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14
415화
대문 앞에 선 강진은 멍하니 문을 보았다.
“집…… 좋네요.”
혼자 살기에는 너무 집이 큰 것 아니냐는 듯한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족들이 혹시 승천 안 하고 제 곁에 있을까 봐 집은 좀 좋은 곳으로 구했어요. 가족들이 제 곁에 있다면 좋은 곳에서 지냈으면 했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강진이 중얼거리며 대문을 볼 때, 차달자가 열쇠로 문을 열었다.
덜컥!
문이 열리자 차달자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본 대문처럼, 대문 안도 무척 보기 좋았다.
넓은 정원이 있고, 잘 가꾸어진 나무와 잔디가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작은 텃밭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와!”
강진이 감탄하며 정원을 보자, 변대두가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께서 정원 관리를 열심히 하시지.”
“정원이 너무 좋아요.”
“관리하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원이지.”
변대두가 정원을 보며 하는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을 잘 구한 것 같아요.”
차달자의 말에 차연미가 눈을 찡그렸다.
“집이 크고 좋기는 해도 엄마 혼자 청소하고 관리하기는 너무 힘들어. 집 팔고 좀 작은 데로 이사 가자.”
차달자가 혼자 정원을 관리하고 집을 청소하는 걸 봐 온 차연미였다. 그런 그녀 생각엔 관리하기 힘든 큰 집보다는 작은 집이 나은 것이다.
“연미 씨 말대로 집이 커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요. 청소하는 것만 해도 종일 걸리겠는데요.”
정원에서 보이는 집은 2층으로, 무척 넓어 보이는 만큼 청소하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였다.
이 집을 차달자 혼자 관리했다면 청소하는 것만 해도 큰 고생이었을 것 같았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 생겼으니 집이야 크면 어떻고 작으면 어떻겠어요.”
그러고는 차달자가 집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래도 집이 크고 정원이 좋아서 지내기는 편하지 않았어?”
차달자의 말에 차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원이 좋아서 보는 맛이 있기는 했지. 근데 집이 무식하게 너무 커.”
차달자가 가족 같은 직원들을 위해 이 집을 선택한 것은 조금 과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직원들은 이 집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집이 커서 귀신들도 각자의 방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들어가요.”
차달자가 집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집안은 깔끔했다.
말이 좋아서 깔끔이지, 조금 휑한 느낌이었다. 거실에는 소파 하나와 의자 하나, 그리고 TV 하나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연미가 집 구경 좀 시켜 드려. 나는 들어가서 씻고 옷 좀 갈아입을게.”
“네, 엄마.”
차연미의 답에 차달자가 강진을 보았다.
“그럼 저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네.”
차달자가 방으로 들어가자 차연미가 집을 구경시켜 주었다. 집은 생각보다 더 컸다.
2층에는 차연미와 이호남의 방이 있었고, 1층에는 차달자와 변대두의 방이 있었다.
그리고 귀신들의 방에도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방 좋죠?”
“방 좋네요.”
“엄마가 우리들 잘 지내라고 이렇게 침대하고 인테리어까지 다 해 줬어요.”
차연미가 자신의 방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맛을 다셨다.
‘용수하고 우리 직원들 이 집 보면 나한테 서운해하는 것 아냐?’
차달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직원들을 위해서 이렇게 좋은 집을 사고 방까지 꾸며놨는데…… 한끼식당 귀신 직원들은 2층 거실이나 식당 홀에서 지내는 게 전부이니 말이다.
이렇게 보니 복지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차연미의 방을 보니 괜히 직원들에게 미안해진 강진이 입맛을 다실 때, 그녀가 말했다.
“JS에서 비닐장갑 좀 사 주세요.”
“비닐장갑요?”
“엄마 혼자 여기 청소하기 힘들어요. 이제 저하고 호남 씨가 여기 청소도 하고 밥도 차려 드려야죠.”
차연미의 말에 변대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는 뭘 하지?”
“어르신은 정원이랑 텃밭 관리하시면 되죠. 농사는 해 보셨을 것 아니에요?”
“내가 나름 귀하게 자란 몸이라 농사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이라도 해 보세요. 엄마 하시는 것 많이 봤잖아요.”
차연미의 말에 변대두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네에 농사 좀 할 줄 아는 귀신 있으면 데려다가 좀 배우면 되겠지.”
“그것도 괜찮네요. 아니면 이따 저승식당 오픈하면 그때 농사 좀 할 줄 아는 귀신 데리고 퇴근하면 되겠어요.”
“그러면 되겠군.”
변대두가 고개를 끄덕일 때 차연미가 강진에게 말했다.
“밑에 가서 차 한 잔 해요.”
그에 강진이 귀신들과 함께 1층으로 내려왔다. 차연미가 알려주는 대로 주전자에 물을 올린 강진은 서랍에서 차를 꺼냈다.
“아침에 엄마가 출근할 때 정원에서 한 잔씩 하는데 좋더라고요.”
“정원에서요?”
“엄마가 우리 있는지 없는지 몰라도 뭘 먹을 때는 우리 것까지 4인분을 만드셨거든요.”
말을 하며 차연미가 쟁반을 가리키자, 강진이 찻잔을 올리고는 차를 탄 뒤 그것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정원에 있는 테이블에 찻잔을 놓은 강진이 의자를 보았다.
“의자도 네 개네요.”
“엄마는 늘 저희 몫까지 준비하시거든요.”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은 차연미가 찻잔을 들었다.
스윽!
다른 귀신들도 찻잔을 들고는 정원을 보았다. 정원에는 간접 조명이 바위와 나무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조경 덕분에 서울 한복판인데도 숲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이야, 좋은 집은 확실히 다르네요. 집안에 숲이 있네.”
“숲까지는 아니죠.”
그러고는 차연미가 차를 마실 때, 차달자가 나왔다.
“차 한 잔 드세요.”
강진이 찻잔들을 가리켰다. 귀신들이 손을 대기는 했지만 양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상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웃으며 차를 마시자, 차연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여기 앉아.”
“그래. 고마워.”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며 차연미의 손을 쓰다듬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차를 마시다가 슬며시 핸드폰을 보았다. 영양사가 온다는 말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언제 온대요?”
“강남에 있다고 했으니까 곧 올 거예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핸드폰이 울렸다.
“왔나 보네요.”
차달자가 전화를 받았다.
“네. 맞아요. 제가 앞으로 나갈게요.”
그러고는 차달자가 몸을 일으켰다.
“집 앞이래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일어났다.
“그런데 용케 집을 찾아왔네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보았다.
“귀신이 셋이나 있잖아요. 보통 사람보다 귀신이 더 많으면 집을 못 찾던데.”
“병원에 있다 왔잖아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서도 장례식장처럼 귀신의 귀기를 지우는 JS 직원들이 존재한다.
실수로라도 귀신의 귀기에 환자들이 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차달자 직원들의 귀기가 지워져 있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차달자와 함께 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대문을 열자 조금 떨어진 곳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영양사가 보였다.
“오셨어요?”
문을 열고 나오는 차달자의 모습에 영양사가 크게 뜬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대문을 보는 것이 무척 당혹스러운 모양이었다.
‘이게 어떻게?’
병원 구내식당 아줌마가 이런 저택에서 나오니 놀란 것이다.
“여기가…… 아줌마 집이에요?”
“네. 들어오세요.”
차달자가 몸을 돌리자 영양사가 당황스러운 눈으로 다시 한 번 대문을 보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영양사는 강진을 한 번 보고는 그대로 차달자의 뒤를 따라갔다.
덜컹!
문을 닫은 강진도 둘의 뒤를 쫓았다.
아까 앉아 있던 테이블에 다가간 차달자가 자리를 가리켰다.
“여기 앉으세요.”
차달자의 말에 영양사가 자리에 앉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보기 좋은 정원과 함께 정원이 보이는 커다란 창을 가진 저택을 보던 영양사가 침을 삼켰다.
“여기가…… 진짜 아줌마, 아니 차달자 씨 집이에요?”
“네.”
“아니…… 어떻게 이런 집에?”
영양사가 당황스러워하는 것에 차달자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차 한 잔 드릴까요?”
“네? 네.”
영양사의 말에 차달자가 일어나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제가 가져올게요.”
“아니에요. 손님이 왔는데 제가 해야죠.”
그러고는 차달자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영양사가 멍하니 집을 보다가 강진을 힐끗 보았다.
“여기가 정말 차달자 씨 집이에요?”
“사장님 집이 맞습니다.”
강진의 말에 영양사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도 아줌마한테 사장님이라고 하던데…… 왜 사장님이라고 불러요?”
“모르셨겠지만…… 큰 음식점을 하시던 사장님이셨습니다.”
“큰 음식점요?”
영양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바닥에서는 아주 유명한 요리사였죠.”
“그…… 그래요?”
유명한 요리사라는 말에 영양사가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다가 다시 집을 쳐다보았다.
유명했다고 하니 이 커다란 저택이 조금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런 분이…… 왜 구내식당에서?”
“사람마다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지요.”
강진은 굳이 그녀에게 장달자의 아픈 사정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는 말하지 않은 채 차를 마실 때, 차달자가 찻잔을 들고 나왔다.
“드세요.”
차달자의 말에 영양사가 찻잔을 들고는 말했다.
“출근…… 안 하실 건가요?”
“일자리를 구했어요.”
“어디요?”
“여기 사장님이 일하는 곳에 가기로 했어요.”
차달자의 말에 영양사가 강진을 보았다.
“식당 하세요?”
“저기 논현 사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
강진의 말에 영양사가 잠시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원래는 이런저런 말로 설득을 한 뒤 감정에 호소하려고 했는데…… 저택을 보니 말문이 막혀버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영양사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일어났다.
“저 가 볼게요.”
영양사의 말에 차달자가 일어날 때, 강진이 말했다.
“사람이 죄를 지으면 죗값을 받게 됩니다.”
강진의 말에 영양사가 그를 보았다.
“무슨 소리예요.”
“자동차 할부금.”
강진의 말에 영양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사이,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처음부터 이런 분은 아니셨을 겁니다.”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영양사를 보았다.
“어떤 영화를 보면 이런 대사가 있더군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그쪽도 처음에는 사장님이 고된 일도 알아서 해 주고, 바쁠 때 일도 더 해 주니 그것이 고마웠을 겁니다.”
“그건 지금도 고마워요.”
“그렇겠죠. 그 정도 양심은 있으셔야죠.”
양심이라는 말에 영양사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런데 그 고마움이 점점 당연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이 정도는 해도 돼. 늘 이 정도 일은 해 주시잖아. 사장님은 음식 하는 것 좋아하시니까.”
점점 안색이 창백해지는 영양사를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이런저런 말로 사장님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당연시하셨겠죠. 아니, 하다 보니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됐을 겁니다. 잔업 수당을 받지 않아도 일을 해 주는 그런 사람……. 하지만 그건 사장님의 호의였을 뿐입니다. 그런 호의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셔서는 안 됐던 겁니다.”
말이 없는 영양사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나에게 잘해 주는 사람은 호구가 아닙니다. 그저 선하고 착해서, 혹은 나를 좋아해서 잘해 주는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잘 해 주는 분을 존중하고 대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