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08
609화
인간극장의 주인공 같은 강상식을 떠올린 강진이 작게 한숨을 토하고는 말했다.
“그래서 오실 거죠?”
[당연히 가야지. 아, 혹시 거기에 물도 있나?]“물요?”
[몸 담글 수 있는 냇가나 계곡 말이야.]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옆에 민성 형 있거든요. 제가 스피커 모드로 바꿀게요.”
스피커 모드로 바꾼 강진이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상식 형이 거기에 몸 담글 수 있는 물가 있냐는데요?”
“있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학교 옆으로 흐르거든. 여름에는 아이들 거기서 물놀이도 하고 그래.”
[아! 정말 좋네요. 저 그런 곳에서 발 담그고 수박도 먹고 백숙도 먹는 것이 어릴 때 소원이었거든요.]“너 그런 것 해 본 적 없어?”
[호텔 수영장 비워 놓고 집사람들끼리 모여서 물놀이한 적은 있는데…… 그것하고는 다르죠. 그리고 나한테 공 던져주는 사람도 없었고.]“공?”
[그 물놀이 가면 바람 넣어서 던지는 수박 모양 튜브 있잖아요.]“아…….”
황민성은 입맛을 다시며 핸드폰을 보았다. 화면에 떠 있는 ‘강상식 형’이란 이름이 유난히 외롭게 느껴졌다.
곧 고개를 저은 황민성이 말했다.
“지금 물놀이하기에는 조금 추울 수도 있지만…… 내가 가서 공 던져줄게. 잘 주워 와라.”
잘 주워 오라는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법했지만, 강상식은 좋은 듯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요일 날 어떻게 가실 거예요?]“너는 강진이 가게로 와서, 강진이 차 타고 와. 중간에 휴게소에서 모여서 같이 출발하자.”
[알겠습니다. 그럼 강진아, 형이 일곱 시쯤 가면 되냐?]“그렇게 하세요.”
기분 좋게 전화를 끊는 강상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상식 형 어린 시절이 참 외로웠네요.”
“그러게 말이다.”
고개를 저은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 외에도 2인분만 따로 더 챙겨.”
“2인분요?”
“숙직하는 선생님들이나 수위 아저씨들, 그리고 학생들은 내가 급식실에 연락해서 따로 백숙을 드시게 하겠지만, 그래도 학교 오랜만에 가는데 교장 선생님과 규율 선생님은 내가 따로 인사도 드리고 식사도 같이 하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규율 선생님요?”
그런 직책도 있나 싶어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학교 애들이 보통 꼴통들이냐. 어지간한 학교에서는 다 퇴학당하고 여기까지 온 애들인데…… 그런 애들 잡으려면 일반 선생님들로는 감당이 안 돼. 정말 호랑이 같은 선생님이 몇 있어야 하고.”
“그런데 일요일인데 거기에 계세요?”
“교장 선생님하고 규율 선생님은 보통 거기에서 지내셔.”
그러고는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참 고생들 하시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말에도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지낸다니…….
강진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그럼 규율 선생님이 무서운 분인가 보네요?”
“전직 강력계 형사였던 사람이야. 나 조직에 있을 때 몇 번 뵈었던 분인데 워낙에 성격이 강해서 경찰에서 잘리고 어디 경비 회사 다니고 있기에 내가 스카우트해서 우리 학교에 모셨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두식이가 내 제안 받으면 그 선생님하고 원투 펀치로 학교 애들 기강 잡게 해야지.”
말을 마친 황민성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일요일에 보자.”
“들어가세요.”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산삼을 한 번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뭘요. 다 같이 먹는 건데.”
“…….”
황민성은 잠시간 말없이 강진을 보았다.
그는 값비싼 산삼이 고마운 것이 아니라, 자신을 생각해서 산삼을 챙겨 준 강진의 마음이 고마운 것이다.
한참을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산삼을 싼 풀을 조심히 들어서는 주방으로 옮겼다.
“그럼 내일 마을에 가서 약초를 캐 오면 되겠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물었다.
“그런데 산행 괜찮겠어? 약초 같은 건 험한 곳에 잘 자랄 텐데? 게다가 그곳은 사람도 안 다녀서 길도 없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돼랑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돼랑이 타고 산에 오르게?”
“돼랑이 타고 마을 가는 거나 산에 오르는 거나 얼마나 차이 나겠어? 게다가 돼랑이 힘 엄청 좋아.”
“그래도 바지하고 옷은 긴 거로 입어라. 잘못하면 풀독 오른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걱정해 주는 거야?”
“풀독 오르면 네가 얼마나 징징거리면서 나 귀찮게 하겠냐.”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지.”
그러고는 강진이 저녁 장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보통 산행이 결정되면 걱정을 하겠지만 강진은 그러지 않았다. 돼랑이라면 자신을 태우고도 거친 산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닐 것이니 말이다.
“아! 오랜만에 석청도 좀 캐 와야겠다.”
석청을 따서 약과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식재들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
일요일 아침, 강진은 커다란 솥을 푸드 트럭에 싣고 있었다. 그리고 백숙에 쓸 식재들을 차에 실을 때 자동차 한 대가 골목에 들어왔다.
“응? 저거 상식이 차 아니야?”
옆에 서 있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차를 보았다. 그의 말대로 골목에 들어온 것은 강상식의 차였다.
차에서 내린 강상식은 강진을 보며 손을 들었다.
“강진아.”
가벼운 반바지 차림을 한 강상식이 웃으며 다가오는 것에 강진이 차에 짐을 마저 올리고는 그를 보았다.
“어떻게 이쪽으로 오세요?”
“짐 싣고 있을 것 같아서 이쪽으로 왔지.”
말을 하며 푸드 트럭을 보던 강상식이 물었다.
“음식 많이 실었어?”
“네.”
“형이 삼겹살하고 과일 좀 가져왔는데.”
“삼겹살하고 과일요?”
“물놀이 가면 그런 것도 구워서 먹는다고 하던데, 아니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 정말 계곡에 물놀이 가 본 적이 없나 보네요.”
“없지.”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이 말했다.
“그럼 그것도 여기에 싣죠.”
“그럴까?”
강상식은 트렁크를 열어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끄응! 하고 들어서는 가지고 왔다.
“뭘 이렇게 많이 가져오셨어요.”
“고기하고 과일하고 챙기다 보니 꽤 많더라고.”
그러고는 강상식이 눈짓을 하자, 강진이 아이스박스 한쪽을 들고는 둘이 같이 힘을 줘서 푸드 트럭에 실었다.
“제 차 빼면 형 차 넣으세요.”
“네 차로 가게?”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에서 굳이 차를 두 대 가져갈 필요는 없죠.”
강진은 캡을 닫고는 운전석에 올라타 차를 뺐다. 그에 강상식이 차를 주차장에 넣자. 강진이 창문을 내리고는 말했다.
“타세요.”
“문단속은?”
“다 해 놨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자 그가 손을 흔들었다.
“가서 불러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상식을 보자 그가 조수석 문을 열고는 차 안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생겼구나.”
“이런 차 안 타 보셨어요?”
“내가 타 볼 일이 있나.”
차에 올라탄 강상식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무래도 트럭 조수석이 조금은 불편한 모양이었다.
“의자 옆에 보면 젖히는 것 있거든요. 허리 불편하시면 뒤로 젖히세요.”
“아니. 괜찮아. 이것도 편해.”
말을 하면서도 조금은 불편한 듯 자기에게 편한 자세를 찾아 몸을 움직이는 강상식을 보며 웃은 강진이 말했다.
“민성 형한테 우리 출발한다고 전화 좀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안전벨트를 매고는 황민성에게 전화해 출발 소식을 알렸다.
[오케이! 우리도 지금 출발하니까, 이따 휴게소에서 보자.]“알겠습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내자 강진이 내비게이션에 휴게소를 찍고는 액셀을 밟았다.
차를 출발하며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송은실 여사님 교육은 잘 되고 있어요?”
보육원에서 만났던 눈이 불편한 아주머니에 대해 묻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되는 모양이야.”
“그래요?”
“일단 교육 자료 숙지가 먼저니까. 그것 외우는 거 하고 있는데 어제 담당자한테 보고받은 바로는 외우는 것을 잘하신대.”
“잘하신다기보다는…… 노력하시는 거겠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진짜 어렵게 잡은 일자리 기회이니만큼 송은실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럼 잘 되시겠네요.”
“일단 한 달 정도 교육하고 일은 그 후에 하게 될 것 같아.”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휴게소를 향해 차를 움직였다.
휴게소에 도착한 강진과 강상식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는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사서는 황민성을 기다렸다.
두 사람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 택시와 승용차 한 대가 휴게소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저 차네요.”
강진이 택시를 보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그쪽을 보다가 말했다.
“택시 타고 오셔?”
택시를 보며 의아해하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전에 우리 가게 앞에서 사고 난 거 아시죠.”
“알지. 아!”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택시를 보았다.
“혹시 그때 너하고 같이 사람 도왔다는 분?”
“맞아요.”
“아…… 그래서 같이 가기로 한 거야?”
강상식이 택시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작게 말했다.
“알고 보니까 민성 형이 예전에 알던 분이더라고요.”
“예전에?”
“민성 형 과거는 아시죠?”
“그야 알지.”
황민성 과거 이야기는 이쪽 바닥에서는 꽤 유명하니 말이다.
“그때 북쪽에서 유명한 주먹이셨대요.”
“아…… 그럼 지금은 손 씻으셨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며 계단을 내려왔다.
“형.”
강진의 부름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택시 옆에 선 차에서 어머니를 모셨다.
차에서는 김이슬과 조순례, 그리고 고경수가 내리고 있었다. 한편, 택시에서 내린 윤두식이 조금은 떨떠름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에 강진이 조순례와 김이슬에게 인사를 하고는 윤두식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윤두식이 작게 손을 들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이 사장도 같이 가는 거면…… 굳이 택시 안 타도 되는 것 아니야?”
“강진이 차는 좁아. 그리고 우리만 가는 것도 아니고.”
황민성은 강상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와 친한 동생 강상식. 너도 인사해라. 이쪽은 윤두식이라고 형 옛 친구.”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윤두식에게 고개를 숙였다.
“강상식입니다. 전에 강진이 가게 앞에서 난 사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좋은 일 하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
강상식이 웃으며 말을 걸자, 윤두식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냥 지나가다 보고 뛰어든 거라…… 어쨌든 말 고맙소.”
둘이 인사를 나눌 때, 김이슬이 황민성에게 말했다.
“어머니 화장실로 모실게요.”
“그렇게 해요.”
김이슬과 장 여사가 조순례를 모시고 화장실로 가자, 강진은 자신이 사 온 음료와 간식들을 들고 왔다.
그러고는 음료를 하나씩 내밀었다.
“커피 아이스로 샀어요.”
“고마워.”
웃으며 음료를 받은 황민성이 윤두식을 보았다.
“이리 와서 커피 마시자.”
황민성의 말에 윤두식이 입맛을 다시고는 그 옆으로 오자 강진이 커피를 주다가 한 손에 들린 간식을 보았다.
“간식도 샀는데 저쪽 가서 먹을까요?”
강진이 간식을 놓을 곳이 없어 두리번거리자 황민성이 그것을 받아서는 차 위에 툭 하고 올렸다.
“오! 호두과자하고 알감자네.”
황민성이 웃으며 호두과자를 하나 집어 건네자, 윤두식은 그것을 받아 입에 넣었다.
호두과자를 먹는 윤두식은 조금 불편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 강원도 장거리 갈 곳이 있다고 해서 택시 끌고 왔는데…… 와 보니 황민성이 노모와 아내를 데리고 서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급히 인사만 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보니 차도 한 대 더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조순례가 ‘아들 친구’라는 말을 듣자마자 손을 잡고는 너무 좋아해서 거절을 못 하고 따라오게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