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93
594화
“그분도 조직 생활 하다가 나오셨대요.”
강진의 말에 웃던 황민성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러고는 잠시 명함을 보다가 말했다.
“덩치가 좋디?”
“네.”
“혹시…….”
황민성이 새끼손가락을 들었다.
“이거 없어?”
“어떻게 아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조직 나갈 때 손가락 하나 자르게 하거든.”
말을 한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야쿠자도 아니고 요즘 세상에 무슨 손가락을 잘라. 하여튼 일본 놈들하고 거래하는 놈들은 촌스럽기 이를 데가 없어.”
작게 투덜거리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혹시 아시는 분이세요?”
황민성은 답하는 대신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용수야, 형 마른 멸치에 고추장 좀 줘라.”
그러고는 황민성이 자신을 보자, 강진은 더 묻지 않은 채 냉장고에서 소주와 잔을 가지고 왔다.
눈치껏 술과 잔을 가져오는 강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뚜껑을 따서는 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러고는 강진을 보았다.
“한잔 할래?”
“혼자 드시면 심심하잖아요.”
강진이 자신의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어 보이자, 황민성이 피식 웃고는 그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 사이 배용수가 마른 멸치와 고추장을 가지고 왔다.
“형 안주 잘 놓고 드시지. 김치찌개라도 해 드릴까요?”
배용수의 말을 강진이 전해 주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있는 곳을 보며 말했다.
“마음만 받을게. 오늘은 이렇게 먹고 싶다.”
황민성은 소주를 한 잔 마시고는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가끔은 이런 것이 좋아. 옛 기억도 나고 말이야.”
“음식은 추억 맛이라고도 하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은 입을 열었다.
“윤두식 하고는…….”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은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
“복잡해.”
“복잡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왕년에 서울에서는 우리 둘을 남성북두라고 불렀지.”
“남성북두요?”
무슨 무협 소설에서나 나올 듯한 단어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황민성이 웃었다.
“남쪽에는 황민성, 북쪽에는 윤두식. 해서 남성북두.”
“와…… 겁나 촌스러워.”
배용수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릴 때 황민성이 웃었다.
“촌스럽지?”
“조금요.”
강진이 웃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무슨…… 겁나 촌스럽지.”
“그럼 라이벌 관계였어요?”
남쪽에는 황민성, 북쪽은 윤두식이니 같은 조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녀석이나 나나 조직에서는 행동대장급이었으니까. 가끔 부딪히기는 했지.”
“그럼 사이가 안 좋으세요?”
황민성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그 녀석하고 한 네 번 정도 싸웠으니까.”
“조폭들이 싸우는 거면 크게 싸웠겠네요.”
“그런 셈이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나 나나 연장은 안 좋아해서 크게 다치는 녀석들은 없었지. 아! 그래서 그 녀석하고 내가 엮여서 남성북두라고 불린 거야.”
“연장 안 써서요?”
“요즘 연장 안 쓰는 애들 없으니까. 애들 보기에는 좀 멋져 보였나 봐.”
고개를 저은 황민성이 웃었다.
“그러다가 미운 정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싸우다 정이 든 거군요.”
“정까지는 아니고 밉지 않더라고.”
소주를 한 잔 더 따라 마신 황민성이 말했다.
“남자다운 놈이라 밉지 않았던 것 같아.”
고개를 들어 허공을 본 황민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래서 한 번은 크게 싸운 후에 내가 그랬지.”
-후우!
황민성은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았다. 싸우던 와중에 머리를 맞은 것 같은데 그때 찢어진 모양이었다.
피를 닦은 황민성은 근처에 서 있는 윤두식을 보았다. 윤두식은 쓰러진 부하들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런 윤두식을 보던 황민성은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던졌다.
탓!
담뱃갑을 잡은 윤두식은 그것을 보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후우!
황민성이 다시 연기를 뿜어내자, 윤두식이 담배를 한 대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담뱃갑을 황민성에게 던졌다.
-순한 거 펴라. 뼈 삭는다.
윤두식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담뱃갑을 보았다. 붉은색이 강렬한 담배는 확실히 독하기는 했다.
-순한 건 취향이 아니라서. 그리고 건강 걱정할 거면 이쪽에서 발 빼야지.
황민성의 말에 윤두식이 담배를 몇 모금 빨고는 툭 하고 버렸다. 그러고는 황민성을 보다가 말했다.
-우리 막내가 벽돌 쓴 모양인데 미안하다.
윤두식의 말에 황민성이 자신의 머리를 슬쩍 만지고는 말했다.
-벽돌이었나 보네. 다음에는 각목으로 해 줘. 벽돌보다는 각목이 덜 아프다.
-미친놈.
윤두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술이나 한잔하자.
-머리에 피가 나니 방금까지 치고받은 건 생각 안 나나 보지?
-그래서 싫다고?
황민성의 말에 윤두식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주 값은 내가 낸다.
-그러든가.
“그래서 그날 소주를 마셨는데…… 양아치 같은 놈.”
“왜요?”
“안주를 이렇게 먹었거든. 김치찌개 얼마나 한다고…… 무슨 멸치에 소주를 마셔?”
웃으며 황민성이 멸치 머리를 떼서는 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그래서 싫었어요?”
멸치를 씹던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아니. 좋았어.”
멸치를 두어 마리 더 먹던 황민성은 핸드폰을 꺼냈다.
“지금 부르시면 저승식당 영업시간하고 겹칠 텐데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곧 저승식당 영업시간이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가 가고 난 후 연결되자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두식이 오랜만이다.”
[……황민성?]“내 목소리 용케 기억하고 있네. 택시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알았냐?]“내 친한 동생이 알려 주더라.”
[너 손 씻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도 이 바닥 기웃거리는 거냐?]“그럴 리가.”
잠시 머뭇거리던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한 번 보자.”
[……어디냐.]“지금 바로는 아니고…… 새벽 한 시 오 분에 한끼식당에서 보자.”
[한끼식당? 설마 네가 그 사람이냐?]“그 사람?”
[한끼식당 동생이 나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아…… 맞아. 근데 네 동생 아니라 내 동생이다.”
황민성의 말에 윤두식이 황당하다는 듯 반응하다 말했다.
[한 시 오 분에 가지.]“조금 늦는 건 상관없지만, 일찍은 오지 마라.”
[알았다.]그걸로 통화를 끝낸 황민성이 소주를 따라 마시다가 입맛을 다셨다.
“이 자식하고 통화를 하니 담배가 당기네.”
“가게 내에서는 금연입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가게 밖에서도 금연하는 중이다.”
“그분도 담배 끊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잘했네.”
그러다가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그놈한테도 귀신이 붙어 있냐?”
“조폭 생활할 때 아끼던 후배 한 명이 붙어 있더라고요.”
“음…… 아끼던 후배가 죽어서 손을 씻은 건가?”
수호령이라는 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대상을 정말 많이 아끼는 사람이 죽어야 수호령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관계라는 것이 일방적일 수 없으니…… 수호령이 아끼는 만큼 윤두식도 그 후배를 아꼈을 것이다.
“그런 것 같아요. 아! 그 수호령이 순두부를 잘 만들던데요.”
“순두부?”
“집이 순두부 가게를 해서 만드는 걸 배웠대요.”
“그러면 순두부 가게나 할 것이지, 뭐 하러 그쪽 바닥에 들어와서…….”
죽나 하는 말을 속으로 삼킨 황민성이 소주에 멸치를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옆에서 같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어느덧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되자 귀신들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김소희가 황민성과 함께 육개장과 닭발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야기 들었겠지만…… 이번에 자네가 수고를 해 주었네. 잘 하였네.”
황민성은 소주를 마시다가 고개를 숙였다.
“남 일 같지 않아서 나섰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입니다.”
황민성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가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의 죄를…… 사하겠네.”
김소희의 말에 황민성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황민성의 물음에 김소희가 그를 잠시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편히 살게나.”
김소희는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김소희의 모습에 황민성이 그녀를 보다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시간이 오래되지 않았는데 벌써 가십니까?”
12시도 되지 않았는데 김소희가 일어나니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 그동안 자네의 여러 삶들을 지켜보며 여러 생각을 하였네.”
‘여러 삶?’
황민성이 의아한 눈으로 보자 김소희가 말을 이었다.
“자네의 잘못을 지금의 자네가 받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때의 잘못은 그때의 자네가 받았으니 지금의 자네에게 그 죄를 묻는 것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지. 허나…… 그 여러 번의 삶 중 자네의 모습은 힘들기는 했으나 남을 위한 삶은 아니었네. 그저 자신의 힘든 삶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을 뿐…….”
잠시 말을 멈춘 김소희가 황민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허나 지금의 자네는 힘든 삶을 이겨내려 노력하면서도 남을 생각하는 삶 역시 살고 있네. 해서 나는 자네의 죄를 사하고…….”
‘나의 죄 역시 사할 것이네.’
황민성을 물끄러미 보던 김소희가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라 그에게 내밀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남에게 잔을 줄 때는 항상 자신의 잔이 아닌 남의 잔을 주었다. 남의 입술이 자신의 잔에 닿는 걸 꺼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이의 잔으로 술을 따라 주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잔을 황민성에게 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황민성은 망설임 없이 잔을 받았다. 김소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마음이 편하다.’
뭔가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황민성은 손으로 눈가를 한 번 문지르고는 잔을 들어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단숨에 잔을 비운 황민성이 그 잔에 소주를 따라 김소희에게 내밀었다.
황민성이 건네는 소주잔을 잠시 보던 김소희가 그것을 들어서는 입에 털어 넣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황민성의 입이 닿은 소주잔을 자신의 입에 댔으니 말이다.
‘오늘 여러모로 놀라게 하시네.’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볼 때, 김소희가 몸을 돌렸다.
그에 황민성이 그녀를 배웅하려고 따라나서려 하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배웅해 드릴게요.”
“나도 같이…….”
“아니요. 제가 아가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
황민성을 뒤로한 강진은 김소희를 따라 가게 밖으로 급히 나왔다. 늦으면 바로 김소희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게 밖으로 나온 강진은 하늘을 보고 서 있는 김소희를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아직 가지 않고 자신을 기다린 모양이었다.
“제가 나올 줄 아셨어요?”
“나도 귀는 있네.”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방금 형의 죄를 사해 주신 건가요?”
물음에 침묵하던 김소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죄는 내가 씌운 것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