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01
602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두 사람을 보며 작게 웃은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야기하고 계세요.”
“어디 가게?”
“11시에 예약이 있어서.”
“예약?”
유훈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말했다.
“드시고 계시면 장사 끝나고 올라와서 다시 먹을게요.”
“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11시에 예약하는 손님들이 좀 계신가 봐?”
“따로 조용히 드시고 싶은 분들이 예약을 하세요. 그런 손님들이 단골이라 거절하기 어렵네요.”
정말 거절하기 힘든 손님들이라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두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세요.”
“자고 가는 거야 상관이 없지만…….”
유인호가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주인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좀 불편한 모양이었다.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있어요. 그리고 술은 냉장고에 있으니 알아서 꺼내 드시면 되고요. 화장실은 이쪽.”
그러고는 강진이 방에 들어가 반바지와 티셔츠를 가지고 나왔다.
“편하게 옷 갈아입고 드세요.”
강진의 말에 유훈이 피식 웃으며 바로 옷을 벗었다.
“남자끼리 편하기는 팬티 차림이 가장 편하지.”
바로 옷을 벗어 버리는 유훈의 모습에 임지은이 놀라 소리쳤다.
“야! 여기서 벗지 마!”
자신이야 자주 보던 모습이지만, 옆에 임미령이 있으니 말이다.
“어머!”
임미령은 급히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을 때, 유훈이 옷을 벗던 것을 보던 유인호가 피식 웃고는 같이 옷을 벗었다.
그렇지 않아도 와이셔츠가 불편했던 참이었다. 두 남자가 옷을 벗어 버리는 것에 임지은도 놀라 급히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고 있는 두 여자 귀신을 보며 작게 웃은 강진이 말했다.
“그럼 저는 먼저 내려갈게요. 이야기 마저 하시고…… 편히, 아주 편히 있으세요.”
이 이야기는 두 여자 귀신에게 한 것이었다. 11시에 저승식당이 오픈을 하니 그 시간에 맞게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강진의 시선에 두 여자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여자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임미령을 지그시 보았다. 그 시선에 임미령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하고 예뻤던 모습…… 기억하고 있을게요.”
임미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하고 예뻤던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내려오세요.’
다시 한 번 눈짓으로 당부를 전한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쉬고 계세요.”
“음식 고맙다.”
유훈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1층으로 내려와 서둘러 주방에 들어왔다.
주방에서는 배용수가 이미 저승식당 영업 때 내놓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빠르게 손을 씻고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배용수 혼자서도 음식을 만들 수는 있지만, 강진의 손맛이 더해져야 귀신들은 더 맛이 있을 테니 말이다.
강진이 내려가던 모습을 보던 유인호는 힐끗 옆을 보았다. 텅 빈 허공을 보던 유인호가 슬며시 유훈을 보았다.
“그런데 형님.”
유인호의 부름에 유훈이 소주를 마시고는 그를 보았다.
“강진이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강진이? 왜?”
유훈은 소주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혹시 뒷이야기 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눈을 찡그리는 유훈의 모습에 유인호가 고개를 저으며 소주를 그의 잔에 따랐다.
“에이! 저 그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유인호는 상에 있는 음식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강진이가 우리 생각해서 자리도 만들고 이렇게 음식들도 준비를 해 줬는데 제가 뒷이야기 하겠습니까?”
음식을 보던 유인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더라도 앞에서 하긴 민망한 칭찬 같은 거 하겠죠.”
“그렇지.”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주병을 들어 그의 잔에 따라주었다.
“그런데 뭐가 이상해?”
“제가 변호사라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 볼 때 자세히 보는 편입니다. 의뢰인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를 알아야 변론하기 좋으니까요.”
유인호가 자신의 옆을 보다가 말했다.
“강진이가 가끔씩 허공을 볼 때 뭔가를 보는 것 같지 않으세요?”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잠시 멈칫했다. 사실 그건 유훈도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상대를 살펴보는 버릇이 있는데, 가끔 강진이 허공을 보며 뭔가 중얼거리는 것을 본 것이다.
그저 버릇이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유인호가 한 말을 들으니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그에 슬쩍 유훈이 자신의 옆을 보았다. 그러고는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옆에 놓여 있는 빈 잔을 보았다.
잠시 빈 잔과 그 옆에 놓인 수저를 보던 유훈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빈 잔에 소주를 따랐다.
“강진이가 신기가 있을 수 있지.”
“신기요?”
“…….”
유인호의 물음에 유훈이 잠시 있다가 자신의 옆자리를 보았다.
“내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닐 거야. 그렇지?”
유훈의 말에 유인호가 그를 보다가 슬쩍 자신의 옆자리를 보았다.
그 순간 그와 임미령의 눈이 마주쳤다. 텅 빈 허공을 보는 유인호, 그의 눈을 보는 임미령.
서로 마주 보면서도 전혀 다른 것을 보던 한 사람과 한 귀신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허공을 보던 유인호는 자신의 옆에 놓인 빈 잔에 소주를 따랐다.
“강진이가 신기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으면 좋겠어.”
“그럼…….”
유인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으로 눈가를 슬쩍 가렸다.
“제 옆에 미령이가 있을까요?”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작게 한숨을 쉬며 자신의 옆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 임지은이 보이는 듯했다.
‘너…… 내 옆에 늘 있었던 거야?’
저승식당 영업이 시작되자 강진은 북적거리는 가게 안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귀신 손님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오늘 콩나물국밥 맛이 좋습니다. 아! 그리고 오징어 숙회도 있어요.”
콩나물국밥은 유인호가 원한 음식이지만, 국밥이라는 것이 재료를 많이 넣고 푹 끓여야 맛있는 것이라 육수를 충분히 만들어 놓았다.
저승식당 시간에 귀신들에게 대접하려고 말이다. 그래서 강진은 오늘 온 귀신들에게 콩나물국밥을 우선적으로 추천했다.
다행히 귀신들도 콩나물국밥을 좋아하는지 많이 주문했다. 그 덕에 국밥은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길 반복하던 강진은 음식이 다 나가자 한숨을 쉬며 홀로 나왔다.
그러고는 비어 있는 자리를 확인하다 힐끗 계단 쪽을 보았다.
“왜 안 내려오시지?”
강진의 중얼거림에 이혜미가 말했다.
“제가 올라가서 내려오시라고 할까요?”
“위에 둘 다 팬티만 입고들 있어서 혜미 씨는 좀…….”
강진은 주방에서 막 나오는 배용수를 보았다.
“용수야.”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손을 수건에 닦으며 그를 보았다.
“왜? 주문 더 있어?”
“그건 아니고 2층 올라가서 두 분 모시고 내려와라.”
“내가?”
방금까지 음식 만들고 이제 좀 먹으려던 배용수가 귀찮다는 기색을 보이자 강진이 말했다.
“내려오실 때가 넘었는데 안 내려오시네.”
“시간 가는 줄도 모르시나?”
“그러니까 올라가서 말 좀 해 줘. 내가 올라가면 잡힐 것 같고 말을 전하기도 쉽지 않잖아.”
“알았어.”
“그리고 내려오기 전에 임미령 씨한테 예뻤던 기억 떠올리면서 내려오라고 다시 한 번 이야기해 줘.”
주의를 다시 주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후다닥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내려왔다.
“안 내려올 것 같아.”
“왜?”
배용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2층 지금 울음바다야.”
“무슨 소리야?”
“그냥 그런 줄 알아라. 나도 영문을 잘 모르겠으니까.”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그냥 사람도 울고 귀신도 울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2층 쪽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감정이 폭발하면 조금은 나아지시겠지.’
좋은 현상이었다.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는 것보다는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으니 말이다. 다만…….
‘갑자기 왜 터지신 거야?’
그런 생각을 잠시 하던 강진은 일단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배용수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오늘 수고했다.”
“내가 수고한 것이 뭐 있나.”
배용수의 말에 피식 웃은 강진은 옆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을 보았다. 잠시 그들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세 분은 남자친구 있으셨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 옆에 있던 강선영이 눈을 찡그렸다.
“‘있으셨어요?’가 아니라 ‘있으세요?’라고 물어야죠. 설마하니 이 나이 먹고 남자 한 명 안 만나봤겠어요?”
“아! 제가 실수를 했네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하자 강선영이 작게 웃다가 입맛을 다셨다.
“지금은 없죠.”
강선영의 말에 두 여자 직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세 여자를 보던 강진은 슬쩍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나도 지금은 없지.”
“뭐야? 예전에는 있었어?”
“당연히 있었지. 이래 보여도 나 좋다는 여자들 꽤 있었어.”
“호오!”
강진이 지그시 보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못 믿는 거냐?”
“그런 건 아니고…… 안 믿는 거야.”
배용수는 눈을 찡그린 채 강진을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술을 내밀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술이나 마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웃으며 잔을 들어 배용수의 잔에 가볍게 부딪히고는 내려놓았다.
“왜?”
“오늘 많이 먹었다. 그리고 이따가 올라가서 좀 더 해야 하고.”
“하긴, 술 많이 먹어서 좋을 것도 없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래서 요즘 효과는 좀 있어?”
“효과? 무슨 효과?”
“너도 민성 형하고 같은 것 먹고 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그거 먹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효과를 바라?”
황민성 정력왕 만들기 계획에 따라 배용수는 점심마다 정력에 좋다는 식재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장어덮밥, 소금 등심구이, 두부조림 등등…… 고단백 음식을 위주로 말이다.
그럼 황민성이 시간이 되면 와서 먹거나, 아니면 고경수가 와서 도시락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강진도 점심에는 그것을 먹고 있으니 그 효과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힘이 막! 막! 안 그래? 아침에 막막 안 그러고?”
배용수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기는 한 것 같더라.”
“소변 줄기 달라진 건 없고?”
“며칠 먹었다고 달라지겠냐고.”
강진이 답답하다는 듯 하는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약발이 생각보다 안 도네. 뭔가 다른 걸 해야 하나?”
“조카가 그리 빨리 보고 싶어?”
“보고 싶은 것도 있고…… 말은 안 하지만 어머니나 형수님 얼마나 기다리겠어.”
배용수가 안쓰럽다는 듯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지.”
“그리고 형도 얼마나 기대하겠어. 그러니 우리가 먹는 거라도 잘 챙겨 드려야지.”
배용수가 심각하게 턱을 쓰다듬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먹자마자 약발이 바로 생기면 그건 독 아니냐?”
“그런가?”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갑자기 몸에 변화를 주면 무리가 갈 것 같은데?”
강진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배용수가 문득 그를 보았다.
“야!”
“응?”
“그러고 보니 우리 산삼주 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아!” 하고는 급히 일어났다. 그 모습에 배용수도 급히 그 뒤를 따라 일어났다.
둘은 주방에 들어가 구석진 곳에 놓여 있는, 검은 비닐에 덮인 담금주 통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