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79
380화
자리에 황희승 가족들이 앉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하셔야죠.”
“해야죠. 근데 입구에 보니 저녁 메뉴가 나물이던데요.”
황희승이 아이들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이 나물은 안 좋아하겠죠?”
황희승이 한 말의 의미를 안 강진이 황미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황태수는 뭐든 잘 먹는 편이지만, 황미소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반찬 투정이 좀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황미소는 고기를 좋아한다.
“우리 단골 오셨는데 특식 만들어야죠. 미소, 돼지고기 좋아하지?”
“네!”
“우리 가게에서 소금 돼지구이 안 먹어봤지. 그거 맛있어. 금방 해 줄게.”
“네!”
환하게 웃는 황미소를 보던 강진이 황희승을 보며 물었다.
“선생님은 쑥국 괜찮으시겠어요?”
“좋아합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주방에서는 배용수가 이미 돼지 앞다리 살을 꺼내 칼질을 하고 있었다.
스륵! 스륵!
배용수의 손길에 고기가 썰리는 것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게임에 빠진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할 일은 하네?”
“오토 사냥 되니까. 켜 놓기만 해도 돼.”
“그래? 근데 화면은 왜 계속 봐?”
“누가 내 캐릭터 치나 안 치나는 봐야지.”
답을 하던 배용수가 가림막 너머로 고개를 슬쩍 내밀어 홀을 보고는 외쳤다.
“아주머니!”
배용수의 외침은 거침이 없었다. 귀신과 강진 말고는 자신의 말을 들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 뒤에 있던 귀신이 그를 보고는 들어왔다.
“아저씨 몸 좀 아파 보이는데요?”
배용수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한숨을 쉬며 남편을 보았다. 그는 황태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태수, 공부는 잘 하고 있지?”
“네.”
“그래. 우리 태수는 머리가 좋아서 교과서만 잘 봐도 충분히 잘할 수 있어.”
“네.”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거야.”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태수가 공부를 잘하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미소를 지었다.
“아직 어리기는 한데…… 백 점만 받아요.”
“공부 잘하네요.”
“잘하는 만큼 뒷바라지를 해 줘야 하는데…….”
“뒷바라지 없어도 잘 해낼 거예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고개를 저었다.
“공부 잘해도 뒷바라지 없으면 힘들어요. 요즘 머리 좋은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잘 아시네요?”
“학교 가면 저와 비슷한 신세를 가진 귀신들이 몇 있거든요. 그 아줌마들하고 이야기하면…… 하! 공부도 돈이더라고요.”
“그쪽에도 학부모 네트워크가 있나 보네요?”
“거기도 자식 있는 귀신들이 있으니까요. 거기서 들었는데 아무리 공부 잘해도 돈 들인 애들 못 따라간대요.”
“에이! 저도 과외 하나 안 받고 서신대 들어갔어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주위에 그런 친구 또 있어요?”
“그야…….”
강진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야 사정이 그랬으니 과외는커녕 학원도 다닐 형편이 안 됐지만…… 같은 학교 다니는 애들은 학원은 기본에 과외도 받고 그랬던 것 같았다.
“주변 애들은 다닌 것 같네요.”
“옛날 저희 때는 학교 가서 한글 배우고 숫자 배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 들어가기 전에 곱하기도 배우고 간다고…… 그래서 학교 선생님들도 애들이 배우고 왔다는 걸 전제로 진도를 넘긴다 하더라고요.”
“그럼 태수는?”
“다행히 태수가 머리가 좋아서 금방 배우고 따라갔어요.”
“하긴, 백 점을 맞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태수가 요즘은 미소 공부도 가르쳐줘요. 제가 남편 복은 없는데 자식 복은 있나 봐요.”
“왜요. 아저씨도 열심히 일하시는 것 같은데 남편 복도 있는 거죠.”
강진의 말에 그녀가 한숨을 쉬며 남편을 보았다.
“저 작은 몸으로 애들 먹이겠다고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 보면…… 그렇기는 해요.”
아주머니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다른 집 남자들은 노름도 하고 술도 먹는다는데 우리 남편은 그런 것은 안 하거든요.”
“담배는 하시나 봐요?”
“그건……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 못 끊더라고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좋은 일만 하며 살 수 있나요.”
그러고는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아저씨 몸 안 좋아 보이던데?”
처음 나왔던 물음으로 돌아오자, 아주머니 귀신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당뇨가 좀 있어요.”
“당뇨라…… 심하신가요?”
“약은 잘 챙겨 먹는데…… 아무래도 공사장 일이 힘들고 스트레스도 심하니 좋아지지 않나 봐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허 선생님 모셔서 진맥이나 좀 해 드려라. 그리고 당뇨에 좋은 식재도 추천해 드리고.”
“그래야겠네. 아버지가 건강하셔야 태수하고 미소가 행복할 테니까.”
그러고는 강진이 허연욱을 불렀다.
화아악!
허연욱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계속 저 필요할 때만 모시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사람 진맥하고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겁니다.”
허연욱이 웃으며 하는 말을 듣던 강진이 홀에 있는 황희승을 가리켰다.
“저분 몸이 좀 안 좋으신 것 같아서요.”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정확한 것은 진맥을 해 봐야 알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대략적인 몸 상태는 확인할 수 있었다.
허연욱이 홀로 나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음식들을 보았다.
“당뇨에 좋나?”
“나물이잖아. 나물은 어디든 다 좋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양념을 보았다.
“양념은?”
“당뇨 환자한테는 조금 짤 수도 있는데…… 이 정도도 안 먹을 거면 저염식 해야지.”
“저염식?”
“오래 살겠다는 사람들이 하는 것 있어. 근데…… 그건 사람 먹을 맛이 아니다.”
“건강에는 좋고?”
“소금을 극단적으로 줄여서 먹는 거니 몸에는 좋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서둘러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딱히 음식 준비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이미 나물 무침은 완성되어 있고 쑥국도 다 끓었으니 말이다.
남은 것은 배용수의 소금 돼지구이 하나뿐이었는데, 그것도 거의 다 익어서 담기만 하면 되었다.
강진은 음식을 담은 그릇들을 쟁반에 올린 뒤 홀로 들고 나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테이블에 음식들을 놓자, 황희승이 웃었다.
“나물이 많군요.”
“봄 하면 역시 나물 아니겠어요?”
“그렇죠. 옛날에는 봄에 바구니 하나 들고 논두렁에 나물 캐러 다녔었는데.”
“요즘은 길거리에 있는 나물 캐 먹으면 오염 물질 때문에 큰일 난다고 하더군요.”
“그럴 겁니다.”
웃으며 황희승이 나물 무침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요.”
황희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황미소를 보았다.
“고기 먹어 봐.”
“네!”
황미소가 돼지고기를 한 점 먹어 보더니 활짝 웃었다.
“짜면서 달면서 맛있어요.”
“단짠의 진수지. 맛있게 먹어.”
웃으며 강진이 몸을 돌릴 때, 황희승이 말했다.
“저기,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드시죠.”
“그러시죠.”
손님하고는 식사를 가급적 안 하는 강진이지만, 황태수의 아버지라면 말이 달랐다.
자신이 살펴 주는 아이의 아버지이니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저녁 장사를 하기 전에 밥을 먹기는 해야 하고 말이다.
강진이 밥과 국을 떠서 가지고 와 앉자, 황희승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에게 잘 해 주신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런 말씀 들으니 민망하네요.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그럴까요?”
황희승이 밥을 떠서 먹자 강진도 밥을 먹으며 아이들을 보았다.
황태수는 여전히 반찬들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태수는 나물도 잘 먹네.”
“나물 맛있어요.”
웃는 황태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도 먹어. 고기 많이 했으니까.”
“먹고 있어요.”
황태수가 고기를 집어 먹는 것을 보며 강진도 밥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크으! 좋다.’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 쑥 된장찌개는 칼칼하니 꼭 해장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쑥 향도 좋고…….
‘역시 봄은 쑥이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강진은 그릇들을 주방으로 치우고는 홀에서 황희승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리겠습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계속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제가 민망합니다. 그냥 밥 준 것뿐이에요.”
“그것이 감사합니다.”
황희승이 한쪽에서 TV를 보고 있는 두 아이를 보며 말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 사장님이 주신 밥은 그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정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황희승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이 힐끗 허연욱을 보았다.
‘어때요?’
강진이 작게 입 모양으로 묻자 허연욱이 말했다.
“진맥부터 해 보지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희승에게 말했다.
“괜찮으면 손 한 번 잡아도 되겠습니까?”
“손요?”
황희승이 자신의 손을 들어 보이자 강진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어렸다.
그의 손은 상당히 거칠었다. 손바닥 안에 거칠고 두꺼운 굳은살도 박여 있는 것이, 현장 아르바이트를 할 때 보던 아저씨들의 손과 같았다.
강진의 시선이 손에 닿자 황희승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비볐다.
“일이 거칠어서 그런지 손도 거칩니다.”
“아버지의 손이죠.”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뒷머리를 긁었다. 이런 말이 어색한 것이다.
그런 황희승을 보며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손 좀.”
“그런데 손은 왜…….”
황희승이 의아해하면서도 손을 내밀자 강진이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제가 사이비이기는 한데 진맥을 좀 하거든요.”
“진맥요?”
“조금 배웠습니다. 재미로 한 번 보세요.”
강진이 맥을 잡는 시늉을 하자, 허연욱이 그 손을 잡았다. 그렇게 잠시 맥을 짚던 허연욱이 한숨을 쉬었다.
“제 생각대로 당뇨가 있습니다. 그리고 간도 좋지 않습니다.”
허연욱의 말을 강진이 전달해 주자 황희승이 웃으며 손을 당겼다.
“다른 곳은 괜찮은 겁니까?”
“생각보다 다른 곳은 좋습니다. 대신 간은 피로하면 더 쉽게 상하니 좀 쉬면서…….”
허연욱의 말을 전해주던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중간에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강진이 하던 말을 멈추는 것에 황희승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냥 몸 좀 살피시면 좋겠습니다.”
강진이 말을 멈춘 이유…… 그것은 황희승이 쉬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장인 그가 일을 쉬면 금전적으로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이제는 봄이다. 만물이 깨어나는 봄은…… 건설 현장이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여건 상 지금의 그는 누가 쉬라고 해도 쉴 수 없을 것이었다.
‘쉬면 좋은 것을 모르는 환자가 어디에 있나? 쉴 환경이 안 되니 그렇지.’
병원에 가면 흔히 하는 말…… 술 담배 줄여라,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일을 좀 줄이라는 말.
모두 옳은 말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받고 싶어서 받는 사람 없고,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생각보다 몸이 좋으세요. 당뇨는 약 잘 챙겨 드시고, 간은…….”
강진이 허연욱을 보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강진이 말을 멈췄던 이유를 안 것이다.
“의사 생활 수십 년인데…… 제가 아직도 환자 사정을 살필 줄 모르네요. 사장님이 저보다 더 좋은 명의십니다.”
허연욱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의사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정답이기는 한데…… 정답대로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이죠. 짜고 매운 것이 맛있고, 술은 입에 단데.’
의사 말대로 살면 건강하게 살지는 몰라도, 참 인생 재미없는 삶인 것이다.
맛있고 즐거운 건 모두 몸에 안 좋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