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03
404화
삼다식당에서는 현신을 한 귀신들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강진이 부른 서울 귀신들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음식과 술을 먹고 있었다.
“와, 회 정말 맛있다.”
“제주도가 확실히 회가 다르기는 하네.”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회를 잘하더라고요.”
“그러게.”
최호철이 웃으며 회를 집어 먹고는 박문수를 보았다.
“사장님, 너무 맛있습니다.”
“시골 촌 귀신은 회를 먹기 어렵지?”
“가끔 강진이가 숙성시켜서 해 주는데 자주는 어렵죠.”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최호철의 말에 박문수가 고개를 끄덕일 때, 허연욱이 일어났다.
“제가 살았을 때 명의였는데 어르신 맥이라도 한 번 봐드리겠습니다.”
“명의였어?”
“제가 한방, 양학 전문의를 동시에 딴 명의입니다.”
허연욱의 말에 박문수가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우리 동네에 침 잘 놓는 영감님이 있었는데 그분이 있었으면 말동무도 되고 좋았겠어.”
“옛날에는 동네에 침 놓는 할아버님들이 꽤 있으셨지요.”
지금은 한의학을 전공한 이들만 침을 놓지만, 옛날에는 동네마다 침 놓는 할아버지가 한두 명은 있었다.
동네마다 애 낳는 것 봐 주는 산파가 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럼 한 번 잡아 봐.”
박문수가 손을 내밀자 허연욱이 맥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몸이 좋으시네요.”
“그렇지?”
“침을 놓을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보다 더 정정하십니다.”
말을 하면서도 허연욱은 살짝 놀란 듯싶었다. 말 그대로 젊은이들보다 더 정정한 기력이니 말이다.
“좋구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주방에서 배용수와 도창복이 음식들을 들고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각 테이블에 음식을 가져다 놓은 배용수가 서울 귀신들이 있는 곳에도 음식을 놓았다.
“이건…….”
“용수야.”
배용수가 음식을 소개하려 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그냥 먹자. 누가 만들었으면 어떠냐?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지. 창복 씨도 여기 앉으세요.”
강진이 앞자리를 가리키자, 도창복이 그 자리에 앉았다. 도창복이 자신의 옆에 앉자 최호철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잘 먹을게요.”
최호철의 말에 도창복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받았다.
“맛있게 드십시오.”
말을 하며 도창복이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와 도창복의 이유 없는 승부욕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음식을 보았다.
음식 하나는 화려한 색채를 가진 잡채 같았다. 다만 잡채에 당면은 보이지 않고 야채와 고기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찹 스테이크였다. 네모난 주사위 모양의 스테이크가 맛있게 놓여 있었다.
딱 봐도 잡채는 배용수, 스테이크는 도창복이 만든 것이었다.
그에 강진이 젓가락으로 스테이크를 몇 점 집었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자기 것이 아닌 도창복의 음식부터 집은 거로도 모자라, 욕심내서 여럿 집으니 삐진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의 그릇에 스테이크를 놓았다.
그러고는 잡채도 덜어서는 도창복의 앞에 놓았다.
“오늘 음식 만든다고 고생들 하셨는데 드셔 보세요. 음식이라는 것이 먹고 맛있으면 되는 거지, 우열을 굳이 가릴 필요가 있겠어요?”
강진의 말에 박문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강진이 말이 맞지. 라면 좋아하는 놈들 중에는 매운 라면 좋아하는 놈이 있는 거고 짜장라면 좋아하는 놈도 있는 거지. 음식에 1등, 2등이 어디 있어. 먹고 맛있으면 되는 거지.”
박문수의 말에 두 귀신이 입맛을 다시고는 슬며시 젓가락과 그릇을 들었다.
그러고는 눈으로 각자의 요리를 이리저리 보다가 향을 맡았다.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서로 같은 행동을 하는 둘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둘이 아웅다웅한 이유가 이건가?’
서로 참 비슷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이 일했던 가게에 대한 긍지까지…….
서로 비슷한 사람이 만나면 둘 중 하나다. 금방 친해지거나 사이가 나쁘거나.
지금은 그 후자고 말이다.
어쨌든 음식을 살피던 둘이 힐끗 서로를 보고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입에 넣고는 씹었다.
아주 천천히, 혀의 모든 감각을 이용해서 맛을 음미하던 둘이 눈을 찡그렸다.
‘맛있잖아.’
‘맛있다.’
뭔가 흠을 잡고 싶은데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두 사람 모두 이번 음식에서 승부를 가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잠시 말없이 음식의 모든 양념과 식감을 살피던 둘이 그릇을 내려놓고는 소주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상대를 쳐다보기만 하는 둘을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잔을 들어 두 사람의 잔에 부딪혔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이 어색하게나마 잔을 가져다 댔다.
“맛있네요.”
“맛있군요.”
그러고는 피식 웃는 둘의 모습에 강진도 웃으며 두 사람의 음식을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맛있네.’
도창복이 만든 찹 스테이크는 갓 만든 떡처럼 쫄깃한 식감에 달콤하면서 새콤한 소스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배용수의 잡채는 당면이 안 들어갔지만 갖은 야채가 얇게 썰려 면처럼 넘어가는 식감이 정말 좋았다.
거기에 간장 향이 은은하면서 달달한 것이 야채를 하나로 묶어주어 여러 맛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강진이 음식을 먹다가 도창복을 보았다.
“도창복 씨 스테이크는 쫄깃하면서 살짝 씹는 식감을 중시하는 것 같은데 그런 이유가 있으십니까?”
먼저 먹었던 배용수의 스테이크는 아주 부드러웠다. 도창복의 것도 부드럽기는 했지만 씹는 식감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배용수의 스테이크를 더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다시 스테이크를 한다면 그런 식감을 살려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이번에도 씹는 식감을 살린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도창복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고기 육질 부드럽게 하고 씹으면 살살 녹게 만드는 레시피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셰프께서 고기는 뜯어야 제맛이라는 지론이 있으셨습니다.”
“하긴 고기는 뜯는 맛이지요.”
강진의 말에 도창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요. 손님이 부드럽게 먹고 싶다고 하면 그에 맞게 만들어 드리겠지만, 그것이 아닌 이상 요리사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요리 방법으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창복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손님의 식성은 가지각색이다.
손님이 미리 자신의 식성에 대해 말을 해 주지 않는 이상, 요리사는 자신이 가장 맛있다 생각하는 요리 방법으로 음식을 내야 한다.
요리사가 씹는 식감을 좋아하면 당연히 고기도 조금은 씹는 식감을 살려서 나올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손님에게 적극적으로 내어 줄 요리사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강진이 고개를 재차 끄덕이자 도창복이 말했다.
“그래서 제 요리는 식감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도창복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갈비찜 한 번 먹어 보고 싶네요.”
배용수의 말에 도창복이 웃다가 문득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고기 씹는 맛이면 갈비지요.”
그러고는 도창복이 강진을 보았다.
“갈비 좀 드시겠습니까?”
“지금요? 양념에 재우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강진의 말에 도창복이 웃었다.
“마침 좋은 돼지 생갈비 있습니다. 생갈비 구워 먹어도 맛있습니다.”
도창복의 말에 박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지.”
그러고는 박문수가 강진에게 말했다.
“창복이가 고기 잘 구워. 한 번 먹어 봐.”
박문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도창복이 일어나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나도 같이 가도 됩니까?”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도창복의 고기 요리는 식감이 좋았다. 이렇게 특유의 식감을 잘 살리는 고기 요리는 배용수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보려는 것이다.
“안 오려고 했습니까?”
싱긋 웃는 도창복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방금 전까지 사이가 안 좋던 둘이 어느새 쿵짝이 맞는 듯하자 질투 같은 것이 나는 것이다.
‘나하고 강상식하고 같이 다녔을 때 민성 형이 이래서 싫어했나?’
강상식과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던 황민성을 떠올리던 강진이 피식 웃고는 소주를 마셨다.
덜컥!
소주를 마시던 강진의 눈에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호텔에서 본 고등학생 귀신이었다.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귀신이 고개를 숙였다.
“친구가 술을 좀 오래 하다 보니 제가 좀 늦었습니다.”
귀신의 말에 강진이 옆자리를 가리켰다.
“여기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귀신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려다가 웃으며 말했다.
“술 드셔도 되죠?”
강진의 말에 귀신이 잔을 들었다.
“제가 생긴 건 이래도 실제 나이로 따지면 그쪽보다 많을 겁니다.”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서울 저승식당 이강진입니다.”
“최대식입니다.”
“만나서 반갑다고 해야 하는데 상황이 조금 그러네요.”
강진의 말에 최대식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그렇죠.”
둘이 이야기를 할 때, 박문수가 최대식을 보며 말했다.
“대식이 오늘 늦었네.”
“친구가 와서요.”
“아…… 오늘이 기일인가?”
“네.”
최대식의 말에 박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 매년 오네. 십 년이면 귀찮을 만도 할 텐데.”
박문수의 말에 최대식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친구입니다.”
“십 년이 넘게 친구 기일 기억하고 찾아오는 건 대단한 거지.”
말을 한 박문수가 몸을 일으켰다.
“과자 줄까?”
“새우과자하고 초코봉 주세요.”
최대식의 말에 박문수가 한쪽 식탁 밑에서 상자를 꺼내서는 과자를 꺼내 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최대식이 과자를 뜯는 것에 강진이 박문수를 보았다.
“과자를 주시네요?”
“과자도 음식이잖아.”
“그건 그런데…….”
저승식당 주인이 귀신들에게 과자를 줄 거라곤 생각을 못 한 것이다.
과자를 주는 것은 너무 정성 없어 보이니 말이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박문수가 피식 웃었다.
“정성 들여서 요리해 주는 것만이 음식인 건 아니야. 손님이 먹고 싶다는 것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
틀린 말은 아니기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죠.”
“그리고 대식이는 과자를 좋아해.”
박문수의 말에 최대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자를 좋아합니다.”
최대식의 말에 박문수가 웃으며 말했다.
“매일 고기 먹을 수 있나. 가끔씩은 이런 과자도 좋지. 너도 서울 가면 가게에 과자 같은 것 좀 가져다 놔. 과자 좋아하는 귀신들 꽤 많아.”
박문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보던 강진의 눈에 최호철이 과자를 집어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강진의 시선에 최호철이 웃었다.
“과자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다.”
“과자는 가끔 드시잖아요?”
귀신들이 낮에 입 궁금하면 먹으라고 강진이 JS 편의점에서 과자와 간식을 사다 놔서 가끔씩 군것질을 하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매일 집에서만 밥 먹을 수 있냐? 가끔은 길거리 음식도 먹는 거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맛있는 집 밥도 좋지만, 가끔은 길거리 오백 원짜리 어묵이 당길 때도 있는 법이었다.
강진이 새우과자를 집어 입에 넣고는 소주를 마셨다. 그러고는 눈을 찡그렸다.
“과자는 역시 맥주인가 보네요.”
“오랜만에 과자에 맥주나 마셔 보자.”
최호철이 일어나서 맥주를 가져오자 강진이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