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05
606화
화아악!
만복의 장난감 집에 들어온 강진은 조금은 어두운 방 안을 둘러보았다. 전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은 없었다.
딱 하나 달라진 것이라고는 만복 형과 달래 누나가 없다는 것…… 그뿐이었다.
장난감들을 보던 강진은 그중 만복이 가장 좋아하던 강철 남자 피규어를 들어 잠시 보다가 만지작거렸다.
“생각보다 먼지가 없네.”
만복이 간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먼지가 좀 쌓였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깨끗했다.
장난감을 만지던 강진은 집 밖으로 나와 음식들을 마당에 놓고는 할머니들이 지내는 집의 문을 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드라마를 보고 있던 할머니들이 강진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제가 음식을 좀 가져왔습니다.”
“그래? 이거 늘 고마워.”
“아니에요. 나와서 식사들 하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 중 한 명이 리모컨을 눌러 TV를 끄고는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들과 함께 나온 강진은 크게 소리쳤다.
“돼랑아! 돼랑아!”
몇 번 크게 돼랑이를 부른 강진은 싸 온 음식들을 펼쳐 놓았다.
그에 할머니들이 웃으며 수저를 나눠 가지고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에서 돼랑이가 가족들과 함께 힘차게 뛰어왔다.
두두두둑! 두두두!
힘차게 달려오는 돼랑이 모습에 강진이 손을 흔들었다.
“돼랑아.”
강진의 부름에 돼랑이는 반갑다는 듯 그의 옆을 몇 바퀴 돌고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았다.
그런 돼랑이를 보며 웃은 강진이 새끼들을 보았다.
새끼들은 할머니들이 식사하는 곳 근처에서 침을 흘리며 그것을 보고 있었다.
달라고 보채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이 나름 예의를 지키는 것 같았다.
“애들 교육 잘 했네.”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웃으며 강진이 JS 사료 포대를 뜯었다.
“이건 너희들 거야.”
강진은 한쪽에 있는 솥단지에 사료를 부었다.
촤아악!
솥단지에 사료가 가득 차자 어느새 모인 새끼들이 솥단지 안으로 머리를 박았다.
우두둑! 우두둑!
과자처럼 단단한 소리를 내며 씹히는 사료를 허겁지겁 먹는 새끼들을 보던 강진이 돼랑이를 보았다.
“형이 부탁할 것이 하나 있다.”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그를 보았다.
“전에 그 산삼 좀 캐다 줄래?”
산삼이라는 말에 돼랑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돼순이에게 작게 푸르륵거렸다.
그에 돼순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새끼들 옆으로 가자, 돼랑이가 그대로 산속으로 뛰어 사라졌다.
그런 돼랑이를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짓고는 산을 지그시 보았다.
‘좀 커다란 거로 가져왔으면 좋겠다.’
자기가 먹을 것이라면 인삼만 해도 감지덕지겠지만, 황민성과 조카를 위한 것이라 예쁘고 잘생긴 산삼을 캐 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새끼 멧돼지들은 사료를 먹고 배부른 듯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새끼들 옆에 돼순이가 엉덩이를 깔고 앉은 채 아이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런 돼순이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엎드리는 것이 편하지 않나?’
멧돼지이니 개처럼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는 것보다는 눕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강진은 문득 일어나서는 솥을 보았다.
솥 안에는 아직도 꽤 많은 사료가 남아 있었다. 애들이 아빠 먹을 사료를 남긴 것인지, 아니면 원래 사료가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돼랑이가 먹기에 부족해 보이는 양은 아니었다.
강진이 기특하다는 듯 새끼들을 볼 때 할머니 한 명이 다가왔다.
“애들이 점점 아빠 닮아가.”
할머니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돼지 새끼…… 조금 어감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돼랑이 새끼들은 이제 거의 일반 멧돼지만큼 커져 있었다.
돼랑이가 일반 멧돼지에 비해 덩치가 너무 커서 아직은 아빠보다 작아 보이기는 하지만 몇 달 지나면 그만해질 것 같았다.
“애들이 다 큰 것 같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아주 작았는데.”
“짐승 새끼들이 빨리 자라지.”
할머니는 웃으며 돼랑이 새끼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새끼는 따스한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새끼를 보던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만복 형하고 달래 누나 없는데…… 외롭지 않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이 없으니 외로운 것이야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애들이 잘 올라갔으니 우리는 괜찮아.”
할머니는 말을 하며 다른 할머니들을 보았다. 식사를 마친 할머니들이 하나둘씩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야 드라마가 있잖아. 드라마 보고 있으면 안 외로워.”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쓰게 웃었다. 드라마를 본다고 안 외로울 수는 없다.
그냥 말만 그러는 것이지…… 외로우실 거였다.
“매일 드라마 보시면 더 이상 보실 것도 없지 않으세요?”
“없기는 왜 없어. 봐도 봐도 끝이 없어. 그리고 더 볼 것 없으면 예전에 봤던 드라마 다시 봐도 되고.”
“그럼 다행이고요.”
“애들하고 놀다가 조심히 가.”
“알겠습니다.”
할머니는 가볍게 강진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본 강진이 피식 웃고는 다른 솥을 하나 가져다가 그 안에 할머니들이 먹고 남긴 음식들을 쏟았다.
촤아악! 촤아악!
물에 만 밥과 김치, 나물과 갈치구이가 솥단지에 부어지자 그 소리를 들은 돼순이와 새끼들이 슬며시 다가왔다.
“사료를 그렇게 먹고 또 먹게?”
강진이 묻자 새끼 중 제일 덩치 큰 녀석이 입을 벌렸다.
커어억!
마치 트림을 하는 듯한 소리를 낸 녀석이 솥에 머리를 처박자, 다른 새끼들도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돼지, 돼지 하더니…… 정말 돼지네.”
강진이 속으로 웃을 때, 돼순이가 다가와 손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마치 고맙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새끼들을 보다가 그중 덩치가 제일 큰 녀석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 너를 큰아들이라 해야겠다.”
새끼들도 이제 커서 이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으니 말이다.
강진이 이름을 붙여주자, 큰아들이 슬쩍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쳐다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큰아들 이름 어때? 마음에 들어?”
강진의 말에 큰아들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한 번 보고는 다시 솥에 머리를 박았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웃을 때, 산에서 돼랑이가 뛰어 내려왔다.
입에 한 움큼 흙뭉치를 물고 온 돼랑이는 강진 앞에서 그것을 토해냈다.
흙에 묻어 있는 진득한 침을 본 강진이 손가락 끝으로 흙덩이를 털어내자 그 안에 산삼이 보였다. 상당히 큰 녀석으로 이때까지 받은 것 중에 제일 큰 듯했다.
“고마워.”
돼랑이 머리를 툭툭 친 강진은 사료가 담긴 솥을 가리켰다.
“애들이 너 먹으라고 사료 남겨 뒀더라. 어서 가서 먹어.”
강진의 말에 돼랑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근처 개울에서 물을 마시고 오더니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쪽에서 풀들을 뽑았다.
그 풀들로 산삼으로 싼 강진은 그것을 반찬 통 안에 잘 집어넣었다.
이제 돼랑이가 사료를 다 먹으면 녀석을 타고 김치 저장고로 가서 JS로 가면 끝이었다.
이후 일정을 생각하던 강진은 주위를 보았다.
“안 쓰는 집 문짝 뜯어서 바닥에 설치할까?”
만복이 집을 주기는 했지만, 집 자체는 지상에 있어서 그곳을 통해서는 JS로 바로 갈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이거……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더니…….”
사람이 편한 것만 찾는다는 의미의 이야기였다.
만복이 집을 주지 않았으면 김치 저장고에서 여기까지 돼랑이를 타고 와야 했는데, 이제는 여기에 바로 올 수 있으니 또 바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사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이 마을은 남아 있는 귀신들에게 있어 소중한 기억이자 추억이며 지금까지도 머무는 터전이었다.
그런 마을의 집 문을 함부로 뜯어 바닥에 두는 것은 잘못이었다.
생각 끝에 고개를 저은 강진은 쇼핑백을 들고는 돼랑이가 밥을 다 먹기를 기다렸다. 밥 먹을 때는 돼지도 건드려서는 안 되니 말이다.
엄청난 속도로 밥을 다 먹은 돼랑이가 다가와서는 알아서 몸을 숙이자 강진이 익숙하게 그의 등에 올라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돼랑이 식구들이 옆에 몰려왔다.
푸우우!
길게 숨을 토한 돼랑이가 뛰어나가자, 돼순이와 새끼들이 그 뒤를 일렬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
JS에 도착한 강진은 쇼핑백을 들고는 JS 금융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 온 김에 강두치를 만나 사람들에게 말을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것이다.
JS 금융으로 향한 강진은 길게 줄을 서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전에도 봤지만…… 수십 개의 창구에는 단 하나의 직원이 귀신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직원의 앞에는 귀신들이 아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기는 볼 때마다 지독해.’
줄을 선다는 건 귀찮고 지루한 일이었다. 게다가 저 엄청난 줄이 끝나 직원에게 서류를 내도 조그마한 실수라도 있으면 다시 맨 뒤로 가서 줄을 서야 했다.
게다가 뭐가 잘못인지도 설명하지 않은 채 그냥 손만 까닥이고 가라고 하니…… 다시 줄을 서도 제대로 된 서류를 낼 확률도 낮았다.
그러니 귀신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일이었다. 그래서 귀신들이 JS 금융 직원들을 무서워하고 불편해하는 것이고 말이다.
줄을 보던 강진은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줄을 선 귀신들이 못 넘어오도록 막아선 라인이 있었고, JS 금융 직원들이 서서 감시를 하고 있었다.
그 라인 너머엔 VIP를 위한 창구들이 늘어서 있었다.
일반 귀신들을 위한 창구에는 오직 한 명의 직원이 있다면, VIP 창구에는 그 반대로 수십 명의 직원이 몇 되지 않는 VIP를 기다리거나 접대하고 있었다.
‘부자를 위한 나라가 있다면 그건 JS일 거야.’
JS는 계좌에 돈이 있고 없고로 철저하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니 말이다.
강진이 다가오자 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알아서 줄을 치워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오늘은 어떤 용무로 오셨는지요?”
친절한 미소로 맞이해 주는 직원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강두치 씨를 보러 왔는데요.”
“강두치 대리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직원은 무전기로 강두치를 찾았다. 그러고는 웃으며 한쪽에 있는 편안해 보이는 소파로 강진을 안내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강두치 대리님 오실 겁니다. 아! 음료 한 잔 드릴까요?”
“서천꿀물 부탁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직원은 금세 서천꽃물과 간단한 과자를 접시에 담아 가지고 왔다. 그러고는 소파 앞 테이블에 놓고는 물었다.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든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여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직원이 테이블에 있는 버튼을 가리키자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용무를 마친 직원이 가자 강진은 테이블에 놓인 과자를 집어 비닐을 뜯고는 알맹이를 입에 넣었다.
입에 넣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계피 향에 미소를 짓던 강진이 버튼을 보았다.
‘음식점에 있는 버튼 같네.’
웃으며 버튼을 보던 강진은 슬쩍 줄을 선 귀신들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귀신들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누구는 대접받으며 소파에 편히 쉬고 있는데 자신들은 이렇게 줄을 서 있다는 게 부끄러운 것이다.
귀신들이 고개를 돌리자 강진도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귀신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처럼 강진도 민망했다. 수십, 아니 수백의 귀신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데 자신은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고 있는 것도 진짜 민망하네.’
그에 강진은 줄을 선 귀신들에게 최대한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과자를 하나씩 까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