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85
386화
식장 안에 들어간 강진은 조문하는 곳을 보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조문하는 곳에 있는 영정 사진 속엔 아이가 해맑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다만 얼굴이 창백하고 머리에는 하얀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렇게 어린 애가…….’
초등학생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의 사진을 본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팠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그의 코앞에 어린아이가 휙 하고 나타났다.
놀라 급히 뒤로 물러난 강진은 영정 속 아이가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저씨가 귀신을 봐요?”
아이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주위를 보았다. 다행히 자신이 놀라 물러나는 것을 본 사람은 없어 보였다.
“미안해요. 아저씨가 저를 안 봐서 저 보라고 뛴 건데…… 놀라실 줄은 몰랐어요.”
아이가 고개를 숙이자 강진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갑자기 네 얼굴이 앞에 나타나서 놀란 거야. 괜찮아.”
“죄송해요.”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는 아이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나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어?”
“천사 아저씨가 방금 말해 줬어요.”
아이가 가리키는 곳에는 이루엘이 서 있었다. 강진의 시선에 이루엘이 말했다.
“제가 방금 이야기해 줬습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이루엘이 손을 흔들고는 가자, 아이가 웃으며 강진의 손을 잡았다.
“이리 와서 식사하세요. 여기 밥 맛있어요.”
아이가 빈자리로 향하자 강진이 영정이 있는 곳을 한 번 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강진이 앉자 유가족으로 보이는 남자가 음식을 가지고 와 내려놓았다.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은 강진이 음식을 보았다. 육개장과 홍어무침, 돼지머리에 젓갈과 반찬들이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귀신을 어떻게 봐요?”
아이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주위를 보다가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는 핸드폰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귀신을 상대로 식당을 하거든.”
“장례식장요?”
“그건 아니고 일반 식당인데 귀신 손님도 받는 거야.”
“와…… 엄청 신기해요.”
아이가 신기해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조심스레 말했다.
“많이 아파 보이던데…….”
강진이 고개를 돌려 영정 사진이 있는 곳을 보자, 아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아팠어요.”
“괜찮니?”
강진의 물음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안 아파요.”
아이가 일어나서는 팔짝팔짝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뛸 수도 있어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는 아이를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병으로 죽은 아이이니 평소 뛰지도 못하고 병상에만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대로 뛸 수도 있고 소리도 지를 수 있으니 좋고 신이 날 것이다.
어린애라 그런지 한 번 뛰기 시작하자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밥 먹자.”
아이를 보던 강진은 배용수의 말에 젓가락과 수저를 놓았다.
“근데 우리 같이 먹냐?”
“그냥 같이 먹자.”
장례식장에 밥 먹으러 오는 것도 좀 그런데 두 그릇 달라고 하기도 그러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젓가락을 집었다.
스윽!
반투명한 젓가락을 든 배용수가 호박전을 집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맛이 좋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젓가락을 들고 호박전을 하나 집어 먹었다.
우걱! 우걱!
호박전을 먹은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하나를 집어 천천히 씹었다.
그러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내 입에는 딱히 엄청 맛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 맛있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호박전을 하나 더 집어 입에 넣었다. 호박전은 말 그대로 호박전 맛이었다.
엄청 맛있다기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맛있는 정도였다.
그에 강진이 수저로 육개장을 떠서 먹었다.
‘맛있기는 한데…….’
육개장도 말 그대로 육개장 맛이었다. 귀신들이 맛집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웃으며 육개장을 먹고 있었다.
“맛있어?”
“맛있지. 개운하고 속이 편안해지는 맛이야.”
육개장을 정말 맛있게 먹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맛있어?”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왜, 너 맛없어?”
“맛이 없지는 않아. 맛은 있는데…… 엄청 맛이 있다고는 못 하겠어. 그냥 일반적인 맛?”
“그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음식을 보았다. 그러고는 전을 집어 한 입 먹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있는데…….”
“어떤 맛인데?”
“그냥 맛있는…….”
돌연 배용수가 말을 멈추더니 다른 음식들도 하나씩 먹었다.
그렇게 종류별로 몇 개를 먹어 본 배용수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이하네.”
“왜?”
“내 입에는 분명 맛있는데…… 맛을 생각해 보면서 먹으니까, 네 말대로 정말 맛있다 정도는 아니네.”
말을 한 배용수가 돼지 편육을 보았다.
“돼지 편육도 너무 지방이 많이 들어갔어. 이건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품 가져다가 썰어 놓은 것 같아.”
“그거야 당연한 것 아냐?”
전문점이 아닌 이상 돼지머리 눌린 것을 직접 만들어서 팔 일은 없으니 말이다.
“그렇지? 근데 맛있어. 이렇게 맛이 있을 수는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음식을 더 먹어 보고는 말했다.
“음식 맛하고는 상관없는 것 아닐까?”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음식을 보다가 말했다.
“귀신한테만 맛있게 느껴지는 뭔가가 있는 것 아닐까?”
“음식 맛이 아니라?”
“응.”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네.”
고개를 끄덕이며 배용수가 마른 오징어를 집어 먹고는 말했다.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마른 오징어도 맛있어?”
“응.”
그러고는 배용수가 웃었다.
“너한테는 도움 안 되겠다.”
맛있게 느껴지는 비법이 요리 외의 것이라면 강진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아니지.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귀신인데…… 이 비법을 알면 손님들이 더 맛있게 드시지 않겠어?”
“그럼 일단 먹자.”
그러고는 배용수가 육개장을 먹는 것에 강진도 먹기 시작했다.
“맛있죠?”
아이 귀신이 맞은편에서 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헤!”
아이가 전을 집어 먹으며 웃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혹시 뭐 먹고 싶은 것 있니?”
“먹고 싶은 것 엄청 많죠!”
“뭐 먹고 싶은데?”
“통닭도 먹고 싶고, 햄버거도 먹고 싶고…… 떡볶이도 먹고 싶어요!”
아이 입에서 먹고 싶은 것들이 줄줄이 나오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해다 줄게.”
“언제 해 줄 건데요?”
“내일?”
강진의 말에 아이가 눈을 찡그렸다.
“저 내일 가야 돼요.”
방금 전까지 신이 나 있던 아이가 입을 우물우물 하다가 자신의 영정 사진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아이 부모님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멍하니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상객이 들어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영정 앞에 국화를 놓고 고개를 숙이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것을 보던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오늘 엄마가 울면서 그랬어요. 내일 나 못 보낸다고…….”
아이가 우는 것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육개장을 보았다.
‘맛집 분석하러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귀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주겠다는 생각에 음식을 먹으러 왔지만…… 잘못된 일이었다.
‘내가 죽음에 무덤덤해진 건가?’
강두치에게는 죽음에 대해 아직 무감각해지기 어렵다고 했는데…… 이제 보니 자신은 이미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이다.
죽으면 끝이 아니라 다른 세상이 있고, 그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귀신과 지내다 보니 죽음을 그저 순리로 받아들인 것이다.
미안함과 자책감을 느낀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형이 오늘 너 먹고 싶다는 것 해 올게.”
말없이 울먹거리며 부모님을 보는 아이를 보던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부모님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봉투 내고 먹으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을 한 자신이 너무나도 안일했음을 깨달은 강진이었다.
속으로 사과를 한 강진이 음식을 볼 때, 배용수가 전을 집어 먹으며 아이를 보았다.
“저승 가는 것 안 무섭니?”
배용수의 말에 아이가 눈가를 닦고는 말했다.
“안 무서워요.”
“안 무서워?”
배용수의 말에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무섭지는 않은데…….”
아이가 부모님을 보며 중얼거렸다.
“엄마 아빠가 너무 울어서…… 그게 너무 슬퍼요.”
“그렇구나.”
강진이 아이를 보다가 말했다.
“또 먹고 싶은 것 있어? 말만 해. 형이 오늘 싹 해 올게.”
“정말요?”
“그럼. 당연하지.”
“나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어요.”
“아이스크림 어떤 맛으로 사 올까?”
“초코 맛요. 아이스크림 먹으면 아프다고 엄마가 못 먹게 했어요.”
“그래. 형이 이따 가져올게.”
먹는 것으로 아이의 기분을 풀어 준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의 말을 듣던 배용수가 아이를 보며 말했다.
“너는 착하고 어리니 좋은 곳으로 갈 거야.”
“이루엘 아저씨가 그랬는데 저는 천국 갈 거래요.”
“천국?”
“네.”
천국이라는 말에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천국 가서 아기 천사가 될 거래요.”
“천사 되는 거야? 천사도 되고 좋겠네.”
배용수의 말에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천국 가면 더 이상 아플 일도 없어서 너무 좋아요.”
아이의 말에 배용수와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많이 아팠니?”
강진의 물음에 아이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프기도 아팠는데…….”
잠시 말을 멈춘 아이가 엄마를 보았다.
“내가 아프면 엄마가 더 많이 울어서…… 그게 더 아팠어요.”
아이의 말에 강진이 작게 한숨을 토하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다 먹었어?”
“응? 응.”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한 두 시간 정도 있다가 형이 올게.”
“두 시간요?”
“응. 너 줄 통닭도 하고 햄버거도 하고…… 어쨌든 형이 일찍 올게.”
“형 빨리 와요!”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서둘러 장례식장을 나왔다.
식장을 나온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지금 하게?”
“응.”
“저녁 장사는 어떻게 하려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 아이는 통닭을 오늘밖에 못 먹잖아.”
“그건…… 그렇지.”
“단톡방에 오늘 저녁 장사 늦게 한다고 올리고 입구에 글 적어 놓자.”
“하긴, 토요일 저녁은 단골들 잘 안 오니까. 그렇게 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서둘러 걸음을 옮기던 찰나였다.
“벌써 가십니까?”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올 겁니다.”
“다시?”
의아해하는 이루엘을 보며 강진이 장례식장 쪽을 보았다.
“아기 천사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있어서요.”
아파서 먹을 것도 마음껏 먹지 못했을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맛있는 것 많이 먹자.’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서둘러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