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91
492화
강진은 아이들이 사라진 곳에 멀거니 서서 우는 부모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갔으니…… 잘 된 거겠죠?”
강진의 중얼거림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갔으니 된 것일세.”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강진이 고개를 저을 때, 이강혜는 직원들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가왔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었나 봐요.”
“문제요?”
강진이 보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프로그램 설정에 없던 말도 나오고…… 아무래도 AI에 버그가 있었나 봐요.”
“그래도…… 저는 이것도 괜찮았다 생각합니다. 더 애들 같았고.”
“그래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힐끗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그저 아이들이 있던 허공을 볼 뿐이었다.
한편, 직원들이 부모들에게 다가가려 하자 이강혜가 손을 들었다.
“잠시 시간을 주세요.”
이강혜의 말에 직원들이 뒤로 물러났다. 이강혜는 부모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 의료진들 대기하라고 하세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내내 눈물을 쏟아낸 부모들인 만큼,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직원이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것을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며 부모들을 보았다. 그러다 다시 김소희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화들짝 놀랐다.
김소희의 옆에 강두치가 서 있었던 것이다.
“두치 씨가 여기 어떻게?”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작게 혀를 차며 김소희를 보았다.
“우리 누님이 사고를 치셨으니 수습하러 왔습니다.”
“사고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힐끗 부모들 쪽을 보았다.
“귀신을 영상으로 찍어도 문제인데…… 이건 대놓고 앞에 들이밀었으니.”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하지만 귀신을 직접 본 것은 아니잖습니까?”
“귀신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귀신이 한 말이 그대로 전해졌지요.”
강두치가 고개를 젓는 것에 강진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
‘일이 심각한 건가?’
“문제가 생기는 겁니까?”
“일단 우리 누님이야 전생에 나라를 구한 무신이라 저희 JS에 잔고가 엄청 나기는 한데…… 이거 돈이 너무 많이 빠져나갈 일이라.”
강두치가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물었다.
“아…… 그럼 어떻게 해요?”
“일단 저희 회사로 오셔서 소명은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빠져나가는 돈이 줄어듭니다.”
이야길 듣고 있던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법도를 어겼다면 그에 맞게 처벌을 받으면 될 뿐이니…… 제할 만큼 제하게.”
“그럴 돈 있으면 저 밥이나 좀 사 주십시오.”
밥이라는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리며 그를 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묵언의 표현이었다.
그 시선에 강두치가 웃었다.
“아낄 수 있는 건 아껴야죠. 돈이라는 것은 말입니다. 어떻게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충동 소비 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부자 되는 길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벌금 같은 건가 본데 깎을 수 있는 겁니까?”
“깎아야죠.”
“그게 깎입니까?”
강진이 놀라 보자, 강두치가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 단단하다는 다이아몬드도 깎이는데 안 깎이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쪽 직원인 두치 씨가 이렇게 이야기해도 됩니까?”
벌금을 회수하는 부서의 직원인 강두치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었다.
강두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벌금 받아도 어차피 제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그거 많이 받으려고 기를 쓸 이유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님과 제 사이에요.”
“그래도 위에서 싫어할 텐데요.”
“괜찮습니다. 과장님이 자기가 커버해 준다 하시면서 저보고 어서 가 보라고 했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두봉이가?”
“과장님이 누님 걱정 많이 하십니다.”
강두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따지고 보면 귀신 육성을 사람에게 직접 듣게 한 거잖아요. 돈 없는 애들은 바로 JS 행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직접은 아니죠.”
강두치가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아바타의 입을 통해서 말을 한 거죠.”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천만 원.”
“네?”
“그 말 한 마디로 누님이 내야 할 벌금이 이천만 원 깎였습니다.”
“네?”
강진이 의아해하자 강두치가 말했다.
“이런 식으로 소명(疏明)을 해서 누님이 한 일을 최대한 작게, 작게 줄여 나가는 겁니다. 그럼 벌금도 점차 줄어드는 거지요.”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두치가 김소희를 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호 녀석 선임 좀 하시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네.”
“에이! 누님이 주먹은 좀 쓰시지만…… 이런 법 쪽으로는 잘 모르잖아요.”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나도 법에 대해서는 잘 아네.”
발끈해서 말하는 김소희를 보며 웃은 강두치가 말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요. 내가 호한테 연락하겠습니다. 누님 일이라면 호도 신경 써서 변호해 줄 겁니다.”
“자네가 신경이 쓰인다면…… 그리하게.”
김소희가 고개를 젓는 것에 강두치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사고는 누님이 치고 수습은 늘 우리 몫이라니까요.”
“그래도 나쁜 의도는 없으시잖아요.”
강진이 미소 지은 채 맞받아치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김소희를 보았다.
“그래서 제가 누님을 좋아하죠.”
김소희를 보던 강두치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호한테는 제가 말을 할 테니 누님도 오늘 중에 한 번 찾아가세요. 변호사 선임계에 누님이 도장을 찍어야 호 녀석이 누님 대리로 변호를 할 수 있게 되니까요.”
“강진의 식당에 있을 테니 그쪽으로 오라 하게.”
“그리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김소희가 자신의 뒤에 있는 처녀귀신들을 보았다.
“가세나.”
“네.”
김소희의 말에 처녀귀신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만 보면…….
‘마치 조폭 같네.’
강진이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릴 때, 처녀귀신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텅 빈 공간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부모들을 보았다. 그들은 조금은 진정이 된 듯 VR 기기를 벗고 있었다.
그런 부모들에게 이강혜가 수건을 가져다주었다. 펑펑 울었던 탓에 그들의 얼굴이 모두 퉁퉁 불어 있었다.
부모들이 힘없는 손으로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자 이강혜가 그들을 데리고 정자로 가서는 앉았다.
부모들은 음료수를 하나씩 받고는 이강혜와 뭔가 이야기를 하더니 직원들이 전해 준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부모들을 보며 이강혜가 말했다.
“천천히 보시고,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예림 아버지의 답에 이강혜가 고개를 숙이고는 강진에게 다가왔다.
“후우! 마지막이 좀 아쉽네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주 좋았습니다.”
“아니에요. 마지막이 좀 버벅거려서…….”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젓는 이강혜를 보던 강진이 부모들이 들고 있는 서류를 보았다.
“그런데 저건?”
“광고 계약서예요.”
“아…… 계약서를 쓰는군요.”
“물론이죠. TV에 얼굴 나가는데 그에 맞는 대우도 해야 하고, 초상권 사용에 대해서도 계약도 해야 하고.”
이강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왜 계약서를 다 끝나고 내미신 거예요? 혹시 안 하시겠다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는데?”
강진의 물음에 이강혜가 부모들을 보다가 말했다.
“VR 보기 전에 계약서를 내미는 건, 애들과의 재회를 볼모로 하는 것 같잖아요.”
“아…….”
“그리고 저분들이 돈 때문에 오신 것도 아니고…… VR이라도 자식 얼굴 보고 싶어서 오신 건데 편히 만나게 해 주고 싶었어요.”
잠시 말을 멈추던 이강혜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하기 싫다고 하시면 저분들 얼굴은 광고에 안 쓸 거예요.”
“그럼 광고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최지나 씨를 통해 찍어 놓은 영상이 있어요.”
“아…….”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사장님은 계획이 다 있으셨군요.”
“제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4만 명 하고도 321명이에요. 거기에 저희 회사 하청 업체 분들까지 하면 수십만 가족들의 밥줄이 제 결정에 달려 있는데…… 다 계획이 있어야죠.”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혜가 직원들에게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아이들이 떠난 곳을 보았다.
‘날 좋은 날 보내 주기를 잘한 것 같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아이들이 가면서 남긴 쪽지였다.
아이들이 쓴 쪽지를 보며 작게 웃은 강진이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는 황민성 식구가 있는 곳을 보다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차.’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차달자와 저승식당 귀신들이 있었다. 아이들한테 신경을 쓰느라 차달자와 다른 귀신들한테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차달자에게 급히 다가갔다.
“죄송해요. 제가 애들 신경 쓰느라 이모님을 신경 못 썼습니다.”
“식당 주인인데 그러셔야죠.”
사람들이 있어 저승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았지만, 의미를 알아챈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들이 계세요.”
“황민성 씨 가족인가요?”
“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황민성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달자가 다가오자 황민성이 김이슬과 조순례에게 뭔가 이야기를 했다.
그 말에 김이슬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순례도 장 여사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차달자가 고개를 숙이자 김이슬이 고개를 숙였다.
“민성 씨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김이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러고는 차달자가 조순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 이 사장님과 같이 일하는 차달자라고 합니다.”
“아이고…… 만나서 반가워요.”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언니.”
차달자가 언니라고 부르자 조순례가 환하게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언니라고 불러주니…… 무척 기분이 좋네.”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그럼. 되지. 그럼 나 앞으로 달자 동생이라고 불러도 될까?”
“그럼요.”
싱긋 웃는 차달자의 모습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나이 대가 비슷해서인지 말이 잘 통하는 두 사람을 보며 황민성이 미소를 짓다가 강진을 보았다.
“이모님 내가 스카우트하면 안 되냐?”
“월급 많이 주실 건가요?”
“물론이지. 국내 최고 대우 약속한다.”
“후! 그럼 이모님한테 잘 말해 보세요.”
강진의 답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다가 슬며시 말했다.
“아까 소희 아가씨 오신 거지?”
“어떻게 아셨어요?”
“네 표정이 소희 아가씨를 볼 때 그 표정이더라고.”
“그런 것도 아세요?”
“사람 표정을 잘 봐야 상대가 나한테 사기 치는지 아닌지 아니까. 그래서 소희 아가씨는?”
“가셨어요. 그리고 애들도…….”
강진이 하늘을 가리켰다.
“갔구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에 유유히 흘러가는 하얀 구름을 보던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날 좋은 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잘 갔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날을 잘 고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