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33
534화
“나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친구잖아요.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가 봐야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 보자.”
친구하자고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황민성과 강진에게 이미 강상식은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였다.
그리고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가보는 것이 도리였다.
황민성은 2층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저 친구들은 어쩌지?”
“술 많이 드셨으니 이불 깔아 드리고 저희는 택시 타고 가 보죠.”
초대한 손님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다른 일도 아니고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데…….
이야기를 마친 강진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술을 마시던 유훈과 원승환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훈이 형 모시고 나는 호텔에서 자겠습니다.”
“여기서 주무시죠.”
“주인 없는 집에서 그럴 순 없죠. 그리고…….”
원승환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사님에게 인사 전해 주세요.”
“같이 가시지 않고요?”
“제가 갈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원승환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강상식과 그쪽 세상 사람들이 가진 직업에 비하면 많이 처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가기가 민망했다. 괜히 자신이 가는 것이 강상식에게 피해가 가거나 민망한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인사 전해 드릴게요.”
원승환이 유훈을 데리고 내려가자 강진이 미안해하며 다음에 또 뭉치자는 말을 했다.
임지은이 다시 와서 식사를 하려면 유훈이 또 와야 하니 말이다.
원승환과 유훈이 택시를 타고 출발하자, 강진과 황민성도 택시를 타고 오성병원으로 향했다.
강진과 황민성은 오성병원 로비에 들어서고 있었다. 강진은 전에 황민성이 준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아무래도 상을 당한 곳에 청바지를 입고 가기는 그래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로비에 들어선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상식 씨하고 어떻게 연락을 하죠?”
강상식은 정신이 없어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오성그룹 같은 VIP면 병실에 대한 정보 같은 걸 모두 기밀로 하고 있을 터라 알 방도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번호를 주르륵 보다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최 선생님, 저 황민성입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VIP 병실에 연락을 해야 할 것이 있어서요. 네. 오성그룹 강상식 이사한테 황민성과 이강진이 로비에 있다고 말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걸로 전화를 끊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누구예요?”
“간호사.”
“간호사요?”
선생님이라고 해서 의사일 거라 생각했는데 간호사란 답변이 나오자 강진이 되물었다. 그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병원 소식에 가장 빠른 것이 바로 간호사야.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것도 간호사고.”
“그럼 형 정보원인 거예요?”
“강 회장님 돌아가신 거 알려 준 게 이분이니 정보원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그냥 내가 몇 번 도움 받았고, 몇 번 도와드렸고. 그런 관계야.”
그러고는 황민성이 한쪽 자판기로 걸음을 옮겼다.
“커피 한 잔 마시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커피를 뽑았다. 달달한 믹스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있을 때 강상식이 로비에 모습을 보였다.
푸석푸석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손을 들다가 한쪽을 보았다.
강상식의 뒤를 따라오는 장은옥의 옆에, 환자복을 입은 체구 좋은 노인이 있었다.
‘역시 만나셨네.’
노인이 누구인지는 바로 알아봤다. 오성그룹 회장과 만난 적은 없지만, 뉴스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라 얼굴 정도는 아는 것이다.
강진이 노인을 볼 때, 강상식이 그와 황민성을 보고는 다가왔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자판기에 동전을 넣었다.
우우웅!
커피가 나오는 소리와 함께 강상식이 근처에 멈춰 섰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상식은 잠시 말이 없다가 손으로 얼굴을 한 번 훔치고는 양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강상식에게 황민성이 커피를 내밀었다. 강상식이 그것을 받자, 황민성이 고개를 숙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상식은 커피를 들고 있다가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아시고 오신 겁니까?”
오성그룹 강 회장이 죽은 것은 극비로, 그룹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직계 가족들과 강 회장이 손과 발처럼 부리던 그룹 내 핵심 이사들 몇몇만 알고 있었다.
“사람들 입을 막을 때는 위만 막을 것이 아니라 아래쪽 입도 막아야 하는 법입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며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
그에 강진이 손을 내밀어 강상식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잠시 앉으시죠.”
강진의 손길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그러고는 잠시 머뭇거리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우리 친구잖아요.”
강상식은 멈칫했다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친구인가요?”
“친구라고 말을 해야 꼭 친구인가요? 대충 친하다 생각이 들면…… 친구인 거죠.”
그러고는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우리 꽤 친하잖아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웃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과 별도로……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친구.’
강상식은 잠시간 강진을 보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그러고는 그가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웃으며 말했다.
“저…… 자판기 커피 처음 마셔 봅니다.”
“그래요?”
자판기 커피를 안 마셔 본 사람이 있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 있겠다 싶은 강진이었다. 강상식은 재벌가 3세이니 말이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애들이 자판기 앞에서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던 것이 재밌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나와 같이 다니던 친구들한테 커피 마시자 했는데…… 별다방 가자고 하더군요.”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자판기 커피 마시자 했더니 맛없다고, 별다방이 좋다고 하더군요. 후! 물론 돈은 제가 내고요.”
강상식은 종이컵을 매만지며 말했다.
“사회 나와서도 자판기 커피를 마실 기회가 없었어요.”
“회사에도 있을 텐데요?”
“굳이 자판기 커피 마시러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자판기 있는 곳에는 직원들이 있어서 제가 가면 피하더군요. 그리고…… 저는 자판기 커피가 마시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강상식은 자판기를 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에 자판기 앞에서 이야기를 하며 웃는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동전을 넣고 나온 커피를 나눠 마시며 웃는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 물론 그것은 기억이 아니라 그랬으면 좋겠다는 상상이지만 말이다.
“친구들과 이백 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쓰게 웃는 강상식을 보던 황민성이 고개를 젓고는 자판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판기 앞에서 커피 마시는 것이 뭐 별거라고.”
황민성이 자판기 앞에 서서 자신을 보자, 강상식이 웃으며 그의 옆으로 가서 섰다.
그리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살짝 눈을 찡그렸다.
“입에 안 맞아?”
“많이 다네요.”
“자판기 커피는 단맛으로 마시는 거지.”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역시 생각과 실제는 좀 다르네요.”
자신이 생각한 자판기 커피는 ‘맛있다’였는데…… 실제는 ‘달다’였다.
강상식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황민성도 한 모금 마셨다. 자신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황민성을 보던 강상식이 입을 뗐다.
“그런데…….”
강상식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말을 꺼냈다.
“말이…….”
“짧아서 싫어?”
그전까지 황민성은 자신에게 존대를 했는데…… 갑자기 말이 짧아진 것이다.
“그건 아닙니다.”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은데 언제까지 말을 올려. 공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앞으로는 너도 강진이한테 말 놔. 이 정도 봤으면 그냥 형 동생 하는 거지, 언제까지 사장님 하고 씨, 씨 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이 차이는 있지만 우리 친한 사이, 친구잖아요.”
친구라는 말에 강상식의 얼굴이 붉어졌다.
“친구…….”
그런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친구 싫으세요?”
강상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요는 무슨.”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환하게 웃었다.
“너무 좋아.”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그래서, 아버님 장례식은 언제 하는 거야?”
장례식이란 말이 나오자 강상식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에 황민성이 말을 덧붙였다.
“동생 일로 돈 벌 생각 없어.”
“그런 것이 아니라…….”
강상식은 잠시 입맛을 다시고는 그를 보았다.
“회장님이 제 아버님인 것…… 아셨습니까?”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은 아차 싶었다. 강상식의 아버지가 회장님인 것은 맞지만, 대외적으로는 손주이니 말이다.
그래서 놀란 것이다. 집안사람들과 강 씨 집안 최측근들만 아는 비밀을 황민성이 알고 말을 하니 말이다.
“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내가 말실수를 했어. 미안.”
“아닙니다. 거짓도 아니고…….”
고개를 저은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세상에는 역시 비밀이 없네요.”
그는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알게 된 것이 중요하니 말이다. 황민성이 미안해하는 것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건 약속하지.”
확답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식은 오늘 저녁에 장 마감하면 그때 발표해서 시작할 겁니다.”
“생각보다 일찍 하네.”
“할아버…….”
말을 하던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황민성이 아는데 굳이 할아버지라고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가 죽을 날 아셨는지 얼마 전부터 뒷날을 대비해 다 정리해 놓으셨습니다.”
“그래?”
“유산부터 후계 자리까지 다 정리를 해 놓으셔서 유언에 따라 처리만 하면 됩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저 오늘 오성화학 대표로 정식 취임합니다.”
“다행이네.”
두 사람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듣던 강진이 힐끗 옆을 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장은옥이 공손히 손을 모은 채 강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쯔쯔쯔! 죽었으면 냉큼 저승으로 가기나 하지…… 무슨 귀신 노릇을 하고 있나?”
“죄송합니다.”
“죄송은 왜 자네가 죄송해. 그…….”
뭔가 말을 할 듯 입을 열었던 강 회장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아들 놈 옆에 붙어 있었던 겐가?”
“죄송합니다.”
“그놈의 죄송하다는 소리…….”
혀를 차며 장은옥을 보던 강 회장이 강상식 쪽을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황민성을 보다가 말했다.
“황 대표하고 상식이가 친분이 있었나?”
강 회장도 황민성을 알고 있었다. 생전에 공식 석상에서 악수 한두 번 정도는 한 사이였다.
그리고 황민성은 회사로 영입을 하려고 했던 인재였다. 오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오성물산 사장으로 말이다.
물론 황민성이 거절을 했지만 말이다.
“친한 사이입니다.”
장은옥의 말에 강 회장이 황민성을 보다가 눈을 찡그렸다.
“왕 비서 이 새끼…….”
그는 강상식이 사람 같지 않은 일만 하고 다닌다는 보고를 받아 왔다. 그래서 자신이 인정하는 사업가 황민성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강상식의 동향을 살피고 보고하는 왕 비서가 이와 같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것을 강 회장은 바로 알아차렸다.
입맛을 다시던 강 회장이 황민성 옆에서 이쪽을 보는 강진을 보았다.
“저 친구는 누구야?”
“저승식당 이강진 사장님이세요.”
“저승식당? 무슨 식당 이름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