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18
319화
강진은 배용수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설 연휴가 끝나고 평화로운 평일의 시작이었다.
참치김치찌개를 먹으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칼칼하면서도 살짝 달달하고, 참치의 적당히 기름진 맛이 어우러지는 게 참 좋았다.
“맛있다.”
맛있게 먹는 강진을 보며 같이 밥을 먹던 배용수가 말했다.
“맛있냐?”
“왜, 너는 입에 안 맞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맛있어.”
“사람 입맛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
웃는 강진을 보며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말 아냐?”
“무슨 말 하려고?”
“아냐고.”
“알기야 알지. 말 그대로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말이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음식도 마찬가지야.”
배용수가 수저로 국물을 떠서는 말했다.
“너는 참치찌개에 참치 기름 넣고 하는 것 좋아하지?”
“그래야 고소하고 기름지지.”
“근데 그 기름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 음식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취향에 따라 양념을 달리 하라는 거네?”
“맞아. 내 요리도 맛있고 네 요리 연습장에 있는 음식도 맛있어. 하지만 그게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어. 짜게 먹는 사람이 있고 싱겁게 먹는 사람이 있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사람마다 식성은 다 다르니 말이다.
“단골들 음식 먹을 때 잘 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아는 것도 요리사로서 좋은 공부가 되니까.”
“그렇겠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손님의 식성을 잘 아는 것도 좋은 요리사가 가져야 할 마음이다.”
“알았어.”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들어라.”
“잔소리라고 생각 안 해. 이런 이야기 해 줄 때마다 늘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만 강진은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배용수가 갈 준비를 하는 것 같아서 안 듣고 싶을 뿐이었다.
강진이 김치찌개를 떠서 입에 넣을 때 배용수가 말했다.
“그 싸가지 없는 불효자 놈들 일 오늘부터 시작인가?”
“관공서 문 열기만 기다리고 있었으니 아홉 시 넘으면 바로 이것저것 서류 들어가겠지.”
“에이! 싸가지 없는 놈들! 검은 머리 짐승 거두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니.”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 하지 마라.”
“왜?”
“너나 나나 어린 시절엔 남의 도움으로 컸잖아. 그리고 너는 너를 거둬 준 숙수님의 은혜도 알고 싸가지 있게 잘 크기도 했고.”
“그놈들하고 나하고 비교하는 거야?”
“같은 검은 머리여도 너는 그러지 않았잖아. 그냥 그놈들이 배은망덕한 놈들이라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머리가 검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놈들이 그냥 그런 놈들인 거지. 지옥에 가서 고생고생 좀 해 봐야 자신이 한 잘못을 깨닫지.”
“나는 지옥보다 여기에서 고생했으면 좋겠다.”
“신수호 변호사가 벼르고 있으니 고생 많이 하겠더만.”
“그건 그렇지. 직접 보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풍경 소리가 들렸다.
띠링! 띠링!
그 소리에 강진이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최동해가 서 있었다.
“어? 일찍 왔네?”
“오전에 형 보고 오후에는 강원도 가려고요.”
“바로 가게?”
“바로 가서 운동하고 살 빼야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최동해는 많이 보기 좋아져 있었다.
전에는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흘렀다면 지금은 약간 보송보송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지 혈색도 많이 좋아져 있었다.
강진이 자신을 위아래로 보는 것에 최동해가 미소를 지었다.
“저 살 많이 빠졌죠?”
“보기 좋네. 부모님 좋아하시지?”
“좋아하시죠. 친척들도 많이 놀랐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12월에 살 빼러 간다고 할 때와 비교하면 거의 삼십 킬로는 빠진 셈이니 말이다.
게다가 살이 빠져서 그런지 얼굴도 많이 좋아졌다. 다만…….
스윽!
강진이 최동해의 등에 업혀 있는 차종석을 보았다.
‘저 녀석만 내려오면 더 좋겠는데.’
강진의 시선에 차종석이 ‘뭐!’하는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조금만 더 빼면 되겠다.”
“조금이라니요. 앞으로 삼십 킬로는 더 빼야 돼요.”
“일단 들어와.”
강진이 안으로 들이자 최동해가 밥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밥 먹을래?”
“아뇨. 집에서 먹고 왔어요.”
그러면서도 홀린 듯이 밥상을 보는 최동해의 모습에 강진이 일단 그를 옆에 앉히고는 후다닥 밥을 먹었다.
최동해가 보는 앞에 음식을 둬서 좋을 것은 없으니 말이다. 강진이 후다닥 밥을 먹는 것을 멍하니 보던 최동해가 말했다.
“그런데 오픈톡 보니까 오늘 점심 영업 쉬시는 것 같던데, 무슨 일 있으세요?”
강진은 오늘 점심 장사를 쉬기로 했다. 손님들에게 죄송하기는 하지만 차종석 일을 빨리 해결해야 최동해의 몸에 문제가 없으니 오늘 점심에 일을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픈톡에 오늘 점심 영업을 쉰다는 공지를 미리 올려놓고, 단골이라 할 수 있는 손님들에게도 미리 문자로 양해의 메시지도 보내 놓았다.
“소방서에 음식 봉사를 할 거야.”
“음식…… 봉사요?”
구급대원인 차은미에게 어떻게 곰 인형을 주나 고민을 하다가 생각을 한 것이 바로 음식 봉사였다.
여기엔 오자명의 영향도 있었다. 오자명이 몇 년 전부터 준비하던 법안, 소방직 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가끔 오자명이 술 마시면서 소방 공무원들 고생하는 것 이야기를 하던 게 생각이 나서 차은미만 따로 볼 것이 아니라, 겸사겸사 음식 봉사를 할 예정이었다.
“음식이 많은가 보네요.”
혼자 나르기 힘들어서 자신을 불렀을 테니 말이다.
“거기 일하시는 분들 많으니까. 어쨌든 오늘 부탁 좀 하자.”
“알겠습니다.”
밥을 빠르게 먹은 강진이 힐끗 차종석을 보았다. 차종석 옆에서 이혜미가 웃으며 그를 달래고 있었다.
“여기 음식 맛있는데 종석이 먹고 싶지 않아?”
“안 먹어!”
“여기 음식 진짜 맛있는데.”
“내려오면 부 데려가려고 하지! 나 다 알아!”
그런 차종석의 모습에 강진이 일단 밥을 마저 다 먹었다. 그리고는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긴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그럼 갈까?”
“그런데 이렇게 일찍 가요?”
아직 8시도 안 됐는데 가도 되나 싶어 하는 최동해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방서는 24시간이잖아. 그리고 음식 세팅 준비하려면 지금 가야 괜찮을 것 같아.”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이리 와.”
부름에 최동해가 주방에 들어가자 강진이 아이스박스에 음식이 담긴 통들을 넣었다.
“와…… 많이 하셨네요.”
“어제 고생 좀 했다.”
요리하는 데 귀신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을 만큼 음식들의 양은 많았다.
강진은 소방서라고 하면 불 끄는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니 그 외에도 여러 직책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었다. 그만큼 인원도 많고…….
그래서 음식을 많이 준비한 것이다.
음식들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푸드 트럭에 싣기 위해 캡을 열었다.
덜컥!
캡이 열리자 차종석이 고함을 질렀다.
“부다!”
차종석의 외침에 강진이 웃으며 푸드 트럭 안을 보았다. 안에는 커다란 곰 인형 부가 있었다.
며칠 전에 미리 사서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싣자.”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아이스박스를 푸드 트럭 안에 밀어 넣었다.
아이스박스 네 개를 차에 실은 강진이 최동해와 함께 차를 타고는 신흥서로 푸드 트럭을 움직였다.
강북에 위치한 신흥서에 도착한 강진이 전화를 걸었다.
“어제 전화 드린 이강진입니다. 지금 신흥서 주차장에 차 세웠습니다. 네.”
통화를 마친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꺼내 놓고 기다리자 잠시 후 소방서 안에서 한 삼십 대 여자가 서둘러 나왔다.
“이강진 씨?”
“안녕하세요.”
“홍보지원팀 김강은입니다.”
그러고는 김강은이 미소를 지으며 내려져 있는 아이스박스를 보았다.
“이게 다 음식인가요?”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중요하죠.”
웃으며 김강은이 강진을 보았다.
“국민들께서 저희 소방서 직원들 고생하는 것 알아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그럼 옮기겠습니다.”
“잠시만요. 양이 이렇게 많을 줄 모르고 혼자 나와서요. 제가 안에서 수레 끌고 나올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김강은이 소방서 안으로 들어가서 바퀴와 밑판만 달려 있는 수레를 끌고 나왔다.
수레에 아이스박스를 실은 강진이 소방서 안으로 들어갔다.
소방서에 위치한 식당에 아이스박스를 놓을 때, 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알람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았다.
9시가 넘자마자 온 신수호 문자에 강진이 웃었다.
“국민연금 반환 소송이라…… 그 삼 남매한테 들들 볶이겠네.”
김윤자가 받아야 했을 국민연금을 쓴 것은 이현운 혼자다. 이걸 어떻게 그 형제 셋에게 다 걸었는지는 몰라도…….
자신들이 쓴 돈도 아까워서 부들거리던 이현태와 이현미의 성격상 백 프로 이현운을 쫓아가 난리를 칠 것이다.
“이현미라는 여자 성격 장난 아니던데…… 일 재밌게 돌아가겠네.”
강진이 웃을 때, 김강은이 그를 보았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인과응보라는 말 좋아하세요?”
“좋아하죠. 나쁜 짓 한 놈은 그에 맞게 벌을 받아야죠.”
“제가 아는 욕심 많은 남매가 인과응보를 받았다는 내용이네요.”
“잘됐네요.”
김강은이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스박스에서 반찬 통들을 꺼내 놓았다.
“이건 밑반찬들이에요.”
강진이 꺼내 놓은 반찬들을 본 김강은이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먹어 봐도 돼요?”
“그럼요. 드시라고 가져온 건데요.”
강진의 말에 김강은이 젓가락을 가져다가 멸치볶음을 먹어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와…… 이거 정말 맛있어요.”
“저희 가게가 맛집입니다.”
강진이 웃으며 반찬통을 올려놓을 때, 주방에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왔다.
“오셨어요.”
김강은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오늘 음식 지원해 주신다는 분?”
“이강진입니다.”
그에 김강은이 강진에게 아주머니를 소개해주었다.
“저희 소방서 식사를 책임져 주시는 임수희 여사님이세요.”
“좋은 일 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임수희가 웃었다.
“나야 월급 받고 하는 건데요.”
“근데 혼자 하세요?”
“음식 만들어 놓고 퇴근하면 알아서들 드시니까요.”
임수희가 웃으며 반찬들을 보았다.
“아이고, 이거 음식 맛있어 보이네.”
“드셔 보세요.”
임수희가 반찬을 먹어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진짜 맛있네.”
임수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다른 반찬들을 꺼내 올려놓았다.
“인원이 많으신 것 같아서 다양한 것보다는 양을 많이 해 왔습니다.”
“고마워요.”
환하게 웃은 임수희가 배식통에다 반찬들을 덜은 뒤, 한쪽에 놓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다른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김치가 담겨 있었다.
“이건 김치입니다.”
“어머! 김치 맛있어 보이네요.”
임수희가 김치 통을 꺼내 뚜껑을 열고 조금 먹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직접 담근 거예요?”
“네.”
“총각 음식 솜씨가 정말 좋네.”
임수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벨이 울렸다.
삐삐삑! 삐삐삑!
뭔가 짧고 날카로운 소리에 강진이 소리가 들린 곳을 볼 때, 임수희가 말했다.
“출동 소리예요.”
“출동요?”
“밥 먹다가도 저 소리 나면 후다닥! 다 나가는 거예요.”
“불이 밥을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럴 때면 참 안쓰러워요. 밥도 제대로 못 먹거든요.”
임수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고기가 담겨 있었다.
“저 음식을 좀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그럼요. 나야 손 덜고 좋지요.”
임수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기를 꺼내 싱크대에 놓고는 양념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