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17
518화
강진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임지은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유훈 선생님과는?”
임지은은 몸을 조금 떨더니 말했다.
“사랑해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하는 분이셨군요.”
“네.”
강진은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앞으로 자주 보고 친하게 지내요.”
“네.”
그 이후로 강진은 그녀와 저승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이야기는 강진이 대부분 하고, 임지은은 듣는 쪽이었다. 그녀는 말을 하기 힘드니 말이다.
그래서 강진은 그동안 저승식당에서 일하며 만났던 귀신들이 어떻게 승천했는지까지 세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강진이 말을 재밌게 해서인지, 아니면 사연 속 귀신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픈지 임지은은 그 이야기를 유심히 들으며 여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연 하나하나에 슬퍼하고 기뻐하며, 때로는 안쓰러워했다.
“두 분이…… 같이 승천을 해서 행복하겠어요.”
같이 승천하게 된 최훈과 선주의 이야기를 듣고 미소를 짓는 임지은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승천하는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강진을 임지은은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장님은 좋은 분이군요.”
임지은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려던 강진은 머쓱한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근데 정말 아쉽네요.”
‘뭐가요?’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임지은에게 강진이 말했다.
“저희 가게에 오시면 참 좋을 텐데…… 저희 식당 음식이 정말 맛있습니다.”
임지은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래서…… 괜찮아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녀를 보았다.
‘현신을 해도…… 어려울지도 모르겠구나.’
귀신은 현신을 하면 자신이 기억하는, 자신의 평소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말은…… 임지은 또한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현신을 하게 된다는 말인데, 그녀가 기억하는 평소 모습이란 오랜 투병 생활로 지친 모습일 터였다.
강진이 그녀를 볼 때,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기 진료 끝나 가는데, 강진 씨 진료 안 끝났어요?]“벌써 시간이 그리 됐군요. 그럼 저 그쪽으로 올라가겠습니다.”
[알겠어요.]통화를 마친 강진이 임지은을 보았다.
“또 와서 재밌는 이야기 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강진을 보던 임지은이 문득 손을 내밀었다.
스윽!
천천히, 조금씩 끊어지는 동작으로 손을 드는 임지은을 강진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저…….”
“네, 말씀하세요.”
“사……탕 먹고 싶어요.”
“괜찮으시겠어요?”
“먹어 보고 싶어요.”
강진은 주머니에 넣어둔 사탕을 꺼냈다. 그러고는 다시 싸놓은 비닐을 뜯어 손가락으로 쥐었다.
“혹시 힘드시면 뱉으세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소를 지었다.
“병이 심해진 이후에는 고체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어요.”
임지은은 사탕을 보며 말을 이었다.
“목에 걸리면 숨이 막혀서 죽을 수 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사탕 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어요. 고기도 아니고 사탕 빨아 먹다가 실수로 목에 넘어가 버려서 죽으면…… 비참하잖아요.”
농처럼 가볍게 하는 말이었지만, 임지은의 얼굴은 진지했다.
‘농이 아니라 진심이구나.’
말투는 가볍지만, 그 말에 담긴 마음은 진심이었다.
덩달아 진중해진 강진이 조심스레 사탕을 내밀자, 임지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와중에 강진은 슬쩍 주위를 보았다. 추나를 받으러 온 사람들은 커튼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고, 대기하는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볼 뿐 이쪽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에 강진이 살며시 사탕을 임지은의 입에 넣어주었다.
스륵!
부드럽게 사탕이 넘어가자 임지은이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사탕을 혀로 굴리던 임지은이 미소를 지었다.
“어떠세요?”
“너무…… 맛있어요.”
임지은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더 맛있는 걸로 해 드릴게요.”
“더 맛있는 거요?”
강진은 옆에 있는 배용수의 어깨를 손으로 툭 쳤다.
“이 녀석이 아주 요리를 잘하거든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아주 요리를 잘합니다. 언제든지 찾아와 주세요.”
배용수의 말에 임지은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곳을 보며 말했다.
“훈이가 가야…….”
“그건 제가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요?”
“진심을 다해서요.”
임지은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돌연 눈을 찡그렸다.
“불편하세요? 뱉으실래요?”
임지은은 여전히 눈을 찡그린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파삭!
뭔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임지은이 숨을 크게 쉬었다.
“후우!”
그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볼 때, 임지은의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드득! 아드득!
‘설마…… 사탕을 깨물어 드시는 거야?’
강진이 놀란 눈으로 보는 사이, 임지은은 사탕을 꼭꼭 씹었다.
아드득! 아드득!
“괜찮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임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훈이하고 맛있는 것 먹으려면…… 먹는 연습을 해야죠.”
“무리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니에요. 살았을 때야 목에 걸려 죽을까 봐 못 했는데…… 설마 또 죽기야 하겠어요?”
임지은이 웃으며 말하자 강진이 마주 웃었다.
“그건 그렇죠.”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천천히 사탕을 씹었다. 그러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약간 비장해진 얼굴로 목울대를 움직였다.
꿀꺽!
그런 임지은을 보던 강진이 기대감 어린 눈을 한 채 물었다.
“좀…… 괜찮으세요?”
“아뇨. 실패했어요.”
“실패?”
그녀는 목으로 무언가를 넘기는 것 자체가 침과 물 빼고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러다 보니 삼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다.
“후우! 후우!”
숨을 천천히 고른 임지은은 침을 모으는 것처럼 입을 오물거리고는 힘껏 삼켰다.
꿀꺽!
그 모습에 강진이 다시 한 번 기대감 어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성공?”
강진의 물음에 임지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먹을 만…… 하네요.”
“축하드려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입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런 맛……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러세요?”
“네. 무척…… 행복한 맛이에요.”
강진이 건넨 건 단순한 복숭아 사탕이었지만, 임지은에게는 특별한 의미였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함과 식감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맛있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입안에 남아 있는 사탕의 맛을 음미하듯 입을 우물거리는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말하는 게 부드러워지셨네.’
사탕을 먹기 전에는 듣기 많이 거북한 목소리였다면, 지금은 한결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표정도 좀 더 밝아졌다.
아마도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함 때문에 자신의 몸이 아팠다는 것을 잠시 잊은 모양이었다.
임지은이 느끼는 고통은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니 말이다.
그런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허리를 세웠다.
“그럼 저는 초대장 발송하고 와야겠네요.”
“초대장요?”
임지은의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유훈이 커튼을 젖히고 나오고 있었다.
어깨를 비틀며 걸음을 옮기는 유훈에게 강진이 다가섰다.
“선생님.”
부름에 유훈이 쳐다보자, 강진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강남에서 작은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유훈은 명함을 받아들곤 확인하더니 다소 놀란 듯 강진을 보았다.
“한끼식당 사장님이세요?”
“어? 혹시 아시나요?”
“제가 다니는 맛집 동호회 카페에 이름 올라온 걸 본 적 있습니다.”
“맛집 다니는 것 좋아하시나 보네요?”
“여자친구가 맛집을 좋아해서 젊었을 때 자주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맛집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옅게 웃은 유훈은 명함을 보며 말을 이었다.
“특히 손님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해 주는 곳이라고 해서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잘 됐네요. 한 번 시간 내서 와 주세요. 제가 잘 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유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시간 될 때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이왕이면 가까운 시일 내에 와 주셨으면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유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의 말을 그냥 하는 말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세요?”
“후! 다음에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말씀을 해 주시면 제가 생각을 좀 할 텐데…….”
강진의 말에 유훈이 작게 웃다가 입구 쪽을 보았다. 아직 다음 환자가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유훈은 강진에게 말했다.
“김치찌개 좋아합니다.”
“김치찌개도 들어가는 것이 많은데…… 뭐 넣는 거 좋아하세요?”
“참치 들어간 것 좋아합니다.”
“아! 참치…….”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유훈이 입구 쪽을 보고는 말했다.
“저 손님이 오셔서.”
“아!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유훈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명함을 주머니에 넣으며 손님에게 다가갔다.
그런 유훈의 뒷모습을 보던 강진에게, 임지은이 다가왔다.
“훈이는 참치 넣고 한 김치찌개 좋아해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좋아하시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유부초밥 좋아해요.”
“유부초밥?”
“제가 유부초밥을 해줬는데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 여자친구가 해 준 거라 맛있게 먹었던 것 아닐까요?”
“아니에요. 훈이는 내가 해 준 음식 맛없으면 그냥 맛없다고 숟가락 놓는 스타일이에요.”
“아…… 그럼 지은 씨가 유부초밥을 잘하기는 하나 보네요.”
“훈이가 유부초밥은 최고라고 했어요.”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유부초밥 재료, 매장에서 파는 것 쓰신 거죠?”
“네.”
“그럼 혹시 그 안에 다른 재료는 안 들어가나요?”
“그냥 매뉴얼에 쓰여 있는 대로 만들었어요.”
임지은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중에 저희 가게 오시면 그때 자세하게 레시피 생각해 보지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임지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지은 씨.”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그를 보았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귀신은 아프지 않습니다.”
“……네.”
무슨 말인지 아는 듯 임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파이팅!”
“어…… 하실 말씀은 그게 끝인가요?”
“네. 왜요?”
“설득하려는 말 치고는 짧은 것 같아서요.”
“전에 아는 귀신이 말하길…… 말이 길다고 전할 수 있는 마음이 많은 것은 아니래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은 씨에게는 ‘파이팅!’ 이 한 마디면 충분할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그리고 하나만 더요.”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했다.
“유훈 씨와 같이 지냈던 행복한 시절을 많이 떠올리세요.”
“네?”
“그럼 저희 식당에서 그 모습으로 식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어? 정말요?”
“그럼요. 저희 식당에 오시는 귀신 손님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멋진 모습으로 식사를 하신답니다.”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