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76
577화
강진은 의아한 얼굴로 감초 노인을 보다가 말했다.
“도시락을 만들어 드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어떻게 가져다 줄 생각이냐는 듯 보자, 감초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만들어 주면 내가 들고 가면 되네.”
“도시락을 들고 가신다고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감초 노인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있으시겠지.’
일반 귀신과 달리 오래된 귀신이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도시락 준비를 하며 말했다.
“그런데 어르신 아드님 승천을 못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감초 노인은 쓰게 웃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승천을 못 하셨구나.’
강진이 산을 보다가 물었다.
“혹시 지박령?”
강진의 말에 감초 노인이 한숨을 쉬었다.
“무슨 한이 그리 많은지…… 산에 꼭 박혀서 떠나지를 않는군.”
“아…….”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게 싸 드릴게요.”
“고마워.”
강진은 본격적으로 음식을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기름에서 튀겨지던 야채를 건진 강진이 그것을 기름 빠지는 곳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푸드 트럭 주위에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종이컵에 튀김을 넣어서는 먹으며 놀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던 강진이 힐끗 옆을 보았다.
감초 노인은 양반다리를 한 채 허공에 두둥실 떠서는 통닭 조각을 먹고 있었다.
“맛있구만.”
자신의 시선에 감초 노인이 웃으며 말을 하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도시락에 튀김도 넣을까요?”
“우리 아들은 그런 것을 먹어 보지 못했지.”
넣어 달라는 의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감초 노인은 손에 쥔 닭 날개를 보았다.
“우리 아들도 이것을 먹으면 깜짝 놀랄 텐데…….”
아쉽다는 듯 닭 날개를 보던 감초 노인은 입맛을 다시며 그것을 입에 넣었다.
그런 감초 노인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 시대에는 고기가 귀했지요?”
말 해 뭐하겠느냐마는, 감초 노인이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일부러 말을 건 강진이었다.
강진의 물음에 감초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주인마님께서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은 노비들 먹으라고 돼지를 잡아 주셨지.”
“돼지 잡을 정도면 노…… 아니,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나 보네요?”
“우리만 먹나. 돼지 한 마리 잡아서 마을 사람들하고 다 나눠 먹는 거지.”
“돼지 한 마리로요?”
돼지 한 마리면 크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먹기에는 작지 않나 싶어 묻자 감초 노인이 웃었다.
“지금 사람들이야 고기로 배 채우고도 남지만, 우리 때는 어디 고기로 배를 채울 수 있나. 그냥 고기가 잠시 발 담갔다가 나온 국물도 고깃국이라고 하던 때인데 말이야.”
감초 노인은 그때를 회상하듯 허공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한 마리 잡으면 마을이 잔치였지.”
“주인어른이 아주 좋은 분이셨네요.”
“아주 좋은 분이셨어.”
감초 노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우리 주인마님 같은 분을 모셨으면 우리 아들도 살기 좋았을 것을…….”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씁쓸함을 보아…… 아들의 죽음이 그리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도시락 맛있게 싸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감초 노인은 통닭을 입에 물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강진도 고개를 돌렸다.
둘이 바라본 곳엔 여자 한 명이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걸어오고 있었다.
“쯔쯔쯔.”
감초 노인이 혀를 차는 소리에 강진이 다시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감초 노인이 입을 열었다.
“아이가 참 착해.”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아이와 여자를 볼 때, 박성영이 웃으며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여자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팔꿈치를 내밀었다. 그에 여자가 팔꿈치를 잡고는 걷기 시작했다.
‘아! 눈이…… 안 보이시는구나.’
여자는 걸어오는 내내 아이의 어깨를 손으로 짚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강진은 안타깝다는 듯 여자를 보다 그 뒤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여자의 뒤에 여자 아이 귀신이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에서 걷는 아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는데…… 생긴 것도 비슷한 게 언니인 것 같았다.
“아…….”
강진은 아이 귀신을 보는 순간 달래를 떠올렸다.
“죽은 저 집 딸도 참 착했는데. 눈 안 보이는 엄마랑 저렇게 늘 같이 다니고…… 쯔쯔쯔! 착한 아이인데 너무 일찍 죽었어.”
안쓰럽다는 듯 중얼거리는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이는 보통 승천을 하는데 왜 저 아인…….”
강진의 말에 감초 노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남은 것이 무거우면 아이라도 남는 것이지.”
감초 노인의 말을 들으며 강진이 여자와 아이를 볼 때, 그들이 강진에게 다가왔다.
“오늘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 분들이 오신다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고맙습니다.”
“뭘요. 고맙단 말은 봉사해 주러 오신 이분들에게 해야죠.”
박성영은 강진과 여자 사이에 서서는 서로를 소개해줬다.
“이쪽은 저희 마을에 사시는 송은실 여사님이십니다. 그리고 여기 음식해 주시는 분은 이강진 사장님입니다.”
여사라는 말에 송은실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런 송은실을 보며 박성영이 말했다.
“음식 많으니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송은실이 고개를 숙이자 박성영도 고개를 숙이고는 아이들을 살피러 갔다.
박성영이 가자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푸드 트럭에 있는 튀김들을 보았다.
“와! 엄마 여기 튀김들 되게 많아.”
“그러니?”
여자 아이는 송은실의 손을 잡은 채 푸드 트럭 선반에 있는 음식 앞에 가져갔다.
“이건 통닭, 이건 야채 튀김, 이건 핫도그, 이건 오징어 튀김. 그리고 여기에는 어묵 꼬치도 있어.”
송은실이 음식들 위치를 알 수 있도록 그녀의 손이 선반 앞을 짚게 도와주며 알려주는 여자 아이의 모습에 감초 노인이 말했다.
“저 애가 엄마의 눈이 되어 주지.”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오랜만에 이런 간식을 봐서 그런지 무척 들떠 보였다.
하지만 음식에 바로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야채 튀김 방금 튀겨서 아주 맛이 좋습니다. 좀 드세요.”
강진의 목소리에 송은실이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송은실의 말에 웃으며 강진이 아이를 보았다.
“너도 많이 먹어.”
“고맙습니다.”
아이가 웃으며 선반을 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종이컵에 넣어서 먹어도 되고, 아니면 접시에 담아가서 먹어도 돼.”
강진의 말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송은실을 보았다.
“엄마, 뭐 먹고 싶어?”
“지혜 먹고 싶은 걸로 먹어.”
“그럼 우리 골고루 하나씩 들고 가서 먹자.”
“그래.”
송은실의 말에 차지혜가 접시에 닭다리와 야채 튀김, 그리고 핫도그들을 담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어묵꼬치를 국그릇에 담아서는 국물과 함께 내밀었다.
“이것도 가져가서 먹어.”
“고맙습니다.”
공손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차지혜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옆에 보면 소금하고 간장 담아 놓은 것 있거든? 그것도 가져가야 해.”
강진의 말에 차지혜가 작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소금과 간장을 들었다.
“튀김에 소금을 솔솔 뿌려 먹어도 맛있어.”
“네.”
차지혜가 음식을 들고는 송은실을 보았다.
“엄마.”
차지혜가 자신을 부르며 살짝 기대자, 송은실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차지혜가 천천히 한쪽에 있는 놓인 탁자로 걸어갔다.
“애가 정말 착하네요.”
엄마를 배려해서 걸음 속도를 맞추는 차지혜를 보던 강진이 앞을 보았다.
감초 노인은 여자 아이 귀신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기 사장님이 저승식당 사장님이란다. 내가 전에 이야기해 준 적 있지?”
감초 노인의 말에 여자 아이 귀신이 신기한 듯 강진을 보았다.
“아저씨가 저승식당 사장님이에요?”
“그래. 만나서 반가워.”
아이 귀신은 자신을 똑바로 보며 말을 거는 강진을 신기하다는 듯 보았다.
“와…… 정말 귀신을 보는구나.”
그에 강진이 웃으며 튀김을 가리켰다.
“튀김 먹어.”
“감사합니다.”
아이는 튀김들을 보다가 닭다리를 집었다.
스르륵!
불투명한 닭다리를 손에 든 아이가 그것을 입에 넣었다. 그렇게 맛을 본 아이의 눈이 커졌다.
“와!”
감탄을 내뱉기가 무섭게 닭다리를 허겁지겁 먹는 아이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제사 음식이야 먹어 봤겠지만 저승식당 사장이 해 준 음식은 처음이니 맛있을 것이다.
귀신한테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저승식당 사장의 손맛이 최고의 MSG이니 말이다.
맛있게 닭다리를 먹는 아이 귀신을 보던 강진이 송은실 쪽을 보았다.
차지혜가 튀김을 집어 엄마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애가 착하네. 동생이야?”
강진이 묻자 아이가 닭다리를 먹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동생이에요. 나하고 세 살 차이예요.”
“너는 몇 살인데?”
“나는 아홉 살이요.”
아홉 살이라는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죽기에는 너무 빠른 나이였다.
아이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럼 너는 누구 수호령이야?”
“엄마요.”
답을 들은 강진은 송은실을 보았다.
‘눈도 안 보이시는데…… 애 키우기 힘드셨겠다.’
갓난아기를 키울 때 부모의 눈은 늘 아이를 향한다. 혹시 잘못 누워서 숨이라도 막힐까, 집어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돼서 말이다.
그런데 송은실은 눈이 안 보이니 더 힘들었을 것이다. 애가 기어가면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송은실을 볼 때, 아이 귀신이 말했다.
“나는 차지연이고 제 동생은 차지혜예요.”
차지연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강진이라고 해. 앞으로 자주 보자.”
“네.”
차지연이 해맑게 웃는 것을 보던 강진은 뒤늦게나마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이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사고로 죽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감초 노인을 보았다.
“그런데 원장님이 모신 건가요?”
아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박성영이 전화해서 음식 드시라고 부른 것 같았다.
강진의 말에 감초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원장이 착해. 그래서 맛있는 것 생기면 연락해서 같이 먹자고 해.”
“그렇군요.”
한쪽에서 아이들이 먹는 것을 챙겨 주고 있는 박성영을 보던 강진이 차지연을 보았다.
뭔가 물으려고 입을 열던 강진은 멈칫하고는 다시 다물었다.
꺼내려던 말은 “아버지는?”이었다. 하지만 이 가벼운 질문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입을 다문 것이다.
아버지가 있다는 당연한 생각은…… 당연하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는 상처이니 말이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감초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함부로 묻지 않는 강진이 대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차지연은 통닭을 한 조각 더 들고는 엄마와 동생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지혜야, 이거 되게 맛있어!”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할 걸 알면서도, 차지연은 크게 소리치며 뛰어갔다.
그런 차지연을 보던 감초 노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아이 죽을 때, 아빠도 같이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