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63
364화
얼큰하게 취한 황민성은 강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용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잡다한 이야기와 아까 본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 동생 멋지네.”
“제가요?”
“꿈나무 카드 안 받는 것 말이야.”
“애들 밥 정도는 사 줘도 제가 망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흐뭇한 얼굴로 강진을 보던 황민성이 물었다.
“그런데 이상한 애들은 안 와?”
“이상한 애들요?”
“먹고살 만한 애들이 꿈나무 카드 들이밀면서 공짜로 먹으려 할 수 있잖아?”
“아직까지는 그런 애들 없어요. 지금은 태수하고 미소만 와서 먹거든요.”
“그럼 나중에 소문 나서 공짜로 먹으러 오는 애들 있으면 어떻게 해?”
“그럼 줘야죠.”
“돈 있는 애들이 와서 먹으려고 해도?”
“그렇다고 일일이 구분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구분하려다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애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고…….”
“하긴…… 돈이 없다고 자존심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네 말이 맞다.”
웃으며 말을 한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라도 부담되기 시작할 정도로 애들 많이 오면 말해. 형이 기부해 줄 테니까.”
“아이고! 그럼 저야 감사하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넌 참 거절을 안 해.”
“거절을 왜 해요. 이게 다 형한테 좋은 일인데.”
“나한테?”
“좋은 일 하면 다 나중에 복 받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형 도와주는 거예요.”
“하! 그럼 내가 너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네?”
“그럼요. 좋은 일 할 기회 잡는 것이 어디 쉬운 줄 아세요?”
그 말에 황민성이 재차 웃으며 소주잔을 들자 강진과 배용수도 잔을 들었다.
사람 둘이 든 소주잔과 귀신이 들어서 두둥실 떠 있는 것 같은 잔이 서로 부딪친 뒤 각각 주인의 입가로 다가갔다.
“크윽! 좋다.”
소주를 마시고 기분 좋은 얼굴로 소시지를 집어 입에 넣던 황민성이 배용수의 잔을 보았다.
배용수의 잔은 비어 있었다. 그 빈 잔을 보던 황민성이 소주병을 들었다.
소주병에 붙어 있는 상표를 보며 황민성이 배용수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래서 이게 저승에서 파는 소주라는 거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승에서 파는 소주라. 신기하네.”
“마셔 봤는데 이승 소주랑 맛이 비슷해요.”
“그래?”
“이승에서 소주 마시던 사람들 입맛 생각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하네.”
황민성이 소주병을 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괜히 마셔 보려고 하지 말아요.”
“마시면 안 돼?”
사실 황민성은 저승 소주의 맛이 궁금해서 살짝 맛이라도 봐 볼까 했던 것이다.
“저승 음식 먹으면 귀신 봐요.”
“용수 얼굴 보고 좋지.”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슬며시 소주병을 옆으로 밀었다.
스으윽!
소주병이 옆으로 저절로 움직이는 것에 황민성이 앞을 보자, 강진이 말했다.
“귀신 실제로 보면 장난 아니라 무서워요. 괜히 호기심에 마셨다가 귀신 보고 오줌 싸지 말아요.”
“그렇게 무섭다고?”
“그렇게 무서워요. 그러니 먹으려고 하지 마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JS 소주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먹어.”
황민성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문득 옆을 보았다. 옆에서는 귀신들이 TV를 보고 있었다.
“태블릿, 이걸로 사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일어나서는 그에게 다가왔다.
“어떤 거로 고르셨어요?”
이혜미의 물음에 강진이 핸드폰으로 자신이 고른 태블릿을 화면에 띄워놓고는 탁자에 내려놓았다.
“여러분들 영상 보는 거랑 인터넷만 하시면 되시니까, 이 정도 급이면 될 것 같은데…….”
제일 싼 것을 골랐다고 싫어할까 싶어 강진이 일단 밑밥을 깔았다.
인터넷과 동영상만 보는 것 정도면 이 정도만 해도 불편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핸드폰을 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역시’하는 표정과 조금 실망스러운 빛이 떠 있었다.
귀신도 예쁘고 좋은 것은 안다. 그녀들이 동영상과 인터넷만 할 거기는 해도, 예쁘고 얇은 것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예쁘고 얇은 건 너무 비싸다. 예쁜 데다 얇고 뒤에 사과라도 하나 그려져 있으면 너무나 비싸지는 것이다.
“저희 동영상 보고 인터넷만 할 거니까 괜찮아요.”
“그럼 잘됐네요. 이걸로 네 개 살게요.”
“네 개나요?”
하나만 살 줄 알았는데 네 개를 산다는 말에 여자 귀신들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하나 돌려보면 조급해하실 것도 같고, 가격도 싸서 비싼 것 하나 살 돈이면 이거 열 개도 사겠더라고요.”
“고맙습니다.”
강진이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황민성이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강진이 이야기하는 것만 들리지만, 그것만 들어도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이 왔다.
“태블릿 사게?”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분들 심심해하는 것 같아서 태블릿을 사려고요.”
“하긴 요즘 인터넷 안 하면 심심하기는 하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의 핸드폰을 보았다. 핸드폰에 띄워져 있는 제품을 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이거 사게?”
“가성비를 생각했습니다.”
가성비라는 단어에 힘을 주는 강진의 모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형 회사에서 쓰던 것들 있는데 중고라도 괜찮으면 그거 쓸래?”
“회사에서 쓰는 것 아니에요?”
“우리 회사 직원들은 핸드폰이나 태블릿 자주 바꿔.”
“왜요?”
“새로운 제품을 써 봐야 그 회사 물건이 어떤지 알지. 그래서 신상 나오면 구입해서 써 보는 편이야.”
“신상 핸드폰 자주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그걸 다 바꿔요?”
“그렇게 자주는 아니고 직원들끼리 회사별로 정해져 있어. 그래서 A사 새 물건 나오면 A사 담당하는 직원들이 물건을 써 보고 그러는 식이야.”
“그래도 가격이 꽤 나갈 텐데요?”
“내가 써 보고 안 좋으면 다른 사람들도 안 좋아할 테니, 그 조사를 위한 조사 비용이라고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확실히 바꿀 만하네요.”
“어쨌든 회사에 있는 물건들이 이것보다는 낫겠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여자 귀신들이 있을 법한 곳을 보며 말했다.
“중고기는 해도 아직까지는 최신 기종에 들어가는 모델들이라 사용하기 좋으실 겁니다. 괜찮으시면 그거 가져다드릴까요?”
황민성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 주세요.”
여자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좋으시대요.”
“잘 됐네요.”
말을 하며 황민성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회사에 계시지요? 잘 됐네요. 비품 창고에 가시면 태블릿 모아 놓은 것 있을 겁니다. 그중에 상태 좋은 거로 다섯 대하고…….”
황민성이 강진의 핸드폰을 보고는 말했다.
“핸드폰도 한 대 포함해서 한끼식당에 퀵으로 보내 주세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핸드폰도 있어요?”
“있지.”
“제 핸드폰 바꿔 주시려고요?”
“싫어?”
“좋죠.”
강진의 핸드폰은 3년 전에 산 것이었다. 그마저도 그때 기준으로 출시된 지 이미 2년이나 넘은 모델을 싸게 구매한 것이었다.
“나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 핸드폰 더 있나요?”
“왜?”
“용수도 핸드폰 가지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 내 동생이 핸드폰이 가지고 싶었구나. 오케이.”
황민성이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핸드폰 하나 더 찾아서 두 대 퀵으로 보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여기에서 바로 퇴근할 겁니다. 장 팀장님도 일 마무리하시고 일찍 들어가세요. 네. 그럼.”
그걸로 전화를 끊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저희 주소 말해 줘야 하지 않아요?”
“주소 알아.”
“알아요?”
“급한 일 있는데 내가 전화 안 받으면 여기로 나를 찾으라고 전화번호하고 주소 알려줬어.”
황민성이 전화를 안 받을 일은 거의 없었다. 만약 있다면 과음으로 인사불성이 됐을 때뿐인데, 그렇게 많이 마실 곳은 여기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우리 핸드폰 개통해야 하는 것 아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토요일인데 개통이 되려나?”
“내가 가서 물어보고 올게.”
“어디로?”
“옆집 무당 있잖아.”
웃으며 배용수가 가게를 나가는 것을 보며 강진도 웃었다.
“용수가 좋아하네요.”
“그래?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한 대 가져다줄걸.”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를 마실 때, 문이 열리며 배용수가 들어왔다.
“주말이라도 네 시까지는 개통이 된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런데 너 개통할 거야?”
“개통해야 쓰지.”
“가게 안에서는 와이파이 되니 굳이 개통 안 해도 되지 않아?”
“그런가?”
배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진이 말했다.
“개통 안 해도 앱으로 전화할 수 있고 메신저도 쓸 수 있고. 그리고 네가 밖에 핸드폰 들고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음…… 그건 그렇네.”
말을 하면서 배용수가 소주잔을 들었다. 소주잔이 허공에 뜨자 강진이 말했다.
“고맙다고 짠 하자는 모양이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잔을 들어 살짝 부딪히고는 소주를 마셨다.
그렇게 이야기를 할 때 문이 덜컥거렸다.
띠링! 띠링!
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강진이 문을 열고는 밖을 보았다.
“황민성 씨한테 퀵 왔습니다.”
퀵 기사가 물건을 주자, 강진이 그것을 받고는 문을 다시 닫았다.
쇼핑백을 들고 오자 황민성이 그것을 열어서는 물건을 꺼냈다.
태블릿 PC 다섯 대와 핸드폰 두 대를 꺼냈다.
“박스는 따로 없다.”
“괜찮아요. 와! 이거 되게 좋아 보여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건을 탁자에 놓고 여자 귀신들이 있을 법한 곳을 보며 말했다.
“하나씩 골라 보세요.”
“감사합니다.”
여자 귀신들이 태블릿을 한 대씩 들어서는 전원 버튼을 눌렀다.
기종은 달라도 사용 방법이야 비슷비슷하니 말이다.
태블릿을 쥐고 있는 비닐장갑들을 보던 황민성이 강진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가서 개통하고 와.”
“형은요?”
“나는 여기서 용수하고 소주나 마시고 있을게.”
“대화가 안 되실 텐데?”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옆에 놓인 태블릿 전원을 켜고는 거기에 달린 펜을 배용수에게 내밀었다.
“형한테 할 말 있으면 여기다 써.”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환하게 웃으며 비닐장갑 낀 손으로 펜을 잡고는 태블릿에 글을 적어 내려갔다.
배용수가 적은 글에 황민성이 웃었다.
“이러려고 핸드폰 가지려고 했던 것 아냐?”
“그래. 앞으로 형하고 톡도 하고 그러자.”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다녀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냉수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핸드폰과 지갑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
강진이 가게를 나서자 황민성이 잠시 문을 보다가 배용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이제 강진이 걱정해 주자.”
배용수가 글을 적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술자리에서 한 명 없으면 그 사람 인생에 대해서 걱정도 해 주고 하는 것 아니겠어?”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