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최동해가 국물도 없는 라면덮밥을 먹는 모습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야근이 끝난 겁니까? 아니면 동기 모임이 끝난 겁니까?”
강진의 말에 라면덮밥을 먹던 최동해가 잠시 먹는 것을 멈췄다.
그러고는 강진을 보았다.
“둘 다요.”
“뭔 일 있었어요?”
강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입을 열었다.
“나…… 정직원 못 된다네요.”
최동해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누가 그래요?”
“동기들 모임에서 오늘 나한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요?”
“비웃더군요.”
“비웃어요?”
“수출 대행 2팀에서는 정직원이 될 사람, 안 될 사람에 대한 대우가 다르대요.”
“어떻게요?”
“정직원이 될 것 같은 사람이나 지지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일을 가르치고, 정직원이 안 될 것 같은 사람은 바로 실무부터 가르친다고 하더군요. 오늘 바로 실무에 들어간 저는…… 정직원이 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거죠.”
“과장님한테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인턴끼리 한 이야기에 뭘 그리 신경을 씁니까?”
“진짜…… 인 것 같더라고요.”
말을 한 최동해가 다시 라면덮밥을 먹었다.
우걱! 우걱!
그런 최동해를 보며 강진이 힐끗 시간을 보았다.
‘30분 남았는데…… 그동안 먹고 가겠지.’
그래도 동기라고 하소연을 하러 온 모양이지만, 강진이 들어 줄 이유는 없었다.
영업시간도 아닌데 라면을 끓여 준 것이면 그래도 동기로서 할 도리는 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몸을 일으켜 주방에 가서는 하던 재료 손질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타타탓! 타탓!
빠르게 칼질을 하며 재료를 손질한 강진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는 재료들을 볶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재료들을 볶고 따로따로 담아 두던 강진이 힐끗 홀을 보았다. 홀에는 최동해가 여전히 앉아 있었다.
‘왜 안 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귀신들이 오기까지 십 분 정도 남아 있었다.
그에 강진이 손을 닦고는 홀로 나왔다.
“다 먹었어요?”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천 원을 꺼내 놓았다.
“오천 원이면 되죠?”
“저기 통에 넣으면 돼요.”
최동해가 가방을 들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 최동해를 보며 강진이 그릇들을 챙겼다.
아크릴 통에 오천 원을 넣은 최동해가 강진을 보다가 몸을 돌려 가게를 나갔다.
그 모습을 힐끗 본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온 거야?”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우울하다고 자신에게 온 최동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강진이 그릇을 보았다. 라면 그릇은 면발 하나 없이 깨끗했다.
“무슨 라면을 이렇게 먹어……?”
국물 라면을 짜장 라면처럼 먹는 최동해를 떠올리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
강진은 서류를 보고 있었다. 서류를 보는 그의 옆에는 박충만이 있었다.
“아프리카 자동차 수출 건 다시 볼 수 있겠습니까?”
박충만의 말에 강진이 서류를 뒤져 아프리카 중고 자동차 수출 건을 꺼내 옆에 펼쳐 놓았다.
박충만이 그것을 보며 신호를 보내면 강진이 서류를 넘겨주었다.
“폐차장 다섯 곳에서 합작해서 하는 일이군요.”
“네.”
이미 아는 내용이라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리카 중고 자동차 수출 건은 작은 폐차장 사장님들 다섯이 모여서 합작한 일이었다.
폐차장에서 외관이 멀쩡하고 굴러가는 차들을 1차로 수리해서 30대를 판매할 예정이었다.
조금 큰 폐차장들이라면 이미 직접 하고 있는 사업을 이들은 이제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잠시 서류를 더 보던 박충만이 말했다.
“내 생각에는 이건 차를 팔 것이 아니라 부품을 파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박충만의 말에 강진이 그를 힐끗 보고는 중고 자동차 서류를 들고는 이상섭을 보았다.
“저 잠시 탕비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해요.”
탕비실로 간 강진은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러고는 박충만을 보았다.
“무슨 말이에요?”
“여기 폐차장들을 보니 규모가 다 작습니다.”
“그래서 중소 폐차장이죠.”
“서른 대를 어떻게 모아서 판매할 계획을 만들고 진행했지만…… 솔직히 이곳은 이게 끝일 겁니다.”
“또 모아서 팔겠죠.”
강진의 말에 박충만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프리카에 중고차를 파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일단 가격, 아프리카라고 굴러가지 않는 차를 사지는 않습니다. 즉 굴러는 가면서 아프리카에서 팔릴 정도의 가격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 여러 제약과 조건을 충족해야 하죠.”
“그렇군요.”
“그것 외에도 복잡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일단 그건 넘어가기로 하고. 이곳은 완제품을 파는 것보다는 부품 쪽을 파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고는 박충만이 부품을 파는 일의 장점을 설명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강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강진은 이상섭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부품 판매를 하자고?”
“네.”
“부품 판매가 획기적이고 독창적이지는 않다는 것은 알아요?”
“굴러가지 않는 차들에서 부품만 빼서 팔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부품 판매로 돌리자는 이유가 뭐예요?”
“저희 수출 대행 팀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그를 보았다.
“우리가 자선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닌 건 알죠?”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중소기업들의 아이템을 외국에 연결해 주고 그 수수료를 받는 어디까지나 사업체입니다.”
“그런데요?”
“여기 같은 경우는 아마도 멀쩡하게 굴러가면서 외형이 깔끔한 차를 모으는 데 좀 걸렸을 겁니다.”
“그렇겠죠.”
서류에는 얼마 동안 차를 모았다는 내용은 없고, 차 외형과 가격만 적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품을 떼기만 하면 차를 모을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관리비도 안 들죠.”
“관리비?”
“폐차장 한쪽에 차를 세워두기만 하면 녹이 슬게 됩니다. 하지만 부품만 떼면 차를 모아 둘 필요가 없죠.”
“흠…… 그럼 어떤 부품을 팔 겁니까?”
이상섭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다.
“망가지지 않았으면 차체 빼고 다 팔면 됩니다.”
“차체 빼고 다?”
“우리나라도 연식이 오래된 차들은 부품이 안 나옵니다. 그럼 폐차장 가서 부품을 구하는데…… 아프리카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더 오래된 차들이 굴러다닙니다. 그럼 그 차들이 고장이 나면 부품을 어디서 구할까요?”
“흠…….”
강진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현지에서 부품을 깎아서 쓰거나 임시방편으로 비슷한 것을 가져다 사용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부품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가져다 쓰겠죠.”
“그렇겠죠.”
“그래서 여러 폐차장에서도 이미 폐차에서 중고 부품들을 꺼내서 아프리카와 필리핀 등에 파는 곳이 많습니다. 제 생각에는 단발성으로 할 것이 아니라 부품을 지속적으로 팔게 해 주는 것이 그쪽과 우리 둘 다 좋을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서류를 꺼내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동해 씨.”
이상섭의 부름에 자리에 앉아 있던 최동해가 다가왔다.
“네.”
“여기 업체들한테 전화해서, 자동차에서 부품 꺼낼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확인해 봐요.”
이상섭의 말에 최동해가 강진을 한 번 보고는 자리로 돌아가 곧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태광무역 수출 대행 2팀 최동해입니다.”
전화 통화를 하는 최동해를 보며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다.
“직접 하지 않아서 아쉽습니까?”
“일이 많아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정말 정직원 될 생각 없어요?”
“그게 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강진 씨 정도면 키워 볼 만한테…….”
“그래요?”
“장사라는 것이 한 명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거라…… 윈윈이 어렵거든요. 어쨌든 잘 생각했어요. 강진 씨 말대로 지속적으로 부품 수출 대행을 맡게 되면 신경을 덜 써도 되니 우리에게도 이익이죠.”
한 번 판로를 정해 놓으면 수출 대행이 해야 할 일은 선적과 납품이 끝이다.
아이템을 확인하고 어디로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하는 단계가 줄어드니 확실히 편해지는 것이다.
이상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오이 식칼 때 많이 배웠습니다.”
“많이 배워요?”
진행도 하지 않고 킬한 아이템에서 뭘 배웠나 싶어 보는 이상섭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우리가 안 팔아주면 그 회사는 어떻게 되겠냐는 이야기요.”
“아…….”
“이왕 팔아 줄 것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팔아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이상섭이 웃었다.
“잘 배웠네요.”
“제가 음식점을 하지 않았다면…… 정직원이 되려고 별짓을 다했을 정도로 좋은 회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제안을 한 겁니까? 정직원 될 생각 없으면 이런 궁리 같은 것 안 해도 될 텐데?”
“제가 잘해야 제 후배들한테도 기회가 오지 않겠습니까.”
“어? 이강진 씨 다음에도 심리학과에서 사람 옵니까?”
“제가 잘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후배들 위해서도 잘해야겠네요.”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본의 아니게 정직원 안 할 생각 없는 불량 인턴으로 찍혀서…… 어떻게, 잘 보일지 모르겠네요.”
“지금처럼만 하세요. 정직원이 되지는 못해도 좋은 식당 주인으로는 기억이 될 겁니다.”
“감사하네요.”
웃으며 강진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서류들을 살피자 이상섭이 최동해를 보았다.
그러고는 서류를 들어 보이자, 최동해가 수화기를 손으로 가리고는 말했다.
“가능할 것 같답니다.”
“이쪽으로 연결해 줘요.”
이상섭의 말에 최동해가 전화를 그에게 돌려주었다. 그에 이상섭이 폐차장 사장과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최동해가 강진을 보았다.
“왜요?”
“다음에 이런 아이템이 있으면 저에게도 이야기를 좀 해 주실래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힐끗 보았다.
“왜요?”
“저는 아직 기회가 있잖아요.”
최동해의 시선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전에 동해 씨가, 제가 인턴이 된 것이 남의 기회를 빼앗은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갑자기 그건 왜?”
“제가 최동해 씨에게 밥상을 차려 드리면, 다른 인턴의 밥그릇을 뺏게 될까 봐 걱정이 되네요.”
즉 너에게 기회를 주면, 그것 때문에 다른 인턴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눈을 찡그렸다가 고개를 숙여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맞은편에 앉아 있다고 해서, 꼭 동해 씨를 도와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다시 서류를 보았다. 강진이 하는 일은 서류의 오타를 확인하거나 서류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팀원들이 필요한 서류를 달라고 하면 가져다주거나, 복사를 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강진이 서류를 볼 때, 임호진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상섭아.”
임호진의 부름에 이상섭이 몸을 일으키자,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우민실업 이야기 들었어?”
“오이 식칼요?”
“그래, 오이 식칼 우민실업.”
“못 들었는데요?
“거기 사장 병원에 입원했단다.”
오이 식칼이라는 말에 그렇지 않아도 임호진을 보고 있던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병원요?”
“아! 이강진 씨도 같이 들으면 되겠네.”
웃으며 임호진이 책상을 보자, 강진이 책상 서류들을 옆으로 치웠다.
그에 임호진이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는 말했다.
“그 사장이 은행권 말고도 사채 쪽에 빚이 있었나 봐.”
“거기 금융 부채가 높기는 해도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상섭의 중얼거림에 임호진이 웃으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