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48
549화
종이를 보던 최광현이 강진을 보았다.
“이건 뭐야?”
“몽타주로 만들 수 있어요?”
“이 정도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얼굴형도 있고 눈, 코, 입 특징도 다 있고.”
그러고는 최광현이 말을 이었다.
“요즘은 옛날하고 다르게 손으로 안 그리고 컴퓨터로 하거든. 거기 보면 사람 얼굴 모양이 조각조각 다 있어. 그래서 그거 조합하면…….”
말을 하던 최광현이 피식 웃었다.
“왜 웃어요?”
“내 이상형을 만들 수가 있지.”
“국가 재산으로 그런 것 해도 돼요?”
“몽타주 만드는 분 연습을 위해 내 이상형을 헌납을 한 거지. 일종의 재능 기부?”
웃으며 종이를 보던 최광현이 말했다.
“그래서 이건 누군데?”
“보고 싶은 얼굴요.”
“그래서 누구?”
“아는 귀신 부모님이에요.”
“아…….”
“육이오 때 죽은 어린 분들인데 부모님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해서요.”
“흠…….”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지그시 종이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이건 실제로 본 사람이 같이 수정을 해야 더 정확한데…… 이런 글귀 정도로는 많이 안 닮았을 수도 있어.”
“아무리 안 닮아도 달보다는 많이 닮았겠죠.”
“달?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 쪽을 보았다. 그에 주방에 있던 허연욱이 슬며시 홀로 나왔다.
“형, 손목 좀 주세요.”
“손목?”
최광현이 손을 내밀자, 강진이 슬쩍 그의 손목을 쥐었다.
스윽!
허연욱이 강진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맥을 짚는 사이, 최광현이 힐끗 옆을 보았다.
“옆에 그…… 한의사 귀…… 선생님 오신 거냐?”
강진은 대답 대신 반대 손 검지를 자신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쉿.”
그에 최광현이 입맛을 다시고는 입을 다물었다.
잠시 맥을 짚고 있던 허연욱은 손을 떼며 말했다.
“기가 좀 허해지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음기도 좀 있고…….”
허연욱은 최광현의 얼굴을 이리저리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을 보는 것이 기가 허하면 정말 생기는 건가 보군요.”
귀신이 정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정말 귀신을 느끼는 사람을 보니 허연욱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가 허하고 음기가 있기는 해도 그 정도로 병이 생기진 않습니다. 일단 산삼은 그냥 씹어 드시고 약재를…….”
강진은 허연욱이 약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최광현에게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나 어디 아프대?”
“그건 아니고, 몸이 좀 허하신 것 같아서 좀 봤어요. 제가 말을 해 준 약재들 시장에서 사서 차처럼 우려 드세요.”
“차처럼?”
허연욱이 먹는 방법을 말해주자, 강진이 그것을 최광현에게 말해주었다.
최광현은 핸드폰으로 그것을 메모하며 말했다.
“그래서 저 아픈 것은 아닙니까?”
최광현이 슬쩍 한곳을 보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알고 하는지 모르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최광현이 정확하게 허연욱이 있는 곳을 본 것이다.
허연욱도 그것에 의아한 듯 최광현을 보다가 말했다.
“병이라고 할 정도로 나쁜 곳은 없습니다.”
허연욱의 말을 그대로 읊은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잠시 계세요. 형 주려고 산에 가서 약초 하나 뽑아 왔어요.”
“약초?”
의아해하는 최광현을 뒤로한 강진은 주방에서 어제 캐어 온 산삼을 꺼내왔다.
신문지와 이끼로 싸 놓았던 산삼을 탁자에 올려둔 채 조심히 오픈한 강진은 최광현을 보았다.
“이거 드세요.”
“이게 뭔데? 인삼 같이 생겼네?”
“인삼하고 비슷한 거예요.”
“근데 흙도 묻어 있는데? 씻어서 가져와야지, 이걸 먹으라고 주냐?”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거는 이대로 먹는 것이 가장 좋아요. 몸에 좋은 거다 생각하고 으적으적! 씹어 드세요. 입에서 물이 될 정도로 씹어 드셔야 해요. 한 백 번 씹는다 생각하고.”
“그래도 흙이 묻어 있는데…….”
“흙도 약이다 생각하고 드세요.”
산삼하고 수십 년 동안 부대끼며 살아온 흙이니 그것도 약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던 강진은 최광현이 뿌리를 하나 잡고 뜯으려 하는 걸 급히 말렸다.
“스톱!”
최광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자, 강진이 조심히 산삼을 그에게서 떼어내고는 말했다.
“지금 바로 먹지 말고 며칠 있다가 드세요.”
“며칠? 왜?”
“이건 그렇게 막 와구와구 먹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러고는 강진이 산삼을 먹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먹기 열흘 전에 구충제를 먹어서 삼의 약효를 기생충에게 뺏기지 않게 할 것. 열흘 정도 금주하고 여자 멀리하고 지낼 것. 그리고 열흘 후쯤 공복에 꼭꼭 씹어 먹을 것.
꼭꼭 씹어 먹고 술 마시지 말라는 것 빼고는 아마도 귀한 약재이니 그만큼 경건한 자세로 먹으라는 의미 같았다.
“먹은 후에 사흘 정도 목욕은 자제하시고요.”
“그냥 먹으면 되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최광현이 중얼거리자 강진이 웃으며 산삼을 다시 이끼와 신문지로 싸서는 쇼핑백에 담아주었다.
“몸에 억수로 좋은 거니 제가 말을 해 준대로 꼭 드세요.”
“그럼 나 열흘 동안 술 먹지 말라는 거야?”
최광현이 안 먹으면 안 되냐는 듯 쇼핑백을 보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냥 툭 주려고 했는데.’
부담스러워할까 봐 그냥 별것 아닌 것처럼 말을 해 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냥 주면 연구실 한쪽에서 썩어 들어갈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최광현을 보며 말했다.
“이거…… 산삼이에요.”
“뭐라고?”
“산삼요.”
“이게 그…… 심봤다! 할 때 그 산삼?”
“네.”
“그 산신령이…….”
“에이, 그만해요.”
강진이 눈을 찡그리자 최광현이 쇼핑백을 보다가 물었다.
“이거 비싼 것 아냐?”
“비싸죠.”
“근데 이걸 나한테 줘?”
최광현이 어리둥절해하며 묻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귀신들하고 친하니…… 산삼 종종 캐고 있어요.”
“귀신이 그런 것도 알려줘?”
“강원도 깊은 산속에 산삼이 잘 자라는 곳이 있거든요.”
“진짜? 대박…….”
최광현이 산삼을 보며 중얼거리자, 강진이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 꼭 제가 한 말대로 드세요.”
“근데 이거…… 부담 되는데.”
“사실 이거 형이 꼭 드셔야 해요.”
“나 몸 안 부실해.”
“부실해서가 아니라…….”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형이 아무래도 귀신하고 요즘 일을 하니까……”
강진의 말이 차마 끝나기도 전에 최광현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어? 귀신하고 있으면 문제 생기는 거야?”
“귀신하고 가까이해서 좋은 건 없죠. 그래서 문제 생기기 전에 양기를 돋우자는 의미로 산삼을 준비한 거예요.”
“그럼 꼭 먹어야겠네.”
“그렇죠.”
“그런데…… 교수님은?”
“교수님은…….”
‘생각을 못 했네. 캐는 김에 두 개 캘 것을 그랬나?’
최광현이 귀신을 느낀다는 말에 놀라서 산삼을 준비하느라 임상옥에 대한 걸 깜빡한 강진이었다. 확실히 임상옥도 귀신과 접촉을 하기는 했으니…….
“산삼이 오래된 거라 둘이 나눠 먹어도 약발은 충분히 받을 겁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교수님하고 반씩 나눠서 드세요.”
“그래도 돼?”
“이거 오래된 삼이라 반씩 나눠 먹어도 충분히 효과 있을 거예요. 교수님한테도 주의사항 이야기해 주시고요.”
“그래. 알았다.”
최광현은 탁자에 있는 종이를 집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몽타주 만드시는 분한테 보내면…… 한 내일이나 받을 수 있을 거야.”
“내일? 그렇게 빨리요?”
“만들면서 수정을 하면 시간이 걸리는데, 지금 이건 이 내용 말고는 따로 수정을 할 수도 없잖아. 얼굴을 아는 것도 아니니까.”
“그건 그렇죠.”
“그럼 여기 있는 것만을 임의로 조합해서 만들어야 하니…… 일 안 밀렸으면 바로 될 거야.”
“그럼 부탁할게요. 아!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느낌을 좀 담아 주세요.”
“어머니와 아버지 느낌이라…… 알았다.”
최광현은 쇼핑백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이거 고맙다.”
“잘 드시고 꼭꼭 씹어 드세요. 그거 진짜 귀한 거예요.”
“알았어.”
그러고는 최광현이 후배들을 보았다. 후배들은 강진이 내어 준 반찬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야! 적당히 먹었으면 가자.”
“선배, 우리 한 병만 딱…….”
“딱 하는 소리 하고 있네. 남은 것 잔에 채워. 그것만 마시고 가게.”
최광현의 말에 후배들이 입맛을 다시고는 잔에 소주를 채워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고는 남은 고기와 반찬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런 후배들을 보던 최광현이 강진을 보았다.
“애들이 술을 너무 많이 먹었다. 미안하네.”
“나도 쟤들한테 신세 졌으니 괜찮아요.”
“신세? 네가 쟤들한테 무슨 신세를 져?”
“실험실 사람도 아닌데 가서 자고 밥 먹어도 애들이 싫어하지 않았잖아요. 싫어했으면 제가 아무리 뻔뻔해도 자주 갈 수 있었겠어요?”
“같은 과 선배인데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그건 아니죠. 저도 나름 눈치란 걸 본다고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후배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형, 잘 먹고 갑니다.”
“잘 먹었습니다.”
후배들의 인사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다음에 또 와라.”
“네!”
후배들이 웃으며 가게를 나가자 최광현이 손을 들었다.
“이거 되면 메일로 보내 줄게.”
“감사합니다.”
최광현과 후배들이 가게를 나가자, 강진은 그들을 배웅하고는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홀을 정리하며 오늘 점심 장사를 마무리했다.
***
다음 날, 점심 장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최광현에게 전화가 왔다.
‘다 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 임 교수네.]“교수님.”
임상옥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진이 놀라 급히 일어났다.
임상옥이 불편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려운 사람인 것은 맞다. 그런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니 놀란 것이다.
[광현이 통해서 산삼을 보냈더구나.]“아…… 네.”
[그거 한의대 교수님에게 보여줬는데…… 백오십 년 근이라는데.]“아…… 네.”
[너 이거 귀신이 알려줘서 캐 왔다고 하는데…… 이거 가격은 알고 준 거니?]“모르는데요.”
강진의 답에 잠시 말이 없던 임상옥은 뒤늦게 말을 이었다.
[내가 들으니 25년에서 30년만 되어도 상품에 따라 천만 원도 한다고 하더라.]“아…….”
[나도 가격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냥 먹기에는 너무 과하구나.]“그건 주기는 제가 줬지만, 그 산삼은 두 분이 잡은 범인들에게 희생되었던 분들의 선물이라 생각을 해 주세요.”
[선물?]“그리고 귀신하고 같이 다니셔서 광현 형 몸에 음기도 있고 해서 준비한 겁니다. 그러니 두 분 편히 나눠 드세요.”
바로 눈치를 챈 듯 말하는 임상옥에게 강진이 슬며시 사정을 설명했다.
“……광현 형 귀신 느끼는 것 알면 무서워할 테니 말은 하지 마시고요.”
[아…… 그렇다면야 맛있게 먹어야지. 확실히 우리가 좋은 일 하기도 했으니까 말이야.]최광현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는 것은, 옆에 그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임상옥이 강진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 준 것이다. 가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산삼이라고 해도 귀신을 보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말이다.
[그럼 잘 먹겠네. 광현이 바꿔 주겠네.]그러고 곧 최광현이 전화를 받았다.
[강진아! 너 이 자식! 앞으로 너는 내 친동생보다 더 친동생이다. 형이 이것 먹고 더 열심히 나쁜 놈들 잡을게!]단가를 대충이나마 알게 돼서 그런지 최광현의 목소리는 신이 나 있었다.
남자들은 몸에 좋다는 건 다 좋아한다. 거기에 비싸기까지 하면 더 좋아하는 것이다.
“그 몽타주는요?”
[아, 오늘 받아 와서 보내려고 했는데 교수님 말 들으니 이걸 그대로는 못 보내주겠어. 형이 이거 다시 맡겨서 수정 좀 하고 보내 줄게.]“아니, 괜찮아요. 지금 보내 주세요.”
[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자 잠시 후 최광현이 보낸 몽타주가 메일로 들어왔다.
그에 강진이 메일을 열고는 내용을 확인했다.
메일에 첨부되어 있던 네 장의 이미지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분들이 만복 형과 달래 누나의 부모님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