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72
473화
원희진이 말하는 레시피를 들으며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레시피가…… 좀 대충이네요.”
“네?”
“설탕 좀 많이, 액젓 비슷하게……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제가 적정량을 잡기 힘들어서요.”
“아…….”
강진의 말에 원희진이 입맛을 다셨다.
“저는 그냥 눈대중으로 만들어서.”
강진은 힐끗 멀어지는 원승환을 보다가 다시 원희진을 보고 말했다.
“그냥 희진 씨가 해 보시죠.”
“제가요?”
“양념 비율이 중요한데 희진 씨가 한 말로는 제가 감을 잡기 어려워서요. 이따가 승환 씨 오신다고 했으니까 그때 오시면 같이 가시거나 아니면 여기 남아 있다가 저승식당 음식 드시고요.”
“그럼 그럴까요?”
원희진은 원승환의 옆에 있지만 수호령은 아니라서 여기에 남아도 상관없었다.
그에 원희진이 저 멀리 가는 원승환을 한 번 보고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강진이 그 뒤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와서는 차달자에게 물었다.
“액젓 불고기라고 아세요?”
“액젓으로 하는 불고기 말하는 건가요?”
“아세요?”
“그야 음식 이름에 답이 있으니까요.”
“아…… 해 드셔 보신 적 있으세요?”
“아뇨. 저야 그냥 요리하면 되는데 굳이 액젓을 넣어서 할 이유가 없지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바로 해서 먹을 때 하면 괜찮겠네요.”
“바로요?”
“불고기도 갈비처럼 양념에 재워서 숙성시킨 후에 먹어야 더 맛이 있잖아요.”
“그렇죠. 양념이 배야 하니까.”
“근데 액젓으로 하면 감칠맛이 많이 나니까 바로 만들어서 먹어도 괜찮겠어요. 간이 강하니 양념도 잘 먹을 테고.”
속성으로 요리를 배운 강진과 달리 오랜 시간 음식을 한 차달자라 그런지 바로 장점을 집어냈다.
차달자의 말에 원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건 만들어서 바로 먹어요.”
“맛 궁금하네요.”
차달자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요리라 궁금한 듯했다.
강진은 원희진을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는 배용수와 이호남이 저녁 장사를 할 음식들을 그릇에 담고 있었다.
“다 됐어?”
“담기만 하면 돼.”
그러고는 배용수가 원희진을 보았다.
“액젓 불고기를 하시려고요?”
홀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은 것이다. 배용수의 말에 원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액젓을 넣으면 간장을 안 넣겠네요.”
“네.”
“설탕 좀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어, 맞아요. 어떻게 그런 걸 아세요?”
“그럴 것 같아서요.”
배용수는 장갑을 벗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도 액젓 넣은 소 불고기는 처음이네요. 기대할게요.”
배용수가 고무장갑을 내밀자, 원희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것을 받았다.
“와! 되게 신기해요.”
“그것도 저승 물건이니까요.”
강진이 냉장고에서 불고기에 쓰일 소고기를 꺼내며 말했다.
“양념들은 거기 앞에 있고…… 액젓만 따로 드리면 되나요?”
“파하고 마늘 간 것 하고 양파 있어야 해요.”
원희진의 말에 강진이 재료들을 꺼내 도마 옆에 놓았다.
재료가 준비되자 원희진이 파를 썰고는 소고기를 집었다. 그리고 한 2인분 정도 될 양을 집어 볼에 넣고는 설탕을 넣었다.
“설탕을 그렇게 많이 넣으세요?”
숟가락으로 크게 네 번 정도 넣는 모습에 강진이 놀란 듯 보자, 원희진이 말했다.
“좀 달달해야 맛있어요.”
설탕이 골고루 묻도록 고기를 잘 주물럭거린 원희진이 파와 간 마늘을 넣고는 다시 주물럭거렸다.
“이제 여기에 액젓을 넣어요.”
“액젓은 얼마나 넣어요?”
“설탕하고 비슷하게 넣으면 돼요.”
“액젓 많이 들어가는데 비린내 안 납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조리하는 과정에서 비린내가 날아가 버려.”
“아! 술 넣고 하는 것하고 같네.”
소주 넣고 끓인 조개찜에서도 알코올은 날아가 버리니 말이다.
액젓을 넣고 주물럭거린 원희진이 주위를 보았다.
“이 프라이팬 써도 되나요?”
“설마 벌써 다 끝났어요?”
“여기에 참기름하고 양파만 썰어서 넣으면 돼요.”
엄청 간단한 레시피에 강진은 멍하니 프라이팬을 보았다.
“그럼 만들게요.”
“그러세요.”
“그리고 여기에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원희진이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르고는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그리곤 프라이팬에 양념한 고기를 넣은 뒤 빠르게 휘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액젓 냄새가 나기 시작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냄새가 사라지고 불고기 냄새만 퍼져나갔다.
“양파 왜 안 넣으세요?”
“저는 양파 흐물흐물한 것보다 아삭한 것이 좋아서 먹기 전에 넣어요.”
원희진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양파를 넣는 이유는 식감과 영양을 위한 것도 있지만, 음식에 단맛을 주기 위함도 있다.
“설탕을 많이 넣어서 단맛은 차고 넘치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 정도 불고기에 설탕이 그만큼이면…… 단맛이 부족하지는 않겠네.’
2인분 정도 되는 불고기에 설탕을 네 숟가락이나 크게 넣었으니 설탕이 많기는 했다.
게다가 한끼식당은 설탕을 많이 쓰지 않는다. 필요하면 쓰기는 하지만 보통은 채소를 이용해서 단맛을 우려내는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다시 원희진을 보았다.
“그런데 이 레시피는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TV에서요. 초간단 레시피라고 방송하더라고요.”
“확실히 초간단하기는 하네요.”
들어간 양념이라고 해 봐야 설탕하고 액젓, 그리고 간 마늘과 파, 참기름뿐이다.
그리고 요리라고 할 것도 없이 주물럭거린 후 볶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어쨌든 이야기를 하는 사이 소 불고기가 완성이 되었다. 소고기라 많이 익힐 필요도 없으니 3분 기다렸다 먹는 컵라면처럼 빨리 완성이 되었다.
아니, 말을 하지 않고 시작했으면 정말 3분 컷도 가능할 것 같았다.
불을 끄고 그 위에 얇게 썬 양파를 올린 원희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완성!”
원희진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과 차달자를 보았다.
“두 분이서 먹어 보세요.”
이런 초간단 레시피로 불고기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귀신의 몸이라 먹어도 맛을 잘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저승식당 주인인 강진이 한 것도 아니라서 딱히 맛이 있을 것도 같지 않고 말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차달자에게 젓가락을 건네고는 불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그렇게 맛을 본 강진은 살짝 놀란 눈으로 원희진을 보았다.
‘맛있네. 그리고 양념도 깊다.’
단맛과 액젓 특유의 감칠맛이 잘 어울렸다. 이렇게 간단한 레시피로 이 정도 맛이 나온다는 것이 놀라웠다.
강진을 보고 원희진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맛있네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곧 살짝 눈을 찡그리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그러세요?”
“제 입에는 간이 좀 강하네요.”
“그러세요?”
강진이 다시 고기를 한 점 집어 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데.”
강진의 입에는 잘 맞는 듯한 모습에 차달자가 웃었다.
“사람 입맛이야 다 제각각이니까요.”
차달자의 말에 원희진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에 차달자가 웃으며 그녀를 다독였다.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제 입에 조금 간이 다르다는 거예요. 맛은 있어요.”
“정말요?”
“그럼요. 게다가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서 이런 맛을 냈으면 훌륭하죠.”
“확실히 그렇네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다시 고기를 한 점 집어 먹고는 말했다.
“단짠 단짠이네요.”
달면서도 은은하게 짠맛이 도는 게 맛있었다. 거기에 양파를 먹으니 입도 개운했다.
“생각보다 더 괜찮네요.”
강진의 말에 원희진이 말했다.
“이거 제가 만드는 것 안 본 애들은 되게 공들여서 만든 줄 알아요.”
강진이 고기를 더 집어 먹고는 웃었다.
“확실히 그렇겠네요.”
고기 질이 좋은 영향을 끼친 것도 있겠지만, 이 정도 맛이면 시중에 불고기 파는 곳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좋았다.
레시피를 아는 사람은 너무 간단한 음식이라 맛을 기대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지금은 국물 없게 한 건데 여기에 간장 좀 더 넣고, 육수 넣고 끓이면 소 불고기 전골도 돼요. 당면하고 버섯 넣으면 더 괜찮아요.”
원희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간단하면서 꽤 괜찮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이런 음식들이 너무 많이 나오면…… 우리 같은 요리사는 굶어 죽겠다.”
배용수의 말에 차달자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것도 맛은 있지만 정성 들여서 만든 정통 소 불고기에는 비할 수가 없죠. 이 음식은…… 자취생들이 가볍게 만들어 먹기에 좋고, 우리가 하는 음식은 제대로 준비한 집밥 느낌이고요.”
차달자의 말에 원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 프로가 자취생들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였거든요. 요즘 1인 가정이 많잖아요.”
“자취하셨나 봐요?”
“결혼 안 하고 혼자 살았으니까요.”
환하게 웃는 원희진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확실히 밝기는 밝으셔.’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이 고기를 몇 점 더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환 씨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니까 이거 하고, 여자 손님 좋아할 찹 스테이크 내어 드리면 되겠네요.”
“아! 승환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개 더 있는데, 그것도 해 볼까요?”
“뭐 할 줄 아시는데요?”
“닭 조림하고, 명란 계란말이하고…….”
원희진이 자신이 할 줄 아는 요리들을 말하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승환 씨가 좋아하는 요리요.”
“아! 닭 날개 조림 좋아해요. 승환이가 닭 날개를 좋아하거든요.”
강진이 배용수를 보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닭은 있는데 날개만 따로는 없어.”
“그럼 닭으로만 해도 되죠.”
원희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재료만 준비하고 이따가 승환 씨 오면 그때도 희진 씨가 하세요.”
“그래도 돼요?”
“저희가 하는 것도 좋겠지만, 승환 씨한테는 희진 씨가 해 준 것이 맛이 있겠죠.”
“정말 고마워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원희진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에서 나왔다.
저녁 장사 할 준비는 모두 끝났으니 이제 시간만 지나면 되었다.
***
저녁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가게에서 강진은 웃으며 접대를 하고 있었다.
“사장님, 계란말이 좀 주세요.”
“네.”
강진이 계란말이를 덜어서는 가져다주었다.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고맙습니다.”
웃는 손님에게 고개를 숙인 강진이 다른 손님들을 살필 때, 문이 열리며 원승환이 들어왔다.
그리고 원승환 옆에는 아가씨도 한 명 있었다.
‘이 분이 그 여자 친구구나?’
그녀는 키가 무척 큰 편이었고 뭔가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머리도 단발이어서 조금은 보이시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황민성이 들어왔다.
“나 왔다.”
“어떻게 같이 오세요?”
“아, 앞에서 만났어.”
“아…….”
그러고는 황민성이 원승환을 보았다.
“원 실장님하고 밖에서 이렇게 보니 더 반갑네요.”
“네.”
원승환은 조금 당황스러운 듯했다. 여자 친구하고 같이 있는데 목욕탕 손님을 만났으니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은 이쪽에 앉으시고, 두 분은 이쪽에 앉으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한쪽에 자리했고, 원승환과 여자 친구도 다른 쪽에 자리를 했다.
합석하자고 할 법도 하지만, 황민성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고 또 아무하고나 합석하는 스타일은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