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50
551화
일요일 아침 일찍 강진의 가게에는 신수호 형제들이 모여 있었다.
강진은 만복과 달래와 함께 놀이공원에 가는 약속을 잡고 난 후, 신수 형제에게 같이 가줄 수 있는지 물어봤었다.
그에 응한 신수 형제가 일요일에 시간을 내서 모인 것이다.
강진이 두 귀신과 함께 보낸 시간이 몇 달이라면, 그들은 두 귀신과 몇 십 년을 함께 해 왔다. 그래서 두 귀신을 위하는 마음은 강진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는 것이다.
“형은 여전히 신수가 좋네. 우리 성이 신수라 더 신수가 좋은 건가?”
되지도 않는 농을 하는 신수용을 힐끗 본 신수호는 다시 태블릿을 쳐다보았다.
“놀러 갈 때는 좀 편한 옷으로 입지. 단벌 신사야? 내가 옷 한 벌 사 줘?”
“시끄럽다.”
신수호의 말에 신수용이 웃을 때, 신수조가 주방에서 김밥 꽁다리를 들고 나왔다.
“김밥 꽁다리 드세요.”
신수조가 꽁다리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자, 신수용이 웃으며 하나 집어 먹었다.
“역시 김밥 하면 꽁다리지. 귀야, 먹어라.”
“네.”
신수귀는 김밥 꽁다리를 하나 집어서는 신수호에게 내밀었다.
“형.”
그것을 받아먹은 신수호가 신수조를 보았다.
“준비는?”
“거의 다 됐어요. 이제 도시락에 담기만 하면 돼요.”
“가서 사 먹어도 되는데 들고 다니기 귀찮게 뭘 이렇게 싸?”
신수호의 말에 신수조가 눈을 찡그렸다.
“가서 사 먹는 것은 사 먹는 것이고, 김밥은 김밥이죠. 만복 오빠하고 달래 언니는 이런 것도 해 보고 싶을 것 아니겠어요?”
신수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야 거기서 사 먹어도 되지만, 형하고 누나한테는 강진 씨가 해 준 음식이 더 맛있죠.”
신수용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식당 사장의 손맛이 더해진 음식이 더 맛있으니 말이다.
신수호는 고개를 끄덕인 이후로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신수조와 말싸움을 해 봤자 자기 손해인 것이다.
그러는 사이, 강진이 도시락이 담긴 통들을 들고는 나왔다.
“자, 음식은 끝!”
말을 하며 강진이 배낭에 도시락들을 넣는 것에 신수조가 황당한 듯 그를 보았다.
“지금 놀이공원을 가면서 배낭에 음식을 가져가겠다는 거예요?”
“조금 보기 이상할지 몰라도 이게 물건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조금이 아니라 많이 이상해요. 장소에 맞는 아이템을 챙겨야 하는 것도 몰라요?”
“제가 딱히 놀이공원과 어울리는 가방이 없어서…….”
그렇다고 어쩌다 한 번 가는 놀이공원 때문에 가방을 새로 살 수도 없었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한숨을 쉬었다.
“기다려요. 혹시 몰라서 피크닉 가방 가져왔어요.”
뒷문으로 나간 신수조는 잠시 후 영화에서나 볼 듯한 피크닉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와…… 나 이런 것 처음 봐요.”
강진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가방을 보자 신수조가 피식 웃고는 가방을 탁자에 놓고 열었다.
가방 뚜껑 안쪽에는 피크닉에 어울리는 붉은 체크무늬 천에 포크와 나이프가 꽂혀 있었다.
피크닉 가방에 도시락들을 차곡차곡 넣은 신수조가 강진을 보았다.
“음료수는 거기서 사기로 해요. 액체는 무거우니까.”
“그래도 몇 개는 챙기자. 가서 또 우리 보고 사 오라고 시키지 말고.”
신수용의 말에 신수조가 그를 보았다.
“그럼 오빠가 이거 들고 다닐 거야?”
“에이! 이런 건 막내가 드는 거지.”
“나보고 들라고?”
“너 말고…….”
신수용은 슬쩍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여러분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는데 당연히 제가 들어야죠.”
“오케이! 그럼 음료수하고 커피 몇 개 사서 출발하자.”
신수용의 말에 신수호가 강진을 보았다.
“이제 부르시죠.”
강진은 시간을 한 번 보고는 입을 열었다.
“만복, 만복, 만복. 달래, 달래, 달래.”
화아악! 화아악!
빛과 함께 두 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귀신은 잔뜩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늘 가는 거야?”
“그럼요. 간다고 했잖아요.”
강진의 답에 만복이 웃다가 가게에 모인 신수 형제들을 보고는 웃었다.
“너희도 가는 거야?”
“좋은 곳 간다는데 우리도 같이 가야죠. 왜요? 우리 가지 말아요?”
“아니야. TV 보니까 사람이 많아야 더 재밌더라. 같이 가.”
만복이 웃을 때, 강진이 피크닉 가방을 가리켰다.
“김밥도 쌌어요.”
“아싸! 나 김밥 먹어 보고 싶었는데!”
만복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김밥 안 드셔 보셨어요?”
“응.”
“왜요?”
“네가 안 가져왔잖아.”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말하는 만복을 보며 강진은 아차 싶었다. 그동안 음식을 해다 주기는 했지만 김밥은 싸서 가지 않았다.
김밥은 편하게 먹는 음식이고, 놀러 갈 때 가져가는 음식이라는 편견이 은연중에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음식을 해서 갔지, 김밥은 따로 안 싸 간 것이다.
“다음에는 싸갈게요.”
“그러든가.”
만복은 접시에 담겨 있는 김밥 꽁다리를 집어 입에 넣었다.
“으! 맛있다. 달래야.”
만복이 달래에게 김밥 꽁다리를 주자 그녀도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하는 두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통을 하나 가져다가 김밥 꽁다리를 담았다.
“일단 가면서 드시죠. 늦으면 줄 오래 서야 돼요.”
“그래. 가자.”
만복이 몸을 돌릴 때, 달래가 강진을 보았다.
“엄마, 아빠 그림은?”
강진은 웃으며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카운터 밑에서 봉지에 들어 있는 옷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것을 신수 형제들에게 내밀었다.
“이건…….”
하얀색 티에는 만복과 달래 부모님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저하고 신수조 씨가 달래 누나네 부모님이 새겨져 있는 것 입으면 될 것 같고, 신수용 씨하고 신수귀 씨는 만복 형 부모님 새겨져 있는 것 입으면 될 것 같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입으실 수 있으시죠?”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피식 웃었다.
“이렇게 입고 가면 오빠하고 언니, 부모님하고 같이 가시는 것 같겠다.”
신수용과 신수귀는 서로를 한 번 보고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훌렁 벗더니 바로 옷을 갈아입었고, 신수조는 티셔츠를 가지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동생들이 갈아입는 걸 보던 신수호가 강진을 보았다.
“내 건 없나?”
“입으시게요?”
신수호는 이런 것을 입을 것 같지 않아 말도 꺼내지 않았던 강진은 다소 놀란 듯 물었다.
그런 강진을 보던 신수호는 만복과 달래를 보았다.
“형이나 누나나 보고 싶은 얼굴 많으면 더 좋겠지요.”
신수호의 뜻밖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카운터 밑에서 티셔츠를 더 꺼냈다.
“그렇지 않아도 많아요.”
다섯 벌을 만드나 열 벌을 만드나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서 열 벌씩 만든 것이다.
오늘 입고 남은 옷은 편하게 입기도 하려고 말이다. 강진이 티셔츠를 꺼내다가 두 벌을 양손에 들고는 물었다.
“어느 걸로 드릴까요?”
“달래 누나 것으로 주십시오.”
“우리 부모님 거 안 입고?”
만복이 서운하다는 듯 보자 신수호가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형은 나를 놀리고, 누나는 달래 주었지요.”
“그걸 아직도 기억해?”
만복이 눈을 찡그리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좋아서 변호사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호 변호사님도 그럴 때가 있었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신수호가 하얀 정장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치고는 와이셔츠도 벗었다. 그러곤 티셔츠를 입는 신수호를 보던 강진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정장 바지에 그거 입으면 좀…….”
하얀색 구두에 흰색 정장 바지, 거기에 그림이 그려진 흰색 티셔츠는 확실히 좀 이상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러니 하얀색 정장을 입고 다니시겠죠.’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신수호가 자신의 티셔츠에 그려진 그림을 보았다.
“누나 어머님이 무척 미인이시네요.”
“그렇지! 우리 엄마 엄청 예뻤어!”
“우리 엄마도 예쁘거든!”
만복의 말에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어머님도 미인이십니다.”
만복은 기분 좋은 얼굴로 부모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보았다.
“액자로 보던 것보다 이게 더 커서 좋네.”
만복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따가 몇 벌 드릴게요.”
“진짜?”
“진짜죠. 형 보물들 모여 있는 집 벽에다 걸어 두세요.”
“고마워.”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수조가 내려오자 말했다.
“자! 그럼 출발하죠.”
강진이 피크닉 가방을 챙기는 사이, 신수조가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로 자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를 잡아당겼다.
“근데 이거 너무 커.”
남자 사이즈로 나온 옷이라 확실히 신수조에게는 박스 티로 보였다.
“사이즈를 종류별로 만들기 좀 그래서요.”
종류별로 하면 다시 몇 벌을 더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입맛을 다시고는 티셔츠 하단을 잡고는 옆으로 묶었다.
그렇게 하자 어느 정도 라인이 잡혔다. 이제야 좀 괜찮은 듯, 신수조가 발걸음을 떼며 말했다.
“가죠.”
신수조가 먼저 뒷문으로 나가자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나왔다. 뒷문에는 연예인들이나 탈 것 같은 승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차 좋네요.”
강진이 신수호를 보았다. 승합차를 가지고 온 것이 신수호이니 말이다.
“아는 연예 기획사에서 빌려온 겁니다.”
“그럼 보험은?”
“오늘 일일 보험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신수호가 차 키를 들었다.
“운전 누가 할 거야?”
“형이 안 해?”
“난 이런 차 몰아 본 적이 없다.”
신수호의 말에 신수조가 손을 들었다.
“그럼 내가 할래.”
신수호는 신수조에게 차 키를 건넸다. 차 키를 받아든 그녀는 웃으며 차 문을 열고는 안을 보았다.
“와! 차 안 좋네.”
신수조의 말에 만복이 외쳤다.
“나 앞에 탈 거야!”
“그래요, 오빠. 내 옆에 타요.”
신수조가 차에 타며 말하자 신수호가 앞문을 열어주었다.
“아싸!”
만복이 앞에 타자 신수호가 달래를 보았다.
“누님은?”
“나는 뒷좌석에서 우아하게 김밥 먹으며 갈 거야.”
“그러세요.”
탓!
앞문을 닫은 신수호가 뒷문을 열자 달래가 올라타며 신기한 듯 자동차 내부를 보았다.
“와! 되게 넓다.”
달래가 좌석에 가서 앉자 강진도 자리에 앉고는 김밥 꽁다리를 내밀었다.
“누나.”
“고마워.”
달래가 김밥 꽁다리를 먹으며 신기한 듯 창밖을 보고 있을 때, 차가 출발을 했다.
“자! 그럼 이제 꿈과 희망의 나라로 갑시다!”
신수조가 기분 좋게 웃으며 출발을 하자 강진도 미소 띤 얼굴로 창밖을 보았다.
‘놀이공원이라…… 나도 오랜만이네.’
강진도 어렸을 적, 수많은 인파에 밀리면서도 즐겁게 놀았던 경험이 있어서 조금 기대가 되었다.
‘재밌겠다.’
***
놀이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일행은 놀이공원 입구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일찍 오기를 잘 했네. 줄도 안 길고.”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이렇게 줄이 긴데요?”
“놀이공원 안 와 봤어요?”
“어릴 때는 저도 와 봤죠.”
“이 정도 줄은 긴 것도 아니에요. 아! 그리고 줄 서는 것 잘 해요?”
“줄 잘 안 서는데요.”
“오! 능력자.”
줄을 안 선다는 말을 다르게 받아들인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줄을 설 시간에 알바 하나를 더 했거든요.”
“아…….”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신수조가 말했다.
“놀이공원은 줄, 줄, 줄이에요. 시작부터 줄을 서야 하고 놀이기구 탈 때도 줄을 서야 하고.”
그러고는 신수조가 한쪽을 보았다. 한쪽에 줄을 선 가족들을 보며 신수조가 말했다.
“어린애들은 즐겁고…… 어른들은 피곤한 곳이 바로 놀이공원이죠.”
강진도 그녀가 보고 있는 가족들을 보았다. 신수조의 말대로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어른들은 그들을 잡아 멀리 못 가게 막고 있었다.
혹시라도 잃어버리면 큰일이니 말이다. 아이들을 붙잡는 어른들의 얼굴에는 조금씩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 재밌겠다는 생각 너무 일찍 한 건가?’
오기 전에 가졌던 생각을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줄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