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13
414화
차달자와 이호남이 만든 음식은 아주 맛있었다. 특히 이호남이 만든 짬뽕은 맛이 아주 좋았다.
알고 보니 이호남은 중국 요리사였다. 충북에 있는 유명한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웠다는데 배용수처럼 자기 음식점에 대한 자긍심이 무척 높았다.
어쨌든 이호남이 만든 짬뽕은 맛이 좋았다. 그리고 차달자가 만든 매콤한 제육과 김치볶음도 맛이 좋았다.
제육볶음과 김치볶음 둘 다 간단한 요리인데도 뭔가 깊은 맛이 나는 게 일품이었다.
평범한 음식을 이렇게 맛있게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저승식당 사장들은 모두 음식을 잘하는 모양이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신수호 일행은 차달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가게를 나섰다.
신수호 형제를 배웅한 강진은 여자 귀신들과 차연미가 그릇들을 치우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다 차달자가 앉아 있는 자리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일단 사장님 근무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려고요.”
“말씀하세요.”
차달자가 자세를 바로 하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사장님 가게는 아침에 영업을 하셨나요?”
“저희 가게는 아침 장사는 하지 않고 저녁 여섯 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만 했어요.”
“사람 상대로 장사를 하기는 하셨네요.”
“친한 시장 언니들이 저희 가게에서 한잔하는 것을 좋아해서요. 아예 사람 영업을 안 할 수는 없더군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저희 가게는 점심과 저녁 장사를 합니다. 점심은 11시부터인데 11시 20분부터 손님들이 많이 몰리십니다. 그래서 12시 40분까지 많이 바쁘고, 그 후로는 좀 한가합니다.”
강진이 가게 스타일을 설명해 주고는 말했다.
“점심 장사 할 때는 사장님과 제가 홀을 보고, 용수와 이호남 주방장님이 안에서 요리를 할 생각입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주방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던 것과 달리 차달자는 웃으며 순순히 수긍해 주었다.
“점심에만 좀 바쁘고 저녁은 안 바쁘니까요. 주방에 계셔도 되고, 홀에 계셔도 되고 하시고 싶은 것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승식당 영업 때는 같이 하는 거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차달자는 별문제가 없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 월급인데요.”
“저는 월급 안 받아도 되는데요.”
차달자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이지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쓰는데 당연히 월급을 드려야죠. 그리고 월급 안 드리면 제가 영양사 아주머니하고 뭐가 다르겠어요. 그렇게 되면 저승 갈 때 영양사하고 같이 지옥에 떨어져요.”
“아…….”
차달자가 미안하다는 듯 강진을 보았다.
“제가 그런 생각은 못 했어요.”
“시급은 시간당 만 원으로 하겠습니다.”
“만 원요? 너무 많은데.”
“시간당 만 원이지만……. 죄송한데 일하는 시간은 좀 줄일게요.”
“시간을 줄이신다는 건?”
“11시 출근해서 오후 1시까지 두 시간, 저녁 5시에 출근하셔서 7시까지 두 시간, 그리고 저승식당 영업시간인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두 시간 해서 하루에 6시간, 6만 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신 오고 가기 번거로우실 텐데 제가 출퇴근은 시켜 드릴게요.”
한끼식당에서 사람이 필요한 시간은 점심뿐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강진과 배용수 둘이 감당할 수 있었다. 가게 정리는 여자 귀신들이 하기도 하고 말이다.
아니면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차달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그건 시간도 너무 길고 월급도 부담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강진은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차달자에게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강진 생각에 이게 최선이었다.
강진의 말에 잠시 있던 차달자가 말했다.
“저 일 끝나고 가게에서 쉬어도 되나요?”
“퇴근 안 하시고요?”
“퇴근해서 집에 가도 딱히 할 것이 없어요. 여기 있는 것이 더 편해요.”
“그건 사장님 편하신 대로 하세요. 퇴근하셔도 되고, 쉬셔도 됩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저희 가게는 일요일은 쉽니다.”
“쉬세요?”
차달자가 아쉽다는 듯 말하자 강진이 미소 지었다.
“하지만 사장님 계시니 이제부터 하려고 합니다.”
“하실 거예요?”
반색하는 차달자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제가 일이 있으면 일요일에 해결하느라 쉬었거든요. 그런데 사장님 계시니 믿고 맡겨도 될 것 같습니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언제 쉬는 것이 좋으시겠어요?”
“쉬어요?”
“일주일에 한 번은 쉬셔야죠. 몸 불편하시면 이틀 쉬셔도 되고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쉬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래도 쉬셔야 피로도 풀리고 하실 텐데…….”
“피곤하면 말씀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저승식당에 있고 싶은 차달자의 마음을 이해한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그리고 이제 말 편히 해 주세요. 제 선배님이기도 하고 제 어머니뻘이시니까요.”
“저야 좋지요.”
“그럼 오늘부터 이모님으로 모실게요. 이모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차달자를 보며 배용수가 슬며시 말했다.
“금요일 날도 이야기해 드려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아차.” 하고는 차달자를 보았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저승식당 출장 영업을 합니다.”
“출장 영업요?”
“죽은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여기에 오지 못하시잖아요.”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모든 귀신이 저승식당에 올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것이다.
특히 거리가 먼 곳에서 죽은 귀신들은 저승식당에 오기 힘들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에는 서울 다른 지역으로 가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장용으로 쓰는 푸드 트럭 보여 드릴게요.”
차달자를 데리고 뒷문으로 나온 강진이 주차되어 있는 푸드 트럭을 손으로 톡톡 쳤다.
“저희 출장 저승식당입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푸드 트럭을 보았다.
“트럭이네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캡을 열고는 내부를 보여주었다.
“와!”
“와!”
푸드 트럭 내부를 본 차연미와 이호남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푸드 트럭 안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인 것이다.
“신기하네요.”
“사장님, 여기 전자레인지도 있어요.”
이호남이 밑에 작게 있는 전자레인지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먹던 음식 따뜻하게 할 때 쓰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커다란 불판을 가리켰다.
“본점에서야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해 주지만, 출장 영업을 할 땐 음식을 정해서 나갑니다.”
“음식을 정해요?”
“가게에서야 재료도 풍족하고 조리 여건도 좋지만, 야외에서는 여기에 싣고 간 식재와 조리기구만 써야 하니까요. 그래서 메뉴를 미리 정한 뒤 그 재료만 싣고 출장을 갑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 장사를 했던 차달자라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를 하는 것이다.
“그럼 음식은 뭐를 하나요?”
“사람들이 외식할 때 가장 많이 먹는 것이 삼겹살이잖아요. 귀신도 식성은 사람하고 비슷해서 삼겹살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금요일 날에는 기본적으로 삼겹살을 하고 추가로 국물 음식, 밑반찬, 거기에 컵라면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고 좋아할 메뉴기는 한데 음식 종류는 안 바꾸나요?”
“출장 식당에 오시는 분들은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신 분들이세요. 그래서 굳이 메뉴를 바꿀 필요는 없더군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차달자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혹시 메뉴가 마음에 안 드세요?”
차달자의 얼굴에 살짝 불편한 기색이 어려있어 물은 것이었다.
“아니에요.”
“제가 모르고 놓친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저승식당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빠뜨린 부분이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 사람 취향이라는 것이 있어요.”
“물론 그렇겠죠.”
“저와 친한 시장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더라고요.”
“돼지고기를 못 먹어요?”
“돼지고기 질 좋은 것 써도 이상하게 냄새가 난다고 못 먹더라고요. 그래서 그 언니는 닭고기를 드셨어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은 잠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마 그런 점까진 생각지 못한 것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강진은 입을 열었다.
“돼지고기 못 먹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는데…… 이모님 말 들으니 그렇네요.”
생각해 보면 고기 종류를 가리는 사람이 꽤 있다. 돼지를 안 먹는 사람도 있고, 소나 닭을 안 먹는 사람도 있었다.
고기 자체를 아예 안 먹는 사람도 있고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차달자는 이모라는 말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모라는 말 좋네.’
미소를 짓는 차달자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다른 고기들을 좀 챙겨야겠어요.”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고는 차달자가 철판을 보다가 말했다.
“소고기는 등심, 닭은 춘천 닭갈비로 하면 이 철판에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판이 넓으니 그렇게 하면 될 것이다.
“고기 못 드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죠?”
“반찬으로 나물 요리를 몇 개 해서 가져가면 될 것 같아요.”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가르침이라 할 것까진…….”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푸드 트럭 구경을 마친 뒤, 차달자가 트럭에서 내려오는 것을 도와준 강진이 말했다.
“어떻게, 퇴근하셨다가 11시에 오시겠어요?”
“퇴근요?”
“아까 병원에서 퇴근하시고 바로 여기에 오셨잖아요. 옷이라도 갈아입으시는 것이 편하지 않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차연미가 말했다.
“엄마, 그렇게 해요.”
“나는 지금도 편한데.”
“에이! 그래도 앞으로 사장님이 엄마 집을 알아야 모시고 다닐 것 아니겠어요?”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미 씨 말이 맞습니다. 제가 집을 알아야 편하죠. 그리고 옷도 편하게 갈아입으세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차를 가리켰다.
“타세요.”
“가방 가져와야 하는데…….”
“제가 가져올게요.”
강진이 가게로 들어가 앞문을 잠그고는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타세요.”
강진이 차 문을 열어주자 차달자가 차에 올라탔다.
“주소 알려주시겠어요?”
차달자가 주소를 말해주자 강진이 내비를 찍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차달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차를 운전할 때,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핸드폰을 꺼낸 차달자가 잠시 액정을 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아니요. 저는 이제 일 안 나가요. 네…… 사람 구할 때까지요? 그건…… 네…… 제가 다른 일자리를 구해서요. 죄송합니다. 아니요. 그게…… 아…… 알겠습니다.”
차달자가 불편하게 전화를 끊자 강진이 힐끗 그녀를 보았다.
“혹시 영양사예요?”
“네.”
“일 나오래요?”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사람 구할 때까지는 있으라고요.”
“그래서요?”
“저 없어도 교대 근무할 사람도 있고…… 나름 아주머니들한테 인기 있는 곳이라 인력소에 연락하면 바로 일하러 올 사람 있는 곳이에요.”
“핑계라는 말이네요.”
“그럴 거예요.”
사실 그녀 말고도 영양사와 싸우고 일 그만둔 아주머니들이 몇 있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사람이 곧장 오는 것을 보면 사람 구하는 것이 어려운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주머니들이 영양사 눈치를 보는 거고 말이다.
자신들이 잘려도 새로 일하러 올 사람들은 많으니 말이다.
“그래서요?”
“죄송하다고 하니까 이야기 좀 하자고 저희 집으로 온다고 하시네요.”
“이모님 집으로요? 이모님 집을 어떻게 알고요?”
“이력서에 제 주소 적혀 있으니…… 그거 보고 오려나 봐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온다고 하는데 같이 보죠.”
“사장님도요?”
“이제 가족인데 이모님 일이면 제 일이기도 하니까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이야기를 하던 강진은 내비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알리자 앞을 보았다.
앞에는 커다란 대문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대문 봐…….’
차달자의 집은 커다란 대문을 가진 저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