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34
535화
“저승식당? 무슨 식당 이름이 그래?”
강 회장은 눈을 찡그렸다. 식당 이름이 저승이라니, 마치 손님들에게 여기 오지 말라는 듯한 가게 이름이 아닌가?
강 회장의 중얼거림에 장은옥이 말했다.
“귀신들 밥 주는 가게 사장님이세요.”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귀신한테 밥을 주다니?”
그러고는 강 회장이 장은옥을 미심쩍은 눈으로 보았다.
“사기 당한 것 아냐?”
“아니에요.”
“착해 빠져서는…… 내가 준 돈도 시골 사는 그놈들한테 다 뜯기고 말이야.”
장은옥에게 미안한 감이 있던 강 회장은 그녀에게 한 밑천을 주었었다.
그런데 장은옥은 그 돈을 시골에 사는 부모님 땅과 동생들 학비로 다 써 버렸다.
강 회장이 입맛을 다시고는 강진 쪽을 볼 때, 그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강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에 강 회장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나한테 하는 건가?”
“여사님한테 제 이야기 들으시는 것 같은데…….”
강 회장과 장은옥이 자신을 보며 뭐라고 하는 것 같아 온 것이다.
“그럼…… 정말 귀신에게 밥을 주는 식당……이 있는 건가?”
“저승식당 이강진입니다.”
“허…….”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강 회장에게 강진이 말했다.
“강상식…… 씨와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 회장이 잠시 강진을 보다가 말했다.
“상식이가 내 아들인 것을 아는군?”
“여사님께 들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 회장이 장은옥을 보았다. 질책이 담긴 그 시선에 장은옥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장은옥이 사죄하자 강 회장이 그녀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알려져서 좋을 것 없으니 비밀 지켜주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다 알려진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저쪽에 있는 사람이…….”
강진이 황민성을 가리키자 강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 대표는 나도 알고 있네.”
“민성 형 말이, 상식 씨가 회장님 아들이라는 소문이 그쪽 바닥에 퍼져 있답니다. 그리고 민성 형도 알고 있었고요.”
“그런…….”
강 회장은 눈을 찡그리고는 힐끗 강상식을 보았다.
“그럼…… 저 아이도 들어 봤겠군.”
“알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 회장이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상식이가 알고 있었다…….’
그는 강상식이 자신에게 가끔 보였던 표정들을 떠올렸다.
‘알고 있어서 그랬던 건가?’
잠시 입술을 깨물고 있던 강 회장이 강진을 보았다.
“상식이가 연락을 해서 온 건가?”
“상식 씨와 오늘 한잔하려고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건가?”
“회장님 돌아가신 것을 민성 형이 알았습니다.”
강진의 대답을 들은 강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의료진 입은 단단히 틀어막았는데…… 황 대표 정보력이 대단하군.”
강 회장이 감탄 어린 눈으로 황민성을 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왔다고?”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보러 와야죠.”
강진의 말에 강 회장이 그를 보다가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뭔가 찾는 것처럼 몸을 더듬거리다가 입맛을 다셨다.
“내가 죽어서…… 지갑이 없군.”
친구로서 왔다는 말이 기특해서 용돈이라도 좀 주려고 했는데…… 귀신이라 지갑이 없었다.
“괜찮습니다.”
“아니야.”
강 회장은 강진을 보다가 말했다.
“왕 비서라고 내 비서가 있는데 그 친구한테 내가 주라고 했다고 하고 용돈 좀 받아.”
강 회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회장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자네는 살아 있지.”
내가 그걸 모르겠냐는 듯 고개를 까닥인 강 회장이 말을 이었다.
“내가 몇 마디 알려 줄 테니 그대로 말을 해. 그럼 돈을 내어 줄 거야. 자네 말대로 친구 아버지로서 용돈이라도 좀 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편하게 받아.”
강진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들 친구한테 용돈 주고 싶은 마음 이해합니다만…… 귀신이 현실에 영향을 끼치려면 돈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후! 나는 돈을 걱정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네.”
강 회장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상황 파악이 아직 안 되시나 보구나.’
살아서야 오성그룹 총수로서 돈 걱정하지 않은 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죽었으니 돈 걱정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이 죽으면 그를 인도하는 JS 직원들이 오는데, 웬일인지 보이지가 않았다.
그에 강진이 장은옥을 보았다.
“JS 직원들은요?”
“아까 오셨다가 일단 가셨어요.”
“가요?”
“장례식을 바로 치르지 않는다는 것 알고는 다른 일 좀 보고 오신다고 가셨어요. 장례식 시작하면 그때 서류 작업 하신다고요.”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장례식 전까지는 뭐 어떻게 하라는 말 없었어요?”
“별말 없으시던데요.”
“이렇게 그냥 두고 간다고요?”
강진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강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같은 사람을 이렇게 두고 가다니…… 흥! 인턴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
강 회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인턴요?”
강진의 말에 장은옥이 답했다.
“JS 금융에서 인턴 분이 왔다 가셨어요.”
“직원도 아니고 인턴?”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던 강진은 문득 강 회장을 보았다.
‘아…… 부자가 천국 가기 어렵다고 하더니…….’
JS는 철저하게 JS 금융에 저금이 되어 있는 돈에 따라 대접을 해 준다.
JS 금융에 저금이 많이 되어 있으면 VIP로서 대접을 극진히 주고, JS 금융에 돈이 없으면 서비스 같은 것은 전혀 받을 수 없다.
그런데 JS 금융에서 직원도 아니고 인턴이 왔다면…… 강 회장의 JS 계좌엔 잔금이 바닥인 모양이었다.
이승에서 거대 그룹 회장으로 살았어도, 죽은 후에는 지은 죄에 따라 대접을 받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승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으면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다.
고개를 젓는 강진에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강진 씨!”
고개를 돌린 강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두치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시기에 조금 맞지 않게 두꺼운 패딩을 입은 초로의 노인이 강두치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일하시는 중이세요?”
“VIP 모시고 장례식장에 식사하러 가는 길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노인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VIP를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죽은 사람에게 이런 인사는 이상하지만, VIP라고 하니 만나서 반갑기는 했다.
VIP라면 JS에서 인정한 착한 사람이니 말이다. 강진의 인사에 노인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사람이신 것 같은데…… 저희가 보이십니까?”
노인의 말에 강두치가 짧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래서 이 사장님은 귀신을 볼 수 있습니다.”
“귀신에게 밥을 해 주는 식당?”
“귀신들에게는 아주 맛집입니다. 귀신들에게 특화된 손맛이거든요.”
“아…… 그래요?”
노인이 입맛을 다시는 것을 보던 강두치가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 혹시 괜찮으시면 이따가 저희 VIP 드실 식사 한 끼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분 드시게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노인을 보며 말했다.
“이분이 무연고자라…… 장례식을 따로 치르지를 못 했습니다.”
무연고자라는 말에 강 회장이 노인을 힐끗 보았다. 그 시선에 노인이 작게 고개를 숙이자, 강 회장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 강 회장을 강두치가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
“무연고자라 시신을 인도할 이를 찾을 때까지 병원에 오래 계셨습니다. 그동안 병원 장례식장에서 남의 제삿밥만 드셨지, 자기 제삿밥을 못 드셨어요. 내 제삿밥이나 남 제삿밥이나 저승식당 주인이 한 것 아니면 다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가시기 전에 자신을 위해 제대로 차린 한 끼를 드시고 가셨으면 합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고개를 숙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그렇게 하시죠.”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괜찮은데…….”
“VIP의 편의를 봐 드리는 것이 제 일입니다.”
강두치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저는 여기 잠시 있다가 가야 하는데…… 시간 되시겠어요?”
“이분이야 남는 것이 시간입니다. 그럼 이따 뵙죠.”
강두치가 웃으며 몸을 돌리려 할 때, 강 회장이 입을 열었다.
“거기 잠깐.”
강 회장의 부름에 강두치는 신경도 쓰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강 회장이 눈을 찡그리며 강진을 보았다.
가서 부르라는 것이었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상식 씨 아버지만 아니면…….’
강진은 결국 강두치를 불렀다.
“강두치 씨.”
강진의 부름에 강두치가 그를 돌아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강 회장을 보았다.
강진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아는 것이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 회장이 뒷짐을 진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서비스를 해야 할 직원이 없네.”
“기다리십시오. 기다리면 담당 직원이 올 겁니다.”
그러고 다시 몸을 돌리려 하자, 강 회장이 눈을 찡그렸다.
“VIP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건가?”
“VIP?”
강두치는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혹시 담당 직원이 고객님에게 VIP라고 했습니까?”
“그건 아니네.”
“그럼 다른 누가 고객님에게 VIP라고 하였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 회장이 눈을 찡그렸다.
“내가 VIP가 아니면 누가 VIP인가?”
강두치는 옆에 있는 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계신 분이 VIP입니다. 그리고 고객님은…….”
강두치가 그를 보며 웃었다.
“그냥 일반 고객입니다.”
그에 강 회장의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왜 무연고자 노인네는 VIP이고 나는 일반등급인가?”
강 회장의 불만에 강두치가 힐끗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 배려를 하는 귀신인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그냥 갔을 터였다.
자신이 담당하는 귀신도 아니니 말이다.
잠시 강 회장을 보던 강두치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인턴, 당장 튀어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 버리는 강두치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승이고 저승이고…… 인턴이 동네북이네.’
인턴을 해본 강진으로서는 JS 금융 인턴이 불쌍할 뿐이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희미한 빛과 함께 강두치와 비슷한 검은 정장 차림에 가슴에 인턴이라 써진 노란 명찰을 찬 청년이 나타났다.
“인턴 강두병!”
기합이 잔뜩 든 강두병의 외침을 들은 강두치가 강 회장을 보았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인턴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러고는 강두치가 강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아…… 네.”
강두치는 서늘한 눈으로 강 회장을 한 번 보고는 노인 귀신에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 장례식장 가서 요기라도 하고 저승식당을 가는 걸로 하시지요.”
“아…….”
강두치의 말에 노인이 강 회장을 보았다.
“저기, 같이 가시겠습니까?”
노인의 권유에 강 회장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됐소.”
그에 노인은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강두치와 함께 장례식장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두치가 멀어지자 인턴 강두병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강 회장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