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26
327화
오후 장사를 준비하던 강진은 도영민의 전화를 받았다.
[저 오늘 여섯 시 반쯤에 갈 것 같습니다.]“오늘요?”
점심에 말을 했는데 오늘 바로 온다니 의아했다.
‘며칠은 있다 오실 줄 알았는데.’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말했다.
“혹시 제가 한 말이 부담되셔서 그런 거면 다음에 오셔도 됩니다.”
[의원님께서 부모님 모시고 맛있는 것 먹으라고 일찍 퇴근시켜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가려고 합니다. 혹시 다음에 갈까요?]“아닙니다. 오실 수 있으면 오시면 좋지요. 그런데 부모님께선 시간이 되십니까?”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알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오늘 가서 식사하려고 합니다. 괜찮을까요?]“그럼요. 그럼 여섯 시 반에 세 분 예약하겠습니다.”
[그런데 메뉴는 어떻게 되나요? 아버님이 삼겹살 콩나물 찜 드시고 싶어 하시던데요.]전에 강진이 해 줬던 것이 입에 맞았던 모양이었다.
“오늘 메뉴는 비밀입니다. 제가 맛있게 준비해 드릴 테니 기대하고 오십시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우리 고등어 있어?”
“간고등어는 있는데…….”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아까 그 할머니가 말을 한 고등어 무 조림 하려는 거지?”
배용수가 짐작을 하고 말을 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주한테 밥 한 끼 해 주고 싶다는데 얼마나 가엽냐.”
“밥은 전에 오징어볶음 해 줬잖아.”
“그건 반찬이지, 밥이 아니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어는 생물로 사 와야겠다. 조림에는 생물이 필요하니까.”
“그럼 갔다 와야겠네.”
“싱싱한 걸로 사 와. 아! 사는 김에 몇 마리 더 사. 저녁에 고등어에 양념장 발라서 구워 먹게.”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가게를 나와 서둘러 마트에서 고등어를 사 왔다.
조금은 한적한 가게 안에 도영민이 부모님과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강진의 인사에 도영민의 아버지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이 웃으며 자리를 가리키자 도영민과 그의 부모님이 자리에 앉았다.
강진이 따뜻한 야관문차를 내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음식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래요?”
“한 삼십 분 정도 걸립니다. 조금 기다려 주세요.”
“맛있는 것 해 준다는데 기다려야지요.”
강진의 말에 아버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리고 고갯짓을 하자 할머니 귀신이 그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왔다.
“사람 불러 놓고 음식을 무슨 삼십 분이나 기다리게 해. 삼겹살 콩나물 찜 해 놨어? 우리 아들이 그것 먹고 싶어 하던데.”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무장갑을 내밀었다.
“끼세요.”
“…….”
이게 뭐냐는 듯 보는 할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손주 밥 해 주고 싶다면서요. 해 주세요.”
“내가?”
“밥도 해야 하는데, 시간 없어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다가 장갑을 꼈다.
“밥도 해야 해?”
“그럼요. 할머니가 손주 밥 해 주는데 남이 해 준 밥 내실 생각이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아니지. 당연히 내가 해야지.”
할머니도 이제야 강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 것이다.
“그러니…… 손주에게 해주고 싶었던 음식들 만드세요. 제한 시간은 삼십 분입니다. 스타트!”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급히 싱크대에 가서 말했다.
“쌀!”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쌀이 담긴 통을 가리키자, 그녀가 급히 쌀을 통에 담아서는 빠르게 씻으려다가 고무장갑을 보았다.
“이거 깨끗한 거야?”
“입에 넣고 빨아도 될 정도로 깨끗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쓰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무장갑을 보다가 쌀을 씻기 시작했다. 그런 할머니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근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어요.”
“뭔데?”
“할머니 부자셨죠?”
“당연하지.”
“그럼 음식 할 일 없지 않으셨어요?”
“왜, 내가 음식 못 할 것 같아?”
기분이 좋아 보이는 할머니의 물음에 강진이 슬쩍 그녀가 씻는 쌀을 보았다.
사아악! 사아악!
살짝 원을 그리며 쌀을 씻는 동작이 익숙했다.
“잘하시는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쌀을 씻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정부는 두고 살았지만 청소만 맡겼지, 남편하고 아들 밥은 다 내가 했어. 어딜 가족 먹는 밥을 남의 손에 맡기겠어?”
“그 드라마 보면 부잣집은 요리사 두고 살던데.”
“그거야 돈 많은 졸부들이나 하는 거지. 나처럼 배운 양갓집 규수는 음식을 기본 소양으로 배우고 가는 거야. 괜히 종갓집 손맛이라는 것이 있는 줄 알아?”
“종갓집이셨어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할머니가 웃으며 쌀을 씻더니 말했다.
“압력 밥솥 있어?”
“있습니다.”
강진이 한쪽에서 압력 밥솥을 꺼내주자, 그녀가 쌀과 물을 넣고는 불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할머니가 냉장고를 열고는 빠르게 재료들을 스캔했다.
“고등어하고 무는 준비했습니다.”
“고등어 무 조림?”
“그거 맛있게 하신다면서요.”
“아들이 삼겹살 콩나물 찜 먹고 싶다고 했는데.”
자기가 해 주고 싶은 음식보다 아들이 먹고 싶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다.
“그것도 하고 이것도 하면 되지요.”
“그럼 되겠네.”
“대신 빨리 움직이셔야겠네요.”
“우리 새끼들 배고픈데 빨리 해 줘야지.”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가 배용수가 꺼내준 고등어와 무를 손질해서는 불에 올렸다.
그러고는 할머니가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을 꺼내 삼겹살 콩나물 찜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냉장고에 있는 식재들을 꺼내 다른 반찬들을 빠르게 만들기 시작했다.
치이익! 치익! 치익!
주방 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어머니가 웃었다.
“압력 밥솥에다 밥을 하나 봐요.”
“압력 밥솥?”
“소리도 그렇고 고소한 밥 짓는 냄새 나잖아요.”
“설마 우리 왔다고 밥을 새로 짓는 걸까요?”
“그럴 리가. 밥이 떨어졌겠지.”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가 주위를 보았다.
주변에는 한 테이블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원래는 몇 테이블 더 있었는데 다 가고 지금은 한 테이블만 남은 것이다.
“여기 장사 잘 안 되나?”
“여기 맛집이라고 소문나서 손님들 많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손님이 없어? 일곱 시면 아직 저녁 시간이지 않아?”
어머니의 말에 도영민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저녁엔 밥 손님보다는 술 손님들이 더 많은 지역이라 그래요. 그리고 지금 시간이면 식사보다는 술이죠.”
“그렇구나.”
“점심에 오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요.”
“그 정도야?”
“맛있잖아요.”
도영민의 말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냄새 좋네.”
그의 말에 어머니가 주방 쪽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밥 짓는 냄새에 음식 냄새까지…… 후! 집 밥 먹는 느낌이네요.”
“그러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음식 냄새는 나도 밥 짓는 냄새는 쉽게 못 맡는 것이다.
가족들이 주방을 힐끗거릴 때, 손님들이 일어났다.
“사장님, 잘 먹고 갑니다!”
손님들의 외침에 강진이 손을 닦으며 나왔다.
“맛있게 드셨어요?”
“사장님 음식이야 늘 맛있죠.”
웃으며 배를 두들기는 손님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밥값을 받아 아크릴 통에 넣었다.
“안녕히 가세요.”
“수고하세요.”
사람들이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도영민 쪽을 보았다.
“음식 곧 나오니 기다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천천히 하세요.”
그의 말에 작게 웃은 강진이 테이블을 정리하고는 그릇들을 주방으로 가져갔다.
주방에서는 할머니가 그릇에 음식들을 담으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태리 도자기 그릇도 없어.”
할머니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이태리, 이태리 하시는데 이태리는 가 보셨어요?”
“꼭 가 봐야 아나? 그릇하면 이태리지.”
“저는 이태리 가 봤는데 거기 그릇도 별것 없어요. 저는 오히려 거기 그릇보다 우리나라 도자기 그릇이 더 좋아요.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옛날 느낌이라 좋고, 하얀 도자기 그릇은 우아하고 음식을 담으면 그것을 돋보이게 해 주고요.”
그러고는 배용수가 반찬이 담아지고 있는, 투박한 모양에 거무튀튀한 질그릇을 보았다.
“그리고 질그릇도 좋아요. 음식의 온기도 오래 유지해 주고 보기도 좋고.”
“누가 안 좋대? 그냥 이태리 그릇에 올리면 더 좋아 보이니까 그렇지.”
작게 투덜거리며 할머니가 반찬들을 정갈하게 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이 그릇 어디서 났어?”
처음 보는 그릇들인 것이다.
“저기 서랍장에 들어 있더라.”
“그래?”
“가게에 뭐가 있는지 아직도 모르고…….”
한심하다는 듯 보는 배용수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할 말이 없었다.
자기 가게에 이런 그릇이 있는 줄도 몰랐으니 말이다.
“앞으로 이 그릇 쓸까? 플라스틱 그릇하고 달라서 보기에도 좋은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손목 나간다. 아서라.”
“손목?”
“이게 보기에는 고풍스럽고 좋은데 무거워.”
“무거워 봤자 그릇이지.”
말을 하며 강진이 그릇을 들었다. 그 생각대로 조금 무겁기는 해도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재질이 무엇이든 그냥 그릇일 뿐이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설거지하기도 힘들어. 깨지기도 하고.”
“설거지야 조심히 하면 되잖아.”
“마음대로 해라. 그런데 써 보면 아! 그냥 플라스틱 그릇 써야겠다 싶을 거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를 보았다.
“다 됐나요?”
“밥 뜸 조금만 들이면 돼.”
말을 하며 젓가락으로 반찬들을 다독이는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 미소에 강진이 웃었다.
“좋으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작게 한숨을 토했다.
“살았을 때…… 해 줬어야 했는데…….”
잠시 멍하니 음식들을 보던 할머니가 눈가를 슬쩍 누르고는 다시 반찬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할머니가 고등어 찜을 접시에 담고는 무를 올려놓았다.
“됐다.”
미소를 지으며 쟁반에 담긴 음식을 보는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거창하게 하셨네요.”
말 그대로 밥상이 거창했다. 음식이 너무 많아서 쟁반 두 개가 꽉 찰 정도였다.
거기에 잔칫날에나 볼 법한 잡채도 있었다. 그것도 계란 지단이 노랗고 하얗게 장식이 되어 있는…….
“좋네요.”
“어서 가져가. 내 새끼들 배고파.”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쟁반을 들었다. 그 순간 살짝 얼굴이 굳어졌다.
“무겁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거 무겁네.”
“그릇이 한둘도 아니고……. 그래서 그걸로 장사하면 손목 나가는 거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질그릇들로 서빙하면 며칠 안 돼서 손목이 나갈 것 같았다.
“끄응!”
쟁반을 들고 나온 강진이 식탁에 음식을 놓았다.
“거창하네요.”
상에 놓이는 음식에 도영민 가족이 놀란 눈으로 보자, 강진이 웃으며 일단 음식들을 놓고는 말했다.
“그리고 상을 하나 더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상을요?”
“음식이 좀 많아서요.”
“아니, 무슨 음식을…….”
지금 나온 음식도 많은데 음식이 더 있다니…… 의아해하는 아버님을 보며 강진이 도영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테이블 좀 같이 옮기시죠.”
강진의 말에 도영민이 일어나서 옆에 있는 테이블을 같이 들어서는 붙였다.
테이블을 붙인 강진이 두 번째 쟁반을 들고 와 그릇들을 놓았다.
“와…….”
두 개의 테이블에 놓이는 음식들에 셋의 입이 벌어졌다.
“이건 너무 많네요.”
“맛있게 드세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밥과 국그릇을 앞에 놔주고는 한쪽 빈자리에 밥과 국그릇을 또 하나 놓았다.
“이건?”
그것을 보던 도영민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었다.
“아! 제가 한 그릇 더 들고 왔네요. 그냥 두고 있다가 모자라시면 더 드세요.”
“고맙습니다. 식사하시죠.”
도영민이 수저를 놓자, 아버님이 웃으며 음식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어머니가 해 준 생일상 같네요.”
“할머니가 생일상을 이렇게 해 주셨어요?”
도영민의 말에 아버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역국이 빠지기는 했는데…… 어머니가 내 생일날에 해 준 음식 같네. 특히 이 잡채에 올린 계란 지단…….”
아버님이 잡채에 올라간 계란 지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가 계란 지단을 참 이쁘게 만드셨는데…….”
웃으며 아버님이 계란 지단을 보는 것에 할머니가 웃으며 빈자리에 앉아서는 젓가락으로 아들의 밥 위에 잡채를 집어 올렸다.
“아들, 많이 먹어.”
물론 그 잡채는 아버님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