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09
310화
밀가루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빵이 되는 건가요?”
“빵은 아니고 그냥 밀가루 과자처럼 되는 거죠.”
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보던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옛날에 수제비나 칼국수를 한번 하면 동네 아이들이 옆에서 이 반죽 꽁다리를 그렇게 달라고 했어요.”
“동네 아이들이요?”
“우리 마을이야 우리 집 아이가 앞 집 아이고, 앞 집 아이가 우리 집 아이처럼 지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음식 하면 다 같이 모여서 먹었고.”
“아이들이 꽁다리를 이렇게 구워 먹었나 보네요?”
“산골이라 따로 먹을 만한 간식은 없으니…… 애들한테는 이게 어쩌다 먹는 별미니까요.”
할머니가 불을 보다가 장작으로 넓게 펼쳐 넣었던 밀가루 덩이를 당겼다.
밀가루 덩이는 새까맣게 타 있었다. 화로에 구워졌으니 재도 묻고 말이다.
장작으로 조심히 건져 옆에 있는 마른 장작 위에 놓은 할머니가 탁탁탁 하고 두들겼다.
재와 탄 것이 떨어지며 그나마 나은 알맹이가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숯과 재가 묻은 상태였다.
“후우! 후우!”
크게 숨을 불어 재와 숯을 털어 내고 나자 노릇노릇 익은 밀가루 덩이가 보였다.
“후우! 후우!”
그것을 식힌 할머니가 손으로 탁 뜯어서는 강진에게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강진은 밀가루 덩이가 먹기 참 꺼림칙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지지 않은 재와 탄 자국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확실히 옛날에는 먹을 것이 귀했구나.’
평소라면 안 먹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가 생각해서 준 것이라 강진이 밀가루 덩이를 뜯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강진이 웃었다.
“맛있네요.”
생각보다 맛이 있는 것이다. 밀가루만 넣고 불에 구웠을 뿐인데 고소하고 바삭바삭했다.
마치 담백한 과자를 먹는 느낌이랄까? 물론 털리지 않은 재와 탄 맛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것을 빼면 괜찮았다.
“소금 살짝 뿌려도 맛있겠는데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이렇게 먹어야 맛있어요.”
웃으며 할머니가 밀가루 구이를 옆에 있는 할머니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 큰 반죽이 아니라서 양이 적었지만 그것을 또 나누는 것이다.
그러고는 할머니가 만복과 달래를 보았다.
“밀가루 꽁지 먹어라.”
“와!”
할머니의 말에 인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만복과 달래가 뛰어왔다.
“이거 진짜 오랜만이다.”
“진짜.”
웃는 둘에게 할머니가 손에 들린 밀가루구이를 반으로 잘라 주었다.
그것을 받자마자 단숨에 입에 넣고는 다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둘을 보던 할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애들도…… 저리 좋아했는데.”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손에 들려 있던 밀가루구이를 내밀었다.
“이것 좀 드세요.”
할머니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다 나눠 주었으니 말이다. 강진이 내민 밀가루구이를 보던 할머니가 그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앞으로 우리 만복이와 달래 잘 부탁해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분위기를 보니…… 승천할 것 같았다.
“할머니.”
강진의 부름에 할머니가 웃으며 그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고는 옆에 있는 할머니들과 인사를 했다.
“형님, 저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할머니의 말에 다른 할머니들이 그녀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가. 나도 조만간 갈게.”
“이렇게 가서 아쉬워서 어떻게 해.”
“우리 집 가장 귀한 딸도 곧 끝인데…… 그거 못 보고 가서 어떻게 해?”
“저승에도 티브이 있다고 하니까, 거기서 볼게요.”
“그래. 그럼 조심히 가.”
할머니들이 인사를 나눌 때, 강진의 옆에 강두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갑자기 나타난 강두치를 강진이 놀란 눈으로 보았다.
“여기는 어떻게?”
“할머니 마중 나왔습니다.”
“마중?”
이때까지 귀신들 몇을 승천시켰지만 이렇게 강두치가 마중을 나온 것은 처음 보는 강진이었다.
“다른 분 승천하실 때는 마중 나오시는 분들 없던데요.”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다른 귀신들이야 저하고 딱히 친하지 않지만…… 저는 여기 어르신들한테 김치 많이 얻어먹었는데 가시는 길 편하게 안내를 해 드려야죠.”
“그렇군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오춘자 할머님, 이제 가시죠.”
강두치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어르신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오춘자 할머니의 말에 다른 할머니들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 가고, 올라가서 보자고.”
“형님, 잘 가요.”
할머니들의 말에 오춘자가 웃으며 달래와 만복을 보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둘도 오춘자가 승천한다는 것을 아는 듯 어느새 그녀를 보고 있었다.
살짝 눈가가 붉어진 둘을 향해 오춘자가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 내 새끼들.”
오춘자의 말에 둘이 뛰어와 그 품에 안겼다.
그에 오춘자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지내야 한다.”
“네. 잘 가세요.”
“가면…… 내 동생 잘 있나 좀 봐 주세요.”
달래의 말에 오춘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달순이는 이미 좋은 집에서 좋은 부모님에게 사랑받으면서 잘 자라고 있을 거야.”
“그럴까요?”
“그럼. 달순이는 착한 아이였으니까.”
웃으며 오춘자가 달래와 만복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그녀와 강두치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나더니 곧 사라졌다.
달래와 만복이 그 빈자리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장난감을 내려놓고 강진의 옆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는 물끄러미 화롯불을 보는 것에 강진이 그 둘을 볼 때, 그의 눈에 종이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덥석!
손으로 종이를 받아든 강진이 그 내용을 확인했다.
오춘자가 쓴 편지와 수표를 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신수 형제에게 용돈 한 번 안 준 것이 많이 걸리셨나 보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표를 주머니에 넣고 만복과 달래를 보았다.
침울한 듯한 두 귀신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할머니 가신 것 서운하세요?”
강진의 말에 만복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서운하지만…… 기뻐. 이곳에 너무 오래 계셨으니까.”
“그러시겠죠.”
만복이 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밥을 먹던 할머니들은 어느새 다 집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현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과 장소보다, 수십 년을 같이 살았고, 또 수십 년을 귀신으로 같이 지낸 친구를 보내며 느끼는 서운함과 슬픔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서운하셔도…… 좋은 일입니다.”
“알아.”
집을 보며 중얼거린 만복이 입을 열었다.
“처음 우리 마을에는 지금보다 귀신이 더 많았어.”
“그래요?”
“우리 마을 사람뿐만 아니라 여기에 왔던 북한 청년들과 국군 귀신들까지 북적북적했어. 한 육십 명 됐었나?”
“육십 명?”
육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 번에 귀신이 됐다는 것에 강진은 놀랐다.
사람은 다 죽지만, 죽는다고 다 귀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귀신이 될 정도로 큰 한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육십 명이라는 수에 강진이 놀란 눈을 할 때, 만복이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들이 총에 맞아 죽고 칼에 찔려 죽었어. 귀신이 안 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지.”
만복의 말에 강진이 안쓰러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자신의 부모, 형제, 자식이 살해당하는 것을 봤으니 한이야 차고 넘칠 것이다.
“어쨌든 그 후로 한두 명씩 승천들을 하셨어. 때로는 날이 좋아서, 때로는 비가 와서…….”
말을 하던 만복이 웃었다.
“춘자 할머니는 밀가루 꽁지 구이 먹고 가셨네.”
만복의 말에 강진이 그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그 손길에 만복이 몸을 일으켰다.
“잘 먹었다.”
“더 드시죠?”
“됐어. 오늘은 드라마나 볼래.”
그러고는 만복이 강진의 어깨를 두들겼다.
“인사하러 들어오지 말고 가라. 할머니들 드라마 볼 때 말 시키는 것 귀찮아하신다.”
만복이 달래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강진이 지켜보았다.
“형은 비 오는 날 말고 쾌청한 날 훌훌 털고 올라가세요.”
집을 보던 강진이 마당의 음식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남은 음식들을 솥에 담은 강진이 돼랑이 가족들을 보았다.
어느새 돼랑이의 새끼들은 솥에 머리를 박고 먹고 있었다. 다들 많이 커서 지금은 큰 개만 한 크기였다.
그리고 새끼들 눈썹에는 은색 털이 더 진하게 나 있었다.
‘이 녀석들 영물이 되어가는 건가?’
돼랑이 새끼들을 보던 강진이 돼순이를 보았다. 돼순이는 새끼들이 먹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새끼들 다 먹고 남으면 먹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돼지도 자식을 위하는데…….’
돼순이를 보던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돼랑이가 안 보이네? 남편 어디 갔어?”
강진의 물음에 돼순이가 산 쪽을 보고는 다시 새끼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산을 보았다.
“산에는 왜 간 거야?”
강진의 물음에 돼순이가 다시 한 번 산을 보았다. 그 행동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돼랑이가 산에 갔다는 것뿐이었다.
산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그릇들을 마저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릇들을 모두 정리하고 마당에 있는 인형과 장난감도 집 안에 들여놓은 강진이 장작불에 물을 부어 꼼꼼하게 불씨를 제거했다.
불을 모두 제거한 강진이 트럭에 물건들을 싣고는 집을 한번 보았다.
드라마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차에 올라타려 할 때, 돼순이가 그의 바짓단을 물었다.
꾸잇! 꾸잇!
작게 울음을 토하는 돼순이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왜?”
꾸잇! 꾸잇!
다시 한 번 울며 바짓단을 살짝 당기는 돼순이의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말했다.
“가지 말라고?”
돼순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문 바짓단을 놓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차 문을 닫았다.
그제야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애들을 보는 돼순이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돼랑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가?”
중얼거리던 강진이 문득 산을 보았다.
“설마 도라지 캐러 간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강진이 웃었다.
“진짜로 도라지 캐러 간 거면 너 영물 돼지라고 인정해 준다.”
그러고는 강진이 새끼 돼지들 옆에 앉아서는 등을 긁어주었다. 까칠까칠하기는 하지만 나름 긁는 재미가 있는 새끼들의 털을 쓰다듬을 때, 돼랑이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대단했다.
‘숲에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줌 지리겠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돼랑이가 강진의 앞에 무엇을 뱉었다.
툭툭!
돼랑이가 뱉은 것을 본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돼랑이가 준 것은 흙덩이였다.
“이거 뭐야?”
의아한 눈으로 흙을 보던 강진의 모습에 돼랑이가 발로 흙덩이를 툭툭 쳤다.
그에 강진이 흙덩이를 보다가 손으로 흙을 털어 보았다. 곧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산삼?”
흙에 파묻혀 있던 것은, 전에 만복이 알려줘서 캐 먹은 산삼이었다.
강진이 놀라는 것에 돼랑이가 작게 울음을 토했다.
꾸잇! 꾸잇!
기분 좋은 듯한 울음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돼랑이를 보았다.
돼랑이는 손이 없으니 산삼을 캐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입을 크게 벌려 산삼이 있는 땅을 통째로 물어뜯어 가져온 모양이었다.
“넌 정말…… 영물이 됐구나.”
도라지만 캐 와도 영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산삼을 캐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