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07
608화
가게로 돌아온 강진은 황민성에게 전화를 했다.
“형 미팅 잘 하셨어요?”
[잘 하고 말고 할 것이 있나. 일단 사업 계획서 받았고 나름 내용 괜찮아 보여서 조금 더 확인하고 결정해야지.]“그럼 지금 어디세요?”
[방금 미팅 끝나서 지금 차 타고 있어.]“아! 그럼 이 근처이시죠?”
미팅을 강남에서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 왜?]“그럼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 저희 가게에 오시겠어요?”
[알았어. 바로 앞이니까 오 분이면 도착하겠다.]그걸로 통화를 마친 강진은 웃으며 식탁에 놓여 있는 산삼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회충약도 한 알 놓여 있었다.
“민성 형 이거 보면 좋아하겠다.”
“좋아하겠지. 몸에 좋은 것 마다하는 남자는 없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작게 답을 한 강진이 웃으며 산삼을 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황민성이 들어왔다.
“완전 일찍 오셨네요.”
“신호가 안 걸려서 바로 왔지.”
황민성은 강진의 맞은편에 앉다가 놀란 눈으로 산삼을 보았다.
“이거 산삼이네?”
“어? 어떻게 아셨어요?”
산삼은 아는 사람이나 알아보지, 모르는 사람은 산삼을 봐도 도라지인지 인삼인지 구별을 거의 못 하는 것이다.
“나도 몇 번 보기도 했고 선물 받기도 했거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실망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산삼 드셔 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쓰게 웃으며 산삼을 보았다.
“애 낳는 데 좋다고 장인어른이 보내 주셔서 몇 번 먹었지. 물론 효과는 없었지만.”
웃으며 산삼을 보던 황민성은 문득 옆에 놓인 회충약을 보고는 강진을 보았다.
“나 먹으라고 부른 거야?”
“네.”
강진은 입맛을 다셨다. 황민성이 아주 좋아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이미 산삼을 먹어 본 적이 있다니…… 조금 실망이 드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우리 동생이 이렇게 귀한 산삼까지 다 준비를 해 주고 너무 고맙다.”
“그래요?”
“그럼. 당연히 고맙지.”
조금은 과한 제스처를 취하며 산삼을 귀하다는 듯 보던 황민성이 웃었다.
“어떻게 나보다 네가 더 내 아이를 보고 싶은 모양이다.”
“조카 보는 거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산삼을 보다가 말했다.
“우리 동생이 준비한 건데 형이 잘 먹어야지.”
말을 하며 산삼을 들어 지그시 보던 황민성은 놀란 듯 말했다.
“근데 이거 몇 년이나 된 거야? 되게 오래 먹은 것 같은데?”
“산삼 나이 세는 것 아세요?”
“나도 몇 뿌리 먹다 보니 산삼 나이 세는 것 정도는 배웠지.”
말을 하며 뇌두를 세던 황민성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백 개가 넘네?”
“그쯤 될 거예요.”
“이야…… 이렇게 귀한 것을 어디서 구했어?”
“산에 가서 캐 왔어요.”
“산에서?”
“제가 아는 귀신들이 사는 마을이 있는데 인적이 드문 곳이라 이런 약초들이 자라거든요. 거기에서 친한 멧돼지한테 캐어 달라고 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귀신들에 대해 알지만, 귀신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는 건 또 처음이었다. 게다가…….
‘멧돼지한테 캐어 달라고 했다고?’
황민성은 의아한 듯 강진을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강진이 사는 세상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쪽 세상에 의문을 가지기보다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것이 속 편하다는 생각을 하며 황민성이 산삼을 보았다.
“그래서 이거 나 먹으라고?”
“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산삼을 보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 같이 먹자.”
“저요?”
“여름이니까. 너도 몸보신해야지.”
“저는 건강한데.”
“건강할 때 챙겨야 더 건강한 거야. 아, 이거 상식이도 같이 먹자.”
“상식 형요?”
“그 녀석도 몸보신 좀 해야지.”
“형 정력…….”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야! 형 정력 좋다니까.”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과 그 옆에 있을 거라 생각되는 배용수를 보았다.
“이것들이 무슨 형을 내시라고 생각하나. 형 내시 아니라 진짜 폭포수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다가 산삼을 보았다.
“근데 이걸 셋이 나눠 먹기에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말했다.
“이걸로 백숙 해 먹자.”
“백숙?”
“이 귀한 걸 백숙에요?”
배용수도 놀란 듯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귀한 거니 다 같이 먹으려면 백숙에 넣어야지.”
황민성은 산삼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백숙에 넣으면 약발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국물이라도 다 나눠 먹을 수 있잖아.”
‘형이 그렇게 먹고 싶다면야…….’
황민성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주말에 상식 형하고 형 식구들하고 같이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백숙 먹죠. 음식이야 제 푸드 트럭으로 하면 되고요.”
“아까운데…….”
귀한 산삼을 백숙에 넣는다는 것에 배용수가 중얼거리자 강진이 웃었다.
“다 우리 뱃속에 들어가는 건데 아깝기는.”
“뭐, 뱃속이 호강하기는 하겠네.”
작게 고개를 저은 배용수가 문득 말했다.
“거기에 도라지도 넣자.”
“도라지?”
“산삼하고 도라지가 궁합이 좋아. 그리고…….”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산에 버섯 좀 없디?”
“버섯? 글쎄. 난 모르겠는데.”
“허 선생님 좀 불러 봐. 전에 허 선생님 혼자 약초 구경하러 다니셨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연욱을 불렀다.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모습을 드러낸 허연욱은 탁자에 있는 산삼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누구는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산삼을…… 여기에서는 이리 자주 보는군요.”
웃으며 산삼을 살피는 허연욱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저희 삼 캐러 가는 산에 혹시 먹을 수 있는 버섯 같은 것 있나요?”
“버섯이야 있지요. 많습니다.”
“많아요?”
“워낙에 산세가 험한 곳이라 사람들이 안 올라오니까요. 사람들이 안 캐는 버섯들을 먹은 짐승이 다른 곳에 배설하면 다시 또 자라고…… 어쨌든 많습니다.”
“그럼 백숙에 넣을 것도 많겠네요.”
“많…….”
많다고 말을 하려던 허연욱은 문득 삼을 보고는 급히 말했다.
“설마…… 산삼 백숙을 해 드시려는 겁니까?”
“네.”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황당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강진은 전에 귀신 마을 갔을 때도 수육에 백 년이 넘는 산삼을 넣어서 끓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숙에 넣어서 먹는다니…….
“여름 되기 전에 가족들끼리 몸보신하려고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민성 형 내시 아니랍니다.”
배용수의 말에 허연욱이 산삼을 한 번 보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본 김에 진맥 한 번 해 보지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의 손목을 잡았다.
“잠시만요.”
황민성은 말없이 손목을 내어주었다. 그동안 허연욱에게 몇 번 진맥을 받아 봤기에 무슨 사정인지 아는 것이다.
허연욱은 강진의 손을 통해 황민성의 맥을 잠시 짚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아주 건강하군요. 간도 좋고.”
강진이 말을 전해 주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허연욱이 말했다.
“그리고 기력도 좋으니…….”
잠시 생각을 하던 허연욱이 황민성을 보았다.
“산삼 백숙 드시고 합방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자도 되는 겁니까?”
“술을 자주 드셔서 기가 탁할 줄 알았는데 좋습니다. 아내분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산삼 백숙 먹고 합방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진이 다시 이야기를 전해 주자, 황민성이 기분이 좋은 얼굴로 허공을 보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황민성이 웃으며 인사를 하자 허연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럼 백숙으로 드실 겁니까?”
“몸에 좋은 거 해 먹어야죠.”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산삼을 보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산에 가실 때 저 부르십시오. 같이 가서 백숙에 넣어서 먹으면 좋을 약초와 버섯 좀 캐기로 하시죠.”
“그럼 좋죠.”
이야기를 마친 허연욱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산삼을 다시 풀에 싸기 시작했다.
“그럼 일요일에 소풍 가죠.”
“그래. 일요일에…….”
황민성은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일요일에 강원도 어때.”
“강원도요?”
“두식이 데리고 내 학교 가자. 우리 학교가 산에 있어서 경치도 좋고 백숙 먹기 좋은 정자도 있어.”
“아…… 저야 좋죠. 그럼 두식 형도 모시고 강원도 학교로 가시는 건가요?”
“모시는 게 아니라 데리고 가는 거지. 모시고는 무슨…….”
웃으며 작게 농을 하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알겠습니다. 데리고 가는 거로 하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 어머니도 내가 세운 학교 안 가 보셨거든.”
“안 가 보셨어요?”
“그동안 어머니 몸도 그렇고 해서 학교에는 못 모셨지.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 몸도 많이 좋아졌고…… 한 번 모시려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학교 싫어하던 아들이 학교를 만들었으니…… 어머니가 무척 기뻐하시겠어요.”
강진은 말을 하며 더욱 환하게 웃었다. 조순례가 기뻐할 것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시겠지?”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생각을 해도 어머니가 무척 기뻐하고 좋아하실 것 같았다.
“그런데 두식 형 일요일에 시간 되시겠어요? 택시는 일요일이라고 쉬는 것 아닌데.”
“그럼 언제 쉬어?”
“그 차마다 쉬는 날이 따로 있을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일하는 거로 데려가야지.”
“일?”
“차가 한 대 퍼졌다고 하고 그 녀석 택시로 장거리 가야지.”
“돈 안 받으실 것 같은데…….”
“그건 녀석이 알아서 하겠지.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제안이니까.”
“제안 받아들이면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형이 누구냐. 강남 투자의 귀재야. 다 계산 끝났어.”
자신감 있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산삼을 보았다.
‘산삼 하나만 넣어도 되나?’
아무리 귀한 산삼이라고 하지만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것에 달랑 하나만 넣자니 산삼 백숙이라고 하기 민망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산삼을 더 가서 캐자니…… 이미 많이 캐서 더 캐기도 그랬다.
만복이 필요한 만큼만 캐야 다음에 또 캘 수 있다고 말했었으니 말이다.
“일단 상식이한테 먼저 전화해서 일요일 시간 비우라고 하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를 걸었다.
[강진아.]반갑게 전화를 받는 강상식의 목소리에 강진이 말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민성 형 가족들하고 강원도 가서 백숙 삶아 먹으려고 하는데 형 같이 가실래요?”
[여름 되기 전에 백숙이라…… 좋네.]강상식은 정말 기분이 좋은 듯했다.
“형 백숙 좋아해요?”
강진의 물음에 잠시 웃던 강상식이 말했다.
[백숙이야 먹어 봤지. 근데 가족끼리 여행 가서 백숙 먹어 본 적이 없거든.]“아…….”
강진은 작게 입맛을 다셨다. 가볍게 던진 말이…… 인간극장이 돼서 날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