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32
633화
사장이 명령어를 치자 화면에 친구 목록 창이 떠올랐다.
“이제 채팅 치면 친구 목록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체 채팅 될 거야.”
사장의 말에 강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강진의 채팅에 잠시 멈춰 있던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부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채팅들이었다.
그리고 몇은 대강 아빠가 묻힌 곳이나 언제 죽었는지를 물었다.
그에 강진이 자신이 아는 것을 적어주자 귓속말이 들어왔다.
“귓말 들어왔다.”
그에 강진이 보니 아까 본 강철신검이라는 유저가 귓속말을 보낸 것이었다.
강철신검의 채팅에 사장이 귓속말 답장을 할 수 있도록 채팅창 설정을 바꿔 주었다.
“이제 쓰면 돼.”
사장의 말에 강진이 채팅을 쳤다.
강철신검의 채팅에 강진이 잠시 그것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강진이 본 열혈성주를 하던 아저씨들에게 이곳은 또 하나의 현실이었다.
그런 현실에서 몇 년 동안 같이 사냥하고 웃으며 즐기던 길마가 사라졌으니 길드원들이 무척 실망하고 서운했을 것이었다.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 생각을 한다면,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같이 놀던 동네 형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니 말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게임이나 현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실과 게임이 다른 건, 얼굴을 실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강철신검의 채팅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적었다.
잠시간 말이 없던 강철신검이 뒤늦게 채팅을 쳤다.
강철신검의 채팅에 강진은 “아.”하고는 사장을 보았다. 그 시선에 사장이 말했다.
“오린 마을 중앙 분수대 옆 창고라고 해.”
강진이 그대로 채팅을 치자, 잠시 후 대강아빠 캐릭터 옆에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사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캐릭터 앞에 멈춰 서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뭔가 아주 낯간지러운 자세와 대사를 하는 강철신검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릴 때, 사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멋있네.”
사장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게 멋있어요?”
“게임 모르는 놈은 모르지. 원래 길마가 이런 맛으로 하는 거야.”
사장은 게임 화면을 보며 말을 이었다.
“현실에서는 왕이 될 수 없지만, 여기에서는 왕이 될 수 있고 기사가 될 수 있고…… 이 안에선 되지 못하는 것이 없거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사장을 보던 강진이 화면을 보았다. 잠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강철신검이 몸을 일으켰다.
스륵!
강철신검 캐릭터가 사라지는 것을 보던 강진은 입맛을 다시고는 잠시 있다가 사장을 보았다.
“일단 아이템 거래는 정지해 둬야겠는데요.”
강진의 말에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착잡한 얼굴로 게임 화면을 보았다.
“강철신검이 이 사람 길드였구나.”
“유명해요?”
“유트브에서는 유명하지.”
잠시 생각을 하던 사장이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산다고 했으면 사겠다.”
“그래요?”
“내가 그 사람 유트브 자주 보는데 그 사람 이런 거로 거짓말하는 사람 아니야.”
사장은 고개를 돌려 강진을 보았다.
“그럼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올 거야?”
“일단 사모님께 여쭤보고요.”
“그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사장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온 김에 게임이나 하고 가라.”
“알겠어요. 아!”
강진은 들고 온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거 반찬 좀 해 왔어요.”
“반찬?”
무슨 반찬이냐는 듯 보는 사장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저 지금 식당 해요.”
“식당? 식당에서 일한다는 거야? 아니면 식당을 경영한다는 거야.”
사장이 의아한 듯 보는 것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작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야…… 강진이가 식당 사장이 됐어? 그래, 어디에서 하는데? 내가 한 번 팔아주러 가야지.”
“강남 논현이에요.”
“논현? 거기 월세가 엄청날 텐데?”
걱정스럽다는 듯 말하는 사장을 보고 강진은 웃으며 말했다.
“친척이 하던 곳이에요.”
“친척? 너한테 친척이 있었어?”
사장의 말에 강진이 쓰게 웃었다.
“있더라고요.”
사장은 강진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산다고 하늘에서 복을 줬나 보다. 하긴, 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은 당연히 복을 받아야지. 그래야 개천에 사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지.”
웃으며 강진을 보던 사장이 말했다.
“명함이나 하나 줘. 명함 있지?”
사장의 말에 강진이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요.”
“그래. 장사 열심히 해.”
말을 하며 사장은 강진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잠시 쳐다보았다.
요즘 자영업자는 힘이 든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장사 시작하기 전에 해 줘야지, 시작하고 난 후에는 어차피 뒷북일 뿐이었다.
“그리고 음식 잘 먹을게.”
사장이 쇼핑백을 들어 보이고는 카운터로 가자 강진은 자리에 앉으며 힐끗 귀신들을 보았다. 귀신들은 초롱초롱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옆자리를 가리키다가 입맛을 다셨다. 자리는 하나인데 귀신은 넷이니 말이다.
“왜 여기에 계시는 겁니까?”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보았다.
“와! 진짜 우리한테 말을 거는 거야?”
“저승식당 사장이라잖아.”
“정말 귀신한테 밥을 해 줍니까?”
“세상에 이런 일이.”
네 귀신이 제각기 말을 쏟아내자 강진이 재차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저승식당 사장 맞고요. 여러분한테 말을 한 것도 맞고요. 저승식당 사장이니 귀신한테 밥을 해 주는 것도 맞습니다. 그리고…….”
강진은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말을 한 귀신을 보았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일이기는 하죠.”
한 번에 네 귀신의 말에 대한 답을 해 준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제 질문. 왜 여기에 계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은 서로를 보았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말을 했다.
“귀신도 상도라는 것이 있어서 몰려다니지 않습니다. 이런 영업장에 여럿 몰려 있으면 영업 방해되는 건 아시죠?”
강진의 말에 네 귀신 중 눈빛이 좀 날카로운 귀신이 말했다.
“그게…… 여기에 오면 마음이 편해서 여기 있습니다.”
“마음이 편해요?”
“집에도 있어 봤고, 여기저기 돌아도 다녀 봤는데…… 여기가 가장 마음이 편하더군요.”
귀신의 말에 옆에 있던 좀 순둥해 보이는 귀신이 말했다.
“그리고 가족 근처에 있으면 몸에 안 좋다고 해서 집에도 오래 못 있겠고요.”
“가족들 몸에 안 좋을까 싶어서 여기에 있다는 겁니까?”
“네.”
“그럼 여기 사람들은요?”
강진의 말에 다른 귀신들이 우물쭈물할 때, 눈매가 날카로운 귀신이 말했다.
“그 어떤 귀신이 그러는데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은 저희들이 좀 있어도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양기가 강해서 귀신 한둘의 음기 정도는 묻히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귀신이 한둘일 때죠. 이렇게 네 분이나 뭉쳐 다니면 이 정도 사람들로도 귀신의 기운이 가려지지 않아요.”
강진은 귀신들의 면면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전에 여기 손님 한 분도 여러분 중 한 명, 혹은 여러분을 본 것 아니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난감한 듯 서로를 보았다. 하지만 눈매가 날카로운 귀신은 그 눈매처럼 성격도 있는 듯 눈을 찡그렸다.
“에이! 우리한테 밥 주는 사람이라고 예의 좀 지킬까 했는데…….”
그는 강진을 노려보며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우리 보고 어쩌라고?”
“네?”
다분히 시비조인 말투에 강진이 되묻자, 귀신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젊은 나이에 죽고, 거기에 귀신까지 돼 열불 나 죽겠는데 이게 울고 싶은 사람 뺨을 후려치네.”
강진이 가만히 보자 귀신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라고 어디 여기 있고 싶어서 여기 있겠어? 여기라도 있어야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니 여기 죽치고 있는 것 아니야. 아니면 우리가 왜 여기에 있어. 이왕 귀신이 된 거 여탕이라도 가서 구경하든, 클럽 가서 이쁜 여자들이나 구경을 하지. 우리라고 여기에 있고 싶어서 있는 줄 아나.”
귀신의 신경질적인 말에 순둥한 얼굴의 귀신이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창진이가 말이 좀 거칠기는 한데 나쁜 놈은 아닙니다.”
“내가 뭐.”
창진의 말에 순둥한 얼굴의 귀신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하지만 창진이 말대로입니다. 저희라도 여기에 있고 싶어서 있는 게 아닙니다. 그냥 다른 곳보다 여기에 모여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저희라도 여기에서 아저씨들 게임하는 거 구경만 하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그의 말에 강진은 의아한 듯 그들을 보았다.
“여러분들은 지박령도 아닌데 왜 여기가 마음이 편합니까?”
“그걸 우리가 알면 여기에 이러고 있겠어?”
창진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못마땅하게 쳐다보자 순둥한 귀신이 그를 한 번 툭 치고는 강진을 보았다.
“저는 오두윤이고 여기 싸가지 없는 놈이 이창진, 그리고 여기 덩치 큰 녀석이 장근소, 여기는 강소태입니다.”
일단 자신들을 소개한 오두윤이 말을 이었다.
“창진이 말대로 저희도 여기가 왜 편한지 모르겠습니다.”
“전혀 모르겠어요?”
“모르겠습니다.”
오두윤의 답에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그들을 보았다.
‘이유도 모르고 여기가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