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59
460화
아삭! 아삭!
과자를 거칠게 씹는 원희진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승환 씨 만나는 여자 집에서 반대를 하나 보네요?”
“쳇!”
거칠게 콧방귀를 뀐 원희진이 말했다.
“우리 승환이 연봉이 일억 오천인데 어딜 지금 사람 무시하고 있어.”
“일억 오천?”
강진이 깜짝 놀란 얼굴로 원희진을 보았다.
“일억 오천요?”
정말 많이 놀라 연속으로 두 번이나 말을 하자 여자 귀신들도 놀란 눈으로 원희진을 보았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원희진을 보자 그녀가 의아한 듯 귀신들을 보았다.
“왜들 그래요?”
“액수가…… 엄청 나네요?”
“때 미는 것이 그리 돈을 많이 벌어요?”
여자 귀신들이 놀란 눈으로 묻는 것에 원희진이 말했다.
“동네 목욕탕에서 일하는 세신사 언니들도 많이 버는 해는 일억도 벌고 못 벌어도 칠팔천은 벌어요.”
“동네 목욕탕이요?”
“그럼요. 그런데 이렇게 큰 호텔 사우나는 때 미는 비용도 세니 일억 오천도 많이 버는 건 아니죠. 그리고 사장님 때 밀고 마사지 받으니 어땠어요?”
원희진의 물음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하고 아주 좋았습니다.”
“아주 좋았죠?”
“네.”
“그럼 한 천 원 정도 한다고 하면 매일 받을 생각 있어요?”
“천 원?”
천 원이라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 원이라고 하면 매일은 몰라도 자주 받겠죠. 근데 천 원이 아니잖아요?”
강진의 말에 원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천 원이 아니죠. 그렇게 힘들게 때 밀고 마사지까지 해 주는데 천 원일 수가 없죠. 근데…… 거기 오시는 분들한테 마사지 요금이란 그 정도밖에 안 돼요.”
“아…….”
원희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런 고급 호텔의 사우나에 오는 손님이라면 때 밀고 마사지하는 비용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돈 있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 시간을 산다고 생각하니까.’
돈이 없는 사람들은 시간을 써서 돈을 벌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돈을 써서 시간을 산다.
쉽게 말하면 불편함을 감수해서 돈을 아끼는 사람과 돈을 써서 불편하지 않게 지내는 사람의 차이인 것이다.
강진이 받아 본 바에 의하면 세신과 마사지는 아주 개운했다. 이 정도 편안함을 준다면 돈 있는 사람들은 꼭 받을 것이다.
“그래서 승환이 회장님들 지목으로 출장 마사지도 다녀요.”
“출장도 다니세요?”
“회장님들이 원하는데 뺄 수 있나요? 그리고 가면 돈도 많이 주는데.”
“아…… 그럼 당연히 가야죠.”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그녀들은 여전히 세신사의 연봉에 놀란 듯싶었다.
생각지도 못한 금액이다 보니 말이다.
“때밀이가 힘들고 더럽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렇지, 하는 분들은 돈도 많이 벌고 좋지요.”
차달자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때밀이 권리금도 몇 천씩 해요.”
“때밀이에 권리금이 있어요?”
“그럼요. 예전에 내가 다니던 곳에서 일하던 언니는 삼천인가 권리금 내고 했어요.”
그러고는 차달자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때밀이가 아니라 세신사라고 하는데…… 어쨌든 자기 몸 하나로 하는 거라 들어가는 돈은 적고 버는 건 많죠.”
“그렇군요.”
원희진이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손에 피 안 묻히고, 거짓말 안 하고 정당하게 그 정도 연봉 버는 직업이 얼마나 있다고…… 흥! 사람을 무시하고 말이야!”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콧방귀를 뀌는 원희진에게 강진이 물었다.
“상대 집안은 뭐 하는데요?”
“아빠가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무슨 고위급도 아니고 그냥 명퇴 앞둔 사람이에요. 그리고 엄마는 전업주부고.”
“여자 분은요?”
“작은 회사 다닌다는데…….”
말을 하던 원희진이 한숨을 쉬었다.
“유미는 애가 괜찮은데.”
“여자 분을 만나보셨나 봐요?”
“데이트 자주 하니 저도 같이 가서 봤죠.”
그러고는 원희진이 입맛을 다셨다.
“유미가 참 착하고 예쁜 것이 딱 나 젊었을 때 같았는데…… 애는 아까운데 그 집에서 우리 승환이를 무시하니 잘 돼도 문제예요.”
원희진이 눈을 찡그렸다.
“전에 그 집 갔는데 아빠라는 사람이 얼굴도 안 보고 그냥 방에 들어가 버리더라고요. 어쩜 사람을 불러 놓고 어떻게 그래요?”
흥분한 원희진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당사자들만 좋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모르는 소리 하지 말아요. 결혼이라는 것은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에요. 양가에서 반대하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면 그 눈칫밥이 얼마나 심한데요. 최소한 명절날에는 가야 할 텐데 그때도 이렇게 눈치를 줘 봐요. 그게 어디 행복하겠어요?”
“그건…… 그렇겠네요.”
“내 결혼한 친구들 중에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매일 싸우다 이혼하는 애들도 있었어요.”
원희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편견이라는 건…… 쉽게 안 없어지죠.”
“언니가 좀 아시네요.”
차달자에게 언니라고 하는 원희진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누구 아빠는 때 밀어요. 그렇게 잘 밀 수가 없어요.’라는 식의, 놀릴 때 부르는 노래도 있는 만큼 세신사는 아직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연봉이 일억 오천…… 엄청나네.’
재벌이라고 할 황민성이나 이강혜를 빼면…… 원승환이 강진이 만나 본 사람 중에서는 최고 연봉자였다.
일억 오천이라는 숫자에 잠시 입맛을 다시던 강진이 TV를 보았다. TV 속 드라마에서는 남주와 여주로 보이는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주는 미안해했고, 남주는 웃으며 그녀를 다독여주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재차 입맛을 다셨다. 원승환도 그렇고, 오 실장도 그렇고…….
‘나쁜 짓 안 하고 돈만 잘 벌면 좋은 직업이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지갑에서 카드 키를 꺼냈다. 카드 키에는 호텔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원승환 씨 근무는 언제 끝나요?”
“오후 네 시에 끝나요.”
“네 시요?”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하거든요.”
“12시간이나 일을 하세요?”
“젊을 때 벌어야죠.”
원희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아르바이트할 때는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강진은 힐끗 시간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점심 준비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시간을 확인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이호남까지 들어와 점심 영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북적거리는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것을 둘러본 강진은 편을 썬 마늘을 이상섭에게 가져다주었다.
“이상섭 대리님 마늘 좀 드십시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웃었다.
“대리님에게 줄 것이 마늘뿐이냐?”
“마늘 달라면서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마늘을 줄 때는 고추도 같이 줘야지. 내가 평사원도 아니고 대리님인데 고추 서비스는 줘야지.”
“알겠습니다, 대리님.”
피식 웃은 강진이 물었다.
“고추 매운 걸로 드려요?”
“고추는 매워야지.”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서 매운 고추를 가져다가 주었다.
“고맙다.”
“대리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황공하네요.”
그에 이상섭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만하자. 민망하다.”
“네.”
이상섭의 말에 웃으며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상섭은 얼마 전에 대리로 진급을 했다. 그리고 의외로 이상섭뿐만 아니라 강성수도 과장으로 진급하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수출 대행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한 부서에 과장이 둘이나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다른 부서라고 해도 같은 회사 내에 있으니 자주 보기는 할 테지만 식사 시간은 맞추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라 이 자리에는 없었다.
어쨌든 이상섭과 강성수 둘이나 승진을 해서 그런지 요즘 수출대행 2팀의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그래서 강진이 이상섭에게 장난을 친 것이었다.
고추를 한 입 베어 물며 밥을 먹던 이상섭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그건 이따 두 시에 메일 오기로 했습니다. 네. 그리고 지금 밥 먹는 중이니까요. 자세한 건 사무실에서 연락하겠습니다. 네.”
그걸로 간단하게 전화를 끊는 이상섭의 모습에 임호진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상섭이 웃으며 말했다.
“대강금속요.”
“대강금속이면…… 베트남 부품 수출 건인가?”
“워낙 작은 회사라 이거 틀어지면 회사 엎어진다고 조급해하네요.”
이상섭이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거래 물품이 작나 보네요?”
“우리 부서가 하는 일이 다 작기는 한데…… 이건 좀 더 작기는 하지. 그리고 이번이 첫 거래라 더 조급해하지.”
“첫 거래요?”
“원래는 다른 회사에 납품하던 부품인데 거기에서 거래를 끊어 버렸대.”
“이미 만들어진 부품 받지도 않고요?”
“그건 아니고, 거래가 더 있을 줄 알고 미리 만들어 놓은 모양이야. 이 거래는 그 부품 재고 처리하려는 거고.”
말을 한 이상섭이 고개를 저었다.
“받은 오더나 잘 소화하지. 사람들이 욕심은 많아가지고.”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저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고 노력한 거니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그리고 거래 일반적으로 끊은 거래처를 욕해야지, 미리 준비한 회사를 욕하면 쓰나?”
“그건…… 죄송합니다.”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우리 부서 하는 일이 힘든 중소기업 물건들 팔아주고 돈 받는 거니까, 좋게 생각해.”
“네.”
이상섭이 힘차게 답을 하고는 다시 밥을 먹자 강진이 대강금속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대강금속…… 이름 들어본 거 같은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곰곰 생각하던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오 실장님 딸?’
오 실장이 운전수라고 싫다고 한 집 아빠가 일하는 회사였다.
“대강금속!”
강진이 작지만 강하게 발음하자, 이상섭이 그를 보았다.
“아는 회사야?”
“아는 회사는 아닌데…….”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황민성 사장님 있잖아요.”
갑자기 황민성의 이름이 나오자 모든 직원들이 그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수출대행 2팀만이 아니었다.
강진의 목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보았다.
강남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황민성의 이름은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어쨌든 수출대행 2팀 직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했다.
“민성 형이 타고 다니는 차 운전해 주시는 오 실장님이라고 있으세요.”
“그런데?”
“오 실장님 딸이 대강금속 다니는 집 아들하고 연애를 하는데, 그 집에서 운전기사 딸이라고 반대를 하는 모양이에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물었다.
“황 사장님은?”
“네?”
“황 사장님도 알고 있냐는 거지.”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계시죠.”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임호진을 보았다.
“황 사장님이 자기 직원 많이 아끼는 스타일이라고 하던데.”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황 사장하고 거래하려던 사장 한 명이 오 실장한테 실수했다가 거래 접은 사건은 유명하지.”
“거래를 접어요?”
“그때 황 사장이, 돈이 아무리 좋아도 나는 사람하고만 거래한다고 사업을 끊어 버렸어.”
“무슨 실수를 했는데요?”
“그건 나도 모르는데…….”
잠시 말을 멈춘 임호진이 작게 혀를 찼다.
“황 사장님이 그럴 사람은 아니지만…… 혹시…….”
임호진이 잠시 입맛을 다시다가 이상섭을 보았다.
“대강금속 갑자기 거래 끊긴 거…….”
임호진의 중얼거림에 이상섭이 놀란 듯 말했다.
“황 사장이 시킨 거라고요?”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었다.
“에이…… 민성 형이 어디 그런 사람…….”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도 ‘혹시?’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하지만 곧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회사 하나 망하면 거기 일하는 사람들 다 실업자 되는 건 알고 있을 텐데 민성 형이 그러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래, 그렇겠지?”
강진의 말에 임호진과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저 식사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