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30
631화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사장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강진이 아니야.]“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지내지. 왜, 다시 아르바이트하려고?]전화를 받은 사람은 전에 강진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피시방의 사장이었다.
자신의 사정을 대충 아는 사장이 곧장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하자 강진이 웃었다.
“저 따로 하는 일 있습니다.”
[그래? 잘 됐네. 하긴, 강진이 너라면 무슨 일이든 다 잘하겠지.]기분 좋아 보이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작게 웃었다. 자신을 좋게 보는 사람과의 통화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저기 혹시 아직도 열혈성주 하시는 분들 많으세요?”
[예전에 비하면 많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시는 분들 있지. 그런데 열혈성주는 왜? 너 열혈성주 해?]“저 같은 무자본이 그런 게임을 어떻게 하겠어요.”
사장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사실 예전에 아르바이트할 때 그를 기특하게 본 아저씨들이 열혈성주를 하라고 자주 꼬시고는 했었다. 자신들이 어느 정도 장비는 맞춰 줄 테니 한번 해 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강진은 사정상 게임을 할 시간이 없었기에 거절했었다.
“그건 아니고요. 제가 아는 분이 열혈성주 장비를 좀 팔려고 하셔서요.”
[장비?]“네.”
[요즘은 아이템 사이트 잘 되어 있어서 굳이 현실에서 만날 필요 없는데 왜 거기에다 안 맡기고?]“그런 걸 잘 모르시는 분이라서요. 직접 보고 살 사람 있으면 팔려고요.”
[아이템 이름 불러 봐. 혹시 살 사람 있는지 한번 알아볼게.]피시방 사장이 웃으며 승낙을 해 주자 강진은 평소 배용수가 쓰는 태블릿을 켜서는 열혈성주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캐릭터 창에 있는 장비 목록을 불러 주었다.
[잠…… 잠깐.]아이템 이름을 하나씩 듣던 피시방 사장은 당황한 듯 강진의 말을 끊었다.
[진마황의 검이 있어?]“네.”
“강화는 잘 모르겠는데요.”
[혹시 지금 아이템 확인 가능해?]“가능해요.”
[아이템 누르면 위에 숫자 있을 거야. 확인해 봐.]강진은 아까 불러 주었던 검을 다시 확인했다.
“3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3강?]“네.”
강진의 말에 잠시 답이 없던 피시방 사장이 말했다.
[그 아이템 파시는 분, 뭐하시는 분이야?]“그건 왜요?”
[진마황의 검은…… 너 우리 가게에서 알바할 때, 사람들이 막 열 내면서 소리 지르고 너 통닭 시켜 주던 것 기억나지?]“기억나죠.”
[그때 이게 우리 가게에서 성공했으면 너 통닭 열 마리는 먹었을 거다.]“열 마리요?”
[진마황의 검은 그때도 최고지만, 지금도 최고 무기야. 물론 그때는 전 서버에 몇 자루 없었다가 지금은 꽤 풀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지금도 최고 무기지.]“그렇군요.”
“아…….”
[강화를 안 해도 중형차 값인데 이걸 질러서 3강을 띄우다니…… 간이 머리만 한 분인가 보다. 그런데 왜 이 장비를 본주가 안 팔고 네가 가지고 있어?]“사실은 돌아가신 분이세요.”
[돌아가셔? 죽었다는 말이야?]“네. 그분 아내분께서 아이템 판 돈으로 아이들 학비 하겠다고 하셨고요.”
강진의 말에 잠시 답이 없던 사장이 물었다.
[너하고 친해?]“많이 친하죠.”
[하긴, 친하니 이걸 팔아주려고 하겠지.]사장은 입맛을 다시고는 말을 이었다.
[어쨌든 전화 잘 했다. 이런 건 사기당하기 딱 좋은 물건이니까. 일단 아이템 사이트에서 시세 확인해. 판다는 건 비싸고, 산다는 건 싸니까 그 중간 정도로 판매하면 될 거야.]“아이템 시세는 저도 확인을 했어요.”
[하긴, 시세를 확인했으니 그걸로 아이들 학비 내겠다는 생각을 했겠지.]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조용하던 사장이 말했다.
[그래서 급한 거야?]“급한 것은 아니에요.”
[그럼…… 서버가 어디야?]“서버요?”
“서버는 어디에서 봐요?”
[캐릭터 정보창 위쪽 보면 아이디 옆에 서버 이름 있을 거야.]강진은 캐릭터 정보창을 보고는 서버를 불러 주었다.
[서버 운도 있네. 이 서버가 열혈성주 도시 서버거든.]“그럼 좋은 거죠?”
[시골 서버에 비해 사람이 많으니 좋은 아이템 원하는 사람들도 많지. 일단 덩치가 커서 산다는 사람 생겨도 한 번에 다 팔 수는 없고, 나눠서 팔아야 할 거야.]“내년까지 다 팔기만 하면 돼요.”
[기간 길어서 급매로 안 해도 되니 좋네. 제값 받을 수 있겠어.]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하던 사장이 말했다.
[아이템 목록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몽땅 적어서 보내 줘. 그리고 그 정도 아이템 착용했으면 골드도 꽤 있을 거야. 얼마나 있나 보고…… 아, 너 창고는 갈 줄 알아?]“창고요?”
[마을이야?]“지금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아이템 창 보고 있어요.”
[아! 인 게임이 아니라 홈페이지구나. 그럼 창고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네. 홈페이지에서는 캐릭터가 착용한 것만 확인 가능하니까.]“제가 따로 확인해 볼게요.”
[괜히 피시방 가서 보지 말고 집에서 해.]“그건 저도 알죠.”
가끔 피시방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서 손님들이 해킹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OTP요?”
[그 정도 캐릭터 키운 사람이 그냥 비번만 걸어 놨겠어? OTP 있을 거야. 그거 없으면 게임에 접속도 못 해.]“아…… 그럼 그거 없으면 아이템 못 팔아요?”
[게임에 접속을 못 하는데 당연히 못 팔지. 그 돌아가신 분 핸드폰에 OTP 앱 깔려 있을 거야.]“핸드폰 없으면요?”
[없으면 게임 회사에 가서 문의해야지. 근데 당사자가 죽어서 조금 복잡하겠다. 가족들이 핸드폰 보관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잘 찾아보고 일단 문자 보내라.]“네. 그리고 고맙습니다.”
[고마우면 우리 가게에서 알바 좀 하든가. 사실…… 우리 가게가 요즘 잘 안되거든.]“왜요?”
[후! 그냥 해 본 말이다. 어쨌든 내가 알아볼게.]“고맙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마친 강진이 웃으며 핸드폰을 보았다.
“다행이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뭐가?”
“욕심을 안 보이셔서.”
“욕심?”
“어머니들은 아이템이 돈이 된다는 것을 모르셨잖아.”
“그렇지.”
“그 게임 좋아하는 분들에게야 검이 중형차 한 대지만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그냥 그래픽이고 그림일 뿐이야. 그러다 보니 사장님이 나쁜 마음 먹었다면 아이템 가격을 후려치실 수도 있었어.”
“아…….”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기당하지 말라면서 아이템 사이트에서 비싼 것과 싼 것 중간으로 시세 잡으라고 하셨잖아.”
“너를 호구 잡을 생각이 아니라는 거구나.”
“그래서 기분이 좋아. 내 기억 속에 좋은 분이 여전히 좋은 분이니 말이야.”
강진은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김영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강진 씨.]“저 사장님 핸드폰 아직 보관하고 계시나요?”
[네. 있어요.]“다행이네요. 그 게임 아이템 거래하려면 사장님 핸드폰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네.”
[그럼 오늘 가져다드려요?]“오늘 아니어도 되니 편할 때 가져다주세요.”
***
다음 날 점심 장사를 마친 강진은 예전 자신이 살던 고시원 앞에 서 있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여기가 너 살던 고시원이야?”
배용수가 건물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내 청춘이 녹아있지.”
강진의 중얼거림에 이혜미가 웃었다.
“그렇게 말하니 노인 같잖아요.”
“노인은 아니더라도…… 진짜니까요.”
강진은 웃으며 고시원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시원은 잠시 머물다가 가는 그런 곳이었지만…… 나에게 이곳은 집이었어.”
강진에게 이 고시원은 말 그대로 집이었다.
비록 발 뻗고 손 뻗으면 끝인 아주 작은 공간이었지만, 이 작은 공간이 있어서 쉴 수 있었다.
그러니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곳이었다. 세상 천지에 딱 한 곳, 자신에게 허락된 작지만 편안한 집이었으니 말이다.
“들어가 볼래?”
감회에 젖어 있는 사이 배용수가 슬며시 말을 하자,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내 청춘이 녹아 있는 곳이지만, 다시 보고 싶은 곳은 아니야.”
“왜?”
“고맙고 감사한 곳이지만…… 저 안의 나는 너무 외로웠거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너는 가끔 너무 심각해. 대화의 흐름이 너무 힘들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니까 괜찮아.”
고시원에 있었을 땐 늘 혼자 작은 방에서 눈을 감았지만,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좋고 편한 친구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이 함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굳이 들어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방을 다른 사람이 차지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말을 하며 강진이 몸을 돌리자 귀신들이 그 뒤를 따라왔다.
“저기 고시원에서 오래 살았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한 육 년 살았지.”
“육 년이나?”
“처음에는 학교 인근 고시원에 있었는데 비싸더라고. 그래서 싼 곳 알아보다가 이곳으로 왔어.”
“그래도 학교 인근이면 학교 가기는 좋지 않아? 차비 생각하면 그게 그거 아닌가?”
“그렇기는 한데…… 내가 학교만 다닐 수 있는 몸도 아니고. 알바도 해야 하는데 학교 인근은 아르바이트 경쟁이 심하더라고. 그래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아르바이트 찾다가 이쪽으로 왔어. 어차피 학교 먼 가야 지하철 탈 때 자면서 가면 되니까.”
말을 하던 강진이 웃었다.
“몇 번은 내릴 역 놓쳐서 다시 돌아가기도 했지만.”
“너도 참 고생 많았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래도 여기 고시원이 낡기는 했어도 사장님이 좋은 분이라 살기는 괜찮았어.”
“그래?”
“여기는 라면하고 김치, 밥에다가 계란도 제공해 줬거든.”
“고시원에서 밥을 줘?”
“너 고시원 안 살아 봤구나?”
“그렇지.”
“보통 고시원에서 밥하고 김치, 라면은 주방에 비치해 주거든. 그런데 여기는 계란도 주니 더 좋았지.”
“계란 하나에 감동했던 거야?”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다.
“우리에겐 계란 하나지만 사장님한테는 계란 한 판, 두 판이지. 내가 여기 총무 할 때 보니 3일이면 한 판 다 먹더라고. 그러면 한 달이면 열 판이잖아. 그것만 해도 오만 원은 될 텐데 안 써도 되는 돈 오만 원을 고시원 사람들을 위해 쓰시니 얼마나 감사하냐.”
“하긴, 일 년이면 육십은 되니…… 고마우신 분이네.”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거라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세상인데…… 그 작은 것을 베푸시는 분이셨지. 분명 돈이 많을 거야.”
“돈?”
“JS 말이야.”
“아…….”
배용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고시원이 있는 곳을 보았다.
“작은 것을 베풀어서 큰 복을 받겠구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계란이 작기는 해도 그 가격까지 작지는 않지.”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일 년에 육십만 원…… 넌 남을 위해 베푼 적이 있어?”
“그건…… 왜 갑자기 아픈 데를 찌르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JS를 겪게 되니 알게 된 건데, 금액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아. 금액이 중요하면 상식이 형 아버지가 VIP가 아닐 수가 없지.”
“하긴, 그분도 기부 많이 하기는 했으니까.”
기부한 금액만 따지면 오성그룹 회장은 JS에서 VIP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금액보다 마음이라…… 하긴, 그 회장님 생각하면 그게 맞는 말이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금액보다는 마음이 중요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