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75
476화
“결혼도 어떻게 보면 사업하고 같아요. 나를 팔아야 하고, 상대를 사야 하고.”
결혼을 사고파는 것에 비유하는 황민성의 말에 원승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아! 이거 너무 노골적으로 말했나요?”
“아닙니다.”
“제가 사업하는 사람이라 잘하는 걸로 비유하다 보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합니다.”
황민성이 다시 한 번 사과를 하자 원승환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왜요?”
“그…… 황 사장님 같은 분에게 사과를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왜요? 다른 사장님들은 잘못하면 사과 안 해요?”
“그야…….”
원승환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나쁜 사장님들이네.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만 가도 잘못을 했으면 상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배우는데…… 어른이 되면 당연한 것을 많이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강진이 농을 보태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사람들이 살면 참 좋겠지만…… 뭐 그렇게 안 돌아가는 것도 이 세상이고 또 그래야 재밌기는 하지. 근데!”
황민성이 원승환을 보며 웃었다.
“사과는 좀 했으면 좋겠어요.”
“아…… 네.”
자신의 농에 원승환이 조금 편해진 듯하자 황민성이 말했다.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해도 될까요?”
원승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내가 투자하는 사람인 것은 알죠?”
“네.”
“내가 투자 하나는 기똥차게 해요. 그건 사우나 손님들이 많이 이야기하죠?”
황민성의 말에 원승환이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황민성이 때 밀 때 무슨 이야기 하냐고 물어보는 손님들도 꽤 있었다. 물론 황민성과 나눈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런 손님들의 반응을 봐왔기에 원승환은 황민성이 어떠한 사람인지는 잘 아는 것이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원승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제가 장사치라 사업을 하는 것에 비교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물건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알아요?”
미소 지은 채 묻는 황민성을 보며 원승환이 말했다.
“좋은 물건을 고르는 거요?”
“좋은 물건이라…… 근데 좋은 물건이라고 다 사지는 않잖아요? 스포츠카도 좋지만 다 살 수는 없는 것처럼요.”
“그건 그렇죠.”
“물건을 살 때는 그 물건이 나한테 얼마나 필요한지, 가격이 적정한지 생각하겠죠. 그 두 개가 맞으면 물건을 사게 되겠죠?”
원승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원 실장님은 이미 자신의 옆에 두고 싶은 여인을 찾았어요. 그리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고 함께 하고 싶어요. 맞죠?”
“맞습니다.”
“그럼 이제 원 실장님을 팔아야 하는데…… 물건을 팔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뭔지 알아요?”
“상대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적정한 가격을 정하는 것?”
원승환이 아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답했지만, 황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죠. 다릅니다.”
“다른가요?”
“살 때야 나한테 필요한 것을 사고 가격 봐야겠지만…… 팔 때는 상대가 사게 만들어야 합니다.”
“상대가 사게?”
“물건 가격은 하나의 제안입니다. 파는 사람의 제안. 그 제안을 받는 사람이 수긍하면 거래가 성립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거래가 불발되는 거지요.”
황민성의 말에 원승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원승환을 보며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가 제 제안이 타당하다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싸게 제시한 가격이야 당연한 거지만…… 비싸게 제시한 가격도 타당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물건을 팔 때 상인의 역할입니다.”
“그럼 어떻게…….”
“포장을 해야죠.”
“포장요?”
“길거리에 파는 양말이 천 원인데 백화점에서 예쁘게 포장된 양말은 오천 원, 만 원도 합니다.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어디에서 파느냐에 따라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대가 바뀌게 됩니다.”
“그 말씀은?”
“결혼은 나를 팔고 상대를 사야 한다고 했지요.”
말을 하던 황민성이 아차 싶었는지 급히 정정했다.
“아! 물론 신부를 돈 주고 산다는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이거…… 계속 실수를 하네요.”
“아닙니다.”
황민성이 무슨 의미로 말을 하는지 알기에 원승환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황민성의 말에 반쯤 설득된, 아니 홀린 원승환은 그의 뒷말이 더 듣고 싶었다.
“원 실장님을 사고 싶도록 예쁘게 잘 포장해야 합니다.”
황민성의 말에 원승환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제가 어떻게 해야…… 아니, 저를 어떻게 팔아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
원승환의 간절한 목소리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일단은…… 회사에 초대를 하세요.”
“제 회사요?”
“아버님이 목욕탕 세신사라 싫어하시는데…… 우리가 가는 목욕탕이 보통 목욕탕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죠.”
“아버님이 원 실장님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으시니, 직업에 대해 자세하게 보여주세요. 아니…… 원 실장님에 대해 자세하게 보여주세요. 직업이라는 편견 빼면 원 실장님이라는 상품은 아주 훌륭합니다.”
“제가요?”
“요즘 여자들이 좋아하는 키에 얼굴도 그 정도면 잘생기셨죠. 그리고 몸도 근육질인데다 식스팩도 있잖아요.”
“그야…… 운동을 했으니까요.”
“거기에 연봉까지 합치면 신랑감으로 최고 아닙니까? 그러니 자신을 잘 알려 드리세요.”
그러고는 황민성이 원승환을 보았다.
“일단 제가 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제안입니다. 들어 보시고 할지 안 할지는 원 실장님의 선택입니다.”
원승환이 쳐다보자 황민성이 자신이 생각한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원승환이 고개를 숙이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호텔에 이야기할 테니 티켓 받아서 여자 친구에게 주세요.”
황민성의 말에 원승환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호텔 티켓은 저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면 직원 할인가라 더 쌉니다.”
원승환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모실 때 말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원승환이 나가자 황민성이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는 강진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후우!”
황민성이 작게 숨을 토하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 방법이 잘 통할까요?”
“장인이 세신사가 일 더럽고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반대하시는 거잖아?”
“그렇죠.”
“그럼 그 인식만 바꿔주면 되지. 힘들기는 하지만…… 최소한 ‘더럽지 않고 돈도 많이 번다.’로 말이야.”
“그걸로 될까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웃었다.
“통할걸?”
“확신하네요?”
“직업에 귀천을 둔다는 건…… 신분에도 귀천을 둔다는 말과 같아.”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신분에 귀천을 두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신분이 높다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허리가 숙여질 수밖에 없어.”
“근데 원 실장의 손님이 부자인 거지, 원 실장님이 부자인 것은 아니잖아요.”
“근묵자흑이라…… 돈 많은 사람들 옆에 있으면 그 사람도 돈이 많아 보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법이지. 그리고 장인어른이 호텔 와 보면 생각을 바꿀걸?”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소주를 따랐다.
쪼르륵!
한 잔을 단숨에 비우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시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세신사라는 직업을 포장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네?”
“동네 세신사면 어떻고 호텔 세신사면 어때. 열심히 돈 벌어서 가족 먹여 살리는 훌륭한 분들인데.”
“그건 그렇죠.”
“근데 내가 원 실장에게 한 말은 동네 후진 곳에 일하는 세신사가 아니라 호텔에서 일하는 멋진 세신사라고 자신을 포장하라는 거잖아. 그게 참…… 개떡 같네.”
입맛을 다시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그러게 말이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원 실장 한 삼 년 봤는데 사람 참 괜찮아. 운동을 해서 그런지 끈기도 있고 의리도 있어 보이고.”
“형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네요.”
“그런 셈이지. 그리고 예전에 형 밑에 있던 동생들 중에 원 실장처럼 운동하다가 접고 온 애들이 있었거든. 그 애들 생각도 나고.”
작게 중얼거린 황민성이 재차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원 실장 좋은 사람인데…… 좋은 장인 만나서 같이 소주도 한잔 하고 같이 등산도 하고 그렇게 친하게 지내면 좋을 텐데 말이야.”
“원 실장님 결혼이 마음에 안 드시나 봐요?”
“여자 분은 좋아 보이시는데…… 그 집 장인이 마음에 안 드는 거지. 빈부로 사람을 나누는 장인어른 모시고 얼마나 고생하겠어.”
황민성이 고개를 저으며 소주를 따랐다.
“마음에 안 들어.”
“그런데 왜 도와주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둘이 좋아하잖아. 그리고…… 잘 어울리는 것도 같고.”
“잘 어울리는 것은 같더군요.”
“이야기 들었는데 여자 친구가 태권도 상비군 출신이래.”
“태권도 상비군요?”
“원 실장이 원래 태권도 선수였어. 그러다가 부상당해서 스포츠 재활 쪽으로 일하다가 이쪽으로 빠진 거지.”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데…….”
“사정이 있겠지.”
‘원 실장님도 사연이 깊으신가 보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황민성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원 실장은 도우면서 왜 오 실장님 결혼 문제는 손 안 대는 줄 알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장인어른 자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 직업 따지는 그 장인 자리가 싫어서야.”
고개를 저으며 황민성이 투덜거렸다.
“나 늦게까지 일하면 같이 늦게까지 있으시고, 지방에 볼 일 있으면 밤새 운전대 잡고 운전하시고. 가족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시는 분인데…… 그런 오 실장님의 직장을 무시하고 딸한테 개쪽을 주고 말이야. 그게 너무 싫다.”
황민성의 투덜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형.”
황민성이 쳐다보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그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황민성은…… 오 실장에게 미안한 것이다. 자신을 보필하며 열심히 일한 오 실장이 다른 사람에게 무시를 당했으니 말이다.
오늘 황민성이 한 많은 말들의 바탕엔 오 실장에 대한 미안함이 깔려 있었다.
강진이 따라 준 소주를 잠시 보던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확! 대강금속 망하게 해 버려?”
“그럽시다. 망하게 해 버립시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안 말려?”
“말려요?”
“형이 술김에 수십 가장들 길바닥으로 내몰려고 하면 동생이 말려야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홧김에 하신 말인데 그거라도 맞장구쳐 드려야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시간을 보았다.
11시가 되기까지 1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곧 저승식당 영업시간이네.”
“더 하실래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용수하고 술 한 잔 더 해야겠다.”
황민성의 말에 주방에서 고무장갑이 두둥실 떠서 다가왔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나오지 않고 있던 배용수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냉큼 나온 것이었다.
자신의 옆자리에 고무장갑이 놓이는 것에 황민성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