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47
648화
아버지 생각이 나서 기분이 안 좋아진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놀러 와서까지 안 좋은 생각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방법 없으면…… 내가 애들 좀 풀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지금은 좀 아닌데 예전에는 음모 꾸미는 것을 잘했습니다.”
“음모?”
“이를테면 드라마에서 악역이 할 만한 짓이라고나 할까요.”
강상식이 자신이 생각한 계획을 이야기하자, 황민성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언론 플레이 하고 바로 너희 회사에서 대응해야 해. 잘못하면 회사 이미지 안 좋아질 수 있다.”
“잘 대응하겠습니다.”
“도움 필요하면 이야기하고.”
“네.”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말했다.
“그나저나 광고 찍고 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래. 최대한 빨리 진행해. 권선징악도 빨리빨리 해야지, 늦어지면 그것도 속 터지니까.”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 동생이라는 분한테 잘 설명해 줘라. 얼마나 속이 터지겠냐.”
“억울하고 열불이 나겠죠.”
“네가 잘 달래 줘.”
황민성의 말에 재차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제가요?”
“그럼 누가 해?”
강상식은 박성영을 보았다. 박성영도 이야기를 다 들어 알고 있으니 그가 해도 되지 않나 싶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보다 박성영이 그녀와 더 친분이 있고 마음에 위로도 될 테니 말이다.
황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원장님이 이야기하더라도 네가 한 번 더 해. 얼마나 마음이 편하겠어. 거대 기업 사장이 도와준다고 하면.”
“알겠습니다.”
어려운 일이 아닌 만큼 강상식이 곧장 답을 하자 황민성이 몸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몸에서 소리 나는 것을 들으며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대단하다.”
“뭐가요?”
“저 좁은 푸드 트럭에서 그렇게 오래 앉아 있는 것 말이야. 좁아서 일어나기도 힘들고 몸도 제대로 못 펴고.”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먹고살려면 다 하게 돼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정리하고 이제 가자.”
황민성이 푸드 트럭으로 걸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가며 슬며시 물었다.
“상식 형한테 왜 그분 만나 보라고 한 거예요? 혹시 두 분 잘 되기를 바라는 거예요?”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형 그 여성 분 얼굴도 안 보셨는데 잘 됐으면 좋겠어요?”
“여자분 심성이 좋잖아. 오빠 그렇게 가고 난 돈을 기부한다는 것이 어디 쉽나?”
“그건 그렇죠.”
“얼굴이 예쁜 것도 좋지만, 마음이 고와야 진짜 여자인 거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상식이 결혼도 안 하고 혼자인데 잘 되면 좋겠어. 그럼 우리 귀찮게 하는 것도 덜할 테고.”
“서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강상식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한다 해도, 그녀가 강상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면 성사가 되지 않는다.
결국 서로가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너는 여자 안 만나는 거야? 아니면 못 만나는 거야?”
“저야 안 만나는 거죠.”
천연덕스럽게 답하는 강진을 물끄러미 보던 황민성이 물었다.
“혹시 저승식당이 여자 만나는 것에 지장이 있나?”
“그런 건 없어요.”
“그럼 귀신 때문에 연애를 안 하는 건 아니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맛을 다셨다.
“생각을 해 보니 조금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귀신들이 모이면 귀기가 생기고, 그 기운이 쌓이면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대요. 그래서 사람 알바를 쓰고 싶어도 귀신을 보게 되거나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봐 못 써요.”
“손님들은 괜찮고?”
“그분들이야 식사하러 잠깐 왔다가 가시니까요. 그리고 손님들로 가득하면 귀신 영향도 덜 받아요. 사람이 많으면 양기가 승해지니까요.”
“그럼 여자친구가 가게에 자주 놀러 와도 영향이 있겠네.”
“그렇죠. 그리고 저는 식당 주인이라 데이트하기도 어렵고…….”
“식당 주인이 아니라 매일 야근하고 주 육 일 근무하는 직장인도 다 연애를 한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러네요. 그럼 아직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는 걸로 하죠.”
“그래. 그래도…… 세상 혼자 살기 어렵더라. 너무 많이 보지 말고 하나만 봐서 이 여자다 하면 올인해.”
말을 마친 황민성은 푸드 트럭에 가서는 김이슬의 손을 잡아 그녀가 내리는 걸 도와주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피식 웃으며 푸드 트럭에 올라간 강진은 만들어 놓은 통닭과 김밥들을 통에 담고 남은 재료들도 정리했다.
“그럼 다음에 또 갑자기 오겠습니다.”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박성영이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방문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작별인사를 나눈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나 집에 어머니 모셔 드리고 가게로 갈게.”
“알겠습니다.”
그때 강상식이 말했다.
“승환이도 불러서 같이 한잔하죠.”
“승환이는 데이트 안 하나?”
“전화해서 올 수 있으면 오는 거죠.”
“그래. 알았다. 그럼 가게에서 보자.”
황민성이 먼저 차에 타자 강상식과 강진도 자신들의 차에 타고는 출발을 했다.
***
점심 장사가 끝나갈 때쯤, 가게 문이 열리며 강상식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웃으며 강상식에게 인사를 하던 강진은 그와 함께 들어오는 박성영과 젊은 아가씨를 보고는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되었다.
‘문지혁 씨 동생을 만났구나.’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남자 귀신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역시…… 승천을 못 하셨구나.’
강진은 보육원을 다녀온 후 인터넷에 문지혁이 누구인지 검색을 해 보았다. 그래서 문지혁을 바로 알아보는 것이었다.
강진이 그쪽을 보고 있을 때, 강상식이 다가왔다.
“강진아, 나 왔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하셨어요?”
“식사를 하기는 했는데…….”
강상식은 여자를 한 번 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다시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왔어.”
“네?”
강진이 의아해할 때, 강상식이 일단 그를 데리고 여자에게 다가갔다.
“이쪽은 문지혁 씨 동생, 문지나 씨.”
“이강진입니다.”
“문지나입니다.”
문지나가 인사를 하자 박성영이 말했다.
“우리 보육원에 음식 봉사 해 주시는 분이셔. 이분 덕에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됐다.”
“아…… 감사합니다.”
문지나가 고개를 다시 숙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식사 제대로 못 하신 것 같은데 앉으세요.”
수척한 모습에 힘없이 말하는 문지나를 보던 강진이 자리를 가리키자, 사람들이 하나둘 거기에 앉았다.
“음식 어떻게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밥 생각이 별로 없어요.”
“밥을 생각으로 드시면 병나요.”
문지나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밥은 몸 생각해서 드셔야지, 생각으로 드시면…… 몸이 상하죠.”
“그건 그렇죠.”
강진이 농을 한 것을 알기에 문지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씁쓸함이 감돌았다.
‘하긴 지금 밥 생각이 나면 그게 더 이상하지.’
하나뿐인 오빠가 죽었고, 자신들을 버렸던 아빠가 갑자기 내 자식이라고 찾아오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입맛이 멀쩡할 수가 없었다.
세상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가슴이 아프고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강진이 문지나를 볼 때, 강상식이 말했다.
“내가 생각을 못 하고 중식당으로 예약을 했는데 영 식사를 못 하시더라고. 그래서 여기로 왔어.”
“잘 하셨어요.”
속 안 좋은 상태에서 기름진 음식이 나왔으니 편히 먹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에 강진이 문지나를 보았다.
“저희 식당이 작기는 해도 못 하는 음식보다는 잘하는 음식이 더 많은 곳입니다.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그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지금은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어요.”
“그래도 좀 드셔야 할 텐데…….”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주위를 보았다.
“오늘 점심은 김치찌개인가 보네?”
“김치찌개에 콩나물을 좀 많이 넣어서 끓인 거예요. 이렇게 하니 개운하더라고요.”
“맛있겠다. 그럼 우리도 그걸로 좀 줘.”
강상식이 웃으며 일단 메뉴를 주문했다. 이렇게 말만 해서는 언제 주문을 할지 모르니 일단 먹는 것 보면서 메뉴를 바꾸던가 해 볼 생각이었다.
“알았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문지나를 보았다. 문지나는 조금 멍한 얼굴로 물 잔을 보고 있었다.
그런 문지나를 보던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가서는 이혜미를 보았다.
이혜미는 홀에 있는 문지혁을 보고 있었다.
“문지혁 씨 아세요?”
“알죠. 배우잖아요.”
“아시는구나.”
“조연이기는 해도 큰 드라마에도 몇 번 나왔죠. 주인공 친구로요.”
이혜미가 홀을 보는 것이 강진이 말했다.
“가서 좀 모셔 올래요? 식사하시게.”
“네.”
이혜미가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홀로 나갔다. 그러고는 문지혁에게 가서 말을 걸자, 그가 흠칫하더니 이혜미를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후 문지혁이 이혜미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인사를 하던 문지혁은 배용수를 보고는 흠칫하더니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우리 쪽에 익숙하지 않은가 봅니다.”
“네? 아…… 죄송합니다.”
문지혁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그 또한 이젠 귀신이지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귀신이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게다가 배용수와 이혜미는 일반 귀신들보다 더 공포스러운 외관을 하고 있었으니 보고 놀란 것이다.
“괜찮아요. 이쪽 신입들이 초반에는 다 그래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랬어요. 공포 영화 현실 버전이잖아요.”
외관을 보고 두려워하는 자신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배려해 주는 두 귀신의 모습에 문지혁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리고…… 뭐 좋아해요? 아! 내가 설명을 해 줘야 하나?”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설명해 줬어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문지혁을 보았다.
“뭐 드시겠어요?”
문지혁은 한숨을 쉬고는 홀을 보았다.
“저도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하긴, 동생이 저러고 있는데 목에 뭐가 넘어가겠어.’
죽었든 살았든 문지혁이나 문지나나 음식이 입에 들어갈 상태는 아닌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강진은 한쪽에서 누룽지를 꺼내 왔다.
문지혁은 이따 먹이더라도, 문지나는 지금 먹여야 하니 말이다.
‘속이 안 좋을 때는 따뜻한 누룽지가 괜찮지.’
따뜻한 누룽지와 그 위에 올려 먹을 젓갈 정도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누룽지를 뜨거운 물에 넣고 끓이기 시작한 강진은 젓갈들을 꺼내 그릇에 담았다.
“거기에 김도 좀 놓자.”
“김?”
“누룽지에 김도 괜찮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김을 꺼내 담기 시작했다.