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67
568화
부글부글!
팔팔 끓어오르는 육수에 담겨 있는 수육을 보며 강진이 배용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기 육수로 뭐 좀 만들 것 없을까?”
강진이 수육을 보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국물을 보다가 말했다.
“여기에다 김치 넣고 끓이면 김치찌개 되는 거고, 무하고 파 넣고 끓이면 고기 국수 육수 되는 거고.”
“고기 국수?”
“제주도에서 돼지고기 넣고 끓이는 국수 있어.”
고기 국수라는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끓일 줄 알아?”
“알지. 왜, 먹고 싶어?”
“안 먹어 본 거니까.”
배용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육수를 보다가 야채들을 꺼냈다.
그러곤 무를 큼직하게 썰어서 넣은 뒤 양파도 썰어 넣었다. 거기에 파도 통째로 넣고는 뚜껑을 덮었다.
부글부글!
육수가 끓어오르는 것을 보던 강진이 힐끗 앞을 보았다. 앞에서는 오동민의 주위를 카스가 이리저리 뛰며 놀고 있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오동민 앞에서 몸을 바짝 낮추고 다시 펄쩍 뛰는 카스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아이스박스에서 돼지등뼈를 꺼냈다. 카스에게 주려고 생등뼈를 준비해 온 것이다.
돼지등뼈를 집게로 잡은 강진은 수육이 삶아지는 곳에 그것을 담갔다가 빼기를 몇 번 하고는 꺼냈다.
이리 하는 까닭은, 냉장 돼지등뼈를 뜨거운 물로 겉만 살짝 익혀서 생으로 주면 개 간식으로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등뼈를 식힌 강진은 그것을 접시에 담아서는 푸드 트럭에서 내려왔다.
“카스야, 이거 먹어.”
멍!
강진의 부름에 카스가 다가와서는 등뼈를 보다가 오동민을 보았다.
카스의 시선에 오동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어.”
오동민의 칭찬에 카스가 등뼈를 양발로 잡고는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오동민을 보았다.
“이제 곧 식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보았다. 주위를 보는 그의 눈에는 살짝 두려움과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주변에 귀신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던 탓이었다.
“귀신이…… 참 많군요.”
“보통은 저희 가게에서 손님을 대접하는데 가끔은 출장 영업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근처 귀신들이 모여서 그렇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귀신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1시부터 1시까지만 귀신들에게 밥을 주는 겁니까?”
“그런 셈이죠.”
말을 하며 강진이 오동민을 보았다. 잠시 후 11시가 되면 오동민은 깜짝 놀랄 것이다.
귀신들이 현신해서 음식을 먹을 것이니 말이다. 물론 오동민은 지금 완전한 귀신이 아니라서 조금은 뿌연, 귀신과 사람 그 중간의 모습으로 현신을 할 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카스를 직접 만질 수 있으니 오동민은 좋아할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오동민은 문득 주차장 한쪽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문상을 마친 사람들은 각자 차를 타고 돌아가고 있었다. 옛날에야 장례식장에서 같이 날을 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적당히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여기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군요.”
아까는 오고 가던 사람들이 푸드 트럭을 보고는 음식 만드는 거냐고 묻고는 했는데 지금은 전혀 이곳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관심은커녕 이곳을 보는 시선조차도 없다고 할까?
푸드 트럭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호기심에서라도 올 것 같은데 전혀 관심을 주지 않으니 이상한 것이다.
오동민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그게 지금 주위에 귀신들이 많아서 그래요.”
“귀신?”
“귀신들이 많은 곳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거든요.”
“그래요?”
“귀신 한둘만 있어도 사람들은 추위를 느끼거나 불안함을 느끼는데…… 지금 저희 주변에는 귀신들이 엄청 많잖아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이쪽을 안 보고 의식을 안 하려고 하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웃었다.
“귀신이 돼 보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귀신이 되신 것은 아니세요. 지금은 저승 갈 준비를 하는 것이에요.”
“그럼 귀신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식사 맛있게 하시고 조문 잘 받고 장례식 후에 승천하실 것이니 귀신 세상에 대해 아실 필요는 없으세요. 아! 장례식 동안 카스하고 재밌게 지내시고요.”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제가 귀신이 되지 않기를 바라시는군요.”
강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주위에 있는 귀신들을 잠시 보다가 말했다.
“여기 있는 분 중에 남고 싶어서 남으신 분들은 없으세요. 그리고 귀신은 무척 외롭거든요. 그러니 카스 걱정은 하지 마시고 잘 가세요.”
강진이 안쓰럽다는 듯 하는 말에 오동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배용수가 말했다.
“시간 거의 다 됐어. 고기 굽자.”
11시가 딱 돼서 고기를 구우면 손님들이 기다려야 하니 시간 되기 전에 굽기 시작해야 했다.
강진이 푸드 트럭에 올라가며 말했다.
“이따가…… 기대하세요.”
“알겠습니다.”
오동민이 웃으며 답하자 강진이 마주 웃어 주고는 삼겹살과 고기들을 불판에 올렸다.
치이익! 치이익!
달아오른 판에서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서둘러 음식을 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푸드 트럭 앞에 반찬들을 진열하는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아까 보니까 홍어 초무침하고 돼지 눌린 것 있더라.”
“펜션?”
“응. 이따가 오픈하고 난 후에 그것들 좀 얻어 와라. 골고루 드시면 좋지 않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펜션 쪽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하긴, 홍어 초무침은 우리 가게에서도 잘 하지 않는 거니…… 용수 너도 정말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겠다.”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저승식당에서는 홍어를 다루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배용수도 홍어 초무침을 좀처럼 먹을 수가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먹지 못한 건 아니었다. 일전에 장례식장에 갔을 때는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례식장 홍어 초무침은…… 그냥 제삿밥이라 맛이 딱히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신하면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으니 가져와 달라는 것이다.
“알았어.”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여기 홍어 초무침 맛있었으면 좋겠다.”
“민성 형이 보낸 요리사들이 하는 건데 맛있겠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육수를 보고는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고기들을 꺼내고 푹 익은 파와 양파들을 건져 낸 배용수가 국물 맛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간은 이따가 현신하고 해야겠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귀신들을 향해 소리쳤다.
“따뜻한 고기 국수 드실 분!”
“고기 국수?”
“고기 국수가 뭐야?”
“제주도에서 먹어 본 것 같은데?”
제주도 토속 음식이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자 배용수가 말했다.
“제주도 음식이에요. 사골 국물에 국수 말아 먹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맛있겠는데?”
“저요!”
“나도 먹겠습니다.”
귀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자 배용수가 그 수를 세다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수를 셀 필요 없이 그냥 많이 하면 될 것 같았다.
“많이 하면 되겠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옆에서 끓고 있는 뜨거운 물에 국수를 한 봉지 넣고는 삶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진과 배용수가 저승식당 오픈을 준비할 때…….
화아악! 화아악!
푸드 트럭과 가까이 있던 귀신들이 현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아악!
오동민 또한 조금은 뿌옇게 현신을 한 몸이 되었다.
“아?”
오동민이 놀란 눈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볼 때, 카스가 그의 발에 머리를 비비다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허공에 비비는 느낌이었는데, 오동민의 발이 느껴지니 말이다.
거기에…….
킁! 킁!
오동민을 향해 코를 벌렁거리던 카스가 크게 짖었다.
멍! 멍!
오동민의 냄새가 나는 것이다.
멍! 멍!
크게 짖으며 폴짝폴짝 뛰던 카스가 오동민의 몸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
자신의 몸에 부딪히는 카스의 모습에 오동민이 환하게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몸에 오동민의 손이 닿자, 카스가 급히 머리를 옆으로 틀어서는 그 손을 핥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먹는 것처럼 정신없이 손을 핥는 카스를 보며 오동민이 웃었다.
“그래. 아빠 손이 제일 맛있지?”
멍! 멍!
연신 크게 짖는 카스를 보던 오동민이 강진을 보았다.
“제가…… 카스를 만질 수가 있군요.”
“저승식당 영업시간 동안에는 사람의 몸을 가질 수 있거든요.”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웃으며 주위를 보았다. 오동민처럼 처음 저승식당에 온 귀신들도 서로를 신기한 듯 보고,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그들도 현신한 것이 너무 신기한 것이다.
“저분들도 몰랐나 보군요.”
“귀신들도 겪어 보지 못한 것은 잘 모르거든요. 아마 저분들도 저승식당은 처음이시라 그럴 겁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귀신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승식당 오픈했습니다!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은 두 시간이니 어서 줄을 서세요.”
귀신들은 서로를 보다가 앞으로 나와서는 줄을 서기 시작했다.
“식판에 드시고 싶은 것 담아서 드시면 되는 자율배식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덜어가지는 마시고 드실 수 있을 만큼만 더시고, 부족하면 더 가져다 드세요.”
뷔페 집에서 할 만한 이야기를 하며 강진이 고기들을 잘라서는 쌓아놓자 귀신들이 반찬과 고기들을 받아 가기 시작했다.
“술은 여기 밑에 있으니 가져다 드시면 됩니다.”
이혜미가 푸드 트럭 밑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열며 하는 말에 귀신들이 고맙다고 말을 하고는 술도 한 병씩 받아 가기 시작했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힐긋 오동민을 보았다. 오동민은 한쪽에서 카스의 배를 긁어주고 있었다.
하악! 하악!
기분 좋다는 듯 소리를 내는 카스의 배를 열심히 긁어주고 있는 오동민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어르신도 식사하세요.”
“괜찮습니다. 저는 카스하고 노는 것이 더 줗군요.”
“그래도 식사는 하셔야죠. 그리고…… 카스도 고기 좋아할 것 같은데요?”
강진이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들어 보이자, 오동민이 미소를 짓고는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스야, 고기 먹을까?”
고기라는 말에 카스가 번쩍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짖었다.
멍! 멍!
카스의 외침에 오동민이 웃으며 귀신들 뒤에 줄을 섰다.
줄을 서 있던 모든 귀신에게 음식을 나누어 준 강진은 배용수에게 푸드 트럭을 맡기고는 펜션 쪽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배용수가 먹고 싶다고 한 홍어 초무침과 편육을 얻으러 가는 것이다.
펜션 마당에 펼쳐져 있던 상들은 대부분 치워져 있었고, 몇 곳에서만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강진이 다가오자 식사를 하고 있던 상주가 급히 일어나 다가왔다.
“가신 줄 알았는데…….”
“여기에 잠시 일이 있어서요. 새벽에 서울로 갈 겁니다.”
“혹시 황 사장님하고 만나기로 하신 겁니까?”
“그 이야기는 안 했는데…… 연락 있었어요?”
“그건 아닙니다.”
상주의 답에 강진이 마당을 보며 말했다.
“손님들은 다 가신 건가요?”
“오늘 손님들은 대부분 가셨고, 친한 친구들 몇은 여기서 자고 내일 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상주가 펜션을 보았다.
“다행히 펜션을 빌려서 지인들 잠잘 곳도 있고요.”
상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펜션을 보다가 말했다.
“혹시 음식 만드는 곳이 어디인지 아세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여기 직원에게 말하면 됩니다.”
“제가 좀 많이 필요해서요.”
강진의 말에 상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바비큐장에서 음식을 해서 가지고 오더군요.”
강진은 고개를 숙이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말대로 바비큐장에는 요리사 둘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