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06
607화
자신을 보는 귀신들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린 강진은 말없이 과자를 까서 먹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강두치가 다가왔다.
“사장님! 어쩐 일로 여기에 다 오셨어요. 부르시면 제가 갔을 텐데.”
웃으며 강두치가 맞은편에 앉자, 강진이 과자를 밀었다.
“이것 좀 드세요.”
“저야 매일 먹는걸요.”
정중히 사양한 강두치는 태블릿을 꺼내며 물었다.
“자! 그럼 오늘 우리 사장님이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물었다.
“제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궁금한 거요?”
강두치가 보자 강진은 그간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강진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던 강두치는 태블릿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저승식당 하면서 사람들에게 해도 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해서 궁금하신 거군요.”
“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전의 일이 마음에 걸리신 듯하니 다행이네요.”
일전에 현신한 상태인 임지은의 사진을 찍어 유훈에게 보여줬던 일을 언급하자 강진이 머쓱한 듯 웃었다.
“저 때문에 두 분이 고생하셨는데 조심해야죠.”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사실 그 일로 저도 한소리 들었거든요.”
“죄송합니다.”
강진의 사과에 강두치가 웃었다.
“아닙니다. 윗분들도 조심하자는 이야기로 한소리 하신 거지, 불쌍한 귀신 사연에는 많이 슬퍼하고 돕고 싶어 합니다. 저희도 측은지심이라는 게 있거든요. 다만…….”
잠시 말을 멈춘 강두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산 사람은 산 사람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니…… 그 경계가 무너지면 혼란이 옵니다. 죽은 사람은 과거에 묻고 산 사람은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하니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됩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자! 그럼 우리 VIP가 궁금해하시는 걸 이야기를 해 볼까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듣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웃은 강두치가 말했다.
“일단 죽은 사람이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것…….”
말을 하다가 잠시 멈춘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귀신의 육성, 편지, 동영상, 사진과 같은 것은 문제가 됩니다. 물론 그 귀신이 VIP급 재력이 된다면 자신의 계좌에 있는 돈으로 신수호와 같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남기는 것은 가능합니다.”
“돈이 있으면 다 되는 거군요.”
“맞습니다. 돈이 있으면 부활하는 것 빼고는 모두 다 되는 것이 바로 저희 JS의 유일한 법칙이니까요. 돈이 최고! JS에서는 그게 최고입니다.”
강두치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돈이 있으면 최고로 살기 좋은 곳이 저승이기는 하구나.’
저승은 모든 것이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니 말이다. 인간 세상보다 더 돈이 중요한 곳이었다. 물론 그 돈은 살았을 때 착한 일을 해야 모을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에 해 보셨다시피 그 금액이 보통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금액이 후덜덜하게 들어가니까요.”
“그렇기는 하죠.”
강진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귀신이 이승에 뭔가 남기려고 하면 몇천만 원은 기본으로 들어가니 말이다.
“임지은 씨는 나쁘게 살지 않았지만, 엄청 선하게 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았던 터라 그만한 돈을 낼 수 없었지요. 게다가 임지은 씨가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던 때에 이 사장님이 혼자서 사진 찍고, 알아서 보여줬기에 임지은 씨에게 영수증이 날아가지 않고 사장님에게 청구된 겁니다.”
말을 하며 강두치는 강진을 지그시 보았다. 자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강진의 표정과 눈빛을 살핀 강두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방금 말을 한 것 외에는 딱히 금하는 건 없습니다.”
“없나요?”
“사장님도 아시겠지만, 저승식당 사람 외에도 그쪽에 대해 아는 인간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무당처럼요?”
“진짜 무당은 당연히 이쪽에 대해 알고 있고, 무당이 아니더라도 황민성 씨 같은 특이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면 무당이 아닌데도 귀신을 보는 사람들도 있죠. 그런 사람들은 귀신에 대해 알고 저승식당에 대해서도 알죠.”
잠시 말을 멈춘 강두치가 슬쩍 버튼을 눌렀다.
띠링!
작은 알람이 울리자 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
“나 커피 한 잔만 가져다줘.”
“알겠습니다.”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는 어딘가로 가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부하 직원이세요?”
“인턴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요즘 이승에서는 인턴한테 커피 심부름 안 시킨다던데.”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었다.
“그럴 리가요. 아직도 많이들 시킵니다.”
“요즘 그러면 문제 생길 텐데요?”
요즘 인턴에게 커피 심부름시키고 그러면 사회 문제로 부각이 되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피식 웃었다.
“좋은 회사나 그렇겠죠. 아시겠지만 저희 JS는 철저하게 이승의 문화를 따라갑니다. 인턴에게 이런 심부름시키는 문화가 이승에 있으니…… 저희도 그 문화를 따라가는 겁니다. 좋은 문화든 나쁜 문화든 저승은 이승을 따라가거든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저희 회사도 그리 좋은 회사는 아니거든요.”
“은행권이면 좋은 회사 아닌가요?”
“그건…….”
말을 하던 강두치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야 하는데 저희 회사는 일이 워낙에 많아서요. 일은 많은데 월급은 이승처럼 주니……. 게다가 저희는 야근 수당도 잘 안 쳐 줍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이승을 닮아서 그런가 보네요.”
“하하! 그것도 그러네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인턴이 커피를 가지고 왔다.
그에 강두치가 작게 고맙다고 하고는 커피를 마셨다. 그 모습에 강진이 쓰게 웃었다.
‘이승을 따라하는 저승이라…….’
커피를 두어 모금 마신 강두치는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는데, 아까 말한 대로 귀신의 육성, 동영상, 사진 같을 것을 전하지만 않으면 제가 사장님한테 안 좋은 소리 할 일은 없습니다.”
“그럼 제가 귀신의 말을 전하는 건요?”
“듣고 전하는 것 정도는 상관없습니다. 무당들도 다 하는 일인 것을요.”
“정말 상관없나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다만…… 그걸 감당하는 건 그 이야기를 들은 당사자입니다.”
“당사자요?”
“사장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대충은 이해하실 것 같은데요? 그러니 함부로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강진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일례로, 최광현도 귀신에 대해 알고 그것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최호철 덕에 조금은 귀신에 대해 두려움을 씻어냈지만, 아직도 혼자 어디 구석진 곳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유훈과 유인호는 눈치로 두 여자가 자신들의 곁에 있었다고 여기는 것 같지만…… 그것도 모를 일이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정말 있다는 걸 아는 건 전혀 다른 개념이니 말이다.
게다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귀신이 되어 지금도 옆에 있다는 건 받아들이기 무척 힘들고 슬픈 일이다.
“그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말을 해도 되는 겁니까?”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다면 상관없겠죠. 하지만…….”
강두치는 고개를 저었다.
“감당할 수 있다는 건 이 사장님 생각일 뿐 아니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강진을 보며 강두치가 말했다.
“제가 여기 직원으로 살다 보니 사람이 귀신에 대해 알아서 좋은 일은 별로 없더군요. 슬퍼하든 무서워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저승식당 회식 자리에는 새로운 주인이 두 분이나 오니 기대가 됩니다.”
“저승식당 회식요?”
“아! 아직 연락들이 없었나 보군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일 년에 한 번, 칠팔월 중에 저승식당 주인들이 모여서 회식을 하잖습니까.”
“아!”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저승식당 선배 중 한 명에게 저승식당 회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 것이다.
“그거 여기 JS에서 한다고 들었는데.”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보니 먼 곳에 계신 분은 이동하기 힘드니까요. 사장님도 한 번도 안 가 본 부산에서 회식한다고 하면 선뜻 이동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래서 저승식당 회식은 여기 JS에서 합니다.”
“그럼 그거 주선은 누가 하는 겁니까?”
“보통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이 날짜 정해서 문자로 통보를 합니다. 지금은…… 부산 저승식당 윤복환 어른이 정하겠군요.”
“부산 윤복환 어른…….”
작게 이름을 중얼거린 강진이 물었다.
“근데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하십니까?”
“저희가 있잖습니까.”
“아…….”
“물론 개인 정보 보호법이 저희 JS에도 통하는 사항이라 윤복환 어른에게 알려 드리기 전에 먼저 제가 사장님에게 허락을 구하기는 할 겁니다. 알려 드리지 말까요?”
장난기 어린 강두치의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알려 드리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더 궁금하신 것은?”
“괜찮아요. 많이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황민성 씨를 누님이 용서하셨더군요.”
“아셨어요?”
“황민성 씨에게 걸려 있던 죄인 표식이 사라진 것 보고 알았습니다.”
“그런 표식도 있나요?”
“이마에 딱 붙어 있지는 않지만, 전생에 죄가 많은 이에게는 그런 표식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표식이 사라진 것을 보고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 강두치가 다행이라 생각하는지 몰라서였다.
그 시선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미움은 남보다 나를 더 해치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다행입니다. 누님의 마음이 편해진 거니까요.”
“남을 미워하는 것처럼 내 마음이 아프고 힘든 것도 없죠.”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용서가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한 강두치는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제가 한 것이 뭐가 있다고요.”
강진이 민망해하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이 딱히 한 건 없어도 둘의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 주셨으니 그것만으로 제 인사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든 강두치가 손짓했다.
“나가시죠. 입구까지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저 혼자 가도 됩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쇼핑백을 들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 그 뒷모습을 보던 강두치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하세요. 그러면…… 다 잘 될 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리던 강두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걸어가는 강진의 뒷모습을 보았다.
“사고는…… 조금 자제해 주시고요.”
강진의 뒷모습을 보던 강두치는 기분 좋게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탁자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근처에 있는 인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거 안 치우고 뭐해?”
“치…… 치우겠습니다.”
인턴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나 때는 말이야, 손님이 일어나서 몸 돌리는 순간 사사삭! 하고 치우고는 식탁까지 닦았어.”
“알겠습니다.”
자신이 보기에 느린 인턴의 동작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작게 고개를 저은 강두치의 입에서 “나 때는…….” 하며 이야기가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강진이 들었다면 ‘정말 저승이 이승을 많이 반영하는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