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31
632화
강진은 귀신들과 함께 거리를 걷다가 골목 한쪽에 있는 통닭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통닭집에서 내가 배달을 했었지.”
그 후에도 강진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곳곳을 가리켰다.
“여기 호프집에서는 서빙을 했었지. 아, 저기 편의점에서도 일했었고.”
강진이 일했던 곳을 하나씩 짚을 때마다 배용수가 웃었다.
“무슨 삼보일배하는 것도 아니고, 열 보를 걸을 때마다 아르바이트한 곳이 있냐?”
“아르바이트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이동 거리지.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찾아서 해야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까.”
“그럼 이 동네에서 안 해 본 일이 없겠다?”
“아르바이트 쓰는 데는 최소 한 번씩은 들락거렸지.”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말했다.
“그래도 강진 씨가 일은 잘했나 봐요. 오는 길에 본 사람들 모두 강진 씨한테 웃으며 말을 걸었잖아요.”
이혜미의 말대로, 오는 길에 마주친 상가 사장들이나 예전 손님들이 그를 기억하고는 웃으며 인사를 건넸던 것이다.
“제가 또 아르바이트 쪽에서는 호날두 아니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이 시국에 호날두라고?”
“아차!”
시국을 떠올린 강진이 웃으며 말을 바꿨다.
“손홍빈이라고 하자.”
“그래. 손홍빈이 호날두보다 못할 것이 뭐야.”
이야기를 나누며 길가로 나온 강진이 한쪽 건물을 가리켰다.
“여기가 내가 일하던 피시방.”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건물을 보았다. 건물 2층에 피시방이 있었다.
“들어가자.”
강진이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가자, 귀신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생각해 보니 죽고 나서 피시방은 한 번도 안 가 본 것 같아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 본 적은 없는데…… 사실 피시방에 게임 못하는 귀신이 가서 할 것도 없잖아요.”
“하긴, 난 살아서도 피시방 잘 안 갔네요.”
게임 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피시방은 리포트 작성이나 프린터를 쓰러 가는 곳일 뿐이니 말이다.
강진은 귀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피시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 들어간 강진은 직원이 카운터 한쪽에서 라면을 끓이는 것을 보았다.
‘피시방에선 역시 라면이지.’
게임 도중 라면을 먹고 다시 게임을 하는 게 일품이라 아저씨들이 자주 시켜 먹었었다.
당구장의 자장면과 같은 급이라고 할까?
옛 기억을 떠올린 강진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피시방엔 여전히 아저씨들이 많았다.
“근데 아저씨들이 많네.”
“여기가 일대에서는 열혈성주 아지트로 유명하거든. 멀리에서도 여기로 게임하러 와.”
“피시방이 한둘도 아닌데 뭘 여기까지 하러 와?”
“게임은 여럿이 해야 재밌으니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강진은 한쪽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중년 남자를 보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강진의 부름에 중년 남자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더니 웃었다.
“강진아! 오랜만이다.”
“잘 지내셨죠?”
“나야 잘 지냈지. 잠깐만…….”
사장은 던전에 있던 자신의 캐릭터를 마을에 세워두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그에 강진이 앉자 사장은 강진의 자리에 있는 컴퓨터로 열혈성주를 켰다.
“너 오기 전에 미리 한 번 쫘악 밀어서 깨끗하다.”
“수고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사장이 말했다.
“일단 물건부터 보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그인 창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엔터를 눌렀다. 그와 동시에 강진의 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다.
그에 강진은 주머니에서 구형 핸드폰을 꺼냈다. 임호영이 사용하던 핸드폰이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는 OTP를 거치지 않아도 되었지만, 게임에 접속하려고 하니 OTP 알람이 온 것이다.
통신사 서비스는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지만, 강진이 자신의 핸드폰과 모바일 핫스팟을 연결해 놓아서 인터넷 사용은 가능했다.
OTP 번호를 입력하자 접속이 되면서 캐릭터들이 나타났다.
“오! 여기 웬 귀신들이 이리 많이 왔어?”
캐릭터를 보던 강진은 낯선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배용수와 여직원들 근처에 못 보던 귀신들이 모여 있었다.
‘피시방에 귀신들이 이리 많았나?’
처음 보는 귀신이 넷이나 되는 것에 강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이런 밀폐된 장소에 귀신이 넷이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놀랄 일이었다.
귀신들도 자신들이 있으면 사람에게 안 좋은 것을 알기에 밀폐된 장소에는 많이 모이지 않았다.
그리고 귀신 간에도 간격을 지키며 머무는 편이었다. 그런데 피시방에 넷이나 있다니.
‘여기 터가 안 좋겠네.’
넷이나 몰려 있으면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몰라보는 것을 보면 가게에 다니던 손님이나, 이전에 머물던 귀신들도 아닌 것 같았다.
“응? 얘 우리 보는 것 같은데?”
“어? 진짜 우리 보네?”
귀신들이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보며 수군거리는 것에 강진이 힐끗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대변인이 나서야지.”
작게 중얼거린 배용수가 귀신들에게 다가갔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배용수가 하는 설명을 들은 귀신들은 호기심과 놀람이 어린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강진아.”
사장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사장은 뭐하냐는 듯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은 다시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 떠 있는 캐릭터 창에는 강진이 봤던 캐릭터 외에도 여러 캐릭터가 있었다.
“캐릭터가 많네요.”
강진의 말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아이템을 맞춘 사람이 캐릭터를 하나만 키웠겠어? 근데 이 사람 언제 죽은 거야?”
“글쎄요.”
“친하다며?”
“그 가족하고 친한 거고, 돌아가신 분은 못 만났거든요.”
죽은 후에는 만났지만 말이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사장은 레벨이 제일 높고 화려한 검을 찬 캐릭터를 가리켰다.
“들어가 봐.”
사장의 말에 강진이 캐릭터에 접속을 하며 물었다.
“그런데 요즘 장사 어떠세요?”
사장은 입맛을 다시며 답했다.
“요즘 장사 잘 되는 곳 있나.”
“안 되시나 보네요.”
말을 하며 강진은 뒤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그러는 사이 사장이 말했다.
“너 예전에 있을 때에 비하면…… 매출이 한 삼십 프로 정도 줄었지.”
“삼십 프로나요? 왜요?”
강진은 의아한 듯 사장을 보다가 가게에 있는 손님들을 보았다.
전에 비해 손님들이 조금 줄기는 했지만, 많이 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장시간 이용하는 단골들이 빠져서 그래.”
“단골요?”
강진의 물음에 사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귀신 봤다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귀신요?”
“헛소리지. 어휴.”
사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강진 대신 마우스를 잡고는 클릭을 하며 말했다.
“일단 마을부터 가자.”
사장은 임호영의 캐릭터를 마을로 옮기며 말을 이었다.
“너도 아는 사람이야. 저기 27번에서 늘 하는 놈 있지.”
“아…… 그 대학 중퇴하고 게임하던 사람요?”
대학 중퇴하고 게임을 한다고 해서 곱게 보진 못했지만, 게임에 재능이 있긴 했는지 게임을 직업으로 하던 사람이었다.
열혈성주를 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도 들었었고 말이다.
“한 며칠 계속 게임만 하다가 갑자기 비명 지르더니 ‘귀신이다!’하고는 기절을 해 버리더라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말을 하며 강진은 힐끗 귀신들을 보았다. 하지만 귀신들은 배용수와 이야기를 하느라 강진을 보지 않고 있었다.
“귀신이 무서워서 못 오겠다고 다른 곳으로 갔는데…… 그놈하고 친한 사람들 빠지고 하다 보니 매출이 줄었어.”
“하긴, 그런 장시간 손님들이 있어야 매상이 오르니까요.”
피시방에서 장시간 게임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매상에 도움이 된다. 피시방 비용도 있지만, 게임을 오래 하면서 음료수부터 과자, 라면과 김밥 등 군것질을 많이 하는 것이다.
그런 단골들이 빠져나가니 매상에 타격이 오는 것이다.
“이틀 죽어라 게임만 하니 헛것이 보인 거지. 귀신은 무슨.”
사장은 신경질이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채 강진을 보았다.
“너 여기 일하는 동안 귀신 본 적 없잖아.”
말을 하는 사장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일하는 동안은 없죠.”
말을 하며 강진은 다시 귀신들을 힐끗 보았다.
‘일 안 하는 지금은 있지만요.’
강진의 말에 사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것 보라니까. 에이! 나쁜 놈! 내가 그동안 공짜로 준 라면이 몇 그릇인데…… 어떻게 단골들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
입맛을 다시며 화면을 보던 사장은 게임 내 창고를 열어서는 그 안에 있는 아이템들을 보았다.
“확실히 아이템들이 많네. 그리고 게임 머니도 많고.”
“게임 머니 가격은 안 떨어졌어요?”
“게임 머니야 게임 회사에서 관리를 하니까. 많이 풀렸다 싶으면 이벤트 같은 거로 소모하게끔 유도해서 시세 잡아 두지.”
사장은 수첩에다 아이템 목록을 적으며 말을 이었다.
“잡템까지 처분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잡템은 대충 정리해 주세요. 아니면 사장이 사시든가요.”
큰 덩어리가 중요하지, 잡템들 정도는 사장에게 싸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럼 나야 좋은데 괜찮겠어? 잡템이기는 해도 이거 다 팔면 몇백은 나올 것 같은데?”
몇백이라는 말에 놀란 눈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이템 사이트에서 물건을 팔아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라고 생각하고 사장에게 싸게 넘기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김영지에게 허락도 받았고 말이다.
사장이 신경 써서 물건 팔아주는 만큼 보상도 해 줘야 했다.
일단 저승은 공짜로 사람을 부리는 걸 싫어하니 말이다. 다만 잡템 금액이 조금 많아서 놀랄 뿐이었다.
“사장님께서 알아봐 주시는데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그리고 주인에게 허락도 받았어요.”
“그렇다면야 오케이.”
사장은 기분 좋게 웃으며 아이템들을 살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슬쩍 귀신들을 보았다.
‘지박령은 아닌 것 같은데…….’
보니 일반 귀신이지, 피시방에 묶여 있는 귀신들이 아니었다. 그냥 피시방에서 죽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편, 귀신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저승식당이라니…… 세상에 이런 일이.”
“귀신인 우리들도 세상에 이런 일이야.”
“그건 맞지.”
“귀신이 된 것도 황당한데…… 귀신들을 상대하는 사람을 보다니.”
귀신 넷이 서로 한마디씩 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넷이 친구인가?’
넷 다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서로 또래인 듯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사장은 돈이 될 만한 아이템들을 수첩에 마저 적고는 말했다.
“그런데 이 친구 쪽지가 많이 왔는데?”
“쪽지요?”
“귓속말도 온다. 생전에 같이 게임하던 사람들인가 보다.”
강진이 화면을 보자 하단 왼쪽에 있는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채팅을 보던 강진이 사장을 보자, 그가 말했다.
“친구가 접속하면 화면에 접속했다고 뜨니까. 그런데 강철신검? 내가 아는 그 강철신검인가?”
“아는 사람이에요?”
“여기 서버 성주 중 한 명이라 이쪽에서는 꽤 유명하지. 유트브로 게임 방송도 해서 더 유명하고.”
사장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
“이 사람들, 캐릭터 주인 죽은 줄 모르는 모양인데 어떻게 할래?”
사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이거 답장 어떻게 해요?”
“부고 알려주게?”
“알려줘야죠.”
강진은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며 말했다.
“게임이라도…… 친한 형님이 죽으면 슬픈 건 마찬가지잖아요.”
강진의 말에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법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