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92
593화
가게 안에 들어온 강진은 아직도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일단 앉으시죠.”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물었다.
“아가씨께서는?”
“잠시 공원에서 산책을 하신다 하셨습니다.”
“송구하네요. 저희 때문에 자리를 비켜 주시고…….”
“이따가 저승식당…….”
말을 하던 강진이 신인성을 보았다. 그 시선에 소월향이 말했다.
“제가 사장님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핸드폰 가게 앞에 김소희와 강진이 같이 있었을 때, 신인성이 그에 대한 것을 물었었다.
그에 소월향은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차피 신인성도 귀신에 대해 알고 있으니 말이다.
“아…….”
소월향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인성을 보았다. 그 시선에 신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식당이라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다만 그게 여기 한끼식당인 줄은 몰랐네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소월향을 보았다.
“인성 씨 식사 안 하고 와서 배고플 텐데 식사 먼저 하시죠.”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웃으며 신인성을 보았다.
“여기 음식이 아주 맛이 있단다.”
소월향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설마 저보고 밥을 하라는 건가요?”
“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인데 밥은 어머니가 차려 주셔야죠.”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을 가리켰다.
“저희 주방 사용하세요.”
“그래도…… 될까요?”
소월향이 기대감 어린 목소리로 묻자 강진이 신인성을 보며 말했다.
“인성 씨도 어머니 밥 정말 오랜만에 드시는 걸 텐데…… 어머니가 해 주시는 것이 좋죠?”
“그럼요. 벌써 입에 침이 고이네요.”
강진은 웃으며 거 보라는 듯 소월향을 보았다.
“이렇게 기대하시잖아요.”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신인성을 보다가 말했다.
“아들 그럼 뭐가 먹고 싶어?”
“엄마가 담근 김치 밥에 올려서 먹고 싶어.”
“김치? 다른 건?”
“그게 제일 먹고 싶어.”
신인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엄마의 손맛은 김치인가.’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이라면 특별한 것이 아니라도 그립고 맛있는 법이다. 늘 밥상에 올라오는 김치라고 하지만…… 어머니 손맛을 가장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김치이니 말이다.
소월향은 환하게 웃으며 신인성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엄마가…….”
말을 하던 소월향이 강진을 보았다. 배추가 있나 싶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 배추 있어요.”
환하게 웃은 소월향이 주방으로 향하는 사이, 강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 용수 있으니 필요한 건 용수한테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신인성은 주방으로 들어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즐거움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 밥 해 주는 것을 저리 좋아하시는데…….’
쓰게 웃던 신인성은 강진을 보았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저도…… 엄마가 있으니까요.”
“저기…… 그런데 사장님 어머니께서는?”
신인성의 물음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저 고2 때 사고로 부모님이 같이 돌아가셨어요.”
“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인성 씨한테 말을 한 것이 있으니 궁금하셨을 거예요.”
그러고는 강진이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가족한테는 뭐라고 하실 거예요?”
신인성의 아내와 처가는 그에게 가족이 없는 걸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강진의 물음에 신인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대로 이야기해야죠.”
“아내분이 많이 놀라시겠네요.”
“놀라기는 하겠죠.”
신인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에서 시어머니가 뚝 떨어진 격이니 말이다.
그러다가 신인성이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세요?”
“아까…… 제가 아가씨께 무례를 범한 것 같아서요. 송구하네요.”
신인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기는 아네.’
강진은 한 차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아가씨는 좋은 분입니다. 나중에 정식으로 사과하세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주방에서 은은하게 밥 짓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냄새에 강진이 웃었다.
주방 밥통에 밥이 있는데 아들 준다고 소월향이 밥을 다시 짓는 것이다.
‘따스하고 갓 지은 밥이라…….’
평범한 밥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설에 들어온 제주도 갈치를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추석에 온 자식 밥상에 올리는 사람이니 말이다.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은 신인성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이 지은 냄비 밥에 겉절이를 올려서 먹는 아들을 보던 소월향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김치를 좀 담가 두는 건데.”
“이것도 맛있어요.”
“엄마가 내일 김치를 담가야겠어. 저녁에 와서 가져가.”
아들이 먹고 싶다는 김치를 겉절이로 해서 내놓은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소월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신인성은 다시 크게 밥을 떠서는 김치를 올려 먹었다.
그 모습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아들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무척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런 소월향을 보던 신인성은 잠시 수저를 내려놓더니 슬며시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이거…… 보세요.”
소월향은 그가 내민 핸드폰을 보았다. 화면에는 동영상이 켜져 있었는데…… 손주였다.
소월향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손주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직 돌이 되지 않아서 집 밖에서 보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소월향은 아쉬운 듯 화면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애가 어릴 때는 조심해야지.”
“그래서 그런데…… 내일 점심에 저희 집에…… 오시겠어요?”
신인성의 말에 소월향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내가…… 너희 집에?”
“오늘 모시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집사람한테 먼저 말을 해 놓아야 할 것 같아서요. 죄송해요.”
소월향은 급히 손을 저었다.
“죄…… 죄송하기는. 엄마는 괜찮아.”
아니, 오히려 좋았다. 아들이 자신을 집에 초대한 것이니 말이다.
환하게 웃으며 신인성을 보던 소월향이 문득 물었다.
“아! 새아기가 혹시…… 나 안 보고 싶다고 하면 괜히 무리하지 마.”
“아니요. 엄마 며느리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놀라기는 하겠지만 이야기하면 어머니 반갑게 맞이해 줄 거예요.”
“그래?”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신인성의 말에 소월향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 소월향을 보며 신인성이 말했다.
“식사하세요.”
소월향은 그제야 수저를 들고는 밥을 먹었다.
한편, 십 년 동안 찾아오지 않던 아들이 온 것만으로 좋아하는 소월향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엄마란 직업은…… 정말 바보 같고 손해만 보는구나.’
강진은 두 사람이 밥을 먹는 것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밥을 먹는 신인성과 그를 보며 웃는 소월향을 말이다.
그것도 잠시,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편히 대화를 나누도록 자리를 피해 준 것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월향의 말에 신인성이 고개를 숙였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신인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이 보니까 저하고 동갑이더라고요. 앞으로는 저하고도 친하게 지내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음에는 아내 분하고 같이 오세요. 제가 세 분을 위한 스페셜 코스로 대접해 드릴게요.”
“저희 아내가 좋아하겠네요.”
웃으며 신인성과 인사를 나눈 강진이 소월향을 보았다.
‘앞으로는 웃으며 사세요.’
강진이 눈으로 말을 걸자,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강진도 마주 웃었다. 소월향 역시 김소희와 비슷하게 웃음을 보이는 것이 드물었던 것이다.
웃음으로 답한 소월향이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
“황 사장님에게도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형에게요?”
강진의 물음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시게 될 거예요.”
소월향이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리자, 그 뒤를 따라가던 신인성이 슬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손을 잡는 아들의 손에 잠시 멈칫했던 소월향이 환하게 웃으며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두 모자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엄마 없는 사람은…… 너무 서럽네.’
속으로 한숨을 쉰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홀을 가로질러 주방에 들어간 강진은 그릇들을 정리하는 배용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뭐야? 왜 이래?”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는 것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꿩 대신 닭.”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이 새끼가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강진은 한 번 더 꽈악 맞잡고는 손을 떼어냈다.
“연애라도 해야지 안 되겠다.”
“왜?”
강진은 말없이 고개를 젓고는 솥에 물을 부은 뒤 육개장 끓일 준비를 시작했다. 김소희가 육개장에 닭발을 먹고 싶다고 했으니 슬슬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
육개장이 팔팔 끓어오르는 것을 보던 강진이 닭발 양념을 할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내민 강진은 황민성이 들어오는 것에 웃으며 말했다.
“오셨어요?”
“사장님은 가셨어?”
“아들하고 손잡고 가셨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정말…… 잘 됐다.”
남 같지 않은 일이었던 만큼 황민성은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주위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는?”
“잠시 산책하다가 저승식당 영업할 때 오겠다고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주방에 들어와 안을 보았다.
강진이 주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말을 하니 들어온 것이다.
“양념 중이라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양념 닭발을 보다가 말했다.
“이슬 씨가 닭발 좋아하더라. 이따가 좀 싸줘.”
“알겠습니다.”
닭발을 버무리던 강진이 문득 황민성을 보았다.
“그리고 소 사장님이 그러는데 형한테 좋은 일이 있을 거래요.”
“좋은 일? 무슨 일?”
“그건 모르겠어요. 그냥 소 사장님이 형한테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황민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끄덕였다.
“그럼 그렇겠지.”
쉽게 넘어가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무슨 일인지 안 궁금하세요?”
“소 사장님이 진짜 무당이기는 하지만…… 무당의 말이라는 것이 좀 모호한 면이 있잖아. 여름에 물가 가지 말라는 것하고 가을에 산 조심하라는 것하고.”
“그건…… 그렇죠.”
“그리고 나쁜 일이라고 하면 궁금해서 물어보겠지만 좋은 일이라잖아. 좋은 일이면 나중에 시간 지나면 무슨 일인지 알겠지.”
“맞는 말이네요.”
“그러고 보니 그 택시 기사님은 또 안 오셨어?”
“전에 오셨다 가셨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물었다.
“근데 진짜 만나시게요?”
“왜? 내가 그냥 해 본 말인 줄 알았어?”
“그건 아닌데…… 기사님이 바쁘셔서 지나가다가 한 번 오신 게 다거든요.”
말을 하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내 지갑에서 그 분 명함 좀 꺼내 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 안에 꽂혀 있던 명함을 황민성에게 내밀었다.
“다음에 택시 타실 일 있으면 연락해 보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내가 택시 탈 일이 어디 있…… 윤두식? 내가 아는 놈하고 이름이 같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럼 혹시 아시는 분 아니에요?”
“내가 아는 놈은 조폭이야.”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분도 조직 생활 하다가 나오셨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