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78
379화
화아악!
한끼식당 문을 열고 강진이 들어섰다.
“왔어?”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물었다.
“고양이들은?”
“할머니 집 마당에서 재밌게 놀고 있지.”
“거기 마당도 넓고 잔디밭이라 고양이 살기는 좋겠네.”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말했다.
“고양이 마당에서 키우면 도망갈 텐데?”
“그래요?”
“개들은 마당에서 키워도 도망 안 가는데, 고양이들은 집 안에서 키워도 문 열려 있으면 도망가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애들이 어려서 그런지 할머니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데…….”
“그래도 위험해요.”
“전화 한 통은 드려야겠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저녁 준비는?”
“된장 쑥국에 나물 무침 준비했어.”
“나물은 점심에도 했잖아.”
오늘 점심에 여러 종류의 나물로 반찬을 만들어서 손님을 받은 것이다.
“점심 손님하고 저녁 손님하고 같냐?”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쑥국이라…… 고춧가루 좀 넣어서 칼칼하게 할까?”
“그것도 좋지.”
된장국도 고춧가루를 좀 넣고 끓이면 칼칼한 것이 해장국 못지않다.
아니, 오히려 된장 덕에 속이 더 편하기까지 하다.
“준비하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서 손을 씻고 싱크대를 보았다. 싱크대에는 여러 나물들이 이미 깨끗이 손질되어 있었다.
“정리 다 해 놨네?”
“사장이 바쁜데 직원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나물들의 향을 맡으며 말했다.
“이제는 내가 할게. 쉬어.”
“그려.”
편히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배용수를 물끄러미 보던 강진이 물었다.
“핸드폰 재밌냐?”
“재밌지.”
핸드폰을 본 채 답을 하던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뭔가 우물쭈물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뭔데?”
“들어 줄 거냐?”
“들어 보고 결정해야지. 그래서 뭔데?”
“그…… 현질 좀 해 주라.”
“현질?”
강진이 배용수를 보자, 그가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핸드폰에는 모바일 게임이 플레이되고 있었다.
“야, 무슨 게임에 돈을 써?”
“나도 그런 마인드였지. 나도 게임에 돈 쓰는 것을 이해 못 했거든……. 근데! 이건 꼭 해야 해. 이건 완전 혜자야.”
배용수가 핸드폰을 강진의 눈앞에 들이밀며 간절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거…… 꼭 사야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핸드폰을 보았다.
“이게 뭔데?”
“뭐기는 뭐야. 아이템이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이 게임을 무과금으로 하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잖아.”
“그렇지.”
어떻게 보면 사람보다 더 유리한 환경에서 배용수는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었다.
잠을 자야 하는 사람과 달리 배용수는 영업시간을 제외하고는 종일 게임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가 귀신이라 현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노력과 근성만으로 캐릭터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노력으로는 안 되는 것이 있더라.”
“왜? 이거 돈 안 들여도 플레이하기 좋다고 해서 하는 것 아니었어?”
“그건 그렇지. 근데…… 싸움이 안 돼.”
“싸움?”
“사람하고 하는 것 말이야.”
“몬스터 잡는 거 아냐?”
강진이 게임 화면을 보았다. 지금도 화면 속에서는 배용수의 캐릭터가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다.
“사람하고 싸우려고 몬스터 잡아서 레벨 업 하는 거야.”
“사람하고 왜 싸워?”
“그게 재밌으니까.”
배용수가 다시 간절한 눈빛으로 강진을 보았다.
“모험가의 상자 까면 무기를 주거든? 그 무기가 필요해.”
“이거 보니까 무슨 잎도 주고 강화권도 주는데?”
“중요한 건 무기야.”
배용수가 간절하다 못해 심각해진 얼굴로 말했다.
“부탁한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현질에 맛들이면 큰일 난다고 하던데…….”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핸드폰을 만지다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해 줄 거야?”
“이게 마지막이다.”
“그래. 이게 마지막이야.”
고개를 연신 끄덕인 배용수가 핸드폰을 몇 번 터치하더니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결제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던 강진이 투덜거렸다.
“근데 무슨 게임 아이템이 삼만 구천 원이나 하는 거야?”
“요즘은 다 이래.”
띠링!
이야기를 하는 사이 결제 완료 창이 뜨자 배용수가 핸드폰을 급히 받았다.
그러고는 조심히 아이템 창을 보다가 ‘모험가의 상자’를 클릭했다.
“아…… 심장 떨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나물을 볼에 담으며 웃었다.
“너 심장 없잖아.”
“이 자식이? 왜 남의 아픈 상처를 긁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근데 왜 심장이 떨려. 그냥 까면 되는 거 아냐?”
“그냥 까면 되기는 한데…… 나오는 아이템에 확률이 있거든.”
“확률? 그냥 다 주는 것 아냐?”
“다 주기는 하는데, 등급마다 확률이 달라.”
“뭘 그렇게 고민해. 그냥 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주저주저하다가 손으로 ‘예’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내용물이 뜨자 배용수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싸!”
함성을 지르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핸드폰에 시선을 주었다.
화면에는 금색의 빛이 나는 활 하나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좋은 거야?”
“유니크다.”
“유니크면 좋은 거네.”
“뭐, 보통에서 살짝 위지.”
“보통?”
“등급이 노멀, 매직, 레어, 유니크, 영웅, 전설 이렇게 있거든.”
“그럼 영웅이나 전설 이런 걸 노려야 하는 것 아냐?”
“그게 어디 쉽나? 한 백 개 까야 영웅 하나 나올까 말까 할 텐데.”
“백 개? 그럼 사백만 원 아냐?”
“정확히는 삼백구십이지.”
“사백만 원을 투자하고도 전설 급은 못 얻는 거야?”
“그래서 전설 아니냐.”
“근데 너무 좋아한다.”
“내가 쓰는 게 매직이었거든. 모험가의 상자 까면 보통 레어가 뜨고 아주 운 좋아야 유니크가 뜬다고 하던데, 나는 딱 하나 까서 유니크를 먹었으니 운이 진짜 좋은 거지.”
기분 좋은 얼굴로 화면을 보던 배용수가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던 강화권도 사용했다. 그러고는 흐뭇한 얼굴로 자리에 가서 앉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우리 마누라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하하.”
평소 마누라라고 부르면 화를 내는 그였지만, 오늘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사만 원에 저리 행복해하네. 역시 돈이 최고지.’
속으로 웃은 강진이 나물을 손질하며 말했다.
“현질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알았어. 나도 돈의 힘으로 게임하는 거 안 좋아한다. 게임이라고 하면 역시 노가다와 노! 력! 이지.”
그러고는 게임에 집중하던 배용수가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야! 화살 데미지 완전 쩔어 버리지. 우와! 이게 데미지가 몇이야!”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데미지 쩔어 버린다.”
잘 모르는 게임이라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봐도 모르지만, 배용수가 좋아하면…… 그걸로 되었다고 강진은 생각했다.
타타탓!
파를 썰던 강진이 힐끗 배용수를 보았다.
“야.”
“혼자 해. 나 지금 열혈 사냥 모드다.”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현질은 가끔 해라.”
“그래, 알…….”
말을 하던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현질 하게 해 줄 거야?”
“너 신용카드 있어?”
“없지.”
“주민등록은.”
“없지.”
“에잉! 그럼 어쩔 수 없이 내가 해 줄 수밖에 없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환하게 웃었다.
“알았어! 정말 가끔 좋은 물건 나왔을 때만 할게.”
“정말 사고 싶다 생각이 들 때 말해. 그 정도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며 말했다.
“넌 해도 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바로 뭐 하나 질러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여유 있고 바쁜 분들이나 현질 하는 거지. 나처럼 돈 없고 시간 많은 사람들은 현질보다는 노력과 근성으로 해결해야지.”
배용수가 게임을 다시 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물 무침을 할 준비를 시작했다.
향긋한 나물 무침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할 때, 김소희가 2층에서 내려왔다.
“식사하시겠어요?”
그동안 김소희는 대부분의 시간을 2층에서 보냈다. 예전에는 1층에서 드라마를 봤지만, 황민성이 커다란 TV를 2층에 설치해 준 이후에는 저승식당 영업시간에도 내려오지 않고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것이다.
“가 보려 하네.”
“가신다고요?”
“드라마 잘 보았네.”
“드라마 다 보셨어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잠시 허공을 보았다. 뭔가 아쉽고 그리운 것을 회상하는 듯이 허공을 보던 김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드라마였네. 자네도 시간이 되면 한 번 보게.”
“알겠습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가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강진이 말을 걸었다.
“그럼 이제 어디를 가십니까?”
“통영에 가 보려 하네.”
“통영요?”
“통영에 이순신 장군님의 사당이 있지.”
그러고는 김소희가 걸음을 옮기며 손을 들었다.
“그럼 또 보세.”
“조심히 가세요.”
강진의 배웅을 받으며 김소희가 밖으로 향했다.
스윽!
문을 뚫고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에 배용수가 작게 한숨을 토했다.
“이제 가셨네.”
“불편했어?”
“불편했지.”
“향수 뿌려서 귀기 안 느껴지잖아.”
“사자 목에 쇠사슬 채워 놓는다고 해서 안 무섭겠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그녀들은 어땠나 싶은 것이다.
강진의 시선에 여자 귀신들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들은 괜찮았어요.”
“그래요?”
“저희 안쓰럽다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 주시고…… 또 저희 집에 복도 기원해 주셨어요.”
“복?”
“아가씨 말씀이, 무신인 자신이 복을 기원해 주면 가족들이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대요.”
“잘 됐네요.”
“그렇죠?”
웃는 여자 귀신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나물을 그릇에 덜어 담기 시작했다.
“자! 이제 영업 시작해 보자.”
강진이 가게 문을 열고는 입구에 있는 아크릴 판에 오늘의 메뉴를 적었다.
메뉴를 다 적은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자! 장사 시작합시다.”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들과 배용수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강진도 영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준비라고 해봤자 행주 가져다가 테이블 한 번 더 닦는 것이지만 말이다.
스윽! 스윽!
강진이 테이블을 닦을 때, 가게 문이 열렸다.
“어서…… 어! 왔구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황태수와 황미소였다. 아이들의 뒤에는 작은 체구에 얼굴이 까맣게 탄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강진의 시선에 그가 고개를 숙였다.
“애들 아빠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이강진입니다.”
“황희승입니다.”
인사를 나눈 황희승은 강진을 보다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저희 애들 잘 챙겨 주신다고요.”
“밥장사하면서 아이들에게 밥 한 끼 못 챙겨 줄 정도면 장사 접어야죠.”
웃으며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시죠.”
“아…… 네.”
황희승이 아이들과 자리에 앉자 강진이 아주머니 귀신을 보았다.
아주머니 귀신은 기분이 좋은 얼굴로 아이들 뒤에 서 있었다. 지방에 돈 벌러 간 남편이 오랜만에 아이들과 이렇게 외식을 나온 걸 보고 있자니 흐뭇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