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15
416화
강진의 말에 영양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차달자를 보았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영양사의 말에 차달자가 그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미안해요.”
차달자의 미안하다는 말은 자기 때문에 그녀가 받을 저승의 죗값에 대한 사과였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영양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잘못한 것은 자신인데…… 차달자가 사과를 하니 말이다.
잠시 있던 영양사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정말……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영양사의 사과에 차달자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잘 지내요. 그리고 수정 엄마하고 장성 엄마한테 내가 미안하다고 전해 주고요.”
“잘 지내세요.”
영양사가 급히 몸을 돌려 가는 것에 차달자가 배웅을 해 주었다.
영양사를 배웅하고 오는 차달자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끝까지 돈을 돌려준다는 말은 안 하네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착했던 분인데…….”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잠시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정말 이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나쁜 놈 몇 빼고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착해요. 그런데 호의로 계속 잘해주고 배려를 해 주면…… 어느 순간 선을 넘어요. 여기까지는 해도 되는구나, 여기서 좀 더 넘어가도 되나? 되네? 조금 더 넘어갈까?”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휴우! 이런 식으로 바보같이 계속 선을 넘죠. 그 선을 잘못 넘으면 어떤 사고가 날지도 모르면서요.”
강진의 말에 이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도 똑같죠. 차선만 잘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면 사고가 나지 않는데…… 왜 이리들 선을 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지. 쯧쯧!”
작게 혀를 차는 이호남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이 정한 선을 넘으려 할 땐 막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착하기만 해서는 살기 참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착한 것이 무슨 죄인가요. 착한 사람 등쳐 먹는 사람들이 나쁜 놈들이지.”
“그거야 당연한데…….”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착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착한 사람을 호구로 보고 등쳐 먹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고개를 젓는 강진을 보며 차달자가 그의 손을 잡았다.
“사장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됐습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가게를 갔으면 하는데…….”
“벌써요?”
“제가 할 음식이 있어서요. 시간이 걸리는 음식이라 지금 가야 할 것 같아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주방에서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강진과 배용수가 그쪽을 힐끗 보았다.
“음식 뭐 하신대?”
“모르겠네.”
지금 주방에서는 차달자 혼자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원래는 강진과 배용수가 같이 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오늘 저승식당 음식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자리를 비워 준 것이다.
강진이 주방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를 맡다가 말했다.
“육수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매콤한 냄새도 나는 것도 같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주방을 보다가 말했다.
“느낌은 육개장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지?”
강진도 동감이라는 듯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서 나는 냄새와 느낌이 육개장 같았다.
아니면 육개장과 비슷한 요리거나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차달자가 국그릇을 들고 나왔다.
“맛 좀 봐 주세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국그릇을 보았다. 그릇에는 예상대로 육개장이 담겨 있었다.
그것도 파가 엄청 크게 들어 있는 육개장이었다.
“파가 많이 들어 있네요?”
“파 싫어하세요?”
“아뇨. 좋아합니다.”
“파를 많이 넣고 끓이면 국물이 개운하고 좋거든요.”
차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수저로 국물을 떠서 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개운하네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입에 맞으세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주 이태문 어르신의 육개장하고는 또 다른 매력이 있네요.”
“태문 오빠를 알아요?”
“몇 번 뵌 적이 있습니다.”
“태문 오빠는 잘 지내나요?”
차달자의 말에 잠시 멈칫했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곳에서 잘 지내실 겁니다.”
좋은 곳이라는 말에 차달자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아…….”
무슨 의미인지 안 것이다. 그런 차달자를 보던 강진이 육개장을 한 숟갈 더 떠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한 맛이 좋네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태문 오빠 육개장이 진하고 얼큰한 맛이라면, 제가 만드는 육개장은 깔끔하면서 매콤한 맛이에요.”
“그런 것 같습니다. 맛이 좋습니다.”
이태문의 것이 진한 곰탕과 같은 육개장이라면, 차달자의 것은 조금은 가볍지만 개운한 맛이었다.
둘 다 각자의 장점이 있어 우열을 가릴 필요 없는 훌륭한 맛이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환하게 미소를 지을 때, 배용수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귀신들한테 메뉴 받는다.”
“응.”
배용수가 가게 문을 뚫고 나가서는 기다리고 있는 귀신들에게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화아악! 화아악!
가게에 귀신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며 현신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귀신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던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화아악!
이 순간을 즐기는 것처럼 밝은 얼굴로 하나둘씩 들어오는 자신의 직원들, 아니 가족들을 본 것이다. 차달자의 뒤에 있던 강진도 그들을 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들어온 차연미는 무척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조금 옛날 풍의 화장과 옷이었지만, 그래도 피부가 깨끗하고 미소가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뒤이어 들어온 이호남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청년이었으며 변대두는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였다.
강진이 그들을 볼 때, 차달자가 가족들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보니…… 너무 좋네.”
귀신으로서는 아까 봤지만, 이렇게 현신을 한 상태로 보니 느낌이 더 각별했다.
“엄마, 나도 너무 좋아요.”
“사장님을 이렇게 보고 있으니 너무 좋습니다.”
“하하하! 이거 다들 왜 이리 서 있어. 자, 앉자고. 천장 안 무너져.”
변대두의 농에 차달자가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자, 앉아.”
차달자가 미리 잡아 놓은 자리에 그들이 앉았다. 한자리에 모여앉은 그들의 모습을 푸근한 얼굴로 보던 차달자가 비어 있는 옆 테이블을 보았다.
옆 테이블에도 음식들이 있었는데 아직 귀신들이 자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 자리를 보며 차달자가 입을 열었다.
“고현정, 고현정, 고현정.”
이름을 부른 차달자가 잠시 앞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승천하셨네요. 잘 됐어요.”
자신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귀신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던 차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김동현, 김동현, 김동현.”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차달자가 흐뭇한 얼굴로 자신과 친한 귀신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비어 있는 자리를 보았다.
‘왜 테이블을 두 개나 잡으셨나 했더니…… 알던 귀신들을 모시려고 한 거였구나.’
차달자가 테이블을 두 개 잡아 놓은 이유를 알게 된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귀신들의 이름을 연신 부르던 차달자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조금 슬퍼 보이는 그녀의 미소에 강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무도 안 오세요?”
그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승천을 한 모양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15년 만에 인사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다.
끝내 보지 못하고 떠나보낸 아쉬움과 그들이 승천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교차했다.
만감이 어린 눈으로 식탁을 보는 차달자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아쉽지만 그래도 다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식사하세요.”
“저는 일을 해야죠.”
“오늘은 쉬면서 하세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차연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강진이 빈자리에 앉으려 할 때, 배용수가 흠칫 놀란 눈으로 문을 보았다.
“보스 처녀귀신 온다.”
“소희 아가씨?”
“지금 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카운터에 있는 향수를 꺼내러 갈 때, 차달자가 그를 보았다.
“소희 아가씨가 오시는 건가요?”
“소희 아가씨 아세요?”
“그럼요. 저희 가게에도 자주 오시는 단골이셨죠.”
차달자의 말에 차연미를 비롯한 일행이 눈을 찡그렸다.
“소희 아가씨 오면 우린 다 나가야겠네요.”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차연미가 의아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녀귀신이 온다고 하는데도 다른 귀신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신처럼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일어나지 않는 귀신들의 모습에 차연미가 의아한 듯 그들을 보았다.
“처녀귀신 오는데 왜 안 가요?”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카운터에서 향수를 꺼내 들어 보였다.
“JS에서 귀기를 지울 때 쓰는 향수가 있거든요. 힘드셔도 조금만 참고 계세요.”
말을 하며 강진이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한쪽에서 사람들이 갈라지며 김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아가씨 정도 되면 바로 입구에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닌가?’
처녀귀신들은 축지법을 사용한다. 먼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하는 그런 기술 말이다.
그럼 저렇게 사람들을 가르며 걸어올 것이 아니라 곧장 가게 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다가와서는 양손을 좌우로 펼쳤다.
그에 강진이 그녀의 주위로 향수를 뿌렸다.
스르륵!
향수를 뿌리자 김소희가 가볍게 한 바퀴 돌고는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오셨습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통영은 좋으셨습니까?”
“통영은 늘 좋지. 자네도 한 번 가 보게나. 볼 것도 많지만…… 음식도 맛이 좋지.”
“통영에서 음식 많이 드셨어요?”
통영에서 누가 음식을 줬나 싶을 때,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믿는 처녀 보살 한 명이 이것저것 해 주더군.”
“아…… 아가씨를 모시는 보살님이 계시군요.”
“가여운 아이지. 어여쁜 아이인데 괜히 신을 모시는 팔자를 타고 나서…….”
무당의 신세를 가엾어하는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지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스윽!
김소희가 들어오자 문 앞에서 서 있던 차달자가 양손을 앞으로 모은 채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를 뵙습니다.”
차달자의 공손한 인사에 김소희가 그녀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고생하였네.”
김소희의 말에 차달자의 몸이 작게 흔들렸다. 김소희의 한 마디가……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차달자가 눈시울을 붉히다 이내 눈물을 흘리자, 김소희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녀의 어깨를 양손을 감쌌다.
“내 가끔 자네를 들여다보았네.”
“저를요?”
놀란 듯한 차달자의 말에 김소희가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내 자네에게 얻어먹은 밥이 몇 끼인데 자네를 잊겠는가.”
“아…….”
작게 탄식을 토하는 차달자를 보며 김소희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연신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 자네의 기운이 이곳에서 느껴져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네.”
“저를…… 보러 오신 건가요?”
“자네가 이곳에 왔으니 내 자네를 반겨 줘야 하지 않겠는가?”
김소희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달자의 미소에 김소희가 부드럽게 그녀를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