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84
385화
추모 영상을 마지막으로 뉴스가 끝이 나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있을 때 지켜주지.”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우리 나갔다 올게요.”
“다녀오세요.”
여자 귀신들의 배웅을 받으며 강진이 가게 문을 열고 나섰다. 가게 밖에서 문을 잠근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너 가톨릭 성모병원 장례식장 가 본 적 있어?”
강진은 어제 영업할 때 들었던 귀신들의 맛집에 갈 생각이었다.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도 보고, 귀신들 의견도 좀 듣기 위해서 말이다.
맛집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요리사에게는 도움이 된다. 더군다나 귀신들이 인정한 제삿밥이라면 뭔가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먹어 보러 가려는 것이다.
“있어.”
“그래?”
“이쪽 바닥에서는 꽤 맛집으로 통하니까. 그리고 저승식당하고는 달리 거기는 완전히 무료잖아.”
저승식당이 돈을 직접적으로 받지는 않지만, 귀신들의 잔고는 조금씩 줄어든다.
그래서 돈이 없다 못해 마이너스인 귀신들은 부담이 돼서 오지 못하거나, 아주 가끔 한 번 오는 게 전부였다.
“장례식장은 무료야?”
“거기는 식당이 아니고 문상객들에게 무료로 주잖아. 문상객한테 돈 받고 밥 주는 것 봤어?”
“그건 아니지.”
하지만 완전히 무료라고 할 수도 없다. 문상객이 조의금을 내니 말이다.
하지만 조의금 안 낸다고 밥을 안 주는 것도 아니니 무료라고도 볼 수 있었다.
차에 탄 강진이 배용수를 데리고 가톨릭 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강진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용수를 보았다.
“그런데…… 밥을 어떻게 먹지?”
장례식장 밥맛을 보러 왔지만, 여기에 아는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 만큼 어디에 가서 밥을 먹어야 할지 고민되는 것이다.
“봉투 하나 만들어서 드리고 먹으면 되지 않겠어?”
“그런가?”
“폐만 끼치지 않으면 되지 않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례식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들어가면 네가 고인에게 양해를 먼저 좀 구해드려.”
“양해?”
“그래도 돌아가신 분 기리는 자리인데 밥만 먹으러 왔다고 하기는 그렇잖아. 주인께 양해 구하고 들어가야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들어갈 만한 곳 확인해 보고 양해도 구할게.”
말을 하던 배용수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근데 여기 전에 네가 가 본 곳과는 좀 다를 거야.”
“다르겠지.”
장례식장이라고 해도 다 똑같이 생긴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고 관리하는 쪽이 좀 달라.”
“관리? JS 시설관리국에서 관리하는 거 아냐?”
“시설관리국은 맞는데, JS는 아니야.”
“그게 무슨…….”
강진이 의아해할 때 배용수가 고개를 돌리며 한 곳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장례식장 입구엔 사람들에게 뭔가를 뿌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하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옷이 다르네?”
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본 JS 시설관리국 직원들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아니, 강진이 본 JS 금융이나 다른 직원들도 모두 검은 정장이었는데 지금 앞에 있는 이들은 하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저쪽은 가톨릭 시설관리국이야.”
“가톨릭?”
“여기 병원 이름 자체가 가톨릭 성모병원이잖아. 기독교하고 관련 있는 곳이거든. 그래서 관리를 가톨릭 쪽에서 하더라고.”
“그래도 돼?”
죽은 사람이 특정 종교의 신자일 경우, 담당이 JS에서 그 종교 쪽으로 이관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가톨릭 계열의 지부가 있을 줄은 생각을 못 한 것이다.
‘지부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배용수가 말했다.
“되니까 하지 않겠어?”
“너도 잘은 모르나 보네?”
“우리야 그냥 주는 밥만 먹고 가는데 기독교면 어떻고 불교면 어때? 밥만 맛있으면 되지.”
자세히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네.”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사람들에게 뭔가를 뿌리던 남자가 이쪽을 보고는 다가왔다.
“형제님, 안녕하십니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미는 남자의 모습에 강진도 손을 내밀었다.
“논현에서 저승식당 하는 이강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역시나 남자는 강진을 알아보았다. 인대병원 장례식장 강마루도 바로 알아봤던 것처럼 말이다.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남자의 한 손에는 금으로 만든 것 같은 술잔에 물이 담겨 있었다.
“그건 뭐죠?”
“성수입니다.”
“성수?”
“JS 시설관리국 직원들은 귀신들의 기운을 없애는 데 향수를 사용하던데, 저희는 성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종교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말을 하던 남자가 아차 싶었는지 웃으며 말했다.
“이루엘입니다.”
“이루엘? 혹시 미뉴엘이라고 아세요?”
유대성의 아내였던 할머니에게 붙어 있던 수호천사의 이름이었다.
“미뉴엘이라…… 글쎄요.”
“모르세요?”
“현기나 L 전자 다닌다고 직원들 이름 다 아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아…… 그것도 그렇네요.”
자신이 황당한 질문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루엘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쪽도 직원들이 워낙 많아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아니면 이름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럼 혹시…… 천사세요?”
“맞습니다.”
맞다는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천사가…… 진짜 있구나.’
귀신이 있으니 천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천사라는 의미는 귀신보다는 신에 좀 더 가까운 이미지이니 말이다.
강진이 놀란 눈을 할 때, 이루엘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천사라고 해서 별다른 것 아닙니다. JS 직원들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저희도 JS 직원들처럼 월급 받는 봉급쟁이일 뿐입니다.”
“그래도…… 천사신데.”
강진이 이루엘의 어깨 쪽을 보았다. 혹시 날개가 있나 싶어서 말이다.
그 모습에 이루엘이 또 웃었다.
“날개 찾으세요?”
“그게, 천사면 하얀 날개 이미지가 있어서.”
강진의 말에 이루엘이 웃었다.
“저희 선배들이 가끔 인간들의 눈에 띄어서 그런 이미지가 남기는 했는데…… 사실 어디 다닐 때 빼고는 날개 잘 안 펼칩니다.”
“왜요?”
“날개 달고 다니면 불편해서요.”
“불편해요?”
“그럼요. 날개 달고 다니면 문 통과할 때도 이렇게 비스듬하게 들어가야 합니다. 거기에 천사들끼리 걸을 때는 날개 부딪힐까 봐 서로 조심해야 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어요.”
“그래도 천사 하면 날개인데…….”
“요즘 이동 수단이 얼마나 좋은데요. 굳이 날개에 목맬 필요는 없지요.”
“이동 수단?”
“그럼요. 차도 있고 비행기도 있고…… 옛날에는 종일 날갯짓해서 날아다녔는데 그때는 참 힘들었지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하던 이루엘이 웃었다.
“어쨌든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그런데 아시는 분이 상을 당하셨나 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루엘이 고개를 숙이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조문 오신 것이 아닙니까?”
이루엘이 의아한 듯 하는 말에 강진이 머리를 긁었다.
“그게…… 육개장을 먹으러 왔습니다.”
“육개장?”
이루엘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장례식장에 육개장 먹으러 왔다고 말을 하기가 민망한 것이다.
“귀신 손님들이 여기가 맛집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 보려고 왔습니다.”
강진이 사실대로 말을 하자 이루엘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하하하!”
재밌다는 듯 웃은 이루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희 장례식장 음식이 맛이 있기는 하지요. 다른 곳에 파견이 된 직원들도 저희를 부러워합니다.”
“그래요?”
“직장인들에게 점심이 얼마나 중요하신지 아십니까?”
“알죠.”
“그런 개념입니다.”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신기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가톨릭 쪽도 JS와 비슷한가 보네요.”
“비슷? 뭐가 말입니까?”
“JS는 이승과 거의 비슷하게 돌아가던데…… 이루엘 씨 하는 말을 들으니 그쪽도 이승하고 비슷한 것 같아서요.”
“이승을 기반으로 두고 발전하는 것은 모든 사후세계가 같습니다. 저희 천국도 그렇고 불교의 극락도 그렇습니다. 이승이 발전하는 만큼 그에 따라 천국도 극락도 변하지요.”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보다는 낫네요.”
“비슷하게 변하는데 뭐가 낫습니까?”
“이승 정부는 변하는 흐름에 잘 맞추지 못하잖아요.”
“하하하! 말에 뼈가 있으시네요.”
그러고는 이루엘이 몸을 돌렸다.
“들어가시죠.”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가다가 성수가 담긴 잔을 보았다.
“그런데 성수라는 건?”
“축복을 받은 물을 말합니다. 드셔 보실래요?”
이루엘이 잔을 내미는 것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마셔도 되는 겁니까?”
“그럼요.”
이루엘이 잔에 든 성수를 한 모금 마셨다.
“깨끗한 물이거든요.”
“아…… 먹으면 몸에 좋나요?”
성수라고 하니 왠지 몸에 좋을 것 같았다. 강진의 물음에 이루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수기 물보다는 더 깨끗하니 몸에는 좋을 겁니다.”
“정수기 물? 성수면 뭔가 머리를 맑게 해 준다거나, 영적인 기운을 올려주거나 하는 건 없나요?”
“아쉽게도 그런 작용은 없습니다.”
“그 영화 보면 악마 퇴치할 때 성수 뿌리면 막 연기 나고 그러던데.”
“악마요?”
“네.”
강진의 말에 이루엘이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웃었다.
“악마가 있기는 하겠지만, 사실 저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없으세요?”
“그쪽도 요즘은 지옥에 워낙 죄수들이 넘쳐나서 과로사할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인간계에 올 시간이 없을 겁니다.”
“악마도 과로사를 하나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어쨌든 요즘 거기도 참 바쁜 모양이더군요.”
웃으며 장례식장 안에 들어가던 이루엘이 다른 하얀 정장을 입은 천사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던 강진은 입구에 쌓여 있는 생수통을 볼 수 있었다.
“성수를 생수통에 담아 두시네요?”
“물이니까요.”
간단한 답에 강진이 성수를 보다가 물었다.
“저 한 병 얻을 수 있을까요?”
강진의 물음에 이루엘이 그를 보았다.
“기독교 아니신 것 같은데?”
“아니면 못 받나요?”
“저희가 이런 쪽에는 고지식한 것이 있어서…… 저희 종교가 아닌 분에게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비매품이지요.”
“그렇군요.”
“자! 이리 오세요! 제가 식사할 만한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이루엘이 한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한 장례식장 앞에 선 이루엘이 말했다.
“여기 고인이 신실한 기독교 신자이십니다. 이곳 주인께 말하면 식사해도 기분 나빠하지 않으실 겁니다.”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식장을 보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식장 안에는 장례식장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입구에 있는 봉투를 하나 집어 오만 원을 넣고는 겉면에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봉투를 조의금 상자에 넣고는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