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16
517화
강진이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뒤를 바라보고 있자, 유훈이 의아한 듯 말을 걸었다.
“이강진 씨?”
“아…… 네.”
“누구 아시는 분이라도 보셨어요?”
유훈이 뒤를 돌아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네.”
강진의 말에 유훈이 태블릿으로 그의 차트를 보고는 말했다.
“전에 한 번 추나 받으셨네요?”
“네.”
태블릿에 있는 강진의 기록을 확인한 유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간단한 교정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추나 하겠습니다.”
유훈은 요가 매트에 강진을 눕히고는 스트레칭을 도와주었다.
스트레칭을 하는 와중에 강진은 힐끗 옆을 보았다. 여자 귀신은 아직도 다가오고 있었다.
‘천천히 오는 것이 이렇게 무섭게 보일 줄은 처음 알았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유훈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스트레칭이기는 하지만, 평소 움직이는 각도보다 조금 더 움직여야 하다 보니 유훈의 도움이 있어야 했다.
“끄응! 끄응!”
강진이 동작을 하면, 유훈이 살짝 힘을 주어 당기거나 밀면서 스트레칭을 도와주었다.
그런 유훈의 손길에 몸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슬쩍 눈을 떴다.
다가오던 여자 귀신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멈춰 있었다.
마치 더 다가올 수 없다는 듯 말이다.
‘왜 안 오지?’
멀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깝다고도 할 수 없는 거리였다. 그에 강진이 의아하게 여자 귀신을 볼 때, 그녀는 강진을 보더니 흠칫 놀랬다.
그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마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내가 누군지 아시는구나.’
저승식당 주인에게는 고유의 기운이 있다. 그래서 귀신들은 저승식당 주인을 알아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승식당에 와 본 귀신들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귀신들은 모른다.
귀신들도 자신들이 보고 배운 것만 알지, 못 보고 모르는 것은 말 그대로 모르는 것이다.
그녀는 강진이 어떤 존재인지 알았다. 그래서 더 다가오지 못하고 몸을 돌린 것이다. 자신의 모습이 무섭다는 것 또한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 귀신에게 다가갔다.
“몸에 긴장 푸세요.”
강진은 배용수에게 신호를 주느라 약간 경직되었던 몸을 천천히 풀었다.
그러자 유훈이 천천히 강진의 몸을 좌우로 꺾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쟤는 아가씨보다 더 무섭게 생긴 귀신들하고도 친하게 지내요.”
배용수가 여자 귀신을 다독이려고 하는 말을 들으며 강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거기서 왜 아가씨보다 더 무섭게 생긴 귀신이란 말을 해. 그냥 귀신하고 친하게 지낸다고 하지.’
여자 귀신을 안심을 시키려고 한 말이겠지만, 그녀가 무섭게 생기기는 했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기도 한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여자 귀신이 비틀거리며 몸을 돌려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 먼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하자, 여자 귀신도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크…… 으으윽! 아…… 안녕……. 아아아아. 세…… 쓰스스…… 요…….”
몸이 굳어지는 병이라더니 성대와 입도 굳었는지 여자 귀신은 말을 하는 것도 무척 힘들어 보였다.
여자 귀신의 목소리를 들은 강진은 절로 움찔거렸다. 정말 공포 영화에서 나올 것만 같은 그런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진은 그녀가 무섭다기보다는 안쓰럽고 가엽다고 생각했다.
‘많이 고통스러웠을 텐데.’
귀신이 되어서조차 저럴 정도면 살았을 때는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강진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스윽!
그러고는 강진이 유훈을 보았다.
‘연인이었습니까? 아니면…… 아내?’
승천도 하지 못한 채 저렇게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유훈의 곁에 있는 여자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그건 허연욱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부탁을 했을 테고 말이다.
이 안쓰러운 사람을 도와달라고 말이다.
‘선생님도…… 너무 착하시네.’
자기도 승천을 못 하면서 다른 귀신을 돕고 싶어 하니 말이다.
“생각할 것이 많으신가요?”
“네?”
“몸이 편안해도 마음이 불편하면 몸이 경직되는 법이라서요.”
“아…… 네.”
“그냥 몸을 편안히 하시고 생각도 되도록 하지 마세요. 명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멍한 시간도 현대인에게는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편하게, 그냥 편하게 계세요.”
그에 강진이 여자 귀신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눈을 감았다. 일단 유훈의 말대로 생각을 끊고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
우두둑! 우두둑!
강진은 발가락에서도 소리가 나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유훈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발가락에서 소리가 났다.
‘허 선생님이 추천하실 만하네.’
전에 받았던 추나 선생님도 확실히 잘하고 시원하게 해 줬지만…… 유훈의 추나는 더 시원했다. 뼈 소리가 나도 통증 없이 시원했다.
원승환의 세신과 마사지가 온몸의 피로함을 풀어 버린다면, 유훈의 추나는 근육을 풀고 뼈마디에 활력을 주는 느낌이었다.
편안함은 원승환의 세신이 좋고, 몸에 활력이 도는 것은 유훈의 추나가 좋았다.
둘의 스타일이 정반대이기는 하지만 받고 나면 기분이 무척 좋다는 것은 같았다.
기분 좋은 얼굴로 있는 강진을 보며 유훈이 말했다.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유훈이 태블릿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그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케어를 더 해 주고 싶지만, 예약 손님들이 있어서 곧장 다음 손님을 맞이하러 가야 했다.
침대에서 나온 강진이 신발을 신고는 목을 비틀었다.
평소라면 우두둑 소리가 날 만도 한데 추나를 받아서인지 부드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확실히…… 좋네.’
몸에 활력이 도는 듯한 기분에 미소를 짓던 강진은 베드 앞에 놓인 의자에 배용수가 여자 귀신과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돌려 유훈이 간 곳을 보았다.
유훈은 치료실 입구에서 태블릿을 보며 다른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쁘시네.’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다른 환자를 맞이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유훈을 보던 강진은 다시 여자 귀신을 보았다. 배용수와 뭔가 이야기를 하던 그녀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슬며시 옆에 앉았다.
“아…….”
강진이 앉자 여자 귀신은 슬그머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최대한 얼굴을 가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여자 귀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동작도 힘든지 움직임이 툭툭 끊어졌다.
“저는 저승식당이라고 귀신분들을 위한 식당을 하는 이강진입니다.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강진이 밝게 인사하자 여자 귀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조금은 시간이 걸리게 고개를 돌린 여자 귀신이 자신을 보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제가 무섭게 생겼나요?”
여자 귀신이 의아하다는 듯 보자, 강진이 말을 덧붙였다.
“자꾸 저를 안 보셔서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내가 무섭게 생겼어?”
“아니…… 너는 그냥 못생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너 거울은 보냐? 누구보고 못생겼대?”
“귀신이 거울에 비치는 것 봤냐?”
“아, 그래서 제 주제를 모르는구나.”
“그럼 거울 보는 너는 주제를 알고? 전혀 아닌 거 같은데.”
두 남자가 만담하듯이 하는 말에 여자 귀신이 피식 웃었다. 물론 그 웃는 모습이 조금은 더 무섭지만 말이다.
어쨌든 웃는 여자 귀신을 보며 강진이 배용수에게 눈을 찡긋하자, 배용수가 엄지를 세웠다.
‘잘 했어.’
‘후! 이 정도쯤이야.’
“그런데 성함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우선되는 것이 서로의 이름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귀신과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강진은 귀신이든 사람이든 만나게 되면 서로 이름을 나누었다.
“이…… 임…… 지…… 으…… 은…… 입…….”
“임지은 씨구나.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느…… 네.”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발음이 다소 뭉개졌지만, 귀를 기울이면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임지은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혹시 돌아가실 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여섯입니다.”
귀를 기울이며 임지은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구나. 저는 올해 29살입니다.”
“네.”
그러고 임지은이 입을 다물자, 강진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다.
“이거 하나 드시겠어요?”
“사탕을요?”
“귀신이 먹는 사탕이라 맛이 좋습니다.”
강진은 여자 귀신을 만나면 주려고 사탕을 가져왔다.
다른 음식이나 음료를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몸이 굳어 고통스러운 상태라면 음식을 먹는 게 힘들 터이니 사탕을 챙긴 것이었다.
사탕은 빨아 먹으면 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먹기도 좋으니 말이다.
“저는…… 음식을 먹기가…… 불편해요.”
임지은의 반응을 예상했던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그냥 입에 넣어서 빨아 드시면 되는 거라 먹기 안 불편하실 겁니다.”
“저는…….”
임지은이 불편한 얼굴로 사탕을 보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혹시 복숭아 좋아하세요?”
“좋아……했어요.”
“그럼 저 믿고 입에 살짝 넣어만 보시겠어요?”
임지은이 보자 강진이 말을 덧붙였다.
“이건…… 정말 행복한 맛입니다.”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그의 손에 들린 사탕을 보았다. 병이 심했을 때에는 물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여전히 망설이는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사탕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귀신은 통증을 느끼지 않아요.”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
“저를 보세요.”
그는 고개를 돌리기 힘든 임지은을 위해 일부러 강진의 옆에 멈춰 섰다.
임지은의 앞에 모습을 보인 배용수가 자신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피를 손으로 만졌다.
“으.”
그 모습에 임지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도 무서운 얼굴이지만, 피를 철철 흘리는 배용수의 모습도 무척 무서운 것이다.
“이렇게 보여도 안 아파요.”
배용수의 말에 임지은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저는…… 아파요.”
임지은의 말에 배용수가 그녀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나 배용수나 귀신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몇 년을 고통스럽게 병에 시달린 임지은은 그 고통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 씨가 음식을 먹기 좀 불편하실 거 같아서 시작을 사탕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좀 어려운 모양이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강진은 웃으며 사탕을 주머니에 넣었다.
‘천천히 하자. 천천히…….’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임지은을 보았다. 그에 임지은이 물끄러미 시선을 맞추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 없으세요?”
“이야기?”
“귀신분들은 보통 저를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거든요.”
강진이 운을 뗐지만, 임지은은 그저 말없이 그를 볼 뿐이었다.
사실 임지은은 강진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말을 하려면 입을 벌려야 하는데, 그 작은 움직임조차 힘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