라 들어온 오신혜에게 강진이 물었다.
“여기 귀신들 기운을 없애주는 방향제 뿌린다고 하던데.”
“맞아요.”
“JS 시설 관리국 직원들이 그거 자주 뿌리러 오나요?”
“하루에 한 번씩 와서 진입로에서부터 뿌리면서 올라와요.”
“그럼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이 됩니까?”
“하루에 한 번씩 와서 뿌리는 걸 보면 하루 가는 것 아닐까요?”
오신혜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중얼거렸다.
“그거 좀 살 수 없나?”
강진의 중얼거림에 이혜선이 그를 보았다.
“방향제 사게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뿌리면 처녀귀신도 다른 손님들하고 식사하실 수 있잖아.”
“지선 언니나 소희 언니는 다른 남자 귀신들하고 술 먹는 것 안 좋아할 텐데?”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거 뿌리면 11시부터 1시까지 계속 있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자주 올 수도 있고.”
“아!”
강진의 말에 이혜선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처녀귀신들이 오면 다른 귀신들은 오지 못한다. 그래서 처녀귀신들은 11시에 와서 12시 정도까지만 후딱 먹고 자리를 비워준다.
그리고 자주 오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오면 다른 귀신들이 오지 못하니 말이다.
처녀귀신들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다른 귀신들의 편의를 봐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제를 뿌리면 처녀귀신들도 시간에 관계없이, 매일 올 수 있었다.
방향제를 뿌리자 납골당 귀신들이 처녀귀신인 오신혜와 이혜선이 있어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맞네요! 그거 꼭 사요.”
그 얘길 듣고는 환하게 웃는 이혜선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두치 씨한테 물어봐서 살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혜선을 보며 강진이 김흥수의 함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유골함 앞에 있는 김흥수 사진을 보던 강진이 웃었다.
“친구 분하고 같이 가셨으니 외롭지는 않으시겠네요. 제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할머니 음식도 해 드리고 할 테니 그곳에서 편히…….”
말을 하던 강진이 말끝을 흐렸다.
“재판 잘 받으세요.”
편히 지내라고 하기에는 김흥수의 잔고가 걱정되는 것이다. 김흥수가 자신에게 모든 잔고를 넘기고 저승으로 갔으니 말이다.
“제가 수표 취소할 때 그냥 받으시지. 그거라도 있으면 저승 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편하실 텐데.”
작게 중얼거리며 김흥수의 유골함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옆에 있는 박정철의 유골함을 보았다.
“어르신은 돈이 좀 있으신 것 같으니 친구 좀 챙겨 주세요.”
작게 중얼거리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하긴, 두 사람의 우정이라면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리했을 것이었다.
유골함을 보던 강진이 오신혜를 찾아 몸을 돌렸다. 그녀는 자신의 유골함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