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14
515화
이진웅이 귓가에 들리는 음악 소리에 주방을 보자, 오필성도 주방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겨울공주 OST네요.”
“레잇고…….”
이진웅의 말에 오필성이 주방을 보다가 ‘아…….’하고는 이진웅을 보았다.
이진웅이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며 오필성이 말했다.
“음악…… 꺼달라고 할까요?”
이진웅은 그저 작게 한숨을 쉬고는 티슈를 꺼내 눈가를 닦을 뿐이었다.
“사장님.”
오필성이 슬쩍 강진을 부르자, 이진웅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냥 둬.”
이진웅의 말에 오필성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부르셨어요?”
오필성의 부름을 듣고 나오던 강진은 이진웅이 티슈로 눈가를 닦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그에게 다가왔다.
“저…….”
그런 강진을 보고 오필성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에 강진이 입을 다물었다.
‘우시는 거였나?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가 싶었는데…….’
강진은 슬며시 몸을 돌렸다. 남자는 눈물을 남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으니 말이다.
강진이 몸을 돌리자 이진웅이 작게 숨을 토하고는 말했다.
“겨울공주…… 좋아하십니까?”
이진웅이 존대를 하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주방 한쪽에서 여자 귀신들이 태블릿을 하는 것을 보던 이소연이 유트브 틀어 달라고 해서 틀어 줬더니, 직접 이 노래를 고른 것이다.
‘소연이가 그것을 딱 골라서 틀기에 좋아하는 거라 생각은 했는데…….’
딸이 좋아했던 음악이고 영화라…… 이진웅이 반응한 것이다.
‘하긴, 저거 나왔을 때 전국 여자아이들 대부분이 공주 드레스를 입고 다녔었지.’
예전에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공주 드레스 사겠다고 우는 여자아이를 한둘 본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위력을 강진도 알고 있었다.
강진의 답에 이진웅이 주방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듣다가 입을 열었다.
“나한테 딸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강진이 보자 이진웅이 한숨을 쉬고는 눈을 감았다.
“레잇고…… 레잇고. 레잇고.”
이진웅의 입에서 ‘레잇고’라는 단어만 계속 나왔다. 그러다가 이진웅이 웃으며 말했다.
“딸이 이 영화와 노래를 좋아해서 매일 흥얼거렸는데…… 영어 노래라 매일 ‘레잇고’만 계속 외치더군요. 후! 영어 유치원도 보냈는데 돈만 잡아먹고 노래 가사 하나 못 가르쳤네요.”
고개를 저은 이진웅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 노래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
잠시간 노래를 듣던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냉장고로 다가가 소주를 꺼냈다.
“소주 한 병 먹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이진웅이 소주를 꺼내는 사이, 강진은 주방에서 소주잔을 가지고 나왔다. 소주잔을 받은 이진웅은 소주를 세 잔 따라 나눠주고는 자신의 잔을 들어 마셨다.
꿀꺽!
“안주라도 나오시면 드시지.”
“괜찮습니다.”
이진웅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은 자신의 잔에 따라진 소주를 마시고는 일어났다.
“일단 음식 내겠습니다.”
그러고는 주방에 들어간 강진은 이혜미와 함께 영상을 보고 있는 이소연을 보았다.
이소연은 영상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겨울공주 하이라이트에 OST를 입힌 듯한 영상을 보며 좋아하는 이소연에게 강진이 물었다.
“재밌어?”
강진이 묻자 이소연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너무 좋아요.”
“이 영화 많이 좋아했어?”
“네!”
이소연의 답에 강진이 웃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라면을 또 끓이고 있었다.
“라면을 또 끓여?”
“소연이가 더 먹고 싶대.”
“김밥도 먹고 라면도 먹었는데…… 또 라면?”
“귀신이 배탈이 날 걱정이 있나, 체할 일이 있나. 먹고 싶으면 먹는 거지.”
그렇게 말하던 배용수는 한숨을 쉬며 이소연을 보았다.
“자주…… 와서 먹지도 못할 텐데.”
이소연은 이진웅이 가게에 와야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러니 배용수는 최대한 이소연이 먹고 싶다는 것을 해 줄 생각이었다.
면발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음식을 보았다.
“음식은 다 됐지?”
“미역국만 조금 더 하면 되겠다.”
배용수가 옆에서 볶아지고 있는 제육과 기름기를 뿜어내며 익어가는 고등어를 보며 말하자, 강진이 반찬들을 꺼내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완성된 음식들도 담은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같이…… 나갈래?”
배용수는 홀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소연이 먹고 싶은 것 더 해 줄래.”
말을 하던 배용수가 옆을 힐끗 보았다. 옆에는 JS 햄과 치즈들이 놓여 있었다.
“쏘야 해 주게?”
“형이 햄 몸에 안 좋다고 못 먹게 했거든.”
배용수는 다소 짓궂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주 칼로리 폭탄인 불량스러운 음식을 만들어 주려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식재를 보았다. 햄과 치즈, 거기에 과자들도 잔뜩 있었다.
이것들을 재료로 쓴다니…… 아주 불량스럽기 짝이 없는 음식이 나올 터였다.
“그래. 아주 세상 가장 불량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라.”
배용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라면을 덜어 이소연에게 내밀었다.
그런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이진웅의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는 어느새 두 개였고, 한 병은 비어 있었다.
물론 강진과 오필성이 한 잔씩 하기는 했지만, 그 사이에 이진웅이 남은 한 병을 다 마신 모양이었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얼굴이 살짝 붉어진 이진웅이 음식을 보다가 주방을 보았다.
“근데 라면을 다시 끓인 모양이네요.”
“주방 친구가 라면을 좋아해서요.”
“그렇다고 라면만 먹으면 몸 상할 텐데…….”
걱정스러운지 계속 말하는 이진웅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몸은 아주 건강한 친구라서요.”
“그래도 젊을 때 잘 먹어야지, 나이 먹으면 라면이 다 몸에서 곪아 버려요.”
이진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음식들을 식탁에 놓다가 말했다.
“그런데 다시 말을 올리시네요.”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머쓱한 듯 웃었다.
“후! 아무래도 쉽지 않네요. 그냥 나는 말 올리는 것이 편하니 이렇게 지내다가 우리 좀 편해지면 그때 말 놓는 것으로 합시다.”
이진웅은 강진에게 소주를 한 잔 따라주고는 음식을 보았다.
“밥을 아주 잘 지었네요.”
“주방 친구가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밥이라면서 신경을 많이 씁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진웅은 밥을 한 숟가락 떠서는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밥을 씹다가 미소를 지었다.
“밥에 다시마 물과 소금을 첨가했나 보군요.”
“아시네요?”
“다시마 물을 넣고 밥을 하면 살짝 감칠맛이 돌고, 소금을 넣으면 단맛이 더 돌죠.”
이진웅이 밥을 가리키며 오필성을 보았다.
“먹어 봐.”
오필성은 밥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는 입에 넣고 천천히 씹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밥 잘 지었네요.”
“그리고?”
“다시마 물하고 소금 양도 잘 맞췄네요. 감칠맛과 단맛이 돌기는 하지만 과하지 않아요.”
너무 적게 넣으면 넣으나 마나이고, 너무 많이 넣으면 밥에 단맛과 감칠맛이 너무 과하게 돈다.
식사의 기본인 밥은 그 자체도 맛이 있어야 하지만, 맛이 과하면 오히려 식탁의 균형을 깨뜨린다.
밥만 먹는 주먹밥이면 모를까, 밥상에서의 밥은 음식과 음식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니 말이다.
그러니 밥상의 밥은 철저한 조연이어야 하는 것이다.
오필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제육을 집으려던 이진웅이 웃었다.
“이거 참…….”
그러고는 이진웅이 강진을 보았다.
“친한 동생 친구 가게에 밥이나 먹으러 온 건데 맛을 평가하고 있군요.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럼 맛있게 먹기 전에…….”
강진이 소주를 들어서는 오필성의 잔에 따라주었다.
“건배 한 번 하고 드시죠.”
“좋죠.”
웃으며 이진웅이 잔을 들자 강진과 오필성도 잔을 들었다. 셋은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는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크윽! 좋다.”
작게 신음을 토하며 웃은 이진웅이 제육을 한 점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뭔가 말을 하려다가 다시 웃었다. 본능적으로 맛을 평가하고, 들어간 재료에 대해 말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맛있네요.”
“계란말이도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 먹다가 물었다.
“계란말이가 일본식이네요?”
자기도 모르게 맛을 평가하는 이진웅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일본에서 하는 계란말이가 유명해서 그렇지, 다시다 육수에 우유 넣고 만든 계란말이가 다 일본식이라고 하기는 그렇죠. 그냥 한국식 부드러운 계란말이입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이진웅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저희 가게 자주 오시는 여자 손님들이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셔서 계란말이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습니다.”
이진웅은 주방에서 들리는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먹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미안한데 저도 음악 좀 틀어도 되겠습니까?”
“음악요?”
“제 딸이 좋아하는 레잇고를 들으니…… 딸 생각이 나서요. 좀 분위기 안 맞겠지만 듣겠습니다.”
“편하게 들으세요.”
강진의 답에 이진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트브로 음악을 틀었다.
[아빠 뚜루루!]유트브에서 나오는 아동 음악에 강진이 힐끗 핸드폰을 보자, 이진웅이 웃으며 말했다.
“레잇고 다음으로 좋아했던 노래라서요.”
쓰게 웃으며 이진웅이 잔을 들자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강진아! 미역국 다 됐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병을 놓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선 배용수가 국그릇에 미역국을 덜어 쟁반에 놓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프라이팬을 보았다. 프라이팬에는 소시지들이 볶아지고 있었고, 한쪽에는 치즈가 우유와 함께 끓고 있었다.
“이건 뭐야?”
“치즈 그라탱.”
“그라탱?”
“마카로니도 없고 쌀도 안 들어가지만…… 요리법은 그라탱이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사기그릇을 가져왔다. 사기그릇에는 과자와 빵이 잘게 부서져 있었다.
그 위에 배용수가 끓고 있는 우유 치즈를 부었다. 걸쭉한 수프가 빵과 과자를 적시자, 배용수가 그 위에 치즈를 몇 조각 더 올렸다.
그러고는 토치에 불을 붙이고는 치즈를 직화로 구웠다.
치이익! 치이익!
치즈가 녹으며 갈색으로 변해가자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이거…… 느끼할 것 같은데?”
“느끼하고 달달하지.”
배용수는 소시지를 접시에 담고는 이쑤시개를 그 위에 꽂았다.
“소연아, 이거 먹자.”
“와! 맛있겠다.”
“많이 먹어.”
배용수가 이소연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프라이팬을 다시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또 하게?”
“많이 먹여야지.”
그러면서 JS 식빵과 채소를 꺼내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역국을 들고 홀로 나왔다.
“미역국 나왔습니다.”
강진이 미역국을 앞에 두자, 이진웅이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역국 잘 끓였네요.”
“미역이 좋죠.”
“그러게요. 부드럽고 좋네요.”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진웅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입에 맞으시니 다행입니다.”
이진웅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주병을 들어 잔에 따라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