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13
314화
저녁 장사를 준비하면서 강진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할아버지에게 선택을 맡겨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누구를 선택하든 한 쪽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강진이 심각하게 생각에 잠겨 있는 것에 배용수가 커피를 한 잔 타다 주었다.
“고민 많아 보인다.”
“길 물어 본 가격이 생각보다 크네.”
작게 중얼거리며 강진이 커피 잔을 들자 배용수가 말했다.
“화해하기는 어려운가?”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한 번도 안 찾아온 사람들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다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양심이 없어.”
“양심이 있었으면 이런 일이 생겼겠어?”
“……그것도 그러네.”
두 사람이 기분이 안 좋은 듯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패륜적인 일이라 둘 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배용수도 가족이 없는 혼자라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말이다.
한숨을 쉬던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고민하지 마.”
강진이 쳐다보자 배용수가 말했다.
“네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굳이 네가 왜 선택을 하려 해? 그 집 사정이야 그 집에서 알아서 해야지. 네가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네. 고민도 선택도 내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해야 할 일이네.”
자신이 고민을 해도 답이 없다. 선택은…… 할아버지 몫이다. 그에 강진이 입을 열었다.
“이목한, 이목한, 이목한.”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떻게 됐어?”
이목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할아버지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내 선택?”
“자식들하고 할머니, 완전히 남이 될 수 있습니다.”
강진이 사정을 이야기하자 이목한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자네 말대로 되면…… 마누라 속이 많이 상하겠네.”
“지금도 속은 상하실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목한이 지그시 눈을 감고는 입을 열었다.
“그깟 돈 때문에 와서 난리를 치는 자식들이면…… 내가 잘못 키운 것이고, 더 이상 우리 마누라에게 짐이 되게 할 수 없어.”
이목한이 강진을 보았다.
“내 자식도 소중하지만…… 난 내 여자도 소중해. 그렇게 해 줘.”
“할머니가 상처를 받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목한이 한숨을 쉬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명절이 되면…… 우리 마누라 몸도 안 좋은데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어. 전도 붙이고, 나물도 하고, 갈비도 하고.”
“명절이니…….”
말을 하는 배용수의 몸을 강진이 툭 쳤다. 그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며 입을 다물었다.
강진은 할아버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일 년에 연락 한 번 안 하는 자식들이 명절이라고 올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혹시나 올까 싶어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 그리고 그런 할머니를 보는 할아버지의 마음…….
말하지 않아도 애절하고 안쓰러웠다.
“곧 구정이야. 차라리 연 끊고…… 올해에는 음식 안 하고 편히 지냈으면 좋겠어.”
이목한이 한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우리 마누라 집은 어떻게 팔게 할 건가? 우리 마누라 내가 지은 집이라 평생 거기서 안 나가고 살 생각인데…….”
“그건…….”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신수호였다.
“신수호 씨?”
의아해하는 강진을 보며 신수호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이목한에게 다가갔다.
“신수호 변호사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이목한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당신도…… 내가 보입니까?”
이목한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를 당겼다.
“일단 앉으시지요.”
그러고는 앞자리로 가서 신수호가 앉자 이목한이 강진을 보았다.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이목한이 자리에 앉았다. 그런 이목한을 보던 신수호가 강진을 보았다.
“일을 참 만들어서 하십니다.”
신수호는 가게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 찾아온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이목한을 보았다.
“이목한 씨, 저를 변호사로 선임하시겠습니까?”
“변호사? 귀신인 제가 변호사를 선임합니까?”
“이목한 씨는 사실 JS의 VIP는 아닙니다. 저에게 의뢰를 하시려면 지금 가진 잔고로는 부족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희 사무실에서 일을 하셔서 돈을 갚으셔야 합니다.”
“일?”
강진이 의아한 듯 신수호를 보았다.
‘아…… 신수호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귀신들이 있다고 했었지.’
신수호의 이승 로펌에서는 귀신들을 부린다. 한끼식당에서 일하는 귀신들처럼 말이다.
“그럼 이목한 할아버지가 그쪽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입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단…… 돈을 모두 갚기 전까지 승천은 하실 수 없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승천을 못 하는 겁니까?”
“이승이나 저승의 법칙은 오고 가는 겁니다. 저는 이승의 법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목한 씨는 노동으로 갚아야 합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그 기간은 어떻게 됩니까?”
“어떠한 일을 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최저 시급으로 하루에 24시간 일한다고 치면…….”
“24시간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보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빚진 귀신에게는 귀권 같은 것은 없습니다. 빚지면 빚진 만큼 일을 하고 죄를 졌으면 죄 지은 만큼 벌을 받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얼마나 일을 하게 되는 겁니까?”
“한 2년 열심히 일을 하면 될 겁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잠시 뭔가를 계산하다가 눈을 찡그렸다.
“지금 최저 시급이 8,350원입니다. 그럼 24시간 일을 하면 수당을 제하고 20만 400원입니다. 그럼 1년이면 7천만 원이 넘습니다. 그럼 2년이면 일억 사천인데…… 수임료가 그렇게 많이 되는 겁니까? 전에는 이렇게 많이 안 받으셨잖아요.”
전에 채영호는 이천만 원으로 의뢰를 받았었던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이다.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이승 돈보다 저승 돈을 벌기가 더 어렵다는 것은 이강진 씨도 아실 겁니다.”
“그건…… 그렇죠.”
이승은 몸이나 머리를 써서 돈을 벌지만, 저승은 오직 선행을 통해서만 돈을 모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승의 최저 시급과 저승의 최저 시급은 그래서 차이가 많습니다.”
“그래요?”
“한 십 분의 일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 그럼…….”
“제가 이번 경우에 받는 수임료는 천오백만 원입니다. 그래서 계약 기간은 정확하게 735일 하고 네 시간 정도입니다.”
신수호의 말에 이목한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저에게 어떤 법적 서비스를 해 주시는 겁니까?”
이목한의 말에 신수호가 강진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일단 이강진의 계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그에 따른 이승의 법적 서비스, 그리고 자식들에 대한 법적 제재를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제재?”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기셨을 겁니다. 어느 정도입니까?”
신수호의 말에 이목한이 한숨을 쉬었다.
“나 죽고 나서 부동산 명의 이전을 자식들한테 해 줬습니다.”
“아내 분에게는? 집만 남기신 겁니까?”
“집은 원래 지을 때부터 마누라 명의로 해 줬습니다. 부동산은 아내가 자기에게 돌려도 자기 죽으면 나중에 세금이 이중으로 나간다고 자식들 명의로 돌려줬습니다.”
이목한의 말에 배용수가 혀를 찼다.
“그래서 재산은 죽을 때 줘야 하는 건데.”
세금 아낄 생각은 나중에 자식들이 해야 할 일이지, 산 사람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죽을 때까지 쥐고 있어야 자식들이 한 번이라도 더 찾아오고 하는 건데.”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도 이런 이야길 많이 들어 보았다.
신수호가 이목한을 보며 물었다.
“유언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어디 부잣집도 아니고,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유언장 준비해 놓겠습니까?”
이목한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동산 가치는 어떻게 됩니까?”
“시골에서 농사짓던 논하고 밭 해서 한 삼억 정도 될 겁니다.”
말을 하던 이목한은 열이 받는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그 땅 자식 놈들이 다 팔아 버렸습니다. 지 엄마 농사라도 지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 농사지을 땅까지 다 팔아 버립니까! 그 땅에서 난 쌀하고 고추며 옥수수 지들 입에 다 넣어 줬더니!”
이목한의 말에 강진이 얼굴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정말 나쁘네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힐끗 그를 보았다. 그에 강진이 입을 다물자 신수호가 이목한을 보며 말했다.
“그럼…… 대충 일 억씩 물려받았겠군요.”
“그럴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신수호가 말했다.
“그럼 오늘 저녁 11시에 오셔서 유언장을 작성하겠습니다.”
“유언장? 귀신인 제가 어떻게 유언장을…….”
“가능합니다. 자세한 것은 이강진 씨에게 물어보시고, 유언 내용은 사후 4년 구정 전에 아내 김윤자의 선택에 의해 유산 상속을 철회한다는 내용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용을 자제분들에게 알리겠습니다.”
“자식들에게요?”
“그럼 반응을 할 겁니다. 자신들이 한 행동이 있으니 큰일 났다 싶어서 찾아오거나 연락을 할 겁니다.”
“아내한테 해코지하지 않을까요?”
“해코지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신수호의 물음에 이목한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아는 자식들이라면 안 할 것 같지만, 제가 죽고 난 후 자식들이라면……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가사도우미를 보내겠습니다. 가사도우미가 자제분들의 해코지를 막게 하겠습니다.”
“가사도우미? 아내가 받으려 할까요?”
“그것은 제가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죽은 지 4년이나 됐는데 유산을 다시 조정할 수 있습니까?”
한번 상속이 된 유산을 다시 철회할 수 있나 싶어 묻는 이목한을 보며 신수호가 말했다.
“사람들이나 귀신이나 거물 변호사에게 큰돈을 주고 의뢰를 하는 이유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아…….”
어쩐지 자기 자랑하는 것 같은 느낌에 강진이 입맛을 다실 때 신수호가 이목한을 보았다.
“쉬운 일이 아니니 돈을 받는 겁니다. 일단 집은 주택 연금 신청을 하겠습니다.”
“주택 연금요?”
“할머니가 집을 팔기 싫다고 하니, 주택 연금을 신청하는 겁니다. 그럼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연금이 나오니까요.”
“내 국민연금 받고 있는데 그게 중복이 됩니까?”
“국민연금과 주택 연금은 중복이 가능합니다. 고객님 국민 연금이 얼마나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둘 다 받으시면 할머님 노년 생활은 풍족하실 겁니다.”
“그건…… 그렇겠군요.”
“그리고 주택 연금 수령 후 건물 남은 금액은 기부한다고 하면 후손들에게 유산 상속이 되지 않습니다.”
“그거 유산 어쩌고 하는 소송하면 돌려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목한이 자신이 아는 것을 묻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송으로 저를 이길 수 있다면, 받을 수도 있겠지요.”
“아…….”
강진이 슬며시 감탄을 토했다. 어째, 신수호가 이런 것을 좀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평소 보던 것과는 다른데?’
그런 생각을 할 때 신수호가 몸을 일으켰다.
“서류 작성은 저녁에 와서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신수호가 문으로 향하자 강진이 그를 따라 나가다가 슬며시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오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신수호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
“할머니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신수호가 문을 열고 나가자 강진이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뒤늦게 말의 의미를 알았다.
‘아…… 신수 형제들도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이었지.’
신수 형제 넷 모두 김복래 여사가 입양을 해서 가슴으로 키운 자식들이었다.
그녀처럼 남의 자식을 친자식처럼 키운 할머니의 사정을 듣고 오게 된 모양이었다.
김복래 여사님, 아니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