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68
569화
바비큐장에 들어간 강진이 요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요리사 둘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요리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돼지 편육하고 홍어 초무침 있나요?”
“있습니다.”
요리사는 한쪽으로 가더니 돼지 편육과 홍어 초무침이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좀 양이 많이 필요합니다.”
“많이요?”
“한…… 사십 인분 정도?”
“밖에 손님 몇 분 안 계시…….”
의아해하는 요리사를 옆에 있던 다른 요리사가 툭 치고는 말했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 요리사는 한쪽에 있는 상자를 열었다. 거기에 담긴 편육을 덜어 그릇에 담던 그는 강진을 보았다.
“그냥 이거 통째로 드릴까요?”
“그렇게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요리사가 덜었던 편육을 다시 담고는 김치통 하나를 가지고 왔다.
“홍어 초무침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은 웃으며 김치통 위에 편육 상자를 올리고는 그대로 들고 나갔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요리사가 의아한 듯 말했다.
“손님 없던데?”
“싸 가려나 보지.”
“싸 가요?”
“신경 꺼.”
“그런데 장례식 음식은 여기서 먹어야지…….”
“놔둬라. 그거야 돈 내는 사람이 신경 쓸 일이지,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돈 내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이 음식이 나갔냐고 하면요?”
“돈 신경 쓰지 말고 음식 떨어지지 말라고 했잖아. 괜찮을 거야.”
한편, 가면서 두 요리사의 이야길 들은 강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본의 아니게 장례식장에서 음식 싸 가는 사람으로 몰린 것이다.
하지만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손님들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야…….’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서둘러 푸드 트럭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푸드 트럭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강진은 귀신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며 말했다.
“편육하고 홍어 초무침 가져왔어요. 드실 분은 이쪽으로 오세요.”
귀신들 몇이 일어나서는 다가오자 강진이 반찬 통들 옆에 편육이 든 상자와 김치통을 놓았다. 가지런하게 썰려 있는 편육과 매콤하게 무쳐져 있는 홍어 초무침을 보자 강진도 입맛이 돌았다.
귀신들이 음식을 덜어가는 사이 강오름이 JS 직원 둘과 웃으며 다가왔다.
“사장님.”
강오름의 부름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셨어요?”
“이야…… 냄새가 아주 기가 막힙니다.”
강오름이 입맛을 다시며 하는 말에 강진이 식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런데 한 분은?”
인사를 한 것은 강오름 한 명이지만, JS 출장 영업팀은 넷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저희가 다 올 수 있나요. 한 명은 남아서 지켜야죠. 저희가 어서 먹고 교대를 해 줘야죠.”
강오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들을 가리켰다.
“아까 부탁하신 수육입니다. 다른 음식들도 많으니 많이 드세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강오름이 식판에 수육을 담으며 말했다.
“출장 장소에 저승식당이 열리다니 저희가 운이 좋네요.”
강오름이 식판에 음식을 담을 때, 차 한 대가 주차장에 들어왔다.
차가 뿜어내는 밝은 불빛에 강진이 살짝 눈을 찡그리는 사이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민성 형 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차를 보았다. 확실히 황민성이 타고 다니는 고급 차였다. 주차장 한쪽에 주차한 황민성이 차에서 내려서는 강진에게 다가왔다.
그러다 한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오동민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어르신.”
황민성의 부름에 오동민이 고개를 들다가 그를 보고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 사장님.”
카스도 귀를 쫑긋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 사람과 개를 보며 황민성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명복을 빌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오동민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눈 황민성은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아침에만 해도 힘 하나 없더니 지금은 팔팔하네.”
멍! 멍!
자신이 언제 기운이 없었냐는 듯 크게 짖는 카스를 보고 웃는 황민성에게 오동민이 물었다.
“귀신이 모여 있으면 사람들이 보지 못한다고 하던데…… 황 사장님이 어떻게?”
“아…….”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기가 강해서 그런지 귀신들이 많이 있어도 영향이 없더군요. 그래서 저도 저승식당에 가끔 와서 밥 먹고는 합니다.”
“혹시 신기가 있으신 건가요?”
“하하하! 그런 건 아닙니다.”
둘이 이야기하는 사이 강진과 배용수가 다가왔다.
“오셨어요?”
“장례식은 잘 되고 있디?”
펜션 쪽을 보며 묻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준비를 잘 해 주셔서 잘 되고 있어요.”
“다행이네.”
“문상은?”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오동민을 보았다.
“이따가 식사 끝나면 가서 해야지.”
오동민이 여기에 있으니 굳이 식장 안에 가서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상주와는 따로 인사를 해야 하니 말이다.
황민성은 식판 쪽으로 가더니 말했다.
“오늘 음식 맛있겠네.”
“식사하세요.”
강진은 푸드 트럭으로 올라가 음식을 덜어주었다. 그렇게 음식을 챙긴 황민성이 카스의 옆으로 가서는 목욕탕 의자에 앉았다.
“카스 밥 좀 먹었어?”
황민성의 물음에 카스가 크게 짖으며 대신 답을 해 주었다.
“그래. 많이 먹었나 보다. 많이 먹고 기운 내.”
황민성이 편육을 집어 주자, 카스가 조심히 입을 벌려서는 앞니로 그것을 받아먹었다. 혹시라도 크게 입을 벌렸다가 황민성의 손을 다치게 할까 봐 조심하는 것이었다.
그런 카스를 기특하다는 듯 보던 황민성이 오동민을 보았다.
“자제분들이 많이 죄송해하고 미안해하더군요.”
낮에 오동민의 장례를 이야기하기 위해 만났을 때, 상주인 큰아들은 무척 미안해하며 펑펑 울었었다.
그런 모습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황민성은 오동민의 자제들을 그리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픈 아버지를 혼자 둔 데다가, 아버지가 그리 아끼는 카스도 키우지 못하겠다고 했다는 것에서 매정한 자식들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오해가 있었다. 자식들은 오동민이 아프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오동민의 얼굴에 씁쓸함이 어렸다.
“애들이 우는 것을 보니…… 나 아픈 것을 말해 줄 것을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그는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모르고 있다가 병원에 실려 가면 그때 알고 며칠만 마음고생하고 끝내면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이들이 슬퍼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이 슬퍼할 시간을 줘야 했나, 하고 후회가 됩니다.”
오동민의 말에 황민성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 든 부모님들이 하는 가장 큰 걱정이…… 자식들 걱정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고민이 있거나 몸에 문제가 생겨도 자식들에게 말을 하지 않고 혼자 삼키려 한다.
넘어져서 무릎이 다치고 허리를 다쳐도 괜찮다 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파스를 붙이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오동민은 펜션 쪽을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소주를 따라 마셨다.
그런 오동민을 보던 황민성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아프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요. 그래도 자식들인데 의지하시지.”
“자식들이…… 아버지 아픈 것도 모르고 보냈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이런 말들은 오동민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황민성은 카스를 만지며 조용히 술과 고기를 먹었다.
***
화아악!
음식을 먹던 귀신들의 현신이 일제히 풀렸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귀신들은 아쉬운 얼굴로 음식들을 보았다.
강진이 현신 풀리기 10분 전에 미리 말을 해 놓았고, 마지막 10분이라는 말에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댔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이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몸을 일으켰다.
“저희 식당은 서울 강남 논현에 위치해 있습니다. 길이 멀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오실 수 있는 분들은 그곳으로 와 주세요.”
‘그 전에 승천하시면 가장 좋고요.’
귀신들은 오래 묵을수록 자신이 죽은 곳에서 더 멀리 갈 수가 있었다.
그러니…… 논현에 오지 못하는 귀신들은 오래된 귀신이 아니고, 올 수 있는 귀신은 오래 묵은 귀신이다.
그러니 오기 전에 승천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었다.
강진의 말에 귀신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다음에 또 오십니까?”
“일주일에 한 번 출장 영업을 하기는 하는데…… 아마 올해 안에는 다시 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
한숨을 뱉은 귀신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도 한숨을 쉬었다.
‘더 많은 분에게 밥을 해 주면 좋을 텐데.’
어쩌면 서울은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 서울에 인구가 많다고 하지만 땅 크기 자체는 작은 편이었다.
서울은 그저 사람이 많이 사는 하나의 도시일 뿐이니 말이다.
그 좁은 서울에서도 한끼식당이 멀어서 오지 못하는 귀신들이 많다.
그럼 서울보다 면적이 더 넓은 도에 속한 귀신 중엔 저승식당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배고픈 귀신들을 불쌍히 여긴 강진이 한숨을 쉴 때, 배용수가 그 어깨를 손으로 짚었다.
탁!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왜 세상 모든 걱정을 다 하는 얼굴을 하고 있냐?”
“그냥 배고픈 귀신들이 너무 많고…… 저승식당에 오지 못하는 귀신들도 많은 것 같아서.”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그런 걸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하는 거야.”
“쓸데없는 걱정?”
“세상 모든 귀신한테 네가 밥을 해 줄 수 있어?”
“그건 아니지.”
“아니면 네가 24시간 귀신들을 위해서 밥만 해 주면서 살 수 있어? 아니, 그렇게 살 거야?”
“그것도…… 아니지.”
귀신들에게 밥을 해 주지만, 그것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생각을 이어나가던 강진은 “아.” 하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뭔가 알겠다는 강진의 그 시선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지금도 잘 하고 있어. 그러니까 괜히 이런 쓸데없는 걱정 같은 건 하지 마. 말 그대로 네가 세상 모든 귀신 밥을 책임질 수는 없으니까.”
배용수의 위로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배용수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는 이혜미와 함께 귀신들이 먹은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카스를 만지며 보던 황민성이 웃었다.
“용수가 좋은 이야기를 해 줬나 보네?”
배용수가 한 말을 듣지는 못하지만, 강진이 하는 말로 무슨 대화를 했는지 짐작을 한 것이다.
강진은 그에게 배용수와 나눈 이야기를 해 주며 말했다.
“용수가 지금도 잘 하고 있다고……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라 하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위를 보자, 강진이 배용수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에 황민성이 배용수가 있는 곳을 보며 말을 했다.
“용수 말이 맞아. 네가 한국 귀신들을 모두 책임질 수 없어. 너는 그냥 가게에서 오는 손님들, 네 손이 닿는 손님들만 책임지면 되는 거야.”
그러고는 황민성이 푸드 트럭을 보았다.
“가끔 마음 내킬 때 이렇게 출장 영업 하는 것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잘, 열심히 하고 있는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드 트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마시던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는 같이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귀신들이 낀 비닐장갑들이 두둥실 떠다니며 그릇들을 정리하는 모습이 꽤 기묘했지만, 황민성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릇들을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