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87
388화
강진과 배용수는 강정수가 통닭을 양손에 쥐고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양념과 프라이드를 번갈아 뜯어 먹는 강정수를 보던 배용수가 중얼거렸다.
“햄버거는 손을 안 대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자신이 공을 들여 만든 수제 햄버거를 보았다.
배용수의 말대로 강정수는 통닭을 뜯느라 정신이 없는 듯, 햄버거는 손을 안 대고 있었다.
“힘들게 만들었는데.”
“먹겠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정수에게 말했다.
“맛있어?”
배용수의 물음에 강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말했다.
“맛있어요!”
“맛있게 먹고 조심히 가.”
배용수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강정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강정수의 답에 배용수가 미소를 짓고는 강진을 보았다.
“가자.”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강정수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몸을 돌렸다.
“형, 잘 가요!”
뒤에서 들리는 강정수의 외침에 강진이 재차 손을 흔들어 주고는 식장을 나섰다.
강진은 1층으로 내려가며 작게 중얼거렸다.
“애들은 오래 살면 좋을 텐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그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어?”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고개를 저으며 내려가던 강진은 문뜩 무슨 생각이 났는지 이루엘에게 다가갔다.
“이제 가십니까?”
“저녁 장사를 해야 해서요.”
강진의 말에 이루엘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작별인사를 건네는 이루엘에게 강진이 물었다.
“저기, 여기 음식은 여기에서 직접 하는 건가요?”
“병원 구내식당에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내식당에서요?”
“네.”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장례식장에서 보이는 병원 쪽을 보았다.
“그 장례식장 음식은 납품받아서 쓰지 않습니까?”
배용수의 물음에 이루엘이 그를 보고는 말했다.
“모두 다는 아니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면 장례식장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여기는 병원 식당이 있으니 거기서 음식을 만들어서 공급을 하더군요.”
그러고는 이루엘이 웃으며 말했다.
“전에 음식 가져온 직원들이 하는 말이, 딱히 어렵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들어서 필요한 만큼 공급하면 되니까요.”
이루엘의 말에 강진이 병원 쪽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일리가 있네.’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음식이라고 해 봐야 육개장과 밑반찬, 거기에 마른안주와 떡과 과일 정도다.
그중 실제로 조리를 해야 하는 것은 육개장과 밑반찬 정도이다. 일반 가정집에서야 1000인분과 같은 음식을 만들기 어렵겠지만, 병원의 식당이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강진이 병원을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병원 구내식당은 다음에 와서 보자.”
배용수가 손목을 두들기는 시늉을 했다. 손목시계는 차고 있지 않지만, 시간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이루엘을 보았다.
“정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루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또 저희 사람 챙기는 걸로는 유명합니다.”
“그런가요?”
“천국은 물론이거니와, 지옥도 저희 하나님 믿지 않으면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상한 사이비 놈들이 ‘믿으면 천국, 안 믿으면 지옥.’이라고 소리치고 다니는데…… 그게 다 거짓입니다. 믿으면 천국을 올 수 있지만, 안 믿으면 지옥도 못 갑니다. 지옥도 포화 상태라 믿지도 않는 자들까지 받아들일 자리가 없어요.”
재차 웃어 보인 이루엘이 인사했다.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십시오.”
이루엘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저승식당으로 돌아왔다.
***
서둘러 가게에 도착한 강진은 6시 10분 정도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단톡방에는 6시 30분 정도에 오픈을 하겠다고 공지를 했는데, 다행히 20분 정도 일찍 온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차가 생각보다 안 막혔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 한 번 막히면 답이 없는데 오늘은 다행히 차가 잘 빠졌다.
뒷문으로 서둘러 들어간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음식 준비한다.”
배용수가 냉장고에서 돼지고기를 꺼냈다. 토요일 저녁 손님은 대부분 술을 함께 하는 손님이라 술안주가 될 안주 음식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에는 돼지볶음과 김치찌개를 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매일 음식 메뉴 바꾸는 것도 강진이나 배용수 입장에서는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의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배용수가 고기를 손질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띠링!
문을 열은 강진은 입구에 서 있는 오자명과 이유비를 볼 수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일찍 문을 여셨군요.”
환하게 웃는 오자명의 모습에 강진이 일단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사람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보던 강진이 가게 앞에 세워 둔 아크릴 판을 보았다.
자신이 적어 놓은 글을 지운 강진은 영업 시작이라는 문구와 함께 오늘 메뉴를 적었다.
그러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진은 오자명 테이블에 물을 가져다주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저희도 금방 왔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한명현을 보았다.
“저희 식당 단톡방에 오늘 저녁 영업시간 적어 놨는데 시간 맞춰서 오시지 그러셨어요?”
한끼식당 단톡방에는 한명현도 가입이 돼 있었다. 그럼 오늘 저녁 오픈 시간이 늦는 것을 알 텐데 왜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나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한가한 직업은 아닐 텐데?’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한명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의원님께서 기분 좋은 일이 있으셔서, 꼭 여기서 한잔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연락이라도 주시죠.”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해 강진이 말하자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다.
“이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기다리니 금방이더군요.”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음식 바로 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해 주십시오. 김치찌개하고, 전에 소금돼지볶음 맛있더군요.”
“알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배용수가 어느새 냄비에 돼지고기를 넣고 볶고 있었다.
오자명이야 오면 늘 김치찌개를 먹으니 알아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좋은 일? 무슨 일이래?”
“그건 나도 모르지.”
말을 하며 강진은 미리 달궈 놓은 프라이팬에 돼지비계를 한 조각 넣고는 비볐다.
촤아악! 촤아악!
돼지비계에서 기름이 나오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기를 넣고는 빠르게 볶기 시작했다.
거기에 소금을 툭툭 넣어서 간을 하고 마지막에 후추를 넣은 강진이 그것을 접시에 담고는 반찬을 쟁반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빠르군요.”
“안주 없이 드시면 속 버리실 것 같아서요.”
안주도 없이 이미 소주를 까서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웃은 강진이 음식들을 놓았다.
“김치찌개는 한 오 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다.
“제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데…… 혹시 궁금하십니까?”
“무척 궁금하네요.”
강진의 맞장구에 오자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될 것 같습니다.”
“어! 정말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오자명을 보다가 이유비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요일에 본회의에서 법안 통과될 것 같습니다.”
“아…… 아직 된 것은 아니군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다.
“통과만 되면 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통과가 될 겁…… 아니, 됩니다.”
“형님 말대로 이번에는 될 겁니다.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원을 다 모았습니다.”
“그럼 되는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오자명이 웃으며 소주를 따라 내밀었다. 강진이 그것을 받자 오자명이 재차 미소를 지었다.
“본회의 통과해도 바로 되는 것은 아니고…… 한 팔월에서 구월에는 시행이 될 겁니다.”
“소방관 분들이 좋아하시겠어요.”
“소방관 분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좋아할 겁니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욕먹는 것이 좀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욕이요?”
“소방관 국가직 전환 왜 안 하는 거냐고 저희 당에 항의성 문의가 많이 들어왔거든요.”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그거야 너희 당이 계속 발목을 잡았으니 그렇지.”
“야당 하는 일이 정부가 하는 일 감시하며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반대하는 것인데…… 그건 어쩔 수 없지요.”
“옳은 일도 반대하니 문제지.”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며 작게 변명을 했다.
“옳은 일이라고 다 찬성만 할 수 없죠.”
“왜요? 옳은 일이면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강진의 물음에 이유비가 그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론은 그렇지요. 그런데…….”
말을 하던 이유비가 고개를 저었다.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복잡하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햇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정도라고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피식 웃었다.
“빛과 그림자라…… 말은 멋지구만. 그냥 돈하고 표 문제지.”
“험!”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헛기침을 했다. 그 모습에 오자명이 웃으며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근데 국회의원이 그거 신경 안 쓰면 정치 못 하지.”
“병 주고 약 주시는 겁니까?”
“약이라고 할 것이 있나. 그냥 그게 진실인데.”
씁쓸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 오자명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진행이 되셨네요?”
“총선이 머지않았잖습니까.”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강진을 보며 오자명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이번에 올린 겁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이런 법안 반대하면 바로 얻어맞는 거지요. 아마 반대하는 사람들도 공천 탈락한 이들뿐일 겁니다.”
이유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반대하는 분이 있을 거라고요?”
“공천 탈락한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 못 나가니 민심을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요.”
“이번은 못 나가도 다음 선거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반대를 할 겁니다.”
“왜요?”
“그래야 다음 선거 때 공천을 받을 테니까요.”
이해하기 힘든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명분입니다.”
“명분요?”
“이때까지 반대하던 당에서 갑자기 모두 찬성을 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총선 때문에 당론을 바꿨다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래서 이번 공천에 탈락을 한 의원들에게는 반대 표를 던지게 하는 겁니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표를 던졌다는 것을 보이려고요.”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야 저희 정당 지지해 주는 분들도 납득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너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 아닌가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괜히 국회의원들을 도둑놈들이라고 하겠습니까? 눈이라도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은 양반입니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으며 그를 보았다.
“형님도 국회의원입니다.”
“하하하! 나도 도둑놈 중 한 명이지. 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나한테 돈 뜯긴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형님이 도둑이면 저는 이미 감방에 들어가 있어야겠습니다.”
“그래. 앞으로 우리 둘 다 감방 가지 않게 열심히 하자고.”
기분이 좋은 듯 웃는 오자명을 보니 강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돼서 기분이 많이 좋으신가 보네.’
오자명을 보던 강진의 귓가에 배용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치찌개 다 됐어!”
배용수의 외침에 강진이 일어났다.
“찌개 가져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