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80
381화
“간식 다른 것 드시지 마시고 고구마 삶아서 하나씩 드십시오. 간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오미자차를 드십시오. 피로 회복과 간에 좋습니다. 차갑게 해서 드셔도 좋고, 따뜻하게도 좋습니다. 맛도 있으니 마시기 수월하실 겁니다.”
허연욱의 설명을 강진이 전달해 주자, 황희승이 핸드폰을 꺼내 그것을 입력했다.
“감사합니다.”
“몸 생각하세요. 아버님이 건강하셔야 애들도 좋습니다.”
“그래야지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제가 이번에 지방에 있는 작은 공장에 작업반장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작업반장! 잘 되셨네요.”
“그냥 작은 공장 완장일 뿐입니다.”
쑥스러워하는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제가 공장 아르바이트도 해봤는데, 작업반장이면 신경 쓸 일은 많아도 끗발도 있고 목에 힘도 주고 그러더라고요.”
“목에 힘을 줄 것까지야 있겠습니까? 그냥 일하시는 분들 작업 스케줄 짜는 것 정도인데요, 뭐.”
“그래도 그 정도면 대단한 거죠.”
강진은 정말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공장에서 일할 때 작업반장에게 잘 보이면 근무나 쉬는 날이 잘 나왔고, 그렇지 않으면 근무표가 개판이 되는 것을 몇 번 본 것이다.
엄청난 권력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강진과 같은 아르바이트생한테는 참 힘 센 사람이었다.
게다가 완장을 찼으니 다른 직원들보다는 월급이 조금이라도 더 많을 테고 말이다.
강진이 잘 됐다는 듯 하는 말에 황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애들도 커 가는데 계속 저 혼자 외지 다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요. 그리고 현장 일이라는 게 늘 있는 것도 아니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나은 것 같습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같이 지방에서 사는 건가요?”
“그래야지요. 이번에 내려가면 공장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아이들과 살 집도 구할 생각입니다.”
웃으며 말을 하는 황희승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가족은 역시 같이 살아야죠. 잘 됐네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아이들을 보다가 말했다.
“그래도 먼저 가서 집 구하고 애들 데리고 올 준비를 하려면 몇 달 걸릴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애들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황희승을 보다가 아이들을 보았다.
“그나저나 애들 보고 싶으셨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자식들을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집에 어머니가 혼자 계셔서 이만 일어나 봐야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강진이 주방에 가서는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가져가서 어머니 식사 챙겨드리세요.”
“거절해야 하는데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거절을 못 하겠습니다. 나물에 밥 비벼 드리면 맛있게 드실 것 같습니다.”
“그렇게 먹어도 맛있죠.”
쇼핑백을 받아 든 황희승이 지갑을 꺼냈다.
“얼마인가요?”
“만 오천 원입니다.”
“많이 먹었는데요?”
“많이 먹어서 만 오천 원입니다.”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그를 보다가 오만 원을 꺼내 내밀었다. 강진이 돈을 거슬러 주려 하자 황희승이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아이들이 먹은 밥값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황희승이 주는 오만 원을 강진이 감사히 받았다. 상대 사정 생각한다고 안 받는 것도 그의 자존심을 깎는 일이었다.
돈 없다고 자존심까지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강진이 돈을 받자 황희승이 미소를 짓고는 아이들과 함께 가게를 나섰다.
“그럼 다음에 또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황희승을 배웅하던 강진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가족끼리 다 모여 살겠네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어서 가 보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멀어지는 가족들을 보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또 올게요.”
“그러세요.”
손을 흔들어 준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느새 여자 귀신들이 홀에 나와 그릇들을 치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을 잠근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아주머니 식사 좀 챙겨 드렸어?”
“챙겨 드렸지.”
강진이 식사를 하는 동안 배용수가 아주머니 귀신의 식사를 JS식으로 차려 드린 것이다.
“그런데 JS 가서 장을 좀 봐야겠다.”
“그래?”
“있는 걸로 좀 해 드리기는 했는데 재료 몇 개 안 남았어.”
“하긴 요즘 낮 영업시간에 오는 귀신 손님들이 좀 있었지.”
일과 시간에 귀신 직원들 먹으라고 JS 음식을 좀 사다 놨는데, 귀신들이 와서 먹고 가다 보니 음식이 줄어든 모양이었다.
“근데 아저씨 몸 괜찮아?”
“허 선생님 말이 당뇨하고 간 안 좋은 것 빼고는 괜찮다던데.”
“그래?”
“왜?”
“몸이 좀 안 보이던데…….”
“사람 몸이야 허 선생님이 잘 알지.”
“그건…… 그런데…….”
말을 하던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잘못 봤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귀신이 그런 말 하니까 좀 무섭다.”
“무서워?”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꼭 아저씨 몸이 아플 것 같고 무슨 일 생길 것 같고 그러잖아.”
농으로 말을 하던 강진이 슬쩍 물었다.
“뭐 느끼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에이, 내가 무슨 소희 아가씨도 아니고. 길흉화복 같은 건 느낄 줄도 모르고 할 줄도 몰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처녀 귀신 애들도 로또 번호 같은 건 못 맞추니까.’
전에 이혜선이 자신에게 로또 번호라고 불러 줬던 번호들을 떠올리며 강진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운이 좋기는 했지.’
대충 부른 번호로 로또 5등이 다섯 개나 됐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문득 턱을 쓰다듬었다.
‘혜선이는 그렇다 치고…… 혹시 소희 아가씨 정도면 로또 번호 알 수 있지 않으려나?’
강진이 심각하게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알아도 알려 줄 턱이 없지.”
그녀는 그런 것을 알려 줄 사람…… 아니, 귀신이 아니었다.
고개를 저은 강진은 여자 귀신들이 홀을 깨끗이 정리를 해 놓자, 잠근 가게 문을 열었다.
“영업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
강진은 푸드 트럭을 골목 한쪽에 세워 둔 채 출장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푸드 트럭 앞에는 처음 보는 귀신들 몇이 강진이 깔아 놓은 의자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귀신한테 밥을 준다니…….”
“세상 참 신기한 일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내 팔십 년을 사는 동안 이런 식당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그거야 네가 귀신 된 지는 몇 달 안 돼서 그런 거지. 어쨌든 막내 운 좋네. 이 사장님이 출장 영업을 하게 돼서 맛있는 저승식당 음식도 맛보고 말이야.”
귀신들의 나이는 가지각색이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이쪽에서는 막내인 모양이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귀신들을 향해 강진이 말했다.
“11시까지 좀 부탁드릴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귀신 한 명이 손을 들어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귀신은 저승식당의 단골손님 중 한 명이었다.
오늘 이쪽으로 오면서 강진이 미리 그에게 영업장소에 귀신들을 좀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푸드 트럭은…… 귀신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노점상이나 다름없다.
혹여 구청 단속이라도 받으면 난감한 일이었다.
그래서 귀신들을 대기시킨 것이었다.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말이다.
예전이라면 저승식당 귀신 직원들이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가끔 술을 많이 마신 취객들은 귀신 직원들에 영향 안 받고 들어오기는 했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었고 보통은 푸드 트럭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 요즘은 귀신 직원들이 향수를 뿌리니 귀기가 감춰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물론 영업시간이 돼서 귀신들이 몰려오면 상관이 없는데, 그 전에는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 이 지역 귀신들을 몇 섭외해서 모셔 놓고 있는 것이다.
저승식당을 처음 보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음식을 준비했다.
평소 가게에서는 오늘 뭐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지만, 푸드 트럭으로 출장을 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출장 푸드 트럭에 오는 귀신 손님들은 대부분 처음 오는 손님들이라 메뉴를 바꾸지 않아도 그들에게는 처음 먹는 음식이니 말이다.
그래서 푸드 트럭 메뉴는 늘 정해 놓고 시작을 했다. 삼겹살과 어묵꼬치, 밥과 밑반찬으로 말이다.
촤아악! 촤아악!
강진의 손길에 삼겹살이 초벌로 구워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고기 익는 냄새를 맡으며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오늘 고기 특히 좋은 것 같다.”
“신수용 씨 식재야 늘 좋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적당히 익은 고기를 옆에 통에 담고는 다시 고기를 올렸다.
그렇게 고기가 익어가는 사이, 푸드 트럭 주위로 귀신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와…… 이게 저승식당이구나.”
“형님, 여기서 정말 귀신이 밥을 먹는 겁니까?”
“그렇다니까. 내가 괜히 너희들 어디 가지 말고 여기로 다 모이라고 한 줄 알아?”
“그건 아니시죠.”
“내가 너희들 모으러 다니느라 오늘 얼마나 뛰어 다닌 줄 알아?”
“감사합니다.”
“그래, 감사해야지. 다 너희들 맛있는 것 먹여 주려고 하는 거니까.”
젊은 청년 귀신의 말에 다른 귀신들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겉보기에 젊어 보이는 그는 죽은 지가 꽤 돼서 일대에서는 최고령 귀신이었다.
“풍수 씨!”
강진의 부름에 장풍수가 웃으며 다가왔다.
“네?”
“오늘 손님 많이 모시고 오셨네요?”
“하하하! 사장님이 애들 모아 오라고 했는데 확실히 모아야죠. 일대에 어린 애들은 싹 모아 왔습니다.”
기분 좋게 웃는 장풍수의 모습에 강진도 웃었다.
“잘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장풍수가 재차 웃으며 줄을 서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저야 배고프면 저승식당도 가고 맛집도 찾아다니지만…… 이 녀석들은 제대로 된 밥도 못 먹을 텐데,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되죠.”
강진의 부탁이 아니었더라도 장풍수는 알아서 귀신들을 모아 놨을 것이었다.
그런 장풍수를 보며 웃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맛집요?”
“장례식장요.”
“장례식장에도 맛집이 있나 보네요?”
“그럼요. 같은 육개장이라도 장례식장마다 맛이 다 달라요. 그중에 맛집으로 통하는 곳들이 몇 곳 있는데…… 아! 알려 드릴까요?”
장풍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아요.”
“하긴, 이 사장님이 굳이 장례식장 맛집을 찾아다닐 일은 없겠습니다.”
“그래도 공부 삼아 가 보면 좋기는 하겠네요. 귀신분들이 좋아하는 맛이 뭔지도 좀 배우고요.”
“그럼 나중에 성모병원 장례식장을 가 보세요. 서울에서 최고로 맛있는 육개장을 끓이는 장례식장이니까요.”
“성모병원요?”
“가톨릭 계열 병원입니다.”
“가톨릭 성모병원 장례식장…….”
강진이 작게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 볼게요.”
“거긴 육개장도 맛있지만 수육도 참 맛있어요.”
입맛을 다시는 장풍수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저희 가게보다 더 맛있어요?”
강진의 말에 장풍수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음…… 육개장은 우열을 못 가리겠는데요?”
장풍수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제삿밥으로 먹는 육개장이 내가 만든 것하고 비슷하다고?’
저승식당은 귀신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고, 장례식장은 따지고 보면 사람을 상대로 하는 곳인데…… 육개장은 거기가 더 맛있다고 하니 의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